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용과 같이 제로

야쿠자는 결국 조폭이고 삥뜯어 사는 부류인데,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의리 있고 정의로운 사람처럼 묘사된다. 비슷한 게임인 GTA5의 경우, 주인공들은 그냥 나쁜 놈들이었다. 어떤 치장도 없었다.

이왕 조폭물이면 어중간하게 착한 척 하지 말고 성인 대상으로 막 나가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여기 주인공은 판타지다. 깡패나 양아치를 패기만 할 뿐, 돈을 갈취한다든가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불쌍한 사람을 돕기까지 한다. 이런 야쿠자가 어딨느냔 말이다.

폼은 또 더럽게 잡는다. 이 게임의 야쿠자들은 스스로  극도(極道, 고쿠도)라 칭하며 미화하는데, 그 단어 나올 때마다 오글거렸다.

전투는 액션이지만, 길거리에선 랜덤 인카운트라 성가셨다. 스토리는 시리즈 중 정상급이라는 평이지만, 너무 우연이 겹치고 악독하던 적들이 얻어맞고 감화되는 장면에 공감이 안 갔다. 비밀이나 반전도 예측 가능했다.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조폭 이야기일 뿐이다.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삼류 영화가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GTA5와 견주면 어설픈 부분이 많이 보이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 거리의 묘사다. 실감 나게 잘 되어 있다.

1988년 배경인데, 변화가 적은 일본답게 요즘 거리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도쿄와 오사카가 배경이고 일부 지명은 살짝 바꿨다.

게임에서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실제 일본에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시리즈를 처음 해보고 놀랐던 부분이다. 일본 관광을 간접적으로 하는 것 같아서 다른 거슬리는 점에도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엔딩 본 날 - 2024년 11월 24일

2024-11-15

드래곤 퀘스트 III HD-2D Remake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으로 한 지 약 20년 만에 다시 해서 감개무량했다. 발매 소식 보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나오자 마자 시작해서 폭풍처럼 달렸다.

주인공 성별 선택이 남녀가 아닌 A, B로 바뀌었다. PC주의가 강한 서양 기준을 충족하느라 바꿨다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성은 남성이고 여성은 여성이지 그런 명확한 부분까지 굳이 흔들어놔야 하나.
B의 여성성이 강하지 않아서 난 남자인 줄 알고 잘못 선택했다.

쉬운 난이도에선 필드든 던전이든 갈 곳을 다 표시해줘서 원작과 달리 헤맬 일이 없다. 스트레스 안 받아 좋은 면도 있었지만, 너무 쉬워서 성취감은 떨어졌다. 단서를 조합해 목적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게 하는 게 RPG인데, 친절하게 다 알려주고 대사 기억 기능도 있으니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슈퍼패미컴판에 견주어 추가 요소가 많지는 않은데, 주인공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더 들어갔다.
어머니도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원작에서 내 상상으론 홀로 아이를 키우지만 밝게 사는 여성이었는데, 여기선 남편을 잃은 슬픔을 견뎌온 목소리였다.

옛날 게임에선 모자른 부분을 내 상상으로 채웠지만, 요즘 게임들은 명확해진 묘사로 그런 재미는 사라진 게 아쉽다.

로토 삼부작은 캐릭터의 개성과 스토리성은 약하지만, JRPG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3편은 1, 2편을 대폭 확장해서 시리즈 마지막편다운 볼륨을 선보인다.

엔딩 이후 쿠키에는 드퀘2의 보스 하곤이 살짝 등장하고, 추가 던전은 슈퍼패미컴판과 같은 것 같다.

현재 눈높이로 보면 평가가 좋을 순 없겠지만, 원작이 1988년 작품이고 JRPG를 확립한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추억이 있는 사람에겐 보석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