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9

신 열혈경파 쿠니오들의 만가 (한글판)

1994년 알마닉이 개발하고 테크노스저팬이 유통한 슈퍼패미컴용 게임.
테크노스저팬이 직접 만든 게임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작들과는 그래픽부터 다르고, 소년원이 등장하는 등, 내용도 심각해졌다. 코믹 요소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쿠니오와 리키는 누군가의 음모로 뺑소니 교통사고를 냈다는 누명을 쓰고 소년원에 들어간다.

소년원에 수감된 고등학생이 간수를 폭행하고 탈옥하는 초반부 내용은 열혈 시리즈답지 않게 과격하다.

일직선 진행이라 전작 <초대 열혈 경파 쿠니오군>  같은 길찾기가 없어서 편하다. 다만 RPG 성장 요소가 사라져서 특징 없는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답답했던 전작보다는 단순해져서 진행이 쾌적하다.

쿠니오와 리키의 여자친구 미사코와 쿄코가 등장하고 그들을 셀렉트 버튼으로 바꿔가며 쓸 수 있다.

중간에 세 번 정도 나오는 오토바이 질주 스테이지는 너무 길어서 지루하기만 했다.

스토리는 진부하다. 90년대라도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 망했을 것이다. 뺑소니 누명을 씌운 흑막을 쓰러뜨리고 엔딩.

이 게임이 나온 1994년부터는 불량 청소년 미화 게임을 한국 대중들도 비판하기 시작한다. 패미컴 열혈 시리즈처럼 개그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 그랬다.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스토리가 재밌지도 않다.

팀무풍의 한국어화는 훌륭하다

슈퍼패미컴 전성기에 테크노스저팬은 패미컴 시절의 열혈 시리즈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점점 사세가 기울었다.

이 게임 제목의 만가(挽歌)는 테크노스저팬을 향한 장송곡이 되고 말았다.


엔딩 본 날 - 2024년 7월 29일

초대 열혈 경파 쿠니오군

1992년 테크노스저팬이 발매한 슈패패미컴용 게임.
패미컴의 다운타운 열혈 이야기의 계승작으로 적을 물리치면 경험치를 얻어 성장하고 기술이 추가되는 RPG 요소가 있다.

코믹했던 패미컴용 열혈 시리즈와 달리 초대 열혈 경파의 5등신 캐릭터로 바뀌어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개인적으론 패미컴의 짜리몽땅 캐릭터들이 귀여워서 좋아했기에 바뀐 그래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이 1992년 당시 이 게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였다.
실제로 게임은 어떤지 궁금해서 뒤늦게 해본다.

스토리는 오사카로 수학여행 온 쿠니오 일행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수학여행이라고 하는데, 인솔하는 교사도 없고, 왜 쿠니오 일행만 기차 타고 와서 호텔로 직행하는지는 설명이 없다).
실제로 몇 번 가봤던 난바, 우메다, 신사이바시 등이 배경이라 친숙했다.

90년대 당시 만화나 게임에서 학교 폭력 소재는 중고생들이 열광했다. 당시 남학교에선 싸움 실력이 곧 권력이었고, 캡짱을 동경하는 아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쿠니오라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일진을 미화하지만, 실제 불량 청소년은 약한 애들을 괴롭히고 삥 뜯는 게 일상이었다.
뭐, 게임이니까 하나의 세계관으로서만 받아들인다.

전작인 열혈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액션이 메인이지만, 일본어를 모르면 장비 선택도 힘들고, 길찾기도 어려워서 초반부터 막히기 쉽다.
한국에선 언어 장벽 탓에 인기작으로 올라서기엔 한계가 있었다.

아쉽게도 게임은 쾌적하지 못했다. 메뉴창 불러내는 속도가 느리고 조작성도 뭔가 답답하다. 레벨이 오르면 기술이 다양해지지만, 동작들이 빠르지 않아서 템포가 느리다.
가장 짜증나는 건 NPC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걸어와서 이동하는 데 시간을 다 잡아먹는다.

길도 생각보다 복잡해서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를 얻기까지 헤매기 쉽다.

스토리는 진부하다. 딱히 곱씹을만한 요소는 없다. 그다지 호감 가지 않는 그래픽과 더불어 인상이 그리 좋은 게임은 아니었다. 이렇게 만들기보다는 패미컴 그래픽을 이어받아 열혈 이야기 2를 만드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엔딩 본 날 - 2024년 7월 29일

2024-07-27

리턴 오브 더블 드래곤

1992년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더블 드래곤 시리즈의 4번째 작품.
패미컴용 더블 드래곤 2, 3편을 재밌게 했기에 이 게임도 기대했는데, 그래픽이 끌리지 않아서 당시 넘겼던 게임이다.
평이 안 좋던데, 이유가 궁금해서 해봤다.

일단은 속도감이 떨어지고 동작이 부드럽지 못하다. 개조 패치를 적용하면 좀 빨라져서 낫긴 하다.

기술은 약 20종류로 다채롭다. 막고 때리고 적을 잡아채서 머리를 가격하거나 던질 수 있다. 버튼을 누른 채로 있으면 게이지가 차고 용미람풍각 같은 필살기도 구사할 수 있다.

