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0

카제키리

1994년에 나그자트가 PC엔진 CD롬용으로 발매한 액션 게임. 에도 시대에 모리구모 성의 성주는 모반을 꾀하여 다이묘의 외동딸 시즈히메를 납치해 인질로 삼는다. 이에 닌자 카제키리가 다이묘의  딸을 구하기 위해 모리구모 성으로 잠입한다는 줄거리.

성의 지하부터 최상층까지 적을 물리치며 올라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오른쪽 위에 그 층에서 물리쳐야 할 적의 수가 게이지로 표시되는데, 제로가 되면 그 층의 보스가 나온다. 적을 모두 쓰러뜨릴 때까진 좌우 어느 쪽이든 갈 수 있고, 보스는 그 층의 맨 끝에 가면 나온다.

주인공의 동작이 다채롭다. 적이 멀리 있으면 수리검을 던지고, 적이 가까이 있으면 칼을 쓴다. 십자키와 Ⅰ・Ⅱ 버튼의 조합으로 전방 대쉬, 슬라딩 대쉬, 적의 수리검 튕기기, 점프 킥, 셀렉트 버튼으로 잠시 사라지기(체력 닳음) 등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게임은 3단계로 어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노멀 이하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드로 하면 적이 공격을 잘 막아낸다. 나는 하드로 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하드로 클리어한다고 해서 무슨 특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루하기만 하므로 하드는 비추천이다.

액션은 근사하지만, 성 안은 위로 올라가도 비슷한 배경이 많아서 단조로운 느낌을 받는다. 졸개 캐릭터도 다양한 편은 아니다.

최상층에 올라가면, 납치된 공주가 있는데, 보스와 싸우는 와중에 주인공의 공격이 공주로 향하면, 공주가 죽고 배드엔딩이 되어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공주를 살리고 끝판왕을 물리치면, 불타는 성에서 공주를 안고 탈출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해피엔딩이다. 엔딩 이후 옵션에 들어가면, 여자 닌자 스즈를 고를 수 있는 항목이 열린다. 캐릭터만 바뀌고 내용은 똑같이 진행된다.

주인공의 다양한 동작은 좋았지만, 전개가 단조로워서 조금은 지루했던 게임이다. 그리고 명색이 CD롬 게임인데, 비주얼신이 오프닝과 엔딩밖에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그래도 1994년 당시엔 국내에서 괜찮은 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10월 30일

2020-10-29

몬스터월드4

웨스턴이 개발하고 세가가 1994년에 발매한 원더보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주인공이 시리즈 최초로 여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더'보이'라는 제목은 빼고 '몬스터월드'가 되었다. 세계관은 아라비안나이트 풍.

소녀 '아샤'는 어느 날 누군가의 도와달라는 외침을 듣고, 바로 모험을 떠난다. 장황한 오프닝 없이 빠른 전개다. 아샤의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아샤가 떠나는 걸 바로 받아들이고 배웅해준다.

메가드라이브 황혼기에 나온 작품인 만큼 그래픽과 음악이 최상급이다. 주인공의 동작이 다채롭고 음악도 듣기 좋다. 메가드라이브의 BGM은 좀 거친 느낌이 있는데, 이 게임은 깔끔했다. 보물상자를 열 때 아샤가 엉덩이 실룩실룩하는 모습은 중독성 있다.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원더보이2>와 견주면, 미로와 퍼즐 요소가 더 강해졌다. 아무래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용 게임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머리를 쓰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는 장면이 많다.

도중에 애완동물(?) 페페로그를 얻으면, 다양한 액션이 가능해진다. 페페로그가 체공 시간을 늘려주기도 하고, 불을 꺼주기도 하며, 숨겨진 문을 찾아주기도 한다. 클리어하려면 페페로그 사용이 필수인데, 게임 내에선 어떻게 쓰라는 설명이 없어서 공략을 안 보면 막히기 딱 좋다. 페페로그는 스테이지 시작 시마다 열매를 먹고 점점 뚱뚱해져서 액션이 제약된다.

액션 RPG를 표방하지만, 일반 RPG처럼 마을이 많이 나오진 않는다. 마을이 딱 두 곳 등장하며, 그중 한 마을과 던전을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된다. <이스3>와 비슷한 진행 방식이지만, 레벨업 개념은 없다. 단지, 돈을 모아 좋은 무기, 갑옷, 방패를 사서 공격력과 방어력 올리고 생명 조각을 모아 HP 한계치를 높일 수 있다.

던전 공략은 쉽지 않다. 적을 물리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막힌 곳을 진행하려면, 던전 내에서 얻은 힌트와 길을 기억해야 하고, 페페로그를 이용해야 한다. 어떤 던전에선 돌아다니며 다섯 개의 석상을 찾고, 힌트대로 배치하는 걸 두 번이나 해야 한다. 세밀한 점프 실력도 요구된다. 피라미드 들어갈 때 스핑크스는 전작들처럼 수수께끼를 낸다.

스토리는 전작들처럼 단순하다. 이 게임의 가치는 스토리보다는 게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길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막힌 곳을 풀었을 때 시원한 맛이 있다. 다만, 몇몇 부분은 공략 안 보면 굉장히 헤맬 수 있다.

메가드라이브가 저물고 플레이스테이션과 새턴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던 시절에 나와서 조금 묻힌 감이 있는 게임이지만, 완성도는 원더보이 시리즈 전체로 봐서도 그렇고, 16비트 게임 전체를 놓고 봐도 최상급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