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3

에어리어88 슈퍼패미컴판

1989년 KBS1에서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던 애니의 게임화. 애니는 당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완성도로 청소년들에게 문화 충격을 선사했다. 애니의 인기 덕에 오락실에 이 게임이 나왔을 때 인기가 많았다. 나도 여러 번 즐겼는데, 대개 첫 판을 넘기지 못했다.

이 게임을 1991년에 캡콤이 슈퍼패미컴용으로 이식했다. 오락실용으로 할까 하다가 슈퍼패미컴판이 궁금해서 잡아보았다. 마침 비공식 한글화 패치도 있었다. 제목까지 깔끔하게 한글화했다.

아케이드판과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이 많다. 적을 격추하면 돈이 들어오고 전투기 구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슈퍼패미컴의 성능 한계상, 그래픽, 음악은 원작보다 떨어진다. 

한 스테이지가 길지 않은 편이라 부담 없어 좋았지만, 적들이 다양하진 않아서 좀 밋밋하긴 했다. 그래도 슈팅 게임에 약한 슈퍼패미컴치곤, 그럭저럭 평작 수준까진 나온 것 같다.

엔딩은 애니 원작과 달리 해피 엔딩이다. 애니는 왜 그렇게 끝났는지 어렸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케이드판보다 묵직함이 떨어지지만, 슈퍼패미컴만의 색다른 재미가 있으니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해봐도 괜찮은 슈팅 게임이다.


엔딩 본 날 - 2021년 3월 23일

2021-03-22

록맨X PSP판 이레귤러 헌터X

1993년 슈퍼패미컴으로 처음 나왔던 록맨X를 2005년 PSP로 리메이크한 작품. 비공식으로 한글판도 있다. <록맨X>란 제목을 안 쓰고, <이레귤러 헌터>로 바꿨다. 굳이 지명도 높은 제목을 바꿀 필요가 있었나 싶다.

세계관은 록맨이 활약하던 시대의 100년 후. 라이트 박사도 없고 숙적 와일리 박사도 없다. 이레귤러란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 로봇을 일컫고, 이레귤러 헌터는 그 로봇들을 단속하기 위한 로봇이다. 엑스는 그 이레귤러 헌터의 일원이다. 엑스가 소속된 제17부대의 대장 시그마는 돌연 인간을 향해 반란을 일으키고 엑스와 그의 친구 제로는 시그마와 그의 부하들를 물리치러 나선다.

록맨 시리즈는 좋아했지만, 록맨X로 넘어가면서 관심을 접었던 까닭은 록맨의 그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성인 등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록맨을 즐겼던 게이머가 그 시점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되었을 테니 변화가 불가피했겠지만, 나는 패미컴판 클래식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었던 모양인지 훗날 나온 록맨9, 10은 클래식 디자인으로 나왔다. 그래도 록맨X가 슈퍼패미컴으로 발매되었을 때는 새로운 유저까지 포섭하며 밀리언 판매량을 달성했고, 인기에 힘입어 8편까지 나왔다.

PSP판은 인기가 다 떨어진 시점에 나와서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픽에 3D 느낌이 들어가며 대폭 향상되긴 했지만, 클래식 록맨을 좋아하던 나에겐 이질감이 들었다. 차라리 슈퍼패미컴판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구성은 과거 록맨 시리즈와 비슷하다. 개성적인 8보스가 있는 스테이지 선택, 선택 시 보스 동작 연출, 차지샷, 보스를 이기면 그가 가진 무기 습득, 8스테이지 클리어 시 새로운 스테이지 등장. 새로운 스테이지에서 8보스와 재대결. 끝판왕은 거대 보스. 록맨 문법에 충실하다. 액션에서 록맨과 다른 점은 벽을 탈 수 있다는 점.

어린애 모습에서 성인 모습으로 바뀐 록맨의 디자인처럼 스토리도 진지해졌을까 했는데, 딱히 그런 건 못 느꼈다. 단순하고 굴곡 없는 어린이, 청소년용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 록맨 시리즈의 라이트 박사는 사망한 지 100년이 넘어 오프닝과 엔딩에서 홀로그램 영상으로만 등장한다. 그는 말년에 엑스를 완성해 로봇의 반란에 대비했다.

록맨 시리즈는 클래식 3편을 패미컴 보유 시절 너무 재미나게 해서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록맨X는 그 추억을 되살려주진 못했다. 이건 나한테 그냥 다른 게임이었다. 엔딩까지 가는 데 좀 지루했다.


엔딩 본 날 - 2021년 3월 21일

2021-03-20

악마성 드라큘라 MSX2

악마성 드라큘라는 1986년에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판으로 처음 나왔고, MSX2판은 3주 뒤에 나왔다. 패미컴판과 내용은 같지만, 일방통행 스크롤 액션이었던 패미컴판과 달리 성 내부 탐색 액션이 되었다. 스크롤이 없기 때문에 맵을 제한 없이 전후좌우 왔다갔다 할 수 있다. 

MSX2의 기기 성능 한계 상 연속으로 화면을 스크롤 시키며 다수의 적을 동시에 출연시키기 힘들어 이런 방식이 되었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나온 이 방식은 몇 달 뒤, 동사의 <마성전설2>, 훗날 <월하의 야상곡>에도 이어지게 된다. 다만, MSX2판의 맵은 같은 화면이 무한 반복되는 방식이라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옛날 게임이지만, 액션에 쾌감이 있으며, 패미컴과 차별된 게임성으로 중독성이 있다. 채찍을 주 무기로 쓰며, 단검, 십자가, 도끼가 보조 무기로 나온다. 십자가와 도끼는 던진 뒤 다시 잡지 않으면 채찍으로 돌아와 버린다. 그리고 이동 속도를 높이는 신발 등, 파워업 아이템이 있으며, 노파에게서도 하트를 주고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아무리 파워업해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초기 상태로 돌아온다는 점.

각 스테이지 클리어의 핵심은 다음 단계의 문을 열 수 있는 화이트키를 찾는 것이다. 이 화이트키는 벽 속 등에 숨겨져 있어서 여기저기 벽을 쳐서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맵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스테이지12 후반부는 길이 미로로 되어 있는데, 마지막 출구 위에 화이트키가 숨어 있지만, 그걸 입수하려면 바로 아래 벽을 절대 부수지 말아야 한다. 부수지 않고 그 벽을 밟고 점프하면 화이트키를 얻어 문을 열 수 있다. 가장 막힐 수 있는 부분이다.

끝판왕은 언제나처럼 드라큘라. 쓰러뜨리기 쉽지 않다.

엔딩은 달랑 글자만 나오고 다시 스테이지1로 돌아가 무한 반복된다. 옛날 게임은 이런 식이 많았다.

패미컴판과 함께 악마성 시리즈 중 시간대가 가장 앞선 1691년이 배경으로 시리즈 원점인 작품이다. 패미컴판과 게임성이 달라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월간 <컴퓨터 학습>에서 소개된 화면을 보고 너무 하고 싶었지만, 당시 보유 기종이 MSX1이라서 군침만 흘렸던 게임이다. 지금이라도 한을 풀어서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