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8

히로시마 혼자 여행 (산프레체 vs 대구 경기 직관)

2019년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관광도 할 겸 일본에서 보고 싶었다. 4월 일본 경기 일정을 확인하니 가시마 vs 경남, 가와사키 vs 울산, 우라와 vs 전북, 히로시마 vs 대구 경기가 있었고, 그중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히로시마를 골랐다.

경기는 4월 10일(수) 7시에 열린다. 그래서 4월 9일(화)에 가서 4월 12일(금)에 돌아오는 인천-히로시마 왕복항공권을 2월 20일에 미리 예매했다.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한 결과, 인터파크가 에어서울 항공권을 가장 싸게 팔고 있었다. 132,000원에 구입했다.
비행기 시간이 매우 좋았다. 화요일 아침 9시 10분에 인천에서 출발해서 금요일 저녁 7시 40분에 히로시마를 뜨는 일정이었다. 3박 4일을 꽉 차게 쓸 수 있다.
아챔 경기 티켓은 J리그 티켓 예매 사이트(www.jleague-ticket.jp)에서 샀다. 백스탠드 1열 좌석인데 3200엔이었다. K리그 경기보다 비쌌다. 예매를 끝내면 메일로 QR코드가 온다. 그걸 인쇄하거나 스마트폰에 담아서 경기장 들어갈 때 보여주면 된다.


떠나기 일주일 전에 여행박사 사이트에서 히로시마 투어리스트 패스(스몰 에어리어 버전)을 주문했다. 1500엔에 이틀 동안 히로시마 시내와 미야지마 교통편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 음식점 할인받을 수 있는 책자도 준다. 가장 좋은 점은 잘못 타더라도 돈이 안 든다는 점.
이 패스로 본전 뽑으려면 미야지마에 가는 게 좋다. 시내에서 노면전차 몇 번 타는 정도면 손해일 수도 있다. 동선을 미리 잘 따져보고 사는 게 좋다.

2019년 4월 9일(화)
아침 6시 10분에 집을 나서서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한 뒤, 미리 신청해둔 엔화와 포켓와이파이(도시락)을 찾았다. 모든 출국 수속을 마치고 104번 탑승구 앞에 가니 7시 35분밖에 되지 않았다. 비행기 출발은 9시 10분... 한 30분 더 자고 나왔어도 않았나 싶다.
에어서울은 탑승구가 멀고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비행기 앞에 가는 점은 조금 불편했지만, 내가 타본 저가항공 중 가장 좌석 간격이 넓었다. 덕분에 발이 편했다.
1시간 20분 날아서 오전 10시 30분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입국 수속 마치고 매표기에서 리무진버스 왕복권을 샀다. 편도는 1340엔이고 왕복은 2420엔이라 왕복이 싸다.

히로시마역행 리무진버스는 공항 앞 2번 정류장에서 거의 10분에 한 대꼴로 왔다. 짐을 버스에 넣은 뒤, 11시 10분에 탑승했다. 리무진버스는 약 한 시간 걸려서 12시 8분에 히로시마역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히로시마역 1층 내부 식당가(에키에 히로시마)를 돌아봤다. 점심 시간이라 손님으로 붐볐다. 그나마 한산한 곳에 들어갔다. 스이샤(水車)라는 식당이었는데, 새우 튀김이 먹고 싶어서 900엔짜리 프라이 정식을 시켰다.


출출해서 그런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일본의 튀김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맛있다.

호텔로 가기 위해 노면 전차를 탔다. 투어리스트 패스는 내일부터 쓸 수 있어서 돈을 냈다. 시내 구간 정액 170엔이다. 츄덴마에(中電前) 역 앞으로 가야 하는데, 잘못 타서 엉뚱한 곳에서 내렸다. 내려서 구글 지도를 확인하니 호텔까지 도보 1km 정도 거리라서 구경할 겸 걸어가기로 했다.


가면서 다리도 건너고 평화 공원도 지났는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매우 경치가 좋았다. 공기도 맑고 거리도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히로시마 4월 날씨는 내가 사는 인천보다 따뜻했다. 완연한 봄날이었다.


츄덴마에 역 근처에 있는 호텔 쿠레타케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3시부터인데, 이제 겨우 1시 지났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번화가인 혼도리로 갔다. 혼도리까진 도보로 10분 거리라서 호텔의 위치는 매우 좋았다. 주변에 편의점과 식당이 많았다.


