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7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2 이루와 루카의 신기한 열쇠

게임보이와 플스1으로 나왔던 게임의 3DS 리메이크작.
3D 그래픽으로 바뀌었고, 신규 요소가 추가되어 원작을 해본 사람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전투 시스템은 드퀘 로토 삼부작 HD-2D 리메이크보다 이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일단 전투가 랜덤이 아닌 심볼 인카운트고, 아군의 행동이 다 보인다.

또한, 거대 몬스터가 필드나 던전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도트 시절엔 느낄 수 없는 박력을 준다.

몬스터 수는 드퀘10의 몬스터까지 들어가서 대폭 늘었다.

스토리는 드퀘 본편에서 자주 나왔던 전개 방식인데, 호리이 유지가 쓴 각본은 아니라서 특유의 센스는 빠져 있다.
굴곡 없는 왕도물이라 스토리보다는 몬스터 육성과 전투에 비중을 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엔딩 이후에는 추가 스토리가 열리며 강력한 보스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드퀘4의 에스타크도 나오는데, 적이 아닌 아군이고, 버전업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파고들기 요소가 많은 편이라 길게 하면 100시간도 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17일

2025-11-01

드래곤 퀘스트 2 HD-2D 리메이크

드퀘2는 슈퍼패미컴판과 게임보이판으로 해봤지만, 이번 리메이크는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각 인물의 서사가 대폭 보강되면서, 원작에서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동기와 성격이 훨씬 또렷해졌다.
오케스트라 버전의 BGM은 예술.

그리고 운좋게 ‘용사’로 태어나 고귀한 취급을 받는 걸 꼬집는 대사가 나오는데, 완전무결한 영웅상을 의심하는 요즘 시대의 감수성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고전 드퀘의 시스템이 지금하기엔 불편하고 힘들어서 여러 편의 기능을 넣은 건 좋은데, ‘무적 모드’는 선을 넘은 감이 있다. HP가 절대 0이 되지 않으니 방어력 성장도, 회복 아이템도 필요 없어져 게임성이 사라진다.

가장 주목할 추가 요소는 사말토리아 왕자의 여동생이 동료 합류다. 왕자가 병으로 쓰러지는 게 여동생이 정식 동료로 합류하는 계기가 된다. 대사가 많아 비중이 꽤 높다.

12살에 세상을 구하러 싸운다. ㅋ 오빠와 같은 용사의 핏줄이니 그런 특권이 있다.

엔딩 이후엔 추가 요소를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보스가 나오는 듯.

신규 팬이 유입될 만큼은 아니지만, 과거 드퀘2를 재밌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옛 추억에 새로운 살을 덧붙인 이 버전을 즐길 가치는 충분하다.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1일

2025-10-31

드래곤 퀘스트 1 HD-2D 리메이크

패미컴판 원작은 짧고 단출했지만, 이번 리메이크판은 추가된 요소가 많아 볼륨이 제법 늘었다.

존재감 없던 주변 인물에 개성이 더해지고 성우 연기까지 들어가면서 생동감이 생겼다. 다만, 주인공까지 말을 하니 원작을 즐겼던 나로선 조금 위화감이 든다.
옛날엔 상상으로 채웠던 부분들이 전부 명확해져서 원작의 신비감과 해석하는 재미가 사라진 것 같다.

설정에서 난이도를 조절하면, 다음 목적지, 지도, 보물 상자 위치까지 다 표시되니  원작처럼 고생할 일이 없다. 덕분에 진행은 빠르지만, 모험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패미컴용 드퀘 1, 2편이 일본에서 대히트 치던 시절은 한국에 패미컴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80년대 국내에선 즐긴 사람이 드물었고, 1993년 슈퍼패미컴판부터 좀 알려졌지만, 후속작들에 견주면 너무 밋밋해서 반응이 크진 않았다. 따라서 이번 리메이크판도 큰 기대는 금물이다.

또한, 스위치판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건물이나 마을에서 나올 때마다 로딩 있는 건 살짝 짜증이 난다. 대단한 그래픽도 아닌데, 로딩이 웬말?

스토리야 별 논할 것 없는 왕도물이고, 몇 가지 재미 요소를 꼽자면, 적에게서 로라 공주를 구한 뒤, 왕에게 데려다주지 않고, 둘이서 모험을 이어갈 수도 있다.

혼자 외롭게 싸우는 주인공이니 데이트라도 해야겠지. 공주를 데리고 다니는 상태에서 여관에서 자면, 여관 주인이 즐겁게 지내셨느냐고 한다.

그리고 후속작과 연관성이 더 강해졌다. 용왕을 선동한 흑막이 따로 있다든가...

요즘 기준에서 보면 많이 모자르겠지만, 태초의 JRPG가 궁금하면 이걸로 체험하는 것도 괜찮다.


