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6

라즈베리파이 피코를 이용한 조이스틱 제작기

조이스틱 만들 때 흔히 제로딜레이보드를 쓰는데, ‘라즈베리파이 피코’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도 남는다. 제로딜레이보드보다 좋은 점은 가격이 싸고 입력 딜레이가 짧다는 것이다. 수치(평균 0.85ms) 상으론 조이스틱 보드 중 가장 빠르다는 Brook 유니버셜 파이팅보드보다도 앞선다고 하니 조이스틱 만들 때 최우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궁금해서 기존에 제로딜레이보드로 만든 스틱이 이미 있지만, 하나 더 만들어보기로 했다.

편의상 1300원 정도 비싼 핀헤더 납땜 버전을 구입했다. 납땜 버전이 아닌 경우엔 버튼과 레버 연결선을 직접 피코에 납땜해야 한다.
우선, 피코에 조이스틱 펌웨어를 올려야 한다. 아래 링크에서 펌웨어를 내려받을 수 있다.

https://github.com/FeralAI/GP2040/releases

나는 네이버 라즈겜동에서 배포한 GP2040-PICOFB_v0.4.3kr.uf2 펌웨어를 올렸다.

올리는 방법은 피코 보드의 bootsel 버튼을 누른 상태로 PC USB에 연결하면 RPI-RP2라는 드라이브가 뜨는데, 거기다 펌웨어를 복사하면 자동으로 재시작되고 피코에 펌웨어가 적용된다.

기본은 XBOX360 컨트롤러(Xinput)로 잡힌다. 아래처럼 특정 버튼을 누른 상태로 USB에 연결하면 해당 모드로 부팅된다고 한다.

입력 모드 변경
A : 닌텐도 스위치
B : Xinput (xbox360 컨트롤러)
X : DirectInput (PS3 모드)

D패드 모드 변경
다음 버튼 조합으로 변경가능(기본값은 D패드-HAT)
셀렉트 + 스타트 + 아래 : D패드모드 (HAT)
셀렉트 + 스타트 + 좌   : 아날로그(좌)
셀렉트 + 스타트 + 우   : 아날로그(우)

펌웨어 올린 뒤, 케이블만 연결하면 될 줄 알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가지고 있는 케이블들이 제로딜레이보드에는 맞지만, 피코에는 맞지 않았다. 따로 또 케이블을 사기엔 배송비가 아까워서 가지고 있는 선을 각각 자른 뒤 필요한 부분을 납땜해서 이어붙이기로 했다. 핀이 납땜된 피코를 산 의미가 사라졌다.

납땜 열댓번쯤 해서 필요한 케이블을 만들었다. 이제 케이스 장착하고 선만 연결하면 된다. 레버, 버튼, 케이스는 중국산 저렴이 제품이다. 셀렉트, 스타트 버튼만 24mm 권바 버튼인데, 딱히 알리 중국산보다 좋은 줄은 모르겠다.

버튼을 하나 연결해서 테스트해봤는데, 인식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피코, 버튼, 케이블 중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 의심했다. 알고 보니 내가 버튼 위치를 잘못 보고 끼운 탓이었다. 배선 그림은 윗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밑면이라고 생각하고 버튼을 연결했으니 반대로 끼우고 있었던 것이다. 제대로 꼽으니 잘 작동했다.

위 그림에 표시된 핀에 해당하는 버튼 선을 각각 끼우고, GND도 모든 버튼과 레버에 연결해줘야 작동한다. 난 문어발처럼 연결된 케이블을 만들어서 GND 하나에 여러 버튼이 연결되도록 했다.

레버에 5핀 케이블 끼우는 건, 그냥 끼우면 방향이 제대로 인식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배선표를 보고 정확히 끼워야 한다. 산와 호환 레버라서 산와 배선표를 보고 연결했다.

예상보다 시간이 꽤 걸려서 완성했다. 상판이 투명 재질이라서 폼은 안 난다. 나중에 스킨이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다른 상판으로 교체하고 싶다. 케이스 안엔 공간이 많아서 라즈베리파이 같은 보드를 넣으면 독립된 게임기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2022-03-10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VOL.1, 2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리버힐소프트가 게임화. 1992년에 VOL.1이, 1993년에 VOL.2가 PC엔진 CD로 발매되었다. 원래는 VOL.3까지 나와야 결말을 볼 수 있는 작품인데, 많이 안 팔렸는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학생 시절, 일본어도 모르면서 VOL.2를 구해서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기에서 애니메이션과 성우 음성에 노래까지 나온다는 점을 무척 신기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어서 말을 몰라도 감탄하며 감상했다.

