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5

바이오 미라클 나는 우파 (짱구 버전)

1988년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으로 나왔고, 1993년 롬팩으로 나와 패미컴 말기에 살짝 주목받았던 게임.
그 당시에 나는 슈퍼패미컴으로 넘어간 상태였고, 갓난아기가 주인공이어서 유치해 보이는 이 게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만, 와이와이 월드에서 이 게임 주인공 우파가 찬조 출연했기 때문에 얘가 걔구나 했다.

궁금해서 해봤다. 아기 주인공은 불호여서 짱구(크레용 신짱)로 주인공을 바꾼 패치를 적용해서 진행했다. 이 짱구 해적판 롬팩은 90년대에 국내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근접 공격으로 적을 때리면, 풍선이 되어 하늘로 떠오르는데, 이때 밟아서 타고 가는 발판으로 이용하거나 건드려서 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
그래픽이 어린이 취향이라 쉬워 보이지만, 꽤 어렵다. 스테이지도 꽤 긴 편이다.

보스전에서 졸개를 풍선으로 만든 다음, 떨어뜨려서 공격한다. 같은 보스가 여러 번 나오는 건 다채로움이 떨어져서 아쉽다.

끝판왕 자이를 물리치면, 왕국은 평화를 되찾고, 짱구는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만난다.

단순히 주인공만 교체한 패치인 줄 알았더니 엔딩 그림도 적절하게 바꿔놨다.

코믹하고 귀여운 그래픽으로 90년대에 재밌게 즐긴 분도 많은 것 같은데, 나처럼 추억이 없는 사람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졌다.


엔딩 본 날 - 2024년 6월 15일

2024-06-13

록맨이 북미에서 메가맨이 된 까닭

캡콤의 명작 <록맨>은 북미에 발매하면서 제목을 <메가맨>으로 바꿨는데요.

이렇게 바꾼 사람은 당시 캡콤의 미국 지사 사장이었던 조 모리시였습니다.

조 모리시 "록맨이란 제목은 끔찍했어요. 그래서 메가맨이란 이름을 생각해냈죠. 그 아이디어는 직원들의 호응을 받아 북미판에서 쓰이게 되었습니다. 게임 내용은 일본판과 똑같지만요."

그가 끔찍하다고 생각한 까닭은 두 가지로 추정되는데요.
록맨의 주인공 록(Rock)과 롤(Roll)은 rock and roll(흔들고 구르다)이 어원인데, 이는 미국 1950년대엔 섹스를 뜻하는 속어로 쓰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록이 로큰롤 음악을 떠올려서 슈퍼 히어로와는 상관 없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 모리시 "록맨을 메가맨으로 바꾼 것은 미국 시장에서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오늘날 메가맨은 록맨보다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많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록맨'이라는 원제는 음악과 전혀 무관했거든요."

우리나라 게이머의 경우, 패미컴부터 록맨을 시작한 사람은 록맨이 친숙하고, PC판 메가맨X부터 시작한 사람은 메가맨이 친숙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 록맨으로 계속 알고 있었는데, 1995년 PC판 나온 뒤론 영문판 제목 메가맨이 널리 알려지더라구요.

다음은 명칭 변경에 관한 미국 네티즌들 생각입니다.

"락 음악과 관련이 없는데 록맨은 이상해. 메가맨이 돌(rock)을 쏘니까 록맨이었나?"

"록맨은 귀에 잘 안 들어와. 메가맨이 더 잘 들려. 좋은 선택이야."

"난 항상 메가맨이 록맨보다 더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은 일본 마니아들이지"

"록맨이 메가맨에 견주어 멍청하게 들린다고 생각한 건 나뿐인 줄 알았어."

"난 록맨이라는 이름이 제작자의 원래 의도라서 더 선호해. 다른 캐릭터에 락 음악 비슷한 게 나오기도 하잖아. 메가맨이란 이름은 게임 제작과 아무 관련이 없는 캡콤 미국 사장이 선호한 이름일 뿐이야."

"미국에서 자란 사람은 당연히 록맨보다 메가맨을 선호하지."

"난 록맨이란 이름이 이상했어. 가위맨, 컷맨, 아이스맨, 봄버맨, 파이어맨 전부 그들의 속성을 의미하잖아. 록맨은 바위(Rock) 인간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색도 바위와 상관 없는 파란색이야."

"메가맨은 슈퍼 히어로라는 걸 잘 알려주는 이름이야."

