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9

드래곤 닌자 패미컴판

1988년 오락실용으로 나온 게임의 패미컴 이식작. 제목만 보면, 닌자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닌자가 적이고 주인공은 그들을 때려잡는 미국 요원이다.
닌자 집단에 납치당한 미 대통령을 구출하는 게 임무.

원작인 아케이드판에 견주면, 딱 봐도 훨씬 떨어진다. 밋밋한 타격감과 뚝뚝 끊기는 움직임…… 2인 동시 플레이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음악은 좋은 편이고, 원작의 기술과 아이템, 무기도 잘 재현되어 있다.

방향키와 버튼 두 개 동시에 누르면 선풍각, B 버튼을 눌러서 기 모으기, 칼과 쌍절곤 사용 등 다채로운 액션을 보여준다.

각 스테이지 마지막에 개성 있는 보스랑 싸운다. 스테이지1엔 같은 회사의 게임 캐릭터 카르노브가 적으로 나온다.

80년대는 서양에서 닌자 인기가 대단해서 미국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이 게임도 서양인의 일본 닌자에 대한 환상에 편승했다고 할 수 있다.

원작에 견주어 한 없이 부족한 이식작이지만, 1989년엔 이 정도 액션 게임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건 어린이에겐 꿈 같은 일이었다. 당시 이 팩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밤새 즐겼을 것 같다.

엔딩 본 날 - 2024년 12월 28일

2024-12-25

바이퍼 CTR 아스카

1997년 PC98 말기에 나온 성인용 어드벤처물.
중요한 선택문은 후반부 한두 개에 불과해서 게임이라기보단 비주얼 노벨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게임 일러스트를 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 아스카가 떠오르는데,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게임을 해보면 전혀 다른 인물들임을 알 수 있다.

여고생 아스카와 청춘 러브 스토리.
스토리는 단순하고 짧아서 별 거 없는데, 작화가 좋고 여주인공이 움직여서 매력적이다.
아스카의 매력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음.

아스카와 XX 장면에서 어떤 선택문을 고르느냐에 따라 굿 엔딩과 배드 엔딩으로 갈리는데, 아스카가 임신하는 배드 엔딩 쪽이 더 인상적이지 않나 싶다.


엔딩 본 날 - 2024년 12월 25일

2024-11-25

용과 같이 제로

야쿠자는 결국 조폭이고 삥뜯어 사는 부류인데,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의리 있고 정의로운 사람처럼 묘사된다. 비슷한 게임인 GTA5의 경우, 주인공들은 그냥 나쁜 놈들이었다. 어떤 치장도 없었다.

이왕 조폭물이면 어중간하게 착한 척 하지 말고 성인 대상으로 막 나가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여기 주인공은 판타지다. 깡패나 양아치를 패기만 할 뿐, 돈을 갈취한다든가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불쌍한 사람을 돕기까지 한다. 이런 야쿠자가 어딨느냔 말이다.

폼은 또 더럽게 잡는다. 이 게임의 야쿠자들은 스스로  극도(極道, 고쿠도)라 칭하며 미화하는데, 그 단어 나올 때마다 오글거렸다.

전투는 액션이지만, 길거리에선 랜덤 인카운트라 성가셨다. 스토리는 시리즈 중 정상급이라는 평이지만, 너무 우연이 겹치고 악독하던 적들이 얻어맞고 감화되는 장면에 공감이 안 갔다. 비밀이나 반전도 예측 가능했다.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조폭 이야기일 뿐이다.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삼류 영화가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GTA5와 견주면 어설픈 부분이 많이 보이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 거리의 묘사다. 실감 나게 잘 되어 있다.

1988년 배경인데, 변화가 적은 일본답게 요즘 거리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도쿄와 오사카가 배경이고 일부 지명은 살짝 바꿨다.

게임에서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실제 일본에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시리즈를 처음 해보고 놀랐던 부분이다. 일본 관광을 간접적으로 하는 것 같아서 다른 거슬리는 점에도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엔딩 본 날 - 2024년 11월 24일

2024-11-15

드래곤 퀘스트 III HD-2D Remake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으로 한 지 약 20년 만에 다시 해서 감개무량했다. 발매 소식 보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나오자 마자 시작해서 폭풍처럼 달렸다.

