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24

레슬볼


메가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을 당시, 가장 재미있게, 오래 즐겼던 스포츠 게임을 꼽으라면 바로 레슬볼입니다. 잡지 <게임월드>에서도 분석을 해줘서 알려졌지요. 2019년 9월 19일에 발매된 메가드라이브 미니에도 이 게임이 수록되었습니다.

'레슬볼'은 '레슬링'과 '볼'을 합친 말로, 격투 기술이 허용되는 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경은 미래입니다. 


4쿼터 시합에, 공을 골 벽에 맞추면 1점(골), 공을 잡고 골라인을 통과하면 3점(터치타운)을 얻는데, 공은 미식축구처럼 발로 차도 되고, 잡고 달려도 됩니다. 단, 상대 선수를 후려치거나 발길질하는 것도 허용이 되어서 공을 뺏기 위해 엄청난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당시 기준으로 꽤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었고, 한 쿼터 끝날 때마다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배경음악 또한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고를 수 있는 팀은 8개였는데, 미국은 권투, 일본은 가라데, 러시아는 삼보... 등 나라마다 베이스 무술이 있는 것이 이채로웠습니다.


한국 태권도팀도 있었는데, 일본이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능력치가 형편없었습니다. 최약체인 남코 팩맨팀보다 좋은 정도예요. 그러면서 가라데를 쓰는 일본팀은 미국 다음의 강팀으로 해놨네요.

1인용으로 하면 모든 팀과 차례로 대전하게 되는데, 이길 때마다 보너스 포인트를 받아서 그걸로 선수들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 덕에 약한 한국팀이라도 막판에 가까워질수록 전력이 상승합니다.

능력치는 파워, 체력, 스피드, 슛 정확도 등을 높일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스피드입니다. 스피드만 빠르면 상대 선수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쉽게 골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8개 팀을 다 이기면, 태국의 무에타이팀, 일본의 스모팀 등 더욱 강력한 팀들이 나옵니다.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2를 보는 것 같군요. 새로운 팀이 나왔을 때 우왓! 하고 놀란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 동생, 친구 셋이서 각각 두 팀씩 골라서 월드컵 방식으로 매주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실력이 일취월장했죠. 당시 정식 레슬볼 대회가 있었다면, 우리가 다 휩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기억나는 건, 제가 약체 한국팀을 가지고 동생의 최강 미국을 1대0으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키며 예선1위로 결승까지 간 겁니다.
결승에선 다시 만난 미국팀한테 0-4 대파를 당했지만, 사실 2인용 대전에서 최강 미국을 이기기란 무척 어려웠기에 선전했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대회에선 전력으론 중위권인 브라질팀으로 결승에서 친구의 미국을 1대0으로 꺽고 우승해서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훗날 남코 게임 모음집인 플스1용 <남코 앤솔러지1>에 리메이크되어서 수록됩니만, 어설픈 3D 오프닝에 이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원작에 있던 애니메이션이 삭제되어서 실망했습니다. 전 원작이 좋네요.


당시 저한테 레슬볼은 최고의 스포츠 게임이었습니다.

댓글 2개:

  1. 좀 딴소리지만, 남코 게임은 오다인, 페리오스등과 같이 등장하는 누님이 이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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