혼도리 부근에 이치란 라멘이 있어서 한 그릇 먹었다. 얼큰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좋아할 맛이다. 오사카 도톤보리 지점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줄 서야 하는데, 여긴 한산한 편이라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혼도리 아케이드를 쓱 돌아봤다. 일본 어디를 가든 이런 아케이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붕이 높고 깨끗한 점이 좋다. 다만, 규격화한 느낌이라 그 지역만의 특색을 느끼긴 어렵다.

3시에 맞춰 호텔 쿠레타케소로 돌아가서 체크인했다. 이 호텔은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2019년 3월 16일 개업) 건물과 내부가 깨끗했다.
하지만 방은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답게 넓지 않았다. 특전으로 저녁에 맥주 한 잔, 아침 식사 제공에 1박 5300엔이었다. 엘리베이터 탑승과 방문 열 땐 카드키를 쓴다. 건물들이 따다닥 붙어 있는 시내라서 창문을 열어도 전망 같은 건 없다.


누워서 저녁 5시까지 쉰 다음, 1층에 가서 호텔이 제공하는 맥주를 마셨다. 원래 1잔 제공이지만, 직접 따라 마시는 것이라 몇 잔을 마셔도 모를 것 같다. 따로 감시하는 직원도 없었다. 간단한 안주거리도 줘서 한 잔 잘 마셨다.


그리고 세븐일레븐에 가서 오코노미야키, 키린이치방맥주, 삿포로맥주, 스트롱더블멜론을 사왔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을 짜지 않았다. 호텔 안에서 아챔 경기를 인터넷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남 vs 가시마, 우라와 vs 전북 경기를 태블릿으로 봤다. 2-0으로 앞서던 경남이 한 명 퇴장당한 가시마에 역전패당해서 혈압이 올랐다. 그나마 전북이 적지에서 1-0으로 이겨서 혈압이 조금 내려갔다.

밤 10시쯤 나가서 찜해둔 라멘집에 갔다. 10분 이상 걸어간 것 같다. 레몬 라멘이 있길래 주문해봤는데, 내 입에는 안 맞았다.


히로시마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2019년 4월 10일(수)
호텔 제공 아침을 먹었다. 뷔페식이다. 빵도 있고 일본식도 있었다. 된장국, 빵, 가라아게 등을 먹었다. 가라아게는 차가워서 실망이었지만, 그럭저럭 맛나게 먹었다. 식당이 좀 좁아서 움직이는 데 불편하긴 했다.
10시에 맞춰 체크아웃했다. 쿠레타케소 호텔은 새로 개업한 곳이라 기대했는데, 잠을 자보니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 난방기 소음이 너무 크고 위층에서 욕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다 들린다. 건물 자체가 층간 소음이 심한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묵을 생각은 없다.
다음 숙소는 이 호텔 근처라서 짐을 거기다 맡기고 나왔다.


어젠 화창했는데, 오늘 히로시마는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경기 시간 전까진 그친다고 해서 안도했다. 북오프에 가서 책과 게임 등을 잠시 둘러본 뒤, 히로시마성으로 가는 노면 전차를 탔다.
오늘과 내일은 투어리스트 패스를 무제한 쓸 수 있다. 그냥 타고 내릴 때 패스를 보여주면 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뒷문으로 타고 내릴 땐 앞문으로 내린다. 노면 전차는 느긋한 속도로 간다.


히로시마성은 규모가 큰 곳은 아니었지만, 경치가 매우 좋았다. 산책하기에 무척 좋다. 연못에는 잉어가 있었고, 벚꽃이 예뻤다. 서양 관광객들이 꽤 보였다.


히로시마성 안은 입장료를 받길래 들어가진 않았다. 밖에서 보는 걸로 충분하다. 그다음 어딜 갈까 하다가 투어리스트 패스와 함께 온 음식점 할인책자를 써보기로 했다. 구글 지도로 가까운 할인 음식점을 찾아보니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눈에 띄어서 거기로 걸어갔다.


