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9

레트로플래그 클래식 2.4g 컨트롤러 M

레트로플래그의 클래식 2.4g 컨트롤러 M입니다. 세가 메가드라이브 6버튼 패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무선 컨트롤러이지요.

8BitDo의 M30 2.4g 컨트롤러를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서 하나 더 사둘까 하다가 이게 보여서 구했습니다.

레트로플래그는 고전 게임 콘솔 케이스나 주변기기 등,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곳입니다. 여기서 나온 메가드라이브 패드 USB 유선 버전이 꽤 좋은 조작감으로 평판이 좋았기에 무선 버전도 좋으리라 예측했습니다.

개봉하면, 본체, USB선, 2.4g 무선 리시버,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세가 메가드라이브 6버튼 패드와 흡사하나 다른 점은 SELECT와 L, R 버튼이 추가되었다는 겁니다.

8BitDo의 M30 컨트롤러와 비교해 보면, M30의 플라스틱 재질이 무광인 데 반해 레트로플래그 것은 유광입니다. 그리고 SELECT 버튼 쪽 키 배치가 다릅니다. M30은 스위치용 버튼이 2개 더 있네요. M30 쓰다 보면 SELECT 버튼 작은 게 좀 아쉬웠는데, 레트로플래그 것은 START 버튼처럼 커서 좋네요.

십자키 조작감은 두 제품이 비슷합니다. 새턴 십자키와 같아서 조작감이 좋아요. 6버튼은 레트로플래그 것이 살짝 딱딱한 편이나 나쁘지 않습니다. L, R 버튼은 M30이 더 부드럽고 좋습니다. 레트로플래그 것은 누를 때 소리도 더 크네요. 잡는 느낌도 굴곡이 있는 M30 쪽이 더 낫지 않나 합니다.

USB 포트는 레트로플래그 것이 USB-C이고, M30 2.4g는 구형 마이크로 USB입니다. M30 블루투스 버전은 USB-C라고 하던데, 제 것은 구형이라서 옛날 USB 방식인 것 같습니다.

두 제품의 리시버 크기도 거의 비슷하네요.

PC에 레트로플래그 무선 컨트롤러를 연결해서 게임을 잠깐 해봤는데, 조작감 좋네요. 합격.

공식적으론 윈도우, 메가드라이브 미니, 스위치만 지원되는 스펙이지만, 안드로이드 기기에도 무선 리시버 끼워서 연결해 봤습니다. 오~ 됩니다! 8bitdo M30 2.4g 버전의 경우, 안드로이드하곤 호환이 안 되어서 이것도 안 될 줄 알았는데, 되네요.

M30보다 좀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지만, 메가드라이브 6버튼 패드 디자인을 선호하고 좀더 범용으로 쓴다면 이 레트로플래그의 클래식 2.4g 컨트롤러 M도 괜찮다고 봅니다.

2023-07-19

슈퍼컴보이 올 게임 카타로그 '93

광고엔 ‘카탈로그’로 표기했는데, 책 표지엔 ‘카타로그’

<슈퍼컴보이 올 게임 카타로그 '93>은 93년 8월에 제우미디어가 발매한 책입니다. 1993년 8월까지 슈퍼패미컴으로 발매된 게임이 명인의 평점과 함께 실려 있죠.

당시 게임챔프는 다 버렸는데, 요건 하나의 완결된 책이라서 안 버리고 놔뒀습니다. 세월을 많이 먹었네요.

요즘 나오는 슈퍼패미컴 카탈로그 책과 다른 점은 명인의 평가점수가 있다는 겁니다. 10점 만점.
평가하는 명인이 누구인지는 안 밝히고 있습니다.

판권 페이지를 봐도 저자가 없습니다. 편집부 편저도 아니고 아예 저자가 없는 책은 처음 봐요. 그 이유는 일본책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출판했기 때문이죠. 정식으로 판권을 사왔다면, 저자명, 원 출판사명이 표기되어 있었을 겁니다. 아마 아래 원서의 내용을 짜깁기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앞에는 장르별로 슈퍼패미컴용 게임 리스트가 실려 있습니다. 발매순이 아니라 장르별로 게임이 실려 있죠. 액션(ACT), 슈팅(SHT), RPG 순처럼요.

색인에 형광펜으로 그어 놓은 것은 제가 열심히 살았던 흔적입니다. ㅋㅋㅋ
꼭 하고 싶은 게임에 표시해둔 거죠. 용돈 사정상 바로는 못했어도 나중에 다 한 번씩은 해본 것 같네요.

