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2

사무라이 스피리츠 무사도열전 PS


옛날 오락실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대전 게임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가  다른 장르도 아닌 RPG로 나온다는 게임잡지 기사를 봤을 때 상당히 놀랐다. 당시 네오지오란 게임기에는 액션이나 슈팅게임만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의외였다.(지금 생각하면 부르주아의 전유물이었던 네오지오가 CD머신으로 거듭나면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도 인기 캐릭터가 등장하는 RPG라는 점 때문에 무척 끌렸고, 지면으로 공개된 그래픽도 100메가 쇼크 네오지오답게 훌륭했다. 하지만 당시 네오지오는 게임팩 가격만 해도 20만원이 넘는 비싼 게임기였기 때문에 군침만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네오지오가 망하자 <무사도 열전>은 네오지오 처음이자 마지막인 RPG로 남게 되었고, 나는 이 게임을 까맣게 잊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판으로도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기대와 달리 악평이 자자해서 미루고 있다가 틈 날 때 해봤다.


크게 시나리오가 두 가지 있는데, 좋아하는 주인공을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다. 나는 겐주로를 골랐는데, 알고 보니 겐주로는 성격이 더러워서 동료가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겐주로 한 명으로 엔딩까지 갔다.

이 게임의 그래픽은 RPG로서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동시대를 주름잡았던 슈퍼패미콤의 RPG들보다 더 뛰어난 대용량 그래픽을 보여준다. 또한 일본RPG에 많이 나오는 짜리몽땅 캐릭터들이 아니라 필드와 전투장면에서 모습이 동일한 어른스런 캐릭터들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마을이나 인물들도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고 음악도 좋으며, 캐릭터들의 음성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은 전투이다.


대전게임에 나왔던 멋진 기술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점은 좋았으나 적을 만날 확률이 너무 높고, 전투 시작할 때마다 지체되는 로딩들이 짜증나게 한다. 더욱이 선제공격은 거의 적이 먼저 하기 때문에 전투에는 늘 시간이 걸린다. 이 점 때문에 도중에 패드를 집어던지고 CD를 구석에 쳐박아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나마 나는 극악의 로딩인 새턴판을 피해가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마을이나 집을 출입할 때 왜 <나갑니까? 예/아니오>로 물어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은근히 귀찮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 굴곡이 없고 캐릭터 간의 갈등이나 이야기가 부족하다. 사무라이 스피리츠라면 이야기거리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텐데, 내용이 너무 진부하다. 전투 때에는 다른 캐릭터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는데, 왜 도와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불편한 전투 로딩과 스토리에 더 힘을 기울였다면, 희대의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게임인데, 대전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은 단순한 캐릭터 게임이 되어서 아쉽다. 이 좋은 재료로 왜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던 것이냐, SNK.

댓글 3개:

  1. 이 게임은 네오지오,PS,새턴 3기종으로 함께 나왔죠.

    그렇지 않아도 최악의 로딩이 문제인 게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새턴이 최악이었죠. PS보다도 2,3초 더 걸렸으니..

    대체, 전투한번 들어가면 20여초 로딩.
    집에 들어갔다 나올 때도 10~20초 로딩이니..

    이런 오락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게임챔프 필자할 때, 이 게임을 분석했는데,
    정말.. 분석일만 아니었으면 때려쳤을 게임..

    하지만 재밌었죠. ^^
    전 사무라이 스피리츠 대전게임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재밌었으니..
    사무라이 스피리츠 팬들은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 듯.. (로딩만 없었다면 말이죠 -_-)

    네오지오판은 로딩이 롬팩이다보니 아주 짧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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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오지오 롬팩으로 나온게 아니고 네오지오CD 로 나왔습니다. 맨 처음 패키지 샷에서도 자세히 보시면 Compact Disc 라는 문구를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오래된 게임이라 까먹으신 듯....참고로 저는 새턴으로 아주 재미있게 클리어했습니다...클리어 하고 악평과 로딩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기겁했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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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올드게임이네요..저는 새턴과 플스판 다 해보았구요..새턴판을 먼저 해봤는데 음..하도오래되서..암튼 그때 사천강림과 요화통곡 다 깨고 내가 이걸 두번깨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던기억이 나네요..인카운터율과 로딩때메 확실히 짜증이 낫었던듯..근대 플스판으로 다시 산걸보면..확실히 재미는 있었던 게임이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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