2020-11-23

레나스 고대 기계의 기억

1992년 코피아시스템이 개발하고 아스믹이 발매한 슈퍼패미컴용 RPG.

마법 학교 학생인 주인공은 어느 날, 동급생의 꾐에 빠져 출입이 금지된 탑에 들어가 괴수 카이마트를 깨우는 실수를 한다. 그로 인해 마법 학교는 붕괴하고 학생들은 모두 죽는다.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무녀 미디아와 함께 세계 멸망을 막으러 떠난다는 스토리.

파스텔 색조의 그래픽과 야릇한 음악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RPG다.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마법 주문은 레벨업으로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가게에서 사야 하고, 마법 사용 시 MP가 아니라 HP가 깎인다는 점이다. 초반부 대사 보면 "MP? 어디서 그런 고정관념을 얻었어? 마법을 쓰면 HP가 깎이는 거야"라고 한다.

마을마다 있는 술집에선 용병을 고용할 수 있다. 말로 고용할 수 있는 용병도 있지만, 대개 돈이나 아이템을 요구한다. 2명까지 데리고 다닐 수 있고, 레벨업은 되지만 장비 교체는 안 된다. 고용했던 용병은 엔딩 때도 등장한다. 게임에 나오는 종족이 다양해서 외모가 다 개성적이다.

전투는 드래곤 퀘스트 스타일의 턴제이지만, 조작이 특이하다. 십자 버튼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십자 버튼 상하좌우로 무기, 마법 등을 선택해서 진행하는 식이다. 다른 RPG와 차별점을 주려고 이렇게 만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여러 번 눌러야 해서 성가셨다. 걸음이 느리고, 적 조우율은 높은 편이다.

후반부에 1만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의 영웅을 만나 보스를 봉인하는 전개는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한 행위가 1만 년 후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 정복을 꿈꿨던 끝판왕을 물리치면, 주인공의 어머니,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뒤, 주요 장면과 함께 스태프 롤이 나온다. 마지막엔 속편을 예고하며 엔딩.

대사가 한자 없이 히라가나로만 나오고, 등장인물 성격이 거의 묘사되지 않아서 패미컴 RPG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벤트 전개도 단순한 편이라 더 그랬다. 좋게 생각하면 슈퍼패미컴에서 패미컴 RPG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0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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