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2

천외마경1 지라이아


천외마경1은 1989년 허드슨이 발매한 PC엔진 CD롬용 RPG다. 패미컴 RPG 대표작으로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메가드라이브에 판타시스타가 있다면, PC엔진에선 천외마경이 간판이었다. 천외마경1은 엄청난 애니메이션 효과로 충격을 주었던 2편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당시 게임잡지 공략도 없어서 이름만 알려졌다.


다른 RPG들과 차별점은 세계관에 일본색을 입혔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일본을 '지팡구(Zipangu-日本国의 중세 중국어 발음)'라고 표기했는데, 이 지팡구가 천외마경의 무대이다.
지팡구는 옛 일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서양인이 바라본 일본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옛 일본 배경인데도 대사에 영어가 나오는 등 묘한 부분이 있다.


줄거리는 진부한 편이다. 지팡구에 '마사카도'라는 존재가 출몰하여 살육과 파괴를 일삼아 인간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그때 불의 일족들이 힘을 모아 마사카도를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세월이 흘러 대문교(大門教)라는 사이비 종교 세력이 마사카도 부활을 목표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서기 위해 불의 일족 지라이아가 모험을 떠난다는 얘기다.


불의 일족 후손은 주인공을 포함해 3명이다. 지라이아(두꺼비족), 츠나데(달팽이족), 오로치마루(뱀족). 아직 미숙한 주인공 지라이아는 츠나데, 오로치마루와 힘을 합쳐야만 대문교를 물리칠 수 있다.


대문교(大門教)의 대문(大門)은 일본어로 '다이몬'으로 발음되는데, 일부러 데몬(demon)이 연상되는 이름으로 지었다. 사실 대문교의 정체는 '악마교'이기 때문이다. 대문교를 이끄는 요괴는 전부 13마리인데, 이집트 투탄카멘왕 등 외래 악마도 있다.

이 게임은 XBOX360으로 3D 리메이크된 바 있다. 이왕이면 리메이크판으로 하려고 했으나 중고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그냥 오리지널 PC엔진판을 에뮬로 돌리기로 했다.
처음엔 PCE.emu이라는 안드로이드 에뮬로 했는데, 치트 기능도 없고 게임도 지루해서 레벨 13 정도 되었을 때 그만두었다. 한 1년 넘게 잊고 있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재도전했다. 고전 게임은 할 마음 들었을 때 해야지 안 그럼 언제 또 할지 모른다.

PC엔진 에뮬은 레트로아크 mednafen 코어를 쓰는 게 가장 좋지만, 치트가 잘 먹질 않는다. 시간 절약을 위해 적 안 나오는 치트는 꼭 필요해서 치트가 잘 먹는 PC엔진 에뮬 Ootake로 했다. CPU 메뉴의 Write Memory에 치트를 넣어 Set 버튼 누르면 작동한다. 경험치는 GameWiz32로 수치를 찾아 올렸다. 레벨을 89로 올린 다음, 랜덤 인카운터 없애니 빠르게 깰 수 있었다.


게임 자체 기능으로 Ⅱ버튼 누르면 이동속도가 2배가 되어 쾌적했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 방식이라 익숙하다. 스토리는 이렇다 할 반전 없는 왕도물이다. 사랑, 용기, 우정... 이런 오글오글한 걸 주제로 삼는다. 마을과 집의 모습은 복사해서 붙여넣기한 것처럼 반복되어서 지루해 보인다.

그나마 묘하게 뒤틀어놓은 일본 배경이라는 점, 음악 3곡을 담당한 사람이 세계적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담당한 천외마경의 BGM은 일본 특유의 느낌이 나서 독특하면서도 좋다.


일본 배경답게 익숙한 일본 지명도 등장하고 신사도 곳곳에 있다. 신사에선 그 지역의 동물을 신으로 받들고 있다. 대문교에 패해 돌이 된 동물들을 주인공이 봉인을 풀어주면 뭔가 보상받는 전개다.


대문교의 사신재 '루시페라'는 결국 마사카도를 부활시킨다.
"인간은 왜 고민하고 괴로워할까? 그건 인간의 마음이 나약하기 때문이다. 난 그런 약해빠진 인간을 강한 생명체로 바꿀 것이다. 그게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새로운 이상향의 시작이다!! 그를 위해선 낡은 것들은 모두 없애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
RPG 보스의 전형적인 대사다. 마사카도는 불의 일족 3명이 각각 구슬을 써야만 이길 수 있다. 이걸 몰라서 못 깨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공략을 봐야 한다.


천외마경의 첫 작품이 궁금해서 해봤다. 지금 보면 주인공이 멋 없고 줄거리가 평이해서 인상적이진 않지만, PC엔진 CD-ROM으로 나온 최초의 RPG였고, 이 정도 음성과 애니메이션은 당시엔 파격이었다. 게다가 슈퍼CD-ROM도 아닌 초창기 CD-ROM 시스템이었다.
천외마경 특유의 분위기는 이 작품에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18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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