슈퍼패미컴에 이식된다는 게 충격이었던 스파2. 역시 9.0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10점 만점 받은 게임은 이 책에 없고, 보통 8점 넘으면 양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이널 환타지 4.... 요즘은 F를 ㅎ으로 표기 안 하는데, 당시는 ㅎ과 ㅍ을 일관성 없게 병기했던 것 같아요.
"보통의 적에 비해서 보스가 무척 강하므로 경험치를 모아두었다가 전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쓰나 마나 한) 글이 쓰여 있네요.

많이 안 알려졌지만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헤라클레스의 영광 3. 8.4라는 고평가에 수긍합니다. 북두의 권 5는 점수를 7.0씩이나 받았네요. 저라면 한 5점 미만 줬을 듯.
옆의 뚱보 아돌 그림.... 옛날 게임 잡지의 일러스트에 불만이었던 건 너무 싼티 난다는 거.
어린 눈으로 봐도 별로였어요. 지금 보면 이것도 추억이네요.

위저드리5가 드퀘5랑 같은 평점. 대체 위저드리5가 얼마나 재밌기에 저런 점수일까 하고 나중에 해봤는데, 어려워서 진도가 안 나가더군요. 점수는 높아도 슈패판으로 해본 사람이 드문...

에스트폴리스1이 겨우 6.8? 말도 안 됩니다. 명작이라고 생각해요.

한 달에 발매된 게임 수. 많이 나올 땐 한 달에 42 타이틀이나 나왔네요. 무슨 게임을 할지 행복했던 슈퍼패미컴의 전성기였습니다.

이스4가 9.0이라고?? PC엔진판은 몰라도 슈퍼패미컴판은 6점대가 적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슈퍼 마리오 카트. 레이싱 게임 중 가장 높은 점수. 어린 시절 해봤을 때 환상이었습니다.

명인의 점수와 평가가 그리 깊이 있진 않지만, 보는 맛이 색다른 카탈로그입니다.

일본의 패미컴 수집가가 보는 레트로 게임계의 시대상

일본인 패미컴 게임 수집가의 글을 요약 번역 발췌 했습니다.
출처 - https://famicoms.net/blog-entry-2211.html

<요약>
저는 초등학생 시절, 패미컴 전성기를 겪은 세대입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새턴이니 플스이니 떠들썩하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게 된 패미컴은 그야말로 ‘빙하기’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 저는 패미컴 게임을 모으기 시작했죠.

전 실시간으로 패미컴을 즐겼던 세대였기에 롬팩을 10개 정도 갖고 있었지만, ‘패미컴 게임은 전부 몇 개나 될까’라는 지적 호기심이 생겨 수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패미컴 전성기엔 게임 매장뿐 아니라 카메라 매장, 비디오 대여점 등 게임과 별로 관계가 없는 가게에서도 패미컴 게임을 팔았습니다. 패미컴 빙하기가 되자 그 매장들이 패미컴 게임들을 빨리 팔아치우려고 가게 앞에다 헐값에 내놓더군요.

레어든 프리미어 롬팩이든 상관 없이 패미컴 게임들이 수백 엔 정도에 널려 있던 시기였죠.

당시 레트로 게임 수집은 돈이 별로 안 드는 취미였습니다. 제가 패미컴 롬팩들을 왕창 들어서 계산대로 가져가면, 점원이 ‘이 사람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닌가’ 하는 눈으로 보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웃음).

그 시기에 매장들은 패미컴을 악성 재고로 생각했지만, 저에겐 빛나는 보물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지방에선 1990년대 후반까지 패미컴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물건이어서 저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패미컴 빙하기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패미컴이 재평가되는 시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2000년대에 인터넷이 보급되자 인터넷 옥션 거래가 활발해지고, 패미컴 재평가의 파도가 일본 지방까지 밀려왔습니다. 그 시기가 패미컴 탄생 20주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본 수도권에서는 신품급 패미컴 롬팩이 1만엔이 넘는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패미컴은 재평가 시대를 거쳐 양극화 시대로 돌입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늘어난 패미컴 수집가들이 흔한 롬팩들은 다들 손에 넣었고, 희귀품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희귀품은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이후가 되자 레트로 게임의 해외 유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일본의 레트로 게임이 세계적으로 널리 평가되고 있다는 뜻도 되지만, 해외 업자들의 구매 공세로 인해 수도권의 레트로 게임샵 진열대가 텅텅 비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RetroN 5나 레트로프리크 같은 패미컴 호환기가 발매되면서 레트로 게이머뿐 아니라 일반층에게도 패미컴이 주목받게 되었고, 2016년 닌텐도가 패미컴 미니를 발매하자 금방 매진이 될 정도로 큰 붐이 일었습니다.