커맨드 선택 방식이며, 잘못 선택하면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정해진 수치를 넘기면 게임오버된다. 선택이란 게 거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진행을 요구하기 때문에 원작을 미리 본 사람이 정답을 찾는 데 조금 유리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다 본 사람이 이 게임을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스토리가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열혈 팬이 아니라면 이 게임보다 원작 애니를 권한다.

VOL.1에선 소련 출신 파일럿 융의 가슴 노출이 있다. 가정용 게임에서 야한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 건 PC엔진의 매력이었다.

VOL.2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노리코가 옷을 벗는 서브 게임이 하이라이트다. 세 번까진 어찌어찌 이길 수 있지만, 마지막 네 번째는 사기 수준이어서 이기기 어렵다. 스무 번 가위바위보 하면 한 번 이길까 말까다. 순전히 운이다. 실기로 하던 시절엔 노리코의 마지막 벗은 몸 보는 걸 포기했지만, 에뮬 강제세이브 힘을 빌려 겨우 봤다. 그밖에 성우의 본편 미수록 음성과 드라마도 포함되어 있다.

엔딩을 보면, 커맨드 선택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올스토리 감상 항목이 생긴다. 게임 안 하고 이걸 보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이걸 틀어놓느니 애니를 보는 게 낫겠지.

게임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나에겐 추억이 있어서 다시 해보니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프닝송과 엔딩송도 무척 좋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초명작이다. 혹시 못 본 분이 있다면 원작을 감상하길 바란다.

엔딩 본 날 - 2022년 3월 9일

2022-03-09

크레스트 오브 울프

1993년 웨스턴이 개발하고 허드슨이 PC엔진 슈퍼CD롬으로 발매한 벨트스크롤액션 게임. 원작은 오락실용으로 나왔던 <라이엇 시티>이지만, PC엔진으로 이식되면서 다른 게임으로 보일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원작 라이엇 시티는 세가가 발매했는데, 희한하게 자사의 메가드라이브로 이식이 안 되고 라이벌인 PC엔진용으로 나왔다.

주인공 호크는 <파이널 파이트>의 코디를 모방한 외모로 보인다. 처음부터 B급 냄새가 난다. 납치된 연인을 구하러 나선다는 점 또한 파이널 파이트랑 똑같다. 난 코디 짝퉁 말고 펑크족처럼 생긴 토니를 골라서 진행했다. 호크보다 느리지만 힘센 캐릭터다.

파이널 파이트나 더블 드래곤 같은 수준의 타격감까진 아니지만, 나름 때릴 때 통쾌한 편이다. 버튼 두 개만 써서 조작하기도 편했다. 음악은 상당히 괜찮다. CD음원을 잘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음악만큼은 원작보다 낫지만, PC엔진 성능상 원작과 달리 1인 플레이만 가능하다.

적엔 여자도 있는데, 인정사정 없이 팰 때 가엽기도 했다. 그러게 가냘픈 몸으로 왜 덤벼.

한 스테이지가 꽤 긴 편이다. 적들은 그리 다양하지 못한데, 계속 반복되니 중간중간 지루하다. 이 게임이 당시 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게임은 쉬운 편이다. 날라차기만 잘 쓰면 졸개건 두목이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다. 난이도를 3단계로 설정 가능한데, HARD로 설정해도 특전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주인공 둘은 미국 캐릭터인데, 중국과 일본색 팍팍 나는 스테이지에서 싸운다. 상대 조직 자체가 일본과 중국 조폭들이 섞인 것 같다.

끝판왕 사무라이를 물리치면 주인공의 연인 캐서린을 볼 수 있다. 이왕이면 미인으로 설정할 것이지 아쉽게도 그렇진 않았다.

파이널 파이트나 베어너클2 같은 명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할만한 벨트스크롤액션게임이 많지 않았던 PC엔진 쪽에선 감지덕지한 게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잡한 면이 있지만, 그럭저럭 시간 때울 정도는 되는 평작.


엔딩 본 날 - 2022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