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1

열혈고교 축구편 MD판 & 패미컴 영문판

열혈 축구 게임보이판, PC엔진 CD&휴카드판을 한 김에 메가드라이브판과 패미컴 영문판도 건드려보았다.

먼저 패미컴 영문판인 <닌텐도 월드컵>. 원작을 대폭 수정해서 스토리가 삭제되고 그냥 13개국 중 한 팀 골라서 다른 12팀을 이기고 우승하는 게 목표다.

원작과 차이는 필살 슛 구사에 제한이 있고 경기 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필살 슛 남발이 줄어들어서 쬐끔 축구다워졌지만, 경기 시간이 늘어난 건 지루함만 더했다.

다 깨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패스워드로 마지막 스테이지 서독전만 해봤다. 음악은 그대로 사용했고 하프타임의 대기실 장면은 생략되었다. 전체적으론 원작보다 재미 요소가 줄어들었다.

엔딩은 게임보이판과 흡사하다. 트로피 받고 스태프롤 없이 끝. 원작 엔딩과 견주면 너무 초라하다.

다음으로 메가드라이브판을 해봤다. 발매 당시에 반갑긴 했지만, 이미 패미컴으로 질릴 만큼 해봤기에 내 관심을 끌진 못했다. 지금 해보니 스토리는 똑같지만, 시스템이 바뀌어서 다시 해볼만한 작품이었다.

패미컴판에선 안 보이던 능력치인 체력, 주력, 킥력이 수치로 표현되고, 필살 슛 게이지가 생겼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게이지가 차는데 5단계에서 슛이나 태클을 하면 필살기가 나간다. 어려운 점은 5단계에서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선수가 불 타서 쓰러진다는 점. 이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

패미컴판과 마찬가지로 12판째인 시만츄 실업 고교가 마지막 상대 팀이지만, 게임 타이틀 화면에서 패스워드 7777을 입력하면, 각 팀의 주장으로 구성된 최강 팀과 겨룰 수 있다. 여기서 이겨도 엔딩이 나온다. 엔딩 내용은 패미컴판과 비슷하다.

PC엔진판은 쿠니오가 미사코의 진한 키스를 받지만, 메가드라이브판은 원작 패미컴판처럼 마지막 판에 선택한 선수가 입술에 키스를 받는다. 다른 선수는 그냥 볼에 뽀뽀.

패미컴판, PC엔진판, 메가드라이브판 다 해본 결과, 열혈 축구1은 시스템과 그래픽이 향상된 메가드라이브판이 제일 낫지 않나 싶다. 처음 한다면 이걸 권한다.


엔딩 본 날 - 2021년 7월 30일

2021-07-30

열혈 고교 피구부 CD 사커편

패미컴판을 어린 시절 재미나게 즐긴 기억이 있는데, PC엔진판 CD로도 있길래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해봤다.

CD 롬 게임답게 애니메이션과 음성이 추가되었다. 축구부 매니저 미사코가 식중독에 걸린 축구부 대신에 전국 대회에 나가 달라고 피구부 주장 쿠니오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미사코와 쿠니오의 모습이 게임 속 캐릭터와 달라서 위화감이 있다. 머리색도 다르고, 우승하면 선수 전원에게 뽀뽀해준다고 제안할 정도로 당돌한 이미지의 미사코가 너무 수줍게 나왔다.

경기 중엔 음성 효과가 추가된 걸 제외하면 시스템과 게임성이 패미컴과 똑같다. 경기 전 멤버 교체를 할 수 있다. 선수에 따라 주력, 필살 슛, 체력이 다르다. 중앙 미드필더 한 명만 조종할 수 있고 나머지 선수에겐 슛, 패스, 태클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패스 위주냐 드리블 위주냐 등의 작전 설정을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한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필살 슛을 하느냐다. 전술이고 뭐고 상대 골키퍼를 향해 필살 슛을 정확히 빠르게 자주 구사하는 게 승리의 지름길이다. 이 때문에 필살 슛에 익숙해지면 게임이 단순해진다.

중반 경기 후엔 식중독으로 병원 신세였던 축구 부원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능력치가 좋은 편이라 출장시키면 도움이 된다. PC엔진 CD판은 경기 직후 미사코의 대사가 음성으로 나온다.

11번째 상대 팀은 닌자들로 구성된 핫토리 학원이다. 스피드가 빠르고 돌부리도 여유 있게 점프하기 때문에 열혈 축구 최강의 난적이다. 그에 비해 12번째 상대 팀은 빠르지 않아서 왜 핫토리 학원이 끝판이 아닌지 패미컴판을 했을 때 의아했다.

PC엔진 CD판엔 추가 스테이지가 있다. 패미컴판은 12번째 상대 시만츄 실업 고교를 꺾으면 엔딩이지만, PC엔진판 CD판은 일본을 떠나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순으로 싸우게 된다. X68000판, 메가드라이브판, PC엔진 휴카드판 등 다른 이식판과 비교해서 가장 긴 스테이지를 자랑한다.

세계 강호 선수들은 몸이 바위 같아서 몸싸움에서 꽤 밀리게 되지만, 필살 슛만 구사할 수 있으면 다 이길 수 있다.

우승하면 선수들에게 뽀뽀해준다고 약속했던 축구부 매니저 미사코는 약속을 지킨다. 쿠니오에게 뽀뽀하는 장면은 코믹했던 원작과 달리 로맨틱하게 처리되었다. 열혈 고교 스타일과는 안 맞는다고 느꼈다.

엔딩 장면은 등장인물이 총출연하는 패미컴판과 달리 사진들로 때운다. 개인적으로 패미컴판 엔딩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PC엔진판은 1991년 12월에 CD롬판으로 나왔고, 4달 뒤 휴카드판으로도 나왔다. 휴카드판은 월드컵편이 사라지고 한 팀만 추가되었다고 한다. 휴카드판은 CD판에서 사족 같던 비주얼신이 빠지고 패미컴판과 흡사한 엔딩을 보여준다.

<PC엔진 휴카드판의 마지막 팀과 엔딩>

패미컴 원작에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선택한 선수가 미사코의 진한 키스를 받는데, PC엔진판은 CD판이나 휴카드판 모두 쿠니오가 받는다.

게임만 본다면, PC엔진판(CD & 휴카드판)이 패미컴판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패미컴판은 성능 상 캐릭터가 반짝거려서 거슬리지만, PC엔진판은 그 부분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엔딩 본 날 - 2021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