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4

레나스2 봉인의 사도

1996년 아스믹이 발매한 슈퍼패미컴용 RPG. 전작에서 10년 가까이 지난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전작의 주인공이 활약했던 대륙 레나스가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 시작되며, 주인공도 다르다.

주인공은 예언에 맞춰 세상에 내려온 신의 아이이며, 세상 사람들은 그가 '대통일'을 이루어 모든 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한다. 강림하자마자 대통일에 필요한 4개의 보물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 자신이 정말 신의 아이인지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바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투에서 한 손 십자키 조작이 가능하다. 한 손엔 게임 컨트롤러 들고 한 손은 뭘 먹거나 공략본 보라고 이렇게 만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누르는 횟수가 많아져서 오히려 불편했다. 자동 전투라도 있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전작에 없던 Y버튼 빨리걷기 기능이 생겨서 빠른 진행이 가능했다. 또, 보통의 슈퍼패미컴 RPG와 달리 마을, 필드, 던전 어디서든 세이브가 가능하다. 보스 만나기 직전에만 세이브가 제한된다.

전투 시작 시에 우리 편이 잠시 보이는 연출이 들어갔으며, 용병은 최대 3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고용한 용병이 엔딩 때 등장하는 것은 전작과 똑같다. 전작에선 정령 주문을 구입해야 쓸 수 있지만, 여기선 각 지역에 있는 정령을 물리친 다음, 정령교환소에서 장착해야 쓸 수 있다.

1편 발매 후 4년 가까이 흐른 뒤 나온 속편이라 그래픽이 전체적으로 향상되었다. 대사에 한자도 나온다. 다만, 특유의 파스텔풍 그래픽 느낌이 사라졌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래픽 면에선 1편이 독특하긴 했다.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는데, 멋지거나 예쁘거나 섹시한 캐릭터는 안 보인다. 캐릭터나 몬스터나 디자인의 기괴함은 유지하고 있다.

지저세계 안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상의 에르츠를 거쳐 전작의 무대 레나스로 이어진다. 전작의 마을이 그대로 나오고, 전작의 주인공과 히로인도 등장한다. 전작을 해봤다면, 반가울 것이다.

주인공이 행한 일이 재앙이 되는 전개는 전작과 같다. 모르고 했다지만, 사고치고 뒷수습하는 얘기. 죄의식이 행동 동기가 된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정말 신의 아이인지, 대통일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해서 나름 흥미진진하다. 8개의 봉인을 찾는 과정이 두 번 있는데, 공략 순서는 게이머 취향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숨은 서브 이벤트도 꽤 있어서 파고들기도 좋다. 대부분의 면에서 전작보다 나은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작처럼 워프 마법이 없어서 헤매기 쉽다.

3편까지 기획되었던 작품이지만, 발매원인 아스믹이 가정용 게임 사업을 접으면서, 3편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2편의 경우는 롬팩이 1만 개밖에 생산되지 않아서 현재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1편 인기가 별로였던지라 2편 역시 해본 사람이 드물지만, 수작 RPG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11월 24일

2020-11-23

레나스 고대 기계의 기억

1992년 코피아시스템이 개발하고 아스믹이 발매한 슈퍼패미컴용 RPG.

마법 학교 학생인 주인공은 어느 날, 동급생의 꾐에 빠져 출입이 금지된 탑에 들어가 괴수 카이마트를 깨우는 실수를 한다. 그로 인해 마법 학교는 붕괴하고 학생들은 모두 죽는다.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무녀 미디아와 함께 세계 멸망을 막으러 떠난다는 스토리.

파스텔 색조의 그래픽과 야릇한 음악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RPG다.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마법 주문은 레벨업으로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가게에서 사야 하고, 마법 사용 시 MP가 아니라 HP가 깎인다는 점이다. 초반부 대사 보면 "MP? 어디서 그런 고정관념을 얻었어? 마법을 쓰면 HP가 깎이는 거야"라고 한다.

마을마다 있는 술집에선 용병을 고용할 수 있다. 말로 고용할 수 있는 용병도 있지만, 대개 돈이나 아이템을 요구한다. 2명까지 데리고 다닐 수 있고, 레벨업은 되지만 장비 교체는 안 된다. 고용했던 용병은 엔딩 때도 등장한다. 게임에 나오는 종족이 다양해서 외모가 다 개성적이다.

전투는 드래곤 퀘스트 스타일의 턴제이지만, 조작이 특이하다. 십자 버튼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십자 버튼 상하좌우로 무기, 마법 등을 선택해서 진행하는 식이다. 다른 RPG와 차별점을 주려고 이렇게 만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여러 번 눌러야 해서 성가셨다. 걸음이 느리고, 적 조우율은 높은 편이다.

후반부에 1만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의 영웅을 만나 보스를 봉인하는 전개는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한 행위가 1만 년 후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 정복을 꿈꿨던 끝판왕을 물리치면, 주인공의 어머니,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뒤, 주요 장면과 함께 스태프 롤이 나온다. 마지막엔 속편을 예고하며 엔딩.

대사가 한자 없이 히라가나로만 나오고, 등장인물 성격이 거의 묘사되지 않아서 패미컴 RPG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벤트 전개도 단순한 편이라 더 그랬다. 좋게 생각하면 슈퍼패미컴에서 패미컴 RPG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0년 1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