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

마수왕

슈퍼패미컴이 저물기 시작한 1995년에 나와 높은 완성도에도 묻혀 버린 횡스크롤 액션 게임.

마왕의 부활로 인류가 멸망하고, 지상이 지옥처럼 변한 가운데, 주인공 아벨은 마왕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마굴로 쳐들어간다.


인간들이 감금당하거나 고문당하는 모습, 여성형 괴물을 잡아먹는 장면 등, 슈퍼패미컴에선 보기 드문 잔혹한 연출이 나온다.

각 스테이지의 보스를 쓰러뜨리고 얻는 크리스탈 색상에 따라 주인공이 변신할 수 있는 마물의 종류가 달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변신 형태에 따라 스테이지 공략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전략적 재미가 있다.

슈퍼패미컴의 회전·확대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보스가 인상적이며, 엔딩도 두 가지로 나뉘는 등,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발매 시기상 쟁쟁한 경쟁작들에 밀린 데다 개발사가 소규모라 홍보가 부족해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한국어 패치도 나왔는데, 딸의 음성 대사까지 우리말 녹음으로 교체해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22일

2025-11-17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2 이루와 루카의 신기한 열쇠

게임보이와 플스1으로 나왔던 게임의 3DS 리메이크작.
3D 그래픽으로 바뀌었고, 신규 요소가 추가되어 원작을 해본 사람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전투 시스템은 드퀘 로토 삼부작 HD-2D 리메이크보다 이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일단 전투가 랜덤이 아닌 심볼 인카운트고, 아군의 행동이 다 보인다.

또한, 거대 몬스터가 필드나 던전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도트 시절엔 느낄 수 없는 박력을 준다.

몬스터 수는 드퀘10의 몬스터까지 들어가서 대폭 늘었다.

스토리는 드퀘 본편에서 자주 나왔던 전개 방식인데, 호리이 유지가 쓴 각본은 아니라서 특유의 센스는 빠져 있다.
굴곡 없는 왕도물이라 스토리보다는 몬스터 육성과 전투에 비중을 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엔딩 이후에는 추가 스토리가 열리며 강력한 보스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드퀘4의 에스타크도 나오는데, 적이 아닌 아군이고, 버전업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파고들기 요소가 많은 편이라 길게 하면 100시간도 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17일

2025-11-01

드래곤 퀘스트 2 HD-2D 리메이크

드퀘2는 슈퍼패미컴판과 게임보이판으로 해봤지만, 이번 리메이크는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각 인물의 서사가 대폭 보강되면서, 원작에서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동기와 성격이 훨씬 또렷해졌다.
오케스트라 버전의 BGM은 예술.

그리고 운좋게 ‘용사’로 태어나 고귀한 취급을 받는 걸 꼬집는 대사가 나오는데, 완전무결한 영웅상을 의심하는 요즘 시대의 감수성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고전 드퀘의 시스템이 지금하기엔 불편하고 힘들어서 여러 편의 기능을 넣은 건 좋은데, ‘무적 모드’는 선을 넘은 감이 있다. HP가 절대 0이 되지 않으니 방어력 성장도, 회복 아이템도 필요 없어져 게임성이 사라진다.

가장 주목할 추가 요소는 사말토리아 왕자의 여동생이 동료 합류다. 왕자가 병으로 쓰러지는 게 여동생이 정식 동료로 합류하는 계기가 된다. 대사가 많아 비중이 꽤 높다.

12살에 세상을 구하러 싸운다. ㅋ 오빠와 같은 용사의 핏줄이니 그런 특권이 있다.

엔딩 이후엔 추가 요소를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보스가 나오는 듯.

신규 팬이 유입될 만큼은 아니지만, 과거 드퀘2를 재밌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옛 추억에 새로운 살을 덧붙인 이 버전을 즐길 가치는 충분하다.


엔딩 본 날 - 2025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