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3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 PC판

5년 전에 XBOX360판으로 엔딩을 봤지만, 추가 요소가 있다고 해서 PC판으로 다시 해봤다.
XBOX360판과 PS3판에 견주어 그래픽이나 조작성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는 아니었다. 한글판이고 모든 캐릭터 음성이 풀보이스로 나오는 건 좋았다.

세계가 왜 멸망했는지, 레플리칸트와 게슈탈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말끔하게 알려주지 않고 추측할 수 있는 단서만 주는 게 아쉽다. 게임 본편만 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고 설정집까지 봐야 반전과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을 개선판에서 다 담기를 바랬는데, 그렇지 못했다.

내용은 씁쓸한 것 투성이. 행복하게 끝나는 에피소드는 드물다. 게임 내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나쁜 쪽으로 끝난다. 내용은 사도물인데, 주인공은 왕도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착하고 정의감 있고. 에밀과 더불어 오글오글한 대사를 해댄다.

추가 요소 중에 비중이 큰 것은 해변 마을의 인어공주 에피소드와 E엔딩 추가다. 인어공주 에피소드는 공포 영화 느낌으로 인어공주가 강력한 보스로 등장한다.

E엔딩은 세이브가 모조리 삭제되는 D엔딩을 보고 난 뒤,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카이네를 동료로 얻는 부분까지 진행하면, 카이네가 주인공인 루트가 시작된다. D엔딩에서 3년 후 이야기라고 한다. 굳이 처음부터 시작하게 할 게 아니라 D엔딩 보고 나면 바로 이어지는 항목을 추가하는 편이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카이네로 신화의 숲에 가면 나무로 위장된 컴퓨터 시스템이 있고, 그곳 보스를 이기면, 카이네와 에밀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 D엔딩에서 희생된 주인공도 살아나고 그때 삭제당했던 세이브 데이터도 복원된다.

원작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엔딩이다. 이것만으로 다시 할 가치는 있었다.

게임에서 무언가를 죽인다는 건 정의로 포장되지만, 이 게임은 거기서 통쾌함을 느끼기보다 죄책감을 들게끔 한 점이 이색적이었다. 그 현실적이면서도 암울한 부분이 내가 이 게임을 좋아했던 이유다.


엔딩 본 날 - 2021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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