이후 패미컴 프리미어 게임 가격의 폭등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옛날과 달리 이제 레트로 게임이란 취미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저처럼 요즘 게임에 관심 없고, 패미컴에 집착하는 사람은 요즘 게임 회사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동차에도 클래식카 애호가가 있는 것처럼 레트로 게임 애호가가 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쟤들은 옛날 자동차만 사서 자동차업계에 하나도 공헌하지 않아”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동차라는 문화에 경의를 표하고 그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형태로 업계에 공헌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게임도 훌륭한 문화입니다.

왜 저는 아직도 패미컴 게임을 모으는가? 그 답은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자!”입니다.

2023-07-18

고전 게임 BGM 베스트 22

순 제 주관으로 선정한 게임 BGM 명곡입니다.

랩틱2 (MSX)
스테이지 음악

대우 IQ1000 보유 시절, 하도 많이 해서 귀에 박힌 BGM. 음악도 좋지만, 게임성도 그 시절 생각하면 굉장히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순발력과 두뇌 회전이 요구되는 저용량 게임의 걸작.

마성전설2 갈리우스의 미궁 (MSX)
Castle Theme

스페이스바 누르면 바로 시작되는 음악. 장중합니다. 분위기를 잘 살리고 게임의 가치를 높여준 BGM이 아닐까 생각.

닌자용검전1 (패미컴)
Nowhere To Run

긴박감 넘치는 BGM. 이거 나오는 스테이지에서 잘 죽어서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ㅎㅎ

캡틴 츠바사2 (패미컴)
오프닝곡

테크모 캡틴 츠바사의 친숙한 오프닝.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드는 멋진 오프닝곡이라고 생각해요. 각종 필살슛이 떠오릅니다.

드래곤볼Z 강습! 사이야인 (패미컴)
오프닝곡

드래곤볼 애니 오프닝곡 챨라 헤드 챨라가 유명하지만, 전 애니를 보기보다 이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 곡이 더 친숙합니다. 중간에 삑삑삑 하는 경고음은 베지터가 우주정을 타고 지구로 온다고 경고해주는 것 같습니다.

드래곤볼Z 초사이야 전설 (슈퍼패미컴)
Fight!

패미컴판과 견주어 그림체와 전투 연출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질적으로 느꼈던 게임인데, 전투 음악은 좋아했어요. 용산 매장에서도 당시 이 게임을 틀어놓은 가게가 꽤 있어서 구경하면서 자주 들었어요.

썬더포스3 (메가드라이브)
엔딩곡

힘들게 깼는데 엔딩곡은 그간의 고생이 씻겨나가는 힐링 곡이었죠. 명곡이라고 생각.

엘리멘탈 마스터 (메가드라이브)
엔딩곡

썬더포스3와 같은 제작사가 만든 작품이라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공작왕 좋아하던 시절이라 비슷한 주인공이 나오는 이 게임을 매우 좋아했어요. 엔딩곡이 좋아서 메가드라이브에 헤드폰 끼워서 학교 가기 전에 늘 듣고 갔습니다.

이스3 (메가드라이브)
Trading Town of Redmont

아돌과 도기가 도기의 고향 마을에 입성했을 때 나오는 초반 BGM입니다. 이스는 역시 음악이 좋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준 BGM.
게임 매장에서 5000원에 복사해온 YS BGM 테이프로도 자주 들었어요.

루나2 이터널 블루 (메가CD)
crowded street

메가CD 최고의 RPG라고 생각하는 작품. 마을에서 나오는 BGM인데, 밝고 좋습니다. 루나2 하면 루시아 테마와 더불어 이 곡이 떠오릅니다.

바리스3 (메가드라이브)
인간계

미소녀 여고생이 검을 들고 싸운다는 것 때문에 많은 남성팬을 양산했던 게임. 이 게임 그래픽도 매력적이지만, BGM이 무척 좋습니다. 흔한 액션 게임으로 묻힐 수도 있었는데 BGM이 게임을 좀더 고급스럽게 했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2 (PC)

그 시절 누구나 해봤거나 들어봤던 게임. 딸을 키운다는 내용이 참신했죠. 2편이 시리즈 최고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음악이 너~무 좋았죠.

대항해시대2 (PC)
Wind Ahead

일본의 명작곡가 칸노 요코의 곡. DOS 시절부터 많은 분이 기억하는 오프닝곡입니다. BGM이 다 주옥 같아요. 이거 들으면 또 하고 싶어요.

