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9

빅쿠리맨 월드 한글판

빅쿠리맨 월드는 1987년에 8월에 오락실용으로 나온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일명 원더보이 2)를 허드슨이 그해 10월 PC엔진용으로 이식해서 발매한 게임이다.

다만, 세가가 원더보이 상표권을 풀어주지 않은 모양인지 그대로 내지는 못하고 제목과 캐릭터를 빅쿠리맨 세계관으로 바꿔서 냈다.

빅쿠리맨은 일본 롯데가 1977년에 만든 캐릭터로 자사의 초코 웨하스에 캐릭터 스티커를 동봉해서 팔았다. 1988년 한국 롯데에서도 수리수리 풍선껌에 넣어 판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나도 사 모은 기억이 있다.

원더보이 2는 오락실의 초인기작이었다. PC엔진의 빅쿠리맨 월드가 원더보이 2 이식작이었다는 건 그땐 몰랐다. 알았다면 1990년 즈음에 PC엔진을 엄청 갖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만큼 원더보이 2는 명작이었다.

주인공과 적 캐릭터가 바뀌었지만, 원작과 게임성은 비슷했다. 다만, 원작의 숨겨진 고액 짤짤이가 PC엔진판에선 꽤 삭제되어서 장비 사는 데 돈이 부족할 수 있다.

막판의 미로는 길을 알지 못하면 헤매다가 제한 시간 넘겨서 죽을 수 있다. 공략도 없던 시절에 오락실 게이머들은 어떻게 끝까지 갔는지 신기하다. 난 공략을 보고 겨우 끝판왕 가는 길을 찾았다.

금방 사라지는 벽돌을 밟고 연달아 위로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내 게임 컨트롤러의 십자키가 빡빡해서 수 없이 실패했다.
올라가다 한 번이라도 헛디디면 처음부터 다시 올라가야 한다.

끝판왕은 중간에 루비 아이템을 얻고 오지 않으면 클리어가 어렵다. 루비가 있으면 싸움 시작 전 끝판왕의 체력을 줄여주고, 몇 번 때리면 본 모습을 드러나게 할 수 있다.

원작의 끝판왕은 메카 드래곤이었는데, PC엔진판은 할아버지 보스라 멋지진 않다.

엔딩은 스태프롤 없이 제우스 대사만으로 끝나서 허무했다. 혹시 롬이나 에뮬의 문제로 끝에서 멈춘 게 아닐까 해서 유튜브로 찾아보니 이게 끝 맞았다.

PC엔진판도 그렇고 세가마크시스템판도 그렇고 원작의 엔딩을 다 생략해버렸다.
80년대 나왔다지만 너무 성의가 없다. 그나마 세가마크시스템판은 오리지널 스테이지라도 있었다.

빅쿠리맨 세계관으로 바꿔서 냈기에 뭔가 원작과 다른 추가 요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거 없었고, 단순히 캐릭터만 바꾼 게임이었다.
원더보이 2는 역시 원작 아케이드판으로 하는 게 제일 낫다고 본다.


엔딩 본 날 - 2024년 8월 19일

2024-08-17

닌자 가이덴 세가마스터시스템판

테크모의 닌자용검전은 북미와 유럽에 출시할 때 제목을 Ninja Gaiden(忍者外伝)이라고 했다. 

그 제목으로 나온 닌자용검전 관련작이 세가마스터시스템(삼성겜보이)에도 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닌자용검전을 좋아했던 난 바로 해봤다.

테크모가 라이센스만 내주고 개발은 SIMS가 하고 발매는 1992년 세가가 했다. 일본에는 발매하지 않고 해외에만 발매했는데, 삼성에서도 정식 발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패미컴 닌자용검전과 같은 류 하야부사가 주인공이지만, 닌자용검전 스토리와는 관련 없는 외전 취급이다. 그러나 악당에게 동족을 잃고 복수하러 간다는 전개는 비슷한 면이 있다.

악의 세력에게 주인공의 고향 마을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신성한 힘이 깃들었다는 두루마리 부시도(武士道)를 빼앗긴다.
주인공 류가 복수하고 두루마리를 되찾으러 간다는 스토리.

