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4

브레스 오브 파이어 2 MSU1

어릴 때 힘들게 엔딩을 봐서 감동했던 RPG인데, MSU1 버전을 모 카페에서 배포하길래 다시 해봤습니다. 옛날엔 일본어로 했지만, 지금은 한글판이 있네요.

한글 패치는 슈퍼패미컴판과 게임보이어드벤스판 모두 있지만, 슈퍼패미컴판의 한글화 패치는 한 70% 정도만 한글로 나오고 30%는 영어로 나옵니다. 초반엔 한글 대사가 많지만, 뒤로 갈수록 영어로 나오는 비중이 높아지죠. 중요 대사들이 한글로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더 나은 한글화를 원한다면 게임보이어드벤스판을 권합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글화 완성도는 게임보이어드벤스판이 낫지만, 슈퍼패미컴판보다 그래픽이 떨어지고, “죽여라”처럼 과격한 대사는 순화되었습니다.
한글화가 아쉽지만, MSU1 패치를 통한 고품질 사운드는 현재 슈퍼패미컴판이 유일하죠.

BGM을 CD급 오케스트라로 들으니 새롭네요. 다만, 게임을 좀 하다보면 그런 사운드 품질 차이는 별로 신경 안 쓰게 되더라구요. 옛날 슈퍼패미컴 때 해보신 분들은 원래대로의 사운드를 추억 때문에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글 패치판은 자체 문제인지 한 세 번 정도 중간에 진행이 안 되는 구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세이브를 옮겨서 일본판 롬으로 넘겼습니다.

이 게임은 슈퍼패미컴 RPG로선 최상위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파판6과 견줘도 떨어질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액션 게임에서 멋진 그래픽을 보여줬던 캡콤이기에 RPG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이미지가 강해서 당시 캡콤이 RPG를 낸다고 했을 땐 의심했지만, 결과물은 좋았지요.

브레스 오브 파이어 시리즈는 5편까지 나왔는데, 개인적으론 2편의 스토리가 가장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재밌게 즐긴 브레스 오브 파이어도 이 2편이에요. 초반에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이 고아가 되어 버리는 전개, 밝게 진행되다가 점점 진지해지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었죠.

어릴 때 재밌게 느꼈던 건 숨겨진 동료라든가 선택에 따라 엔딩이 두 종류로 갈리는 점이었습니다.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동료가 4명인데, 이벤트에서 대사가 좀 달라지기도 하고 그런 점을 좋아했죠.

스토리는 1편에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고, 1편에 나왔던 뱀 여인 디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게임은 쉽지 않네요. 동료마다 특기가 있는데, 그 동료를 선두에 세워서 특수기를 써야만 넘어갈 수 있는 곳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이걸 모르고 하면 막히기 쉽습니다. 공략 안 읽으면 막힐 부분이 꽤 있어요.

끝판왕과 전투할 땐 주인공이 특기 안피니를 먼저 써야만 동료들을 깨워서 무찌를 수 있습니다. 옛날에 할 땐 공략도 없이 해서 이걸 몰라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다시 해보니 제가 봤던 엔딩은 노멀엔딩이었네요. 베스트엔딩을 보려면 중간에 나오는 노인을 죽이지 말아야 하고, 뭔가를 해야 합니다. 이번엔 베스트엔딩으로 마무리했는데, 전 노멀엔딩이 여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드퀘나 파판에 견주어 그래픽이 앞서는 부분도 있지만, 대사의 깊이라든가 전체적인 디테일을 보면 수작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도 1990~1994년에 나온 게임 중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비디오 게임 1001>에 선정된 바 있고, 잘 만든 RPG임은 분명합니다

