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7

Powkiddy J13을 범용 게임스틱으로 개조

J13은 Powkiddy의 베스트셀러 A12에서 액정이 빠지고 버튼이 30mm인 제품이다. 얼핏 보면 게임스틱처럼 보이지만, A12와 동일한 RK3128 보드가 내장되어 있어 micro SD카드에 게임 롬 파일을 넣고 HDMI 선만 모니터에 연결하면 8, 16비트 콘솔 게임이 가능하다.

성능보다는 패미컴 디자인에 추억이 있어서 사봤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데, 닌텐도 저작권 눈치를 보는지 Powkiddy 사이트에선 J13이 빠져 있다. 2021년 8월, 34.78달러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샀다.

스틱이나 버튼은 중국산 밍따 레버라서 감촉이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게임 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스틱은 움직일 때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

순정 펌웨어에선 세부 설정이 막혀 있어서 다른 펌웨어를 올려 차례로 테스트해봤다. A12의 Rev D 버전 펌웨어가 호환이 된다. J13용은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A12용 RUKA 펌웨어, 무풍 펌웨어(IPS 지원 버전)이 J13에 올라간다.

720p 액정이 달린 A12용 펌웨어인지라 J13에서 해상도가 720p로 고정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레트로아크의 해상도 관련 설정 파일을 아무리 고쳐도 720p로 나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펌웨어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어려워 보인다. 720p라도 게임은 할 수 있지만, 1080p 이상만 있는 우리 집 모니터들에선 정상 해상도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떠서 거슬렸다.

결국, 내장된 보드를 들어내고 범용 게임스틱으로 개조하기로 마음먹었다. 뜯는 건 나사만 돌리면 되어서 쉬웠다. 고무판 아래 숨은 나사 하나만 주의하면 된다. 떼어낸 보드와 배터리는 2만 원에 팔아버렸다.

미리 사둔 제로딜레이보드와 10mm 버튼을 장착하기로 했다. 제로딜레이보드는 신기하게 나사 구멍 두 곳 위치가 맞아서 글루건 작업 없이 쉽게 장착할 수 있었다. 제로딜레이보드와 버튼을 선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레버는 산와 호환 5핀 방식이어서 그냥 꼽으면 될 줄 알았지만, PC와 연결해서 테스트해보니 방향이 엉뚱하게 인식되었다. 알아보니 레버마다 신호가 달라서 케이블 순서를 바꿔서 꼽아야 한단다. 5핀 선이라 분해해서 5개 선을 엇갈려서 꼽아야 했다.

5개의 선은 각각 상, 하, 좌, 우, GND로 인식된다고 한다. 맞는 조합을 찾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다. 테스터기 있으면 수월하다던데, 없어서 선 두 개씩 꼽아보며 간신히 맞는 조합을 찾았다. 왼쪽부터 1, 2번 선과 3, 4번 선을 엇갈려 끼우니 방향이 제대로 인식되었다.

스타트, 셀렉트, 뒤로가기, 볼륨업다운 키로 인식되던 작은 버튼 5개는 기존 버튼들을 빼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10mm 버튼들로 교체했다. 그런데 이 버튼들은 누르기가 너무 빡빡했다. 그리고 구멍도 10mm가 아닌 12mm였다. 장착해서 당장 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불편해서 일단 쓰다가 추후 다른 버튼으로 교체하고자 한다.

버튼과 제로딜레이보드에 연결된 선이 너무 길어서 정리가 필요했다. 따로 주문한 짧은 선으로 절반 이상은 바꾸기도 했다. 제로딜레이보드에 USB선을 연결하고 PC에 연결하자 레버와 버튼이 정상 인식되었다. mode 버튼도 연결할 수 있는데, 이걸 누르고 있으면, D-input이 X-input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별로 쓸 일 없을 것 같아서 mode 버튼은 연결하지 않았다.

뚜껑을 닫고 나사를 돌려 조립했다. 이걸로 패미컴 디자인의 게임 컨트롤러 완성이다. 전에 만든 S805 Lakka 패미컴 게임기에 연결해보니 잘 어울렸다.

2022-02-12

야마무라 미사 서스펜스 금잔화 교토 그림접시 살인사건

추리 소설가 야마무라 미사가 시나리오를 쓴 어드벤처 게임. <야마무라 서스펜스> 시리즈로는 4번째 작품이며 1992년 PC엔진용으로 발매되었다.

여행 식도락 잡지 '쿠루메이토'의 기자 코바야카 유코는 교토의 업체 파티에 초대받아 취재하던 중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미소녀 주인공과 음성으로 처음엔 좋은 인상을 받았으나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클릭해야 하는 시스템이 불편해서 헤매기 쉽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진부해서 점점 지루해진다.

그래도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교토의 정취를 잘 묘사했다는 점. 전통 요리에 관한 설명이 세밀하고, 마츠리도 교토의 모습 그대로여서 옛날에 교토를 가본 사람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PC엔진 게임답게 약간의 노출신이 있다. 확실히 기억나는 건 이것뿐.
게임은 중간에 집어치우고 유튜브로 엔딩만 감상.

