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5

제주도 동쪽 2박 3일 여행

2012년 7월 6일 (금)
회사에서 3일 한도 휴가+펜션과 렌터카를 지원해줘서 떠나게 된 제주 여행. 회사서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했다가 김포공항에서 오후 6시 비행기를 탔다. 부산항공이었는데 기류 탓으로 비행기가 처음에 무척 흔들려서 아내가 무서워했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기내식이 없고 커피와 주스만 제공되었다. 스튜어디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저 웃음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후 제주공항 도착. 지인과 그 남편이 마중 나왔다. 제주도는 난생처음이었는데 제주공항 주변은 열대수가 있어서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가면서 본 도로의 광경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었다. 시골스럽지는 않군.

북타운에 주차된 렌터카를 찾아서 지인 차를 따라갔다. 그리고 우도봉 2호점 횟집에 들어가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회와 초밥 등을 배부르게 먹었다. 헤어져서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해와 달 펜션으로 차를 몰았다. 캄캄한 밤에 운전하는 산길은 적막하면서도 으스스했다.


우리가 묵을 곳은 황토로 지어진 펜션이었는데,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관리를 대충 또는 셀프로 하는 조건으로 회사가 싸게 얻은 거 아닐까 생각한다. TV로 사랑과 전쟁, 유희열의 스케치북 보다가 잠이 들었다.

2012년 7월 7일 (토)

장마철이고 전날 확인한 일기예보에서도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해서 제주 날씨를 기대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박물관 등 실내로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깨서 하늘을 보니 화창했다. 기회다 싶어 오늘은 우도를 가기로 했다. 우선 아침 식사를 하러 민속마을에 있는 정의골 식당에 갔다. 초가집들이 모여 있어서 여기가 비로소 제주도란 느낌이 왔다.



정의골 식당에 들어가 23,000원짜리 흑돼지 양념 불고기 정식 2인분을 시켰다. 양념 불고기에 좁쌀 막걸리, 쑥 빈대떡, 공깃밥, 각종 나물, 꼬마 콜라가 한 상이었는데 반찬이 정갈하고 가격 대비 양도 많아서 만족스러웠다. 쑥 빈대떡이 특히 좋았다. 좁쌀 막걸리는 일반 막걸리보다 좀더 시큼한 맛.


민속마을을 구경하다가 차를 몰고 우도행 배가 오는 성산항으로 갔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성산봉 가는 차들이 많아 막히긴 했지만, 성산항으로 가는 길목은 해안도로가 펼쳐져서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도행 배에 차를 실어서 갈 수도 있었는데 복잡할 거 같아서 차는 성산항 주차장에 두고 몸만 실었다. 배에서 본 바다는 에메랄드색이라 매우 아름다웠다. 가슴이 탁 트였다.



우도에서 내리니 ATV(4륜 오토바이) 빌려주는 가게가 있어서 운전면허증을 맡기고 25,000원에 아내와 같이 탔다. 짧은 안전교육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운전이 어렵지 않았다. 이걸 타고 우도를 쉬지 않고 한 바퀴 돌면 40분 걸린단다. 아내를 뒤에 태우고 ATV를 몰 때는 기분이 최고였다. 맞바람도 기분 좋고 주변에 펼쳐지는 경치가 환상이었다. 차로 다니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다만 엔진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우도 주민분들한테는 미안했다. 우도는 자전거와 전기 자동차만 허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중간중간 좋은 경치 나올 때마다 ATV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가장 좋았던 건 하고수동 해수욕장. 에메랄드 바닷빛 색깔도 예쁘고 물이 어찌나 맑던지 모래 바닥이 다 보였다. 모래 바닥이 부드럽고 수심도 얕아서 가볍게 놀기 참 좋은 곳이다.


가다가 입이 떡 벌어진 곳은 검멀레 해안이었다. 내려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빨리 우도항으로 갔다. 우도 땅콩을 사고 우도를 떠났다. 내가 가본 곳 중에서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1박 하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시간이 남아 성산일출봉으로 갔는데 회오리감자를 20분 이상 기다려서 먹었다. 중국인들 줄이 무척 길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아내가 힘들어해서 아래서 경치만 보고 바로 내려왔다.


그리고 섭지코지로 갔다. 섭지코지는 코스가 힘들지 않아 유유자적 해안 경치를 감상하며 다녔다. 빠져나오는 도로 사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갱이죽을 먹고 싶었는데 영업시간이 끝나서 고깃집인 푸른제주로 갔다. 흑돼지 오겹살을 맛있게 먹고 펜션으로 돌아가서 잠을 잤다.



2012년 7월 8일(일)

비 온다더니 오늘도 날씨는 화창.


오전 12시까지만 영업한다는 맛나식당에 가서 갈치조림을 먹었다. 1인당 9천원에 양도 푸짐하고 양념이 맛이 있다. 하지만 식당 안의 대가족 단위로 온 사람 중 하나가 가게 할머니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좀 그랬다. 할머니가 접시도 잘 안 갖다주고 좀 무뚝뚝하게 대해서 마음이 상한 것 같다. 나름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젊은 사람이 할머니한테 거칠게 말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그 다음, 혼인지로 가서 기분 좋게 산책을 한 뒤, 짐을 챙겨 펜션을 나왔다. 그 다음에 다희연에 가서 차(茶) 박물관 구경하고 우리나라 최초라는 동굴 카페에 가서 녹차라떼와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동굴 카페는 시원하고 이색적이어서 좋았다.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으면 대박 나지 않을까.


전기 자동차를 빌려서 5만 평 부지의 녹차밭을 감상한 뒤, 도그랜드에 가서 개들을 보았다. 우리집 개 닮은 개도 있다. 개들 구경해서 좋긴 한데 개들과 별 상관없는 건물모형, 안내판과 다른 개를 우리 안에 넣는 등 세밀한 부분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3시 50분쯤 친구 집 가서 집과 감귤밭 구경하고 함께 아구찜을 먹은 다음, 제주공항으로 가서 밤 8시 25분 티웨이 항공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만족스러운 제주 여행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