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9

1Q84


처음 4분의 1 가량을 읽고, 신흥종교집단의 비밀을 파헤치는 두 남녀의 모험추리소설이라고 느꼈다.
늘 어려운 작품만 쓰던 하루키가 이번 작품은 굉장히 대중적이고 알기 쉽게 썼구나 하면서 읽었다.

끝까지 읽고 나니 하루키의 다른 작품처럼 역시 난해했다.
소설 속에 나왔던 의문점들은 여운만 남긴 채 드러내놓고 후련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곱씹으며 내 마음대로 퍼즐 짜맞추며 상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하루키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고독한 두 남녀의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그보다 복잡한 무엇이었을까.

속시원하고 깔끔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기는 했다.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은 재미있는 게 하루키 소설의 마력이라고 해야 하나.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돈도 잘 벌고 섹스도 하지만 마음은 늘 고독하다.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마음에 맞는 사람은 다 떠나간다.
그런데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슬퍼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냥 담담하다.

어떻게 보면 멋있기도 하지만 모든 일에서 오버란 게 없고 시니컬해서 인간미는 없다. 현 일본인 정서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이 책의 한국판권이 10억원이 넘는 선인세로 팔렸다고 한다. 하루키가 대단하긴 하지만, 일본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 같아 씁쓸하다.

재미있는 건 등장인물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나온다.

인상에 남았던 구절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며 살아가는 데 지쳤습니다.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채로 살아 가는 데 지쳤습니다.
나에게는 친구가 한 명도 없습니다. 단 한 명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습니다.
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까요. 그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은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없습니다."

댓글 1개:

  1. 두꺼운 책을 다 읽으셨군요. 전 번역돼서 나오면 읽어봐야겠슴다. 3권으로 분권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책값이 만만치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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