게임은 단조롭다. 비슷한 적이 반복해서 나오고 전작처럼 함정도 없다. 스토리 설명이 없어서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게임 롬의 데이터 상에는 스토리 데모가 있다는데, 무리하게 서둘러서 발매하는 바람에 쓰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스테이지7이 마지막이고 최종 보스는 듀크다. 카리스마가 없어 보여서 설마 이게 끝판왕인 줄은 몰랐다. 쓰러뜨리면, 아무 대사 없이 바로 엔딩으로 넘어간다.

엔딩은 검은 화면에 글자만 나오는 스탭롤이 전부다. 해외판은 그나마 텍스트 몇 줄 나온다는데, 일본어판은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허무한 엔딩이다.

미완성으로 냈다는 인상이 짙다. 망겜으로 인정한다.

엔딩 본 날 - 2024년 7월 27일

2024-07-25

드퀘와 파판의 짬뽕 <드래곤 판타지 2>

드래곤 판타지 2는 RPG쯔꾸르2000으로 만들어진 인디 게임이다.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의 세계관을 결합시켜서 절묘하게 버무린 RPG라 할 수 있다.

일본 2ch에서 재밌는 무료 RPG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게임 제목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픽이 드래곤 퀘스트 6 스타일이라 위화감 없어서 호기심에 해봤다.

게임은 일본 CLONE GAME PARTY 사이트에서 내려받았는데, 한글 윈도우 11에서 실행하려면 아래 파일들을 설치해야 했다.

-RPG 쯔꾸르 RTP(런타임 패키지) : 쯔꾸르 게임 실행용 파일
-Locale Emulator : 한글 윈도우에서 일본어 게임 실행할 때 필요

그리고 이 게임은 저해상도 4대3 비율이라 와이드 모니터에서 비율 유지된 전체 화면으로 즐기려면 Magpie란 툴을 켜고 alt+F11을 눌러야 했다.

주인공은 드래곤 퀘스트 4 주인공이다. 남녀 성별 선택할 수 있다.

초반에 신시아가 나오길래 드퀘4 스토리로 진행되는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주인공이 드퀘2 주인공이 나오는 꿈을 꾸다 깨어나자 어머니로부터 넌 로토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이라는 얘기를 듣고, 마왕 토벌을 목표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마왕을 물리치려면 크리스탈 4개를 모아야 한단다. 파이널 판타지의 그 크리스탈이다.

그래픽은 슈퍼패미컴 스타일인데, NPC나 건물은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스타일이 혼재했다.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린다.

기본 그래픽은 드퀘에 가깝지만, 전투는 파판의 사이드뷰이고, ATB 시스템까지 적용되어 있다. 랜덤 인카운트 방식이지만, 적 조우율이 그리 높지 않고 도망도 쉬워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드퀘와 파판 시리즈의 모든 BGM이 나온다. 시작할 때 전투 화면과 필드 화면에서 어떤 곡을 쓸지 지정할 수도 있고, 그냥 랜덤으로 해놓으면 매번 바뀐다.

이 게임은 드퀘와 파판 전 시리즈의 등장인물이 총출연한다. 2023년에 나온 R5 패치 기준으로 드퀘 1~12, 파판 1~15 그리고 외전작들의 등장인물들을 동료로 쓸 수 있다.

파판7과 드퀘8부터는 3D 그래픽이었는데, 모두 슈퍼패미컴 스타일로 등장인물이 그려져 있다.
파판9의 지단, 파판7의 클라우드, 에어리스, 드퀘11의 마르티나, 파판10의 유우나 등등...

스토리는 파이널 판타지보다는 드래곤 퀘스트 쪽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원작을 살짝 비틀거나 섞은 내용이 많다.
가령 드퀘5 유령성에 잠입하는 인물이 드퀘5의 비앙카가 아니라 드퀘7의 마리벨이라든가...

드퀘4의 데스피사로 이야기는 원작과 비슷하게 재현되는데, 물리치면 데스피사로를 동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데스피사로를 동료로 영입하면, 드퀘8의 제시카가 자기 오빠는 마물에게 살해당했는데, 마물들의 왕하고 같이 다닐 수 없다며 파티에서 나가버린다.

스토리는 방대하지만, 그렇게 깊이 있는 편은 아니다. 이벤트는 많은데 단발성이며 짜깁기 느낌이 강하다. 물론 그 짜깁기도 이 시리즈에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만들었음이 느껴진다.

스토리보다는 친숙한 드퀘와 파판 배경에서 수십명에 달하는 드퀘와 파판의 캐릭터들을 찾아 성장시키고 숨겨진 아이템과 소환수를 찾는 데 재미가 있다.
파고들 요소가 많다.

끝판왕은 파판5의 최종 보스 네오 엑스데스.
물리치면 각 캐릭터의 후일담을 담담하게 보여준 뒤,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고 끝을 맺는다.

난 동료를 다 모으지 못하고 끝냈는데, 엔딩에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엔딩을 보고 클리어 데이터를 저장하면, '강하게 뉴 게임' 모드가 생겨 레벨과 무기를 이어받은 채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RPG쯔꾸르로 만들었다지만, 옛날 슈퍼패미컴 RPG 수준을 뛰어넘는 완성도였다. 슈퍼패미컴 전성기에 드퀘5, 6과 파판4, 5, 6의 팬이었다면, 이 게임도 만족할 것이다.


엔딩 본 날 - 2024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