"조 모리시 이 양반아, 정말 끔찍한 건 뭔지 알아? 당신이 결정한 박스 아트야. 이게 뭐야."

2024-06-03

버블보블 2

1993년에  패미컴 및 게임보이용으로 나온 버블보블의 속편. OLM이 개발하고 타이토가 발매했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엑스트라 버전 엔딩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일반 버전 엔딩은 PC엔진의 <파라솔 스타>로 이어지는 모양.

<버블보블 2>의 주인공은 전작 주인공의 자손이다. 스컬 3형제가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납치하고, 주인공은 드래곤이 되는 저주에 걸린다.
드래곤이 된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구하러 간다는 스토리.

추가된 기술로 거품 버튼을 길게 눌렀다 떼면 모아쏘기를 할 수 있고, 계속 누르고 있으면 배를 부풀려 공중에 뜰 수 있다.

총 80판까지 있고, 10판마다 중간 보스가 나오고, 20판마다 대 보스가 출몰한다. 도중에는 적과 1대1로 승부하는 미니 게임이 있다.

대체로 쉬운 편이지만, 골머리를 썩게 하는 스테이지가 일부 있다.

진엔딩 보려면 특정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 조건이 있는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까 60 몇 판쯤에서 76판으로 점프하는 루트로 갔고, 80판에서 끝판왕을 물리치고 해피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버블보블 1편과 견주면, 패미컴이라서 아케이드 원작보다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쾌적함보다는 답답함을 주는 구성이고, BGM이 인상적이지 않았다.
2인 협동 플레이 안 되는 점도 전작보다 떨어지는 부분이다. 버블보블의 명성을 잇기엔 부족한 작품.

롬팩은 패미컴이 저물어가는 1993년에 나와서 출하 대수가 적은 탓에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엔딩 본 날 - 2024년 6월 3일

파라솔 스타 (PC엔진판)

1991년 PC엔진용으로 나온 버블보블 시리즈 3번째 작품.
전작들이 오락실 원작의 이식이었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PC엔진판이 원작이고, 이듬해 아미가, 아타리 ST, NES, 게임보이용으로 이식되었다.

레인보우 아일랜드의 주인공이 그대로 나온다. 섬들을 해방시켰던 레인보우 아일랜드에 이어 이번엔 별들을 해방시키는 스토리다. 전작의 끝판왕 슈퍼 스컬의 공격을 받은 별들을 구해야 한다.

버블보블처럼 다시 한 면씩 클리어하는 게임으로 바뀌었다. 이번 무기는 파라솔이다. 파라솔로 적을 쓰러뜨린 뒤, 잡아 던지는 게 기본 공격법이다. 적뿐 아니라 위에서 떨어지는 마법방울을 모은 뒤 던져서 공격할 수도 있다.

중간중간에 머리를 써야 하는 스테이지가 있어서 쉽지 않다. 보스전이 차라리 쉬운 편이다. 마법구슬의 힘을 모아서 보스에게 던지는 식으로 공격한다.

진 엔딩 보는 조건이 늘 까다로웠던 시리즈답게 이번에도 역시나다. 월드8에서 보스전까지 같은 문장을 3개 모아야 숨겨진 월드로 갈 수 있다. 문장은 가끔 나오는데, 같은 문장(별 또는 불)만 3개 먹어야 한다. 하나라도 잘못 먹으면 돌이킬 수 없어서 숨겨진 월드의 문을 열지 못한 채로 끝나버린다.

같은 문장 3개를 먹은 상태로 월드8을 깨면, 버블보블의 적들이 대거 나오는 월드9, 10으로 갈 수 있다.

월드10까지 깨면 진 엔딩이다. 이 게임은 세이브나 패스워드 기능도 없는데, 총 70스테이지나 된다. 진 엔딩까지 꽤 길게 느껴졌다.

끝판왕을 물리치면, 평화로운 세상에 지금까지 출연했던 적들이 얼굴을 비추며 끝난다. 스텝롤이 없어서 엔딩이 짧다.

괜찮은 게임이지만, 전작 PC엔진판 레인보우 아일랜드와 견주면, 속편인데도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이 든다. 매체가 CD롬에서 일반 휴카드로 바뀐 탓에 BGM 음질이 떨어졌고, 한 면씩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돌아간 게 진부한 인상이다.


엔딩 본 날 - 2024년 6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