삼국지3 (슈퍼패미컴)
기고의 사이(旗鼓の間)

삼국지3 턴제 전투 장면에서 나오는 곡입니다. 슈퍼패미컴으로 하면서 곡이 정말 좋다고 느꼈던 곡. 이거 들으려고 전쟁 자주 함. ㅋ

우루세이 야츠라 디어 마이 프렌즈 (메가CD)
엔딩곡

우루세이 야츠라(시끌별 녀석들) 게임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한 편의 애니를 보는 듯. 엔딩곡이 보컬인데 좋아서 지금도 가끔 듣습니다.

드래곤 퀘스트4 (패미컴)
In a Town

옴니버스 시나리오로 당시 신선했던 작품. 드퀘는 고퀄 음악이 다른 RPG와 격차를 벌렸다고 생각해요. 4편에서 좋은 음악이 많은데 그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전 마을 음악이 좋았어요.

드래곤 퀘스트5 (슈퍼패미컴)
Lively Village

드퀘 최고작으로 꼽는 작품. 3대에 걸친 스토리는 어른이 된 지금 보면 더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도 마을 음악이 무척 좋았습니다. 현재 제 휴대폰 벨소리이기도 합니다.

에스트폴리스 전기 (슈퍼패미컴)
Town

깔끔한 그래픽, 간결하고 빠른 시스템, 괜찮은 스토리로 수작 반열에 오른 타이토의 RPG. 마을 음악이 귀엽고 상큼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1, 2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곡.

천사의 시 (PC엔진)
오프닝

성스럽고 안식을 주는 곡. 당시에도 인상적이었는지 PC통신 자료실 가면 이 곡이 올라가 있었어요. 여성의 허밍음이 어우러진 명곡입니다. 애절한 스토리와 어우러져 여운을 주네요.

천외마경2 (PC엔진)
오프닝

반포 게임매장에서 오프닝 데모를 처음 봤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 오프닝에 나오는 음악도 좋았어요. 일본 전통이 섞이면서도 박진감 있는 곡. 나중에 작곡가를 보니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의 곡을 다수 만들었던 히사이시 조더군요. 그때는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훗날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해집니다.

파이널 판타지9 (플스1)
엔딩곡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 게임은 주인공 꼬리가 너무 거슬렸지만, 음악은 좋았어요. 노래가 좋아서 지금도 가끔 듣습니다.

도키메키 메모리얼 (PC엔진)
forever with you

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코나미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게임과 더불어 오프닝 보컬곡이 엄청나게 히트해서 노래를 부른 성우 킨게츠 마미가 콘서트까지 열었지요. NHK BS로 본 적 있는데, 오따꾸들이 추임새 넣고 떼창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스키토카 키라이토카 사이쇼니 이이다시타노와~~♪

여러분이 좋아하는 고전 게임 베스트 BGM은 무엇인가요?

추억의 문구점 보드 게임 시리즈

게임기가 집에 없었던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서 단돈 1000원에 팔던 보드 게임을 사서 동네 아이들과 자주 즐겼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보드 게임이지만, 그때는 주사위 게임이나 말판놀이 등으로 얘기한 것 같아요.

둥우리에서 나온 것도 있었지만, 1986년부터 1990년 사이에 제일 유명했던 건 사다리에서 나온 죨리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3~4명이서 각자 캐릭터를 갖고 주사위 던져서 끝까지 먼저 가는 게 기본 룰.
제일 먼저 해봤던 게 <대마왕 요괴의 성>이네요.

강렬한 해골 일러스트 덕인지 우리집 말고도 갖고 있는 애들이 있었습니다. 꽤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계촌 말판놀이. 요건 죨리게임 시리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해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게임을 보드게임화한 게 많았습니다.

이것도 오락실용 게임 <전장의 이리>를 보드게임화한 것. 패미컴판도 있죠. 이 말판 놀이도 재미났습니다.

드래곤볼이란 걸 이걸로 처음 봤습니다. 만화가 한국에 아직 들어온 시기가 아니었죠. 서유기 손오공 같아 보이는데, 캐릭터는 다르고 그래서 신기하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림 되게 잘 그렸다고 생각했어요.

요건 애니메이션 <명견 실버>를 보드게임로 만든 거죠. 애들 사이에서 비디오로 한때 유명했어요.
말판 놀이는 끝판왕이 붉은살인곰이었는데, 숨겨진 약점을 찾아 먼저 쓰러뜨리는 게 승자.

동생과 경쟁이 치열해져서 약점 카드에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해놓는 사기를 치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SD건담을 너무 좋아해서 이 말판놀이도 좋아했습니다. 가챠퐁 전사 게임을 주제로 만든 것. 말판놀이도 재미났고, 그냥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스케일이 커져서 값을 두 배 정도 올린 디럭스판도 나왔습니다. 보자마자 샀죠. 고무 피규어와 일러스트 카드가 잔뜩 들어있는 초호화판!