주인공 성별 선택이 남녀가 아닌 A, B로 바뀌었다. PC주의가 강한 서양 기준을 충족하느라 바꿨다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성은 남성이고 여성은 여성이지 그런 명확한 부분까지 굳이 흔들어놔야 하나.
B의 여성성이 강하지 않아서 난 남자인 줄 알고 잘못 선택했다.

쉬운 난이도에선 필드든 던전이든 갈 곳을 다 표시해줘서 원작과 달리 헤맬 일이 없다. 스트레스 안 받아 좋은 면도 있었지만, 너무 쉬워서 성취감은 떨어졌다. 단서를 조합해 목적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게 하는 게 RPG인데, 친절하게 다 알려주고 대사 기억 기능도 있으니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슈퍼패미컴판에 견주어 추가 요소가 많지는 않은데, 주인공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더 들어갔다.
어머니도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원작에서 내 상상으론 홀로 아이를 키우지만 밝게 사는 여성이었는데, 여기선 남편을 잃은 슬픔을 견뎌온 목소리였다.

옛날 게임에선 모자른 부분을 내 상상으로 채웠지만, 요즘 게임들은 명확해진 묘사로 그런 재미는 사라진 게 아쉽다.

로토 삼부작은 캐릭터의 개성과 스토리성은 약하지만, JRPG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3편은 1, 2편을 대폭 확장해서 시리즈 마지막편다운 볼륨을 선보인다.

엔딩 이후 쿠키에는 드퀘2의 보스 하곤이 살짝 등장하고, 추가 던전은 슈퍼패미컴판과 같은 것 같다.

현재 눈높이로 보면 평가가 좋을 순 없겠지만, 원작이 1988년 작품이고 JRPG를 확립한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추억이 있는 사람에겐 보석 같은 작품.


2024-10-25

파이널 판타지 9 PC 리마스터판

PS1판 하다 끝 부분에서 멈추는 바람에 엔딩 못 본 게임이고 어떤 내용인지 기억도 안 나서 리마스터 PC판으로 다시 해봤다.

PS1 원판은 PS2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2000년에 나와 화제가 덜 되었는데, 영문판은 영어 번역이 훌륭해서 북미 평가가 높다고 한다.
PC판은 비공식 한국어 패치가 있지만, 번역이 어색해서 대사의 맛이 떨어진다.

파판7, 8의 거칠었던 배경 그래픽이 개선되어 깔끔해졌다. 유저 패치인 모그리 모드 적용해서 더 보기 좋았다.

스토리는 전작들에 견주면, 평이해서 인상적이진 않다. 전형적인 왕도물로 전개된다.
주인공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던 적을 목숨 걸고 구하려는 모습에 공감하지 못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만, 정도껏 하지. JRPG에서 흔한 절대 선의 주인공상.
히로인, 비비 이외엔 호감 가는 캐릭터가 없었다.

첫인상은 좋았으나 갈수록 심심했던 작품. 리마스터판의 치트 기능을 쓰지 않았으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 같다.

엔딩곡 Melodies of Life는 명곡이다.

엔딩 본 날 - 2024년 10월 25일

2024-09-27

파이널 판타지 8 PC 리마스터판

옛날에 PS1판을 하다가 지겨워서 중도에 내던진 게임인데, 조금씩 하다가 오늘 PC 리마스터판으로 클리어했다.

리마스터의  3배속, 무적, 인카운터 없음의 기능이 있어서 쾌적했다. 이 치트 기능 없었으면 또 중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주인공 스퀄과 사이퍼의 옷차림이 구려서 넘 갑갑했다. 1999년의 세기말 패션인가.
배경 그래픽은 PS1 시대의 여물지 않은 3D라서 슈퍼패미컴 2D 게임보다 깔끔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땐 와! 했지.

스퀄은 남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폐쇄적인 성격이었으나 리노아 등장 후 변화가 온다.
스퀄과 리노아는 파판 역사상 가장 달달한 커플이 아닌가 싶다. 우주에서 만나는 연출은 명장면이었다.

혹평이 많아서 기대치를 낮추고 했는데도 중반까지 재미가 없었는데, 마녀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부터 다소 재미를 느꼈다.
스토리를 복잡하게 꼬아놔서 난해한 면도 있다.

리노아가 마녀 얼티미시아라는 설도 있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었다면, 충격이지만, 훨씬 인상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혹평 받을 이유가 충분히 있지만, 엔딩까지 갔을 때 나름 감동은 있는 작품이다.

주제곡 Eyes on me는 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