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4

니어 오토 마타 PC


플스4가 없기에 PC판이 나와서 고마웠다. 다만, 권장 스펙이 높아서 내 컴에서 풀옵션으로 돌리면 액션 장면이 슬로우모션이라 갑갑했다. 기본 해상도에 비디오 옵션을 최저로 하니 G4400 CPU+램 8기가+HD7700 그래픽카드에서도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고전 게임 위주로 하다가 현세대 게임을 하니 그래픽과 음악, 연출에 무척 감탄했다. 초반에 등장하는 거대 기계 생명체는 위압적이었다.


전작에서 8천년 가까이 흐른 뒤다. 지구에 살던 인간들은 외계인의 침공으로 달로 쫓겨났고, 인간은 달에서 지구로 전투형 안드로이드를 보내서 지구를 되찾으려 한다. 그 전투형 안드로이드 2B가 주인공이다. 끝까지 해보면 2B의 파트너로 나오는 소년 안드로이드 9S가 더 주인공에 가깝지만, 처음엔 2B가 주인공이다. 2B로 엔딩을 보면 2회차 플레이에선 9S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3회차에서 그 이후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RPG에선 여자는 남자의 도움이 필요한 히로인 역할인 경우가 많은데, 니어 오토 마타의 여자 주인공 2B와 A2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작의 카이네도 그랬는데, 시나리오 작가가 좋아하는 여성상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에 전작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에밀이 출현해서 반가웠다. 전작의 암울한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 받아 분위기가 똑같아서 이질감이 없었다. 단지 전작은 중세 배경에 마물들이 적으로 나오는 설정이었고, 오토 마타는 SF 배경에 로봇들이 적으로 나온다는 점이 달랐다.


외계인이 만든 기계생명체가 득실대는 지구에는 인간이 한 명도 없다. 필드를 걸으면 황량하고 적막한 도시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다. 몽환적인 음악도 한몫한다. 전작에 이어 OST는 최고 수준이다. 아련해서 들을수록 빠져든다.
전작은 액션 부분에서 조금 실망스럽다는 평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액션에서도 높은 평점을 받았다. 액션과 그래픽은 전작보다 확실히 파워업되었다. 하지만 난 최저 옵션으로 돌려서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그래픽을 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멸망해버린 세상이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다움을 볼 수 있어서 묘한 감동을 준다. 묘한 까닭은 인간과 가장 먼 존재들이 가장 인간다워서 그렇다. 여기서 인간다움이란 건 휴머니즘뿐 아니라 인간이 되풀이해서 저지르는 실수까지 포함한다.
게임을 하면서 제일 궁금했던 건 기계생명체의 정체였다. 외계인이 인류를 지구에서 몰아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인간처럼 행동한다. 혹시 전작의 게슈탈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로봇이 된 게 아닌가. 외계인이란 존재는 거짓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내 예상은 빗나갔고 반전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 반전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기대했던 반전이 아니기도 했고, 전작의 내용이 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E엔딩을 본 뒤에도 의문이 나는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전작보다는 친절한 편이었다. 전작은 스쳐지나가는 단서를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뭐가 뭔지 알기 어려웠는데, 오토 마타는 비교적 직접적으로 진실을 알려준다.


전작은 네 가지 주요 엔딩을 보려면 같은 장면을 네 번씩이나 봐야 해서 지루하기도 했는데, 오토 마타는 중복이 줄었다. 2회차 플레이에선 주인공이 바뀌어서 시점이 달라지고 3회차는 1, 2주차 내용이 프롤로그로 보일 정도로 아예 새로운 내용이다. 꽤 깔끔한 전개다.

니어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라면 '무의미'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열심히 뭔가를 하지만, 그게 무의미한 일이며,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정의라는 미명 아래 대량학살을 하고도 행복한 결말을 맞는 흔한 RPG와는 전혀 다르다. 죽는 쪽, 패배하는 쪽의 슬픔도 느낄 수 있다. 어른 세계의 매력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무조건 플레이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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