일본엔 발매 안 하고 서양에만 발매된 게임인데, 제목이 한자로 크게 나온다.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컷신이 나오는데, 패미컴 닌자용검전처럼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정지 화상이었고, BGM도 그저 그랬기 때문이다.

스테이지1은 보스전까지 쫄따구가 단 한 종류만 나와서 단조롭게 느껴진다. 타격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움직임은 가볍고 점프 체공시간이 길다. 벽을 차서 반대쪽으로 점프할 수 있으며, 나무 등을 잡고 올라갈 수 있다. 이를 잘 이용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

무기 시스템 등은 패미컴 닌자용검전과 비슷하다.
일방통행 진행이긴 한데, 뒤로 갈 수도 있다.

닌자, 사무라이 등 왜색의 적이 많이 등장한다. 히로인은 일본 기생 게이샤인데, 이름 없이 게이샤라고만 나온다.

미끌미끌한 얼음 스테이지도 있고, 세밀한 점프 실력을 요구하는 구간이 있어서 뒤로 갈수록 까다롭다.

첫인상은 밋밋해서 좋지 않았는데, 해보니 적도 다채롭고 보스들도 개성이 넘쳐서  1992년 기준으로 괜찮은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체적으론 패미컴의 본가 시리즈보다 낫다고 할 순 없지만, 세가마스터시스템의 그래픽 성능을 살려서 패미컴보다 좀 더 나은 색감을 보여준다.

최종 보스인 사무라이를 물리치면, 해골바가지가 공중에서 공격해오고 이를 또 물리치면, 엔딩이 시작된다.

해골 보스는 터미네이터처럼 I'LL BE BACK이란 대사를 남긴다. 오마주인 듯.

일본 발매를 안 해서 인지도는 낮지만, 해외에선 세가마스터시스템 게임 베스트10에 들었을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고 한다.

1992년 당시 나에게 삼성겜보이 실기와 롬팩이 있었다면, 닌자용검전 못지않게 빠져서 재밌게 했을 게임으로 보인다.


엔딩 본 날 - 2024년 8월 17일

2024-08-12

파이널 파이트 가이 한국어판

슈퍼패미컴판은 적이 동시 3명 나오는 게 고작이고, 스테이지 하나도 잘려서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코디가 안 나오는 가이 버전의 엔딩이 궁금해서 해봤다.

진 엔딩을 보려면 가장 어려운 Expert 모드로 해야 한다고 하는데, 옵션이 안 보인다. 타이틀 화면에서 L과 SELECT 버튼을 누르면서 Start 버튼을 누르면 옵션 화면이 나온다.

메가CD판을 한 뒤, 이걸 해서 싱겁기는 했다. BGM이야 MSU1 패치로 CD음원을 듣는 방법이 있지만, 기본적인 그래픽이 떨어진다. 그나마 메가CD판보다 연타 속도는 미세하게 빠른 것 같다.

적이 3명까지만 나오니 둘러싸이는 일이 줄어서 쉽긴 했는데, Expert 모드에선 적에게 받는 데미지가 커서 최대한 덜 맞고 다녀야 한다.

슈퍼패미컴판에는 일시적으로 무적이 되는 아이템이 있다. 제시카 모양의 아이템이다.

코디가 안 나오는데, 제시카하고 엔딩은 어찌 처리될까 궁금했다. 가이를 제시카가 뒤쫓는다. 코디가 남자친구이면서 가이에게 관심을 갖는 건가? 하지만, 외면하고 가는 가이.

스탭롤 끝나고 짜리몽땅 캐릭터로 코디, 가이, 제시카가 등장해서 원래 엔딩을 재현한다. 다른 점은 코디와 제시카가 껴안고 있는 모습을 아버지 해거가 본다는 거.

이식 수준은 좀 떨어지지만, 이식작 중 슈퍼패미컴판이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당시엔 인기를 끌었다.

가이 버전이 나올 시점엔 파이널 파이트 인기도 내려가서 우리나라에선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차라리 처음 이식작에 해거를 빼고 코디와 가이만 내놓았으면 좀더 나은 평가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엔딩 본 날 - 2024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