2023-02-05

개조판 드래곤 퀘스트 2 - DQ 32

<DQ 32>는 나카노히토(中の人)라는 일본인이 만든 개조롬입니다. 슈퍼패미컴판 <드래곤 퀘스트 3>를 대폭 개조해서 <드래곤 퀘스트 2>를 다시 만든 것이지요. 3편 롬을 IPS 파일로 패치하면 2편으로 바뀌는 괴작입니다. 슈퍼패미컴에 2편이 이미 있는데 왜 만들었느냐? 슈퍼패미컴판 3편의 그래픽과 시스템으로 2편을 보강해서 재현하는 게 목표였다고 하네요.
기존 <드래곤 퀘스트 2>와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전투와 몬스터 도감 추가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동료 추가(사말토리아 왕자 여동생 등)

-4인 파티 중 동료 1명은 루이다 주점에서 자유롭게 영입 또는 제외 가능하며, 다마 신전에서 직업을 바꿀 수도 있음

-슈퍼패미컴판 2편과 3편에 없었던 전투용 특기 다수 추가

-작은 메달, 몬스터 금화 수집과 보상 추가

-서브 퀘스트 추가(퀘스트 길드에서 일거리 받음)

-신규 지역 다수 추가

-주사위 놀이장 추가

-엔딩 후 추가 요소

2018년 10월 0.95 버전을 마지막으로 개발자의 홈페이지가 사라졌지만, 현 버전으로도 즐기기 충분한 완성도입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엔딩까지 갈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게임보이판과 슈퍼패미컴판을 즐긴 적이 있어서, 이번엔 개조판으로 해봤습니다.

하곤의 공격으로 문부르크가 멸망하는 오프닝이 충실히 재현되어 있고, 시작하면, 슈퍼패미컴용 3편처럼 질문을 통해 캐릭터가 생성됩니다.

로레시아에는 루이다의 주점이 있으며, 초반이 지나면, 여기서 새로운 동료를 생성하거나 바꿀 수 있습니다. 원작에는 없었던 요소죠. 사말토리아 왕자 여동생이 쓰러진 오빠를 구하기 위해 파티로 들어온다든가 하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원작과 달리 온천 마을 마이라에 일본색을 입혔네요. 마을 사람들 복장이나 시설이 일본 전통 온천 같은 느낌을 줍니다. 테파 마을도 마을 사람들이 인디언 부족처럼 나옵니다.

어떤 마을에는 퀘스트 길드가 있어서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편과 상관 없지만, 돈 벌기나 레벨업을 위해 또는 심심풀이로 즐길 수 있겠지요.

이벤트는 원작과 살짝살짝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대체로 충실히 재현한 편입니다. 슈퍼패미컴용으로 나왔다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정도네요.

다시 즐겨본 2편에 대해 감상을 얘기하자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중에 가장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힌트가 적어서 막히기 쉽고, 헷갈리는 미로가 많으며, 적들도 강한 편입니다. 공략 안 봤으면 도중에 포기했을 수도 있어요. 에뮬로 한다면 치트를 쓸 수 있어 좀 편하겠죠. 참고로 슈퍼패미컴 3편의 치트가 절반 이상 잘 적용됩니다.

1987년에 처음 나온 RPG여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은 거의 표현되지 않습니다. 스토리도 특별한 굴곡 없는 왕도물입니다. 다만, 퍼즐처럼 얽힌 실마리들을 여러 마을에서 찾아 엔딩까지 가는 과정은 굉장한 성취감을 줍니다. 힘들게 깨서인지 엔딩이 감동적이네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늘 그렇지만, 엔딩 직전에 여러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대사를 볼 때 감정이입이 됩니다.

개조판은 엔딩 이후에도 할 것이 있습니다. 멸망한 문부르크 왕국을 부흥시킨다든가 부활한 적을 쳐부수러 간다든가 놀거리가 많습니다.

2편은 정식 한글화로 스마트폰, 현세대 게임기로 리메이크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배경과 캐릭터가 따로 노는 그래픽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불호였습니다. 추억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슈퍼패미컴판의 그래픽이 가장 좋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 이 개조판이 드퀘2의 결정판이라고 봅니다.


엔딩 본 날 - 2023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