엔딩 본 날 - 2025년 10월 30일

2025-09-17

두근두근 문예부!

2017년 미국인 개발자 단 살바토가 주축이 되어 제작한 인디 게임.

일본 미소녀가 등장하는 비주얼 노벨 장르인데, 미국인이 만들었다는 점이 신기했고, 일본인 캐릭터에 별다른 위화감이 없었다.
상상력과 분석력을 발휘하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문화권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사례.

게임의 시작은 남자 고등학생이 여자 부원 셋뿐인 문예부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평범한 순애물, 치유물, 혹은 하렘물이 아닐까 싶지만, 1회차 막판의 사건 이후 전개가 막장 공포물로 급변한다.

밝고 귀엽게 보이던 미소녀들이 사실은 각자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 반전으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기에 큰 충격은 없었고, 1회차에서 엔딩까지 이어지는 전개가 다소 지리멸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캐릭터 중 한 명이 자신이 게임 속 존재임을 자각하고 플레이어를 영원히 게임 속에 가두는 장면은 신선했다.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또한 독특했는데, 힌트가 나오긴 하지만, 해결책이 ‘파일을 삭제하는 것’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엔딩 본 날 - 2025년 9월 16일

2025-08-18

나이츠 오브 더 라운드 MSU1 슈퍼패미컴판

원탁의 기사 아서, 랜슬롯, 퍼시벌을 조작해 전설의 성배를 찾아 떠나는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액션 게임의 명가 캡콤다운 호쾌한 조작감과 시원한 타격감 덕분에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991년 오락실에선 원제보다는 원탁의 기사나 아더왕으로 알려졌다.
영국 배경에 웬 호랑이나 사무라이, 이탈리아 통일 영웅이 나오는 등 고증은 무시한 판타지다.

3인 동시 플레이가 가능하고, 다양한 기술이 마련돼 있어 협력 플레이의 재미도 뛰어났다.
세 캐릭터 중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단연 랜슬롯. 수염 덥수룩한 아서, 우락부락한 퍼시벌과 달리 멋진 외모와 빠른 공격 속도를 갖춰 많은 이가 선택했다.

슈퍼패미컴판은 성능 관계상 원작보다 그래픽이 떨어지고, 1994년에 뒤늦게 나와서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얼핏 보면 비슷하고, 원작의 분위기는 잘 살렸다.

원작과 다른 점
-3인용 불가. 2인용까지만 된다.
-무기 리치와 게임 속도가 살짝 다르다.
-여러 명이 나오는 장면에서 인원 줄임.
-두 버튼만 썼던 원작과 달리 슈퍼패미컴판은 네 버튼 모두 써서 메가크래시와 가드를 각각 버튼에 할당했다. 덕분에 게임이 좀 쉬워졌다.

MSU1 패치판도 있는데, 음원은 아케이드 원작과 같아서 딱히 새로움을 느낄 순 없다. 원작을 자주 즐긴 팬이라면 슈퍼패미컴 원래 음원으로 하는 게 더 새로울 수도.

엔딩 대사는 캐릭터와 성배 소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국 성배는 아서의 손에 들어가 세상은 평화를 되찾는다.

패미컴통신 크로스리뷰에선 40점 만점에 26점을 받았다.


엔딩 본 날 - 2025년 8월 18일

2025-07-04

성마전설 3×3 아이즈 (메가CD)

원작 만화는 1991년 1월 소년챔프 창간호에 연재된 직후, 인기를 끌어서 게임도 주목을 받았다.

다소 소박해 보였던 슈퍼패미컴판과 달리 메가CD판은 오프닝부터 높은 퀄리티로 눈길을 끌었다.

메가CD의 판매량을 끌어올릴 기대작으로 삼성도 정식 발매했으나 오프닝의 화려함이 본 게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거슬리는 로딩과 높은 적 조우율은 고전 RPG이니까 어느 정도 참아준다 치더라도, 이벤트 해결 방식이 피곤하다. 많은 NPC와 꼼꼼하게 대화해야 힌트를 겨우 알 수 있으며, 여러 군데 돌아다니게 한다. 던전도 갈수록 고된 편.
공략 없으면 도중에 집어 던질 확률이 높다.

스토리는 꽤 긴 편이다. 원작 만화 내용을 재구성해서 이런저런 살을 많이 붙였다. 다만, 연재 중에 나온 게임이라 귀안왕은 부활하지 않고 베나레스가 끝판왕으로 나온다.

발매 전엔 천외마경 2 수준의 비주얼 신을 기대했을 텐데, 오프닝만 화려했지 그 뒤론 엔딩 전까지 비주얼 신이 하나도 없고 음성도 어쩌다 한 번 나온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가뜩이나 비싸서 보급이 힘든 메가CD였는데, 이 게임도 구세주가 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