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4

R-TYPE 3 슈퍼패미컴

1993년에 슈퍼패미컴과 게임보이어드벤스(북미)로 발매된 알타입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6스테이지 구성인데,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에 구분 표시가 없어서 어디서부터가 한 스테이지의 시작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슈팅 게임치고는 보스 만날 때까지 플레이 시간이 긴 편.

알타입 시리즈 최초로 위로 스크롤되는 구간이 나오며, 심지어 뒤로 스크롤되는 구간도 나온다. 후반부에는 전작에 나왔던 보스들이 출몰한다.

1, 2편보다 더 어려운 편. 하지만, 슈퍼패미컴의 성능상 박력은 떨어진다. 슈퍼패미컴은 2년 앞서 나온 메가드라이브보다 CPU의 연산 속도가 떨어져서 슈팅 게임에 약점을 보인다. 그래픽도 슈퍼패미컴 특유의 뿌연 색감 때문에 아쉬운 감이 있다. 음악도 박력 부족. 메가드라이브에 이식되었으면 더 나았을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엔딩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스태프롤 나오고 1스테이지로 돌아간다.


엔딩 본 날 - 2021년 2월 24일

2021-02-23

R-TYPES (PS1)

슈팅 게임의 고전. 1987년 오락실에 등장했다. 나는 MSX판을 컴퓨터 잡지에서 보고 엄청 하고 싶었다. 에일리언처럼 생긴 도브케라돕스가 인상적이었다.

MSX론 못 해보고 오락실에서 가끔 해봤다.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다 떼면 나가는 파동파에 희열을 느꼈다. 제대로 오래 해본 기억이 없어서 이번에 플스1판으로 해봤다.

플스1판은 아케이드판 1, 2편을 CD 2장으로 합본 이식해서 1998년에 발매했다. 아케이드판에서 추가된 것은 갤러리 메뉴에서 설정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점.

스토리는 굉장히 암울하다고 알고 있는데, 게임만 해봐선 스토리를 모르겠다. 게임 나오고 여러 설정이 붙은 게 아닐까 싶다. 이 게임이 유명해진 건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비주얼이다. 에일리언 영향을 크게 받았다.

1편과 2편을 연달아 해봤는데, 1편 쪽이 비주얼 면에서 더 인상적이었다. 2편은 1편보다 특별히 향상된 건 없어 보인다. 80년대 게임답게 엔딩은 짧게 끝나고 스테이지1으로 돌아간다.

지금 해보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잠시 추억을 느낄 수 있었다.


엔딩 본 날 - 2021년 2월 22일

2021-02-20

70년대풍 로봇 아니메 겟P-X

1999년 아로마가 플레이스테이션1용으로 발매한 슈팅 게임. 무려 CD 4장으로 나온 (당시 기준) 대용량 게임이다. 7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재현하는 데 그 용량을 다 쓴 느낌이다.

주역 기체와 파일럿들의 구성 또한 영락없이 겟타로보를 패러디하고 있고, 스토리도 당시 거대로봇물처럼 흘러간다.  오프닝 → 회화 파트 → 전투 A → 아이캐치 → 광고 → 아이캐치 → 회화 파트 → 전투 B → 엔딩 → 차회예고로 구성된 것이 70년대 그 느낌 그대로다. 지금 기준에서 봐도 엄청난 애니 분량과 음성이 들어 있다.

본편인 슈팅 부분은 스테이지가 짧고, 타격감이 약하며 적의 공격 패턴이 다양하지 못해서 슈팅 게임으로선 그리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없지만, 70년대 거대로봇물을 패러디한 장면들에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겟P-X 완구나 굿즈가 중간 CF로 나오는 것도 웃긴다. 게임을 한다기보다 개그 애니메이션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보면, 즐겁다. 

4화에서 큰 분기가 있다. 4화 보스를 누구로 쓰러뜨렸느냐에 따라 보스를 쓰러뜨린 파일럿이 사망하고 보충 파일럿인 여성이 온다. 나는 주인공 케이가 죽었다. 이게 분기인 줄은 몰라서 리더가 죽는 전개에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적의 여장군인 힛서가 기억을 잃고 바람둥이 남자 파일럿 진과 사랑에 빠지는 루트가 펼쳐지는데, 만일 진이 4화 보스전에서 죽었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원래는 진이 죽는 게 오피셜 스토리라고 한다.

후반부엔 붉은혜성 샤아를 패러디한 인물도 나온다. 성우도 똑같다. 완구로만 존재하는 로봇 아틀란져도 등장한다.

즐겁게 봤다. 게임이라기보단 애니로 봐줘야 할 것 같다. 제작사 아로마는 이 게임의 애니메이션 부분에 개발 비용을 엄청나게 썼지만, 판매량은 저조해서 이후 파산했다고 한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쏟은 열혈 제작사가 장렬히 산화한 것이다. 마치 그들이 만든 이 열혈물처럼. 판매 당시엔 정신 나간 작품 취급이었지만, 지금은 웃돈이 붙어서 중고가 50000엔이 넘는다.


엔딩 본 날 - 2021년 2월 19일

환상 크로니클 PSP

스마트폰용으로 나온 모바일 RPG를 PSP로 이식하여 2014년에 발매하였다. 패키지로 안 나오고 600엔이라는 가격에 다운로드로만 판매하였다.

누군가에게 주인공 라이트가 살던 마을이 습격받고, 함께 지내온 소녀 피나까지 납치당한다. 라이트는 수호수 루키우스와 계약을 맺고, 피나를 찾으러 나서는데...

과거 스퀘어 RPG를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그래픽과 매력적인 일러스트, 괜찮은 음악에 이끌려서 했다. JRPG의 흔한 시스템이라서 익숙했다. 마을엔 길드가 있고, 거기서 서브 미션을 받을 수 있다. 미션을 해결하면 길드에서 상금을 받는다. 받은 상금으론 아이템을 사거나 무기를 강화할 수 있다. 특징적인 점은 캐릭터마다 계약한 수호수가 있고, 그들도 전투를 거듭하면서 레벨이 오른다는 것.

등장인물 중 한 소녀는 이름이 '코로나'다. 2021년, 2월 현재 아직도 전염병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나온 게임이면 이름을 이렇게 짓진 않았겠지.

필드는 따로 없고 지도에서 이동하는 방식이다. 길을 헤맬 염려가 없어서 이건 편했다. 후반부 던전에선 조금 꼬아둔 미로가 있긴 하지만, 다른 RPG에 견주면 수월한 수준이다.

초반까진 스토리가 흥미로웠는데,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놀랍지도 않고 지루해진다. 원작이 모바일 게임이라서 그런지 스케일이 작고 생략해서 만든 부분이 있다. 음성도 없고 한 장면에서 대사가 너무 긴 곳이 곳곳에 있다. 그래픽이 나와야 할 부분에 대사로만 때우는 부분도 있다. 대사가 설명충 느낌이 많고 장황해서 읽기가 지겨워진다. PSP로 이식되면서 추가 요소가 있다곤 하지만, 제작비 많이 안 들이고 만든 티가 난다. 

중간에 그만둘까 하다가 금방 후반부이길래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갔다. 엔딩 스태프롤 나오면 끝인 줄 알았더니 진엔딩이 따로 있었다. 엔딩 후 두 번 정도 이벤트가 또 있다. 엔딩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

예측 가능해서 별로 궁금하지 않은 스토리, 매력적이지 않은 적 등등 실망스러웠던 RPG다. 첫인상만 좋았다.


엔딩 본 날 - 2021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