동네 애들과 3~4명이서 아주 재밌게 즐겼습니다. 이거 해보고 나중에 MSX2용 가챠퐁 전사2를 봤을 때 너무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가난한 소년은 이 말판놀이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죠.

딱 보면 알겠지만, <젤다의 전설>이죠. 마왕성의 결투... 그 시절엔 일본 거 들여와서 짝퉁으로 만들고 제목을 대충 막 지었습니다.

일본 원판은 이거죠.

닌텐도 라이센스를 얻어 반다이가 직접 내놓은 보드 게임. 한 컨텐츠로 여러 상품을 만드는 일본의 상술은 80~90년대에도 매우 능숙했습니다.

지금은 보드 게임 할 일이 없지만, 그 시절엔 전자오락보다 재미나게 즐긴 때도 있었습니다. 게임기 사기엔 돈이 없고 즐길 거리는 한정되어 있고... 1000원 주고 이거 사서 여럿이서 즐기면 꿀잼이었죠.

2023-07-15

5.5인치 화면의 에뮬 게임기 Powkiddy X55

게임보이에 추억이 있어서 비슷한 디자인의 RG351V, RG35XX, 미유 미니 플러스를 연이어 써봤지만, 3.5인치의 화면에 눈이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했다. 학생 땐 게임보이의 2.6인치 화면으로 잘만 게임 했는데, 지금은 더 큰 3.5인치에도 내 눈이 오래 견디질 못했다.

미유 미니 플러스를 판 값에 3만원을 보태 X55 중고를 사봤다. X55 리뷰를 처음 봤을 땐, 십자키 위치라든가 디자인이라든가 배터리라든가 색상이라든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아서 구매목록에 넣지 않았는데, 마음이 바뀌어 X55를 들인 까닭은 다음과 같다.

-미유 미니 플러스는 물론이고, 이미 쓰고 있는 new 3DS XL(4.88인치)보다도 큰 화면을 원했다.

-5.5인치 액정의 에뮬 게임기 중엔 가장 가성비가 좋아 보였다. 2023년 7월 기준 8만원대. 

-게임보이와 게임기어 세로 해상도 144의 정배수로 게임을 해보고 싶었다. X55의 세로 해상도가 게임보이의 딱 5배인 720이었다.

X55의 액정 해상도는 1280x720이고 16:9 와이드 비율이다. 고전 게임용으론 5인치가 4대3 비율로 나와주면 좋겠지만, 그런 게임기는 현재 없었다. 옆으로 길어서 3DS XL보다 큰 건 아쉽지만, 무게는 293g로 new 3DS XL보다 36g 정도 가벼웠다.

미유 미니 플러스의 3.5인치 화면을 보다가 X55 보니까 확실히 화면 시원시원하다. 휴대용 게임기로선 이 정도 화면이 한계일 것 같다. X55도 크기가 다소 부담스러운데 여기서 더 크다면 휴대성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버튼들은 싼 티가 난다. 딱딱하고 장난감 버튼 같다. 그래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별로 기대를 안 해서 그럴 수도 있다. L1, L2, R1, R2 버튼들은 누를 때 소리 나는 게 거슬렸다. 사람 많은 데서 하긴 좀 그럴 것 같다.

듀얼코어님이 수정한 JelOS를 기본 중국산 SD카드에다 깔아서 부팅했는데, 기다려도 시작 화면으로 안 넘어가길래 전원을 껐다 켜니 됐다. 기본 16기가 SD카드는 seapiy라는 듣보잡 브랜드라 믿음이 안 간다. 좀 써보고 바꾸든가 해야겠다.

게임보이 게임으로 new 3DS XL와 화면 크기를 비교해봤는데, X55의 화면이 살짝 크다. new 3DS XL도 게임보이 게임하기에 좋은 비율과 크기이지만, X55가 좀 더 좋다. X55의 720P 해상도가 게임보이 해상도 5배 정배수라 더 깔끔하지 앟을까 했지만, 딱히 new 3DS XL 화면보다 도트 처리가 확 좋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액정을 비교해보니 내 new 3DS XL의 상단 IPS 액정이 오줌 액정임을 알았다. 누렇다.

new 3DS XL은 무거운데다 딱 고정 안 되는 힌지, 안 좋은 십자키 조작감, SD 카드 빼기 귀찮음 등이 단점이다. 에뮬 게임을 한다면 굳이 X55를 두고 3DS로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화면이 커서 시원시원하다는 장점이 다른 단점을 가리는 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