‘친치쿠린’이란 가게였다. 들어가서 남자직원에게 할인책자를 보여주며 사진처럼 맥주와 오코노미야키 세트로 나오는 거 맞느냐고 물어봤더니 잘 모른다고 경력 여직원에게 물어봤다. 여직원이 오더니 이거 시킬 거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주문이 되었다.
점원에게 일본어로 말하면, 내 억양 탓에 외국인이란 게 알려지게 되는데, 그때마다 일본인은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말한다. 난 일본어로 말했는데, 왜 영어로 답할까? 이 여직원도 그러길래 "영어를 오히려 잘 모른다. 일본어로 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웃으면서 일본어 잘한다고 한다. 할인 책자에 여직원이 도장을 찍어줬다.
이곳 메뉴를 쭉 보니 다른 런치 세트가 더 싸서 굳이 할인 받겠다고 이걸 고를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이곳의 오코노미야키는 처음엔 맛있고 나중엔 조금 느끼했다. 그래서 추가로 사쿠라 하이볼을 시켰다. 한 잔 583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는 야키소바를 넣는 게 특징이다. 계산하고 영수증을 보니 오코노미야키+맥주 세트가 '외국인 세트'라고 쓰여 있었다.


히로시마 돌아다니면 가게나 서점에 야구팀 히로시마카프 관련 홍보물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에 반해 축구팀 산프레체히로시마 홍보물은 어쩌다 한 번 볼까 말까. 히로시마에선 축구보다 야구 인기가 더 높은 건 잘 알겠다.
걷다보니 발이 아파서 혼도리 아케이드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는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갔다.


이곳에 관해 자주 듣던 말이 "일본은 전쟁 때 자기들이 저지른 일은 생각 안 하고 이런 기념물 내세워서 피해자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였다. 생각이 복잡하지만, 그냥 공원만 본다면, 꽤 깨끗하고 산책하기 무척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폭 맞은 건물 보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다. 공원 한 쪽에는 한국인 위령비도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가볼만하다.


3시쯤 츄덴마에의 식당에 가서 일본 가정식과 무알콜 맥주를 먹었다. 일본은 밥이 정갈하고 맛난다. 된장국도 한국 된장보다 덜 자극적이어서 내 입엔 맞았다.

호텔 에스플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체크인했다. 로비가 어제 묵은 호텔보다 넓어서 좋아 보였다. 가격도 저렴하다. 청소 안 해주는 조건으로 싱글 2박에 7400엔(조식 불포함)이다.
방 크기는 어제 묵은 쿠레타케소 호텔과 비슷했다. 그보단 좀 오래된 시설 티는 났지만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그냥 여기서 싸게 3박 할 걸 그랬다.


방에서 쉬다가 저녁 5시 넘어서 호텔을 나섰다.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인 산프레체히로시마 vs 대구 경기를 보기 위해 츄덴마에역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히로시마 버스센터로 갔다. 거기서 히로시마 빅아치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투어리스트 패스로 탈 수 있었다. 1시간쯤 걸려서 경기장 근처로 도착했다. 일본 버스는 참 안전하게 천천히 간다. 우리나라 버스 같으면 시간이 훨씬 단축되지 않을까 싶다.


경기장이 산 밑에 있어서 일반 버스로 가면 정류장부터 한 10분 이상 비탈길을 힘들게 올라가야 한다. 산프레체팬들은 경기장 코앞에 도착하는 직행 버스 타고 오는 것 같다.
낑낑 대며 올라가서 6시 40분쯤 경기장에 들어갔다. 작년에 갔던 가시마, 가와사키 경기장에 견주어 분위기가 덜 뜨겁다고 해야 하나. 푸드 트럭 숫자도 적고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가 덜 났다. 히로시마가 다른 지역보다 축구 열기가 좀 낮다고 한다.


히로시마 경기장은 축구전용구장이 아니라서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에 육상 트랙이 있다. 그래서 관전하기 너무 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부천종합운동장 수준이었다. 그럭저럭 볼만한 시야였다. 다만, 내가 예매한 좌석이 1열이라서 좀 낮은 게 흠이었다. 대구 대팍 경기장에서 아쉬웠던 점은 1열 좌석 앞에 철창이 있어서 그게 시야를 가린다는 거였는데, 이곳 1열은 가로막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 이런 디테일은 배웠으면 좋겠다.

내 양옆에는 덩치 큰 아저씨, 아줌마가 있었다. 대구팀을 응원하는 한국인이라는 걸 안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좌석은 원정팬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에 좋은 기회가 나도 아무 소리 내지 않고 일본인인 척 관전했다.


산프레체팬들은 유니폼 입고 머플러 흔들며 응원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저 정도 열의가 있는 코어팬이 많을수록 관중수가 안정적이다. 히로시마가 야구에 밀려 축구 인기가 떨어진다고는 하나 K리그 기준으로 보면 적지 않은 관중수다. 경기는 초반부터 대구가 PK를 허용하고 추가골까지 먹어서 0-2로 패배했다. 직관까지 했는데 져서 아쉬웠다.