정글 워즈

1991년 포니 캐년이 게임보이용으로 발매한 RPG.
정글에서 자란 소년이 동물을 악용하는 조직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마치 정글북이나 타잔이 떠오르는 배경. 어릴 때 일본 게임 잡지에서 광고를 보고 뭐 이런 걸 RPG로 만들지 했다.

세월이 지나 배경이 특이한 RPG가 하고 싶어서 해보았다. 게임 시스템은 흔한 드래곤 퀘스트 방식이라서 어려울 게 없었다. 표현 수위는 딱 어린이용이다. 전투에서 이겨도 "적들이 사과하고 돌아갔다"라고 나온다.

파티는 전사형의 주인공, 마법사 미오, 원숭이 사스케로 3명 구성이다. 포니 캐년이 내놓은 RPG치고는 완성도가 높은 편인데, <모모타로 전설>를 만들었던 사쿠마 아키라가 감수를 맡은 점이 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모모타로 전설>과 흡사하다. 

스토리는 평이했지만, 끝판왕의 악행엔 이유가 있었다. 황금에 눈이 멀어 환경 파괴와 동물 살생을 일삼는 인간의 행위를 되짚어 보게 한다.

new 3DS의 GameYob 에뮬로 실행했는데, 3DS의 해상도가 낮아서 PC 에뮬로 하는 것보다 화면이 보기 좋았다.

엔딩은 긴 대사 없이 그동안 지나온 맵을 보여주며 간결하게 끝난다. 이 게임 하나만 보면 평작이지만, 게임보이 RPG 중에서 놓고 보면 내용이 방대한 편이고 탑 수준의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2년 2월 12일

2022-02-02

노부나가의 야망 게임보이판 2

노부나가의 야망 3번째 작품인 <전국군웅전>의 1999년 게임보이 이식작. 원작은 1988년 12월, PC-8801용 플로피디스크로 나왔으니 10년 넘어 게임보이로 리메이크된 셈이다.
코에이 삼국지를 다시 해볼까 생각하던 중에 비슷한 시스템인 노부나가의 야망을 한 번도 안 해본 게 떠올라 해봤다. 일본 역사를 다룬 게임을 최근에 한 것도 선택에 영향이 있었다.

그 많은 시리즈 중 게임보이판 전국군웅전을 선택한 까닭은 다른 기종보다 간단해 보여서다. 입문작으론 만만해 보이는 게 좋다고 본다. 삼국지2와 비슷한 위치의 게임이고 시스템도 닮은 데가 많아서 친숙했다.

일본 전국시대(1467~1615년) 역사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아스 정도만 알고 상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학생 시절 코에이 삼국지가 흥하던 시절에 노부나가의 야망을 하던 애들이 극소수 있긴 했다. 그때는 <신장의 야망>으로 알려졌고, 일본 소설 <대망>을 읽은 애들이 주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어판으로 했을 때 장벽은 인명이다. 코에이 삼국지의 경우는 그 시절에 일본어판으로 했어도 한자를 알았기에 인물명을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으면 관우, 장비 식으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소설에서도 한국식 한자음으로 나오니까.
그러나 노부나가의 야망에서 나오는 인물명은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으면 누군지 알 수 있는 건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과 신장(노부나가)뿐이었다. 일본 사람 이름은 읽는 방법이 제각각이라서 한자만 보고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일본어를 알지만 인명 읽기는 어려워서 공략집의 인물 리스트를 확인해야 했다.

삼국지2를 옛날에 많이 해봐서 시스템이 비슷한 게임보이 컬러판 전국군웅전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게임보이 컬러판은 400명 이상의 무장이 등장하는 원작의 거의 모든 요소가 들어갔지만, 인명만 한자로 나오고 메뉴들은 히라가나로 나오는 게 다른 점이다. 무장 얼굴 그림은 6번째 작품인 천상기 것을 썼다고 한다.

난이도는 5단계로 아무 때나 조절할 수 있는데, 높을수록 배신과 봉기가 잦다고 한다. 전쟁은 보지 않는다로 선택하면, 전쟁을 그냥 컴퓨터에 맡기고 승패만 보게 된다. 전력 차이가 크게 날 때만 유용하다.

이 게임의 목표는 오로지 일본 전국 통일이다. 백성들 잘 살도록 간척, 세율 조정, 마을 투자 등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전쟁에 필요한 돈과 쌀을 모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좋은 인물 찾아 부하로 만들고, 징병하고 훈련해서 다른 지역을 침공하는 게 급선무다. 적극적으로 전쟁해서 하나하나 점령해나가다 보면 클리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짧지는 않다. 무장마다 행동력이라는 게 있어서 매달 명령 횟수에 한계가 있고, 행동력이 소진되었을 때 침공당하면 아무것도 못 하고 패배하고 만다. 징병도 한 번에 많은 수가 들어오지 않아서 강한 군대를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인내심이 필요한 게임이다.

전투는 성 밖에서 먼저 싸우고 적이 성 안으로 퇴각하면 농성전이 시작된다. 성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성주를 이겨야 승리다. 무장마다  철포병, 기마병, 무사로 병사의 종류가 정해져 있어서 특성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전국 통일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서 쉽지 않은 게임이지만, 노부나가의 야망에 입문하는 게임 용도로는 나쁘지 않았다. 게임보이 성능에 이 정도로 충실히 이식된 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