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9

여신천국

1994년 NEC가 발매한 PC엔진용 미소녀 RPG. 원래 일본 게임 잡지에 독자 참여 기획물로 연재되다가 게임, 애니, 라디오 드라마로 나왔다고 한다.
1994년 당시 게임 잡지에서 보고 구미가 당겼으나 금세 잊어버렸던 작품이었다. PC엔진 말기에 나온 RPG이니 어느 정도 완성도는 있을 테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해봤다.

언뜻 보면 예쁜 그림체인데, 오프닝을 보면 구도에 따라 캐릭터가 살짝 밉게 나와 B급 그림처럼 느껴진다.

파라다이스 세계에 성녀신학원이라는 여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여신을 양성하는 학교로 전교생 중 특출난 능력의 여학생 4명이 성여신으로 지명되어 진정한 여신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학교에 린린이라는 여신후보생이 온다.

린린은 오자 마자 학교가 보관하고 있던 여신 수정구(일명 메가Q) 4개를 갖고 놀다가 멀리 날려보내는 대형 사고를 친다.
한편 이 메가Q를 어둠의 여신들이 사욕에 쓰기 위해 노리고 있었다.
주인공 린린은 성여신 4명과 함께 흩어진 메가Q를 모으러 모험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어둠의 여신들과 계속 부딪치게 된다.

주인공 린린은 이름도 복장도 확실히 중국계로 보인다. 90년대는 홍콩 영화가 강세였고, 당시 일본 애니에서 차이나 드레스 입은 캐릭터가 흔하게 나왔으니 특별한 건 아니었다.

사건은 린린의 푼수짓 때문에 벌어진 것이고, 그걸 수습하러 가는 이야기다.

시작할 때 플레이어 이름을 입력하는데, 그 캐릭터가 그나마 기억될만한 남성 캐릭터이고, 이마저도 조연으로 짧게 등장한다.

주인공 일행부터 적까지 거의 여성 일색이다. 그래서인지 여학생들의 텃세나 괴롭힘도 소재로 나온다.

여신후보생들답게 전투는 마법으로 싸운다. 여러 곳에 있는 꽃을 조사하면 요정이 새 마법을 가르쳐준다.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 3와 비슷한 사이드뷰다. 파티는 4명 구성이고 주인공을 제외한 3명은 성여신 4명 중에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전형적인 JRPG인데, 확실한 차별점이라면, 여주인공들의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게에서 옷과 장비를 사서 피팅 룸에서 입힐 수 있다. 옷 조합에 따라 바로 캐릭터 모습에 반영되는 점이 재미있다. 귀엽게 예쁘게 또는 야하게 옷을 입힐 수 있다.
이 게임 최고 마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CD롬 게임답게 영상과 음성이 꽤 들어가 있다. 중간에 노래방도 나와서 주인공 일행이 노래 부르는 장면도 있다.

액션 게임은 아니지만, 점프를 해야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게임의 분위기는 심각한 게 하나도 없고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다. 아군도 적도 다 푼수처럼 나사가 빠져 있다. 개그 만화 같은데, 막 웃기는 건 아니고, 어이 없는 정도다.

복잡한 구간이 별로 없고 길지 않은 편이라 레벨만 꾸준히 올리면 누구나 깰 수 있다. 어둠의 여신 일당을 다 물리치고 메가Q 4개를 되찾으면 끝~
모든 의상을 모으면, 엔딩이 살짝 달라진다고 한다.

아쉬운 건 미소녀가 잔뜩 나오는데도 PC엔진다운, 아슬아슬한 수위의 장면이 기대만큼은 안 나왔다는 점, 스토리에 깊이나 굴곡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RPG로서 무난한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4년 2월 29일

2024-02-28

최후의 인도 PC엔진판

1988년에 오락실용으로 나왔던 게임을 1990년 아이렘이 PC엔진 휴카드용으로 이식했다. 한국 오락실에서도 특유의 요사스런 분위기와 멋진 액션으로 인기를 끌었다.

에도 막부 말기, 닌자 군단에게 부모를 살해당한 늑대 소년이 인간으로 변해 복수하러 간다는 스토리. 제목에서 인도(忍道)의 뜻은 '닌자의 길'이라고 한다.

살인적인 난이도로 오락실에서 악명이 높았다. 3스테이지 이상 구경해본 사람이 드물 정도.
PC엔진판은 원작의 아케이드 모드 이외에 PC엔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PC엔진 모드에서는 한 방만 맞아도 죽었던 원작과 달리 라이프제를 채택해 쉬워졌다.

오락실판보다 생략된 부분이 있고, 사운드도 살짝 떨어지지만, 다중 스크롤 같은 연출은 제대로 재현하여 이식도는 높은 편이다.

셀렉트 버튼로 무기를 선택할 수 있고, 상당히 높이 점프할 수 있어 긴 체공시간을 맞볼 수 있다. 옵션으로는 분신이 있는데 주인공과 똑같은 모습으로 동작과 공격도 그대로 따라하는 분신을 2명까지 달고 다닐 수 있다.

끝판왕을 물리치면, 지금까지 물리친 보스들과 엔딩 크레딧을 보여주고, 복수를 끝낸 주인공은 다시 늑대로 돌아간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의 그래픽,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타격감에 멋진 BGM이 조화를 이루는 명작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4년 2월 28일

스타 파로저

1992년 허드슨이 PC엔진CD로 발매한 슈팅 게임. 당시 게임 잡지에서 스크린샷을 보고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었다.

코나미의 파로디우스를 영향을 받은 듯, 자사의 인기 게임 스타솔저를 패러디했다. 스타솔저의 주역 전투기를 개조한 파로 시저를 비롯해 봄버맨, PC엔진을 고를 수 있다. 적들도 허드슨 게임에서 봤던 캐릭터가 다수 나온다.

게임 잡지에 실렸던 오프닝 화면은 기체 출격 직전의 모습이었다. 당시 이게 멋지게 보여서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슈퍼 스타솔저에서 물리쳤던 보스, 마더 브레인의 세포가 행성 파로손을 침공하고, 지구 수호대가 이를 저지하러 간다는 스토리.

세 가지 주인공 중 어느 것을 골라도 스토리에 변화는 없다. 난 친숙한 봄버맨을 선택했는데, CD를 공격 무기로 쓰는 PC엔진도 재미있다.  

끝판왕의 양팔을 파괴한 뒤 나오는 아이템을 먹으면 보너스 스테이지로 가는데, 소녀의 세미누드를 볼 수 있다.

진 엔딩은 제일 어려운 超〜すげえぜ(엄청 대단해)를 골라서 깨야만 볼 수 있는데, 옵션 테스트 항목을 0A로 해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걸 모르고 해서 평범한 엔딩을 봤다.

파로디우스와 달리 시리즈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발랄한 분위기를 살린, 완성도 높은 슈팅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4년 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