져서 그런지 날이 쌀쌀하게 느껴졌다. 돌아가는 버스를 꽤 기다렸는데 안 와서 그냥 전철을 탔다. 이쪽 노선은 투어리스트 패스를 쓸 수 없지만, 귀찮아서 그냥 탔다. 20 정거장 정도 가서 혼도리 쪽에 도착했다. 벌써 밤 10시를 넘었다.


대구FC 패배의 우울함을 달래러 꼬치집에 갔다. 블로그에서 추천하길래 가본 곳인데, 히로시마 카프 야구팀팬이 운영하는 가게다. 할아버지 손님들이 오늘 카프 졌다고 허허허 한탄했다. 꼬치 세트와 맥주를 시키고 맛나게 먹었다.


호텔로 가다가 맞은편에 있는 24시간 규동 체인 나카우(なか卯)에 들어가서 오야코동 미니, 가라아게+된장국, 기린생맥주를 시켰다. 매표기로 식권 뽑을 수 있어서 편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꽤 맛났다. 나카우라는 곳이 유명한 체인인 줄 몰랐다.
호텔로 가서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2019년 4월 11일(목)
오늘은 어제와 달리 날씨가 화창했다. 그래서 어제 못 간 미야지마를 오늘 가기로 했다.
아침 10시쯤 나갈 채비를 마치고 츄덴마에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히로시마역으로 갔다. 리틀멀메이드라는 빵집이 보이길래 카레빵, 고로케, 주스를 샀다.


빵이 무척 맛있었다. 파리바게트 빵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였다. 사르르 녹았다. 카레빵은 안에 카레와 달걀 반숙이 들어 있었다. 동네에 이 정도 수준의 빵집이 있으면 행복하겠다.

페북의 일본인 지인이 히로시마에선 '레이짱'이라는 가게의 오코노미야키가 최고라고 하길래 구글 지도를 보고 걸어갔다. 그런데, 쓸데없이 먼 길을 알려줘서 히로시마역을 한 바퀴 돌고 말았다. 그냥 히로시마역 안에 있는 가게였다.


가보니 손님 줄이 길어서 바로 포기했다. 옆에도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있어서 대신 거기로 갔다. 메뉴를 보니 같은 오코노미야키 재료에 야키소바로도 된다고 해서 야키소바를 시켰다. 오코노미야키를 살짝 올린 야키소바였다. 100% 만족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맛있게 먹고 나왔다.


히로시마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구FC 선수단을 마주쳤다. 조현우, 세징야도 보였다. 에스컬레이터 탈 때 옆에 대구 선수가 있길래 "다음엔 이겨주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그 선수는 주뼛주뼛하며 "예" 했다. 난 김진혁 선수인 줄 알고 "인천전 골 봤다. 저 인천 살거든요"라고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김진혁 선수는 아니었다. 얼굴은 정태욱 선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키가 막 컸던 것 같진 않아서 맞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주전 선수는 아니었나 보다. 좀 내성적으로 보였다.

12시 다 되어서 히로시마역에서 전철을 타고 미야지마구치역으로 갔다. JR 전철로 가면 30분이면 된다는데, 난 투어리스트 패스를 쓸 수 있는 히로덴으로 가서 1시간 걸렸다.


미야지마구치역에서 내리면 바로 미야지마행 배를 탈 수 있다. 마쓰다이페리와 JR페리가 있는데, 투어리스트 패스는 마쓰다이페리에 적용된다고 해서 그걸 탔다.

 
화창한 날에 타는 배는 기분이 좋다. 20분 만에 섬에 도착했다. 미야지마의 첫인상은 무척 좋았다. 아주 깔끔하고 경관이 좋았다. 사슴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점도 재미있었다.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것 달라고 돌진하는데, 이곳 사슴들은 얌전한 편이었다.


구운 굴을 두 개 500엔에 팔고 있길래 사 먹었다. 칠리 가루를 뿌려 먹었다. 평범한 굴 맛이었다. 좀 더 가니 400엔에 파는 가게도 있어서 좀 아까웠다.


미야지마엔 먹을 데도 많고 스타벅스도 있어서 하루 놀긴 딱이었다. 관광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일단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산을 올라갔다. 좀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가는 무료 버스가 있었다. 마지막 한 자리 남았을 때 내가 탔다. 서양인, 중동인이 대부분이었다.


케이블카 타고 산 정상으로 향했다. 케이블카 요금은 투어리스트 패스 할인책자를 보여주면 도장 찍고 할인해준다. 케이블카는 꽤 오래 올라간다. 중간에 갈아타기까지 한다. 여길 등산해서 가면 종일 걸리겠다.


산 정상은 역시 장관이었다. 15분쯤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케이블카 타는 건 개인적으로 즐겁다. 내려와서 신사 등을 보고 하이라이트인 오토리이(大鳥居)를 봤다. 내가 갔을 때는 썰물 때라서 내려가서 좀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2019년 6월부터는 오토리이가 보수공사에 들어가서 몇 달간 기둥이 로프로 묶인다고 한다.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와서 다행이었다.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길거리 음식을 먹고 다시 배를 타고 돌아왔다. 미야지마엔 한 3시간 있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 하룻밤 자면서 천천히 둘러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히로덴 타고 원폭돔에서 내린 뒤, 혼도리로 걸어가서 튀김덮밥이 먹고 싶었다. 블로그 추천 맛집이 있었는데, 가보니 저녁 6시 30분부터 영업 시작한다고 해서 그냥 다른 집에서 먹었다. 생각한 곳이 아니라서 만족도는 조금 떨어졌다. 그냥저냥 먹었다.


호텔로 돌아왔다. 문 앞에 수건과 칫솔치약이 놓여 있었다. 에코 플랜이라 청소 안 해주는 대신, 이런 건 날마다 준다. 쓰레기통도 문 앞에 놔두면 비워준다. 방에서 쉬다가 10시쯤 라멘 먹으러 나갔다.


돌아다니다 잇푸도(一風堂) 라멘이 보이길래 850엔짜리 아카마루신아지(赤丸新味) 라멘을 먹었다. 꽤 맛있었다.
오늘은 라멘으로 마무리.


2019년 4월 12일(금)
아침 10시에 호텔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겼다. 저녁 7시 40분 비행기이니 오후 3시까진 히로시마 시내에서 놀 수 있다. 아침 식사로 호텔 코앞에 있는 야요이켄(やよい軒)에서 일본식을 시켰다.

 

된장 소스 고등어구이+된장국+두부+밥이 나오는 정식을 먹었는데, 너무 맛이 있었다. 특히 밥이 맛났다. 왜 일본 밥은 정갈하고 더 맛이 있을까? 짓는 방법이 다른가? 쌀이 다른가? 야요이켄에선 밥 리필이 가능하다.

북오프에서 책 구경하며 시간 보내다가 발 아파서 벤치에서 쉬고, 마지막으로 라멘을 먹으러 히로시마의 노포 요오키(陽気)에 갔다. 여긴 라멘이 아니라 중화소바(中華そば)라고 표기했는데, 사실 라멘(ラーメン)이나 중화소바(中華そば)나 가게에 따라 말만 다르지 같은 음식이라고 한다.


이곳 라멘의 맛은 지극히 정통스러운 맛이었다. 10년 20년 전에도 이 맛이었을 것 같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또 찾아서 먹을 것 같진 않다.

다리가 아파서 2시쯤 예정보다 일찍 히로시마 공항으로 출발했다.


히로시마 여행 마치고 느낀 점
-미세먼지가 없어서 그런지 하늘이 선명하다. 공기도 맑다.

-일본 거리가 원래 깨끗하지만, 히로시마 시내는 더 깨끗하다. 도쿄 오사카는 지저분한 곳도 꽤 봤는데 히로시마 시내는 쓰레기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히로시마는 대구와 자매결연 맺은 도시인데, 일주일새 두 곳 다 가본 결과, 히로시마가 더 발달하고 살기 좋은 느낌. 관광 인프라도 격차가 있다.
더 남쪽에 있는 가고시마, 미야자키는 히로시마에 견주면 다소 활기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히로시마는 소도시라고 하기엔 규모가 꽤 있다고 본다.

-히로시마에서 자주 보는 음식은 오코노미야키, 굴 요리. 대체로 맛있다.

-일본 음식은 정갈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양에 같은 가격으로 팔면 고전 예상.

-한국인, 중국인이 도쿄나 오사카보단 훨씬 적었다. 서양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

-히로시마 사람들 인상은 도쿄나 오사카 사람들에 견주어 말이 적고 무뚝뚝한 느낌. 특유의 오버가 없다. 개인적으론 그게 더 편했다.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히로시마 시내가 아니라 미야지마 근처에 머물 것이다. 섬이고 경치 좋으면서 먹을 데도 많았다. 느긋하게 지내긴 미야지마가 좋을 것 같다. 물론 비성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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