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9

XBOX360 무선 컨트롤러, 안드로이드에서 트리거 인식 문제 해결

이제는 구형이 된 XBOX360 무선 컨트롤러는 전용 USB 리시버만 있으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XBOX360 컨트롤러 비정품 리시버, MS 로고가 없다.


제 USB 리시버는 중국산 짝퉁인데도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잘 인식됩니다. 윈도10과 달리 안드로이드에서는 별도의 드라이버나 어플 없이 바로 잡힙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더군요. .emu 시리즈 에뮬에선 모든 버튼이 잘 인식되지만, 레트로아크, PPSSPP, Kodi에선 L, R 트리거 버튼 인식에 문제가 생깁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360 컨트롤러부터 X-input이라는 새로운 입력 시스템을 채택했는데, 이걸 D-input과 호환되도록 만든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L, R 트리거가 버튼이 아니라 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부 에뮬과 게임에선 트리거 인식이 안 됩니다.

PPSSPP에선 트리거를 매핑할 순 있지만, 게임 중 한쪽 트리거 버튼을 눌러보면 다른쪽 트리거 버튼과 동시에 눌리며 엉뚱하게 작동합니다. Kodi에서도 트리거를 설정하면 방향키가 멋대로 움직여버립니다. 그리고 레트로아크에선 트리거 버튼을 매핑하는 순간, 멈춥니다.

레트로아크의 컨트롤러 cfg 파일을 편집기로 열어서 할당된 키값인 +2, -2를 넣어서 저장하는 방법도 써봤지만, PPSSPP처럼 동시에 키가 눌려버립니다.

이 상태론 레트로아크, PPSSPP, Kodi에서 XBOX360 무선 컨트롤러는 양쪽 트리거 버튼이 없다고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궁리 끝에 키 레이아웃(.kl)을 안드로이드 기기에 넣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XBOX360 무선 컨트롤러용 키 레이아웃 파일이 있더군요. 이걸 제가 쓰는 안드로이드 박스 GT-king에 넣어봅니다.

Vendor_045e_Product_02a1.kl

시스템 파일에 접근해야 해서 루팅이 필요합니다. 제 GT-king은 이미 루팅 되어 있는 상태라 수월했어요. X-plore File Manager나 Root Explorer 같은 탐색기 어플로 루트의  /system/usr/keylayout 폴더에 Vendor_045e_Product_02a1.kl 파일을 복사해 넣습니다.

복사만 하면 안 되고 반드시 파일에 권한(Permission)을 줘야 기기가 먹통 되지 않습니다. 탐색기 어플 기능을 써서 권한을 RW-R-R로 맞춥니다. 

그리고 재부팅해서 레트로아크에서 트리거를 키 설정해보면, 다른 키값으로 바뀌어 있고 잘 인식됩니다. PPSSPP, Kodi에서도 정상 작동합니다. 이젠 언루팅해도 상관 없습니다.

전 보통 플스1 미만 게임에선 양쪽 트리거 버튼을 각각 강제 세이브(L), 강제 로드(R)로 할당해요.

트리거 인식 문제 때문에 다른 컨트롤러로 바꿔야 하나 싶었는데, 계속 재활용해야겠군요.

2020-09-24

테크모컵 풋볼 게임 MD

<캡틴 츠바사>의 해외 버전. 1993년 테크모가 메가드라이브용 롬팩으로 북미와 유럽에 발매하려다 취소된 비운의 게임이다. 세가 해외 부서의 정책 탓이라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게임은 다 만들어져 있고 정식 제품은 아니겠지만, 지금도 해외 온라인 몰에선 롬팩을 팔고 있다. 롬파일은 아주 오래 전에 퍼져 있었다. 발매 취소된 게임이 어떤 경로로 유출되었는지는 수수께끼다. 영문판만 존재한다.

<캡틴 츠바사>의 시스템만 가져왔을 뿐, 내용은 완전 별개의 오리지널이다. 주인공은 로버트라는 소년이다. 국적은 나오지 않는데, 아마도 영국이지 않을까 싶다. 로버트는 미드필더이며 그의 형 데이빗과 함께 드림FC라는 팀에 입단하여 세계 무대에 설 꿈을 키운다.

주인공 로버트의 라이벌은 알프레드라는 독일 선수다. 함부르크FC와 독일 대표팀의 주장을 겸하고 있다.

테크모의 <캡틴 츠바사> 2편, 3편을 해본 사람이라면, 시스템이 동일해서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아무래도 메가드라이브라서 패미컴판보다 템포가 빠르고 시원시원하다. 미완성품이 아닐까 했는데,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다만, <캡틴 츠바사2>와 견주면 캐릭터와 필살기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쾌적하지만, 밋밋하다. 스토리도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재밌는 건 필살기 중 메가드라이브 슛이 있었다. 골대를 일부러 맞춰서 튀어나온 공을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넣는다.

초반 두 판 정도 해보고, 웹에서 패스워드를 찾아 마지막 경기로 넘어갔다. 결승전은 독일이었다. 독일의 에이스는 메가플레어 슛을 구사하는 알프레드다. 승리하면, 엔딩. 특별한 내용은 없다. 알프레드와 악수하고 드림FC의 여자 매니저, 엘리스의 축하를 받으며 끝난다. 스태프롤은 안 나온다.

<캡틴 츠바사> 원작 만화가 유럽에서도 유명한데, 원작 캐릭터 그대로 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이 게임의 오리지널 캐릭터는 매력이 없어서 당시 발매했어도 큰 인기를 거두긴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훗날 메가CD판으로 <캡틴 츠바사>가 나왔지만, 시기가 늦어서 아쉬웠다.


엔딩 본 날 - 2020년 9월 24일

2020-09-23

캡틴 츠바사2 카를로스 패치

테크모의 <캡틴 츠바사2>는 어린 시절 재미나게 즐겼던 패미컴용 축구 시뮬레이션(또는 RPG?) 게임이다. 1편은 원작 만화 내용과 같았지만, 2편 스토리는 제작사 테크모가 만든 오리지널이다. 주인공 츠바사가 브라질로 건너가서 상파울루 팀에 입단하여 활약하고 일본 청소년 대표팀에 승선하여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내용.

아무리 게임이라도 일본 선수가 주인공이고 일본 대표팀으로 우승을 노려야 한다는 점이 한국 사람인 나로선 마음에 들진 않았다. 특히 축구에선 절대 응원하고 싶지 않은 팀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게임은 한국 팀이 약하게 나와서 일본 팀이 쉽게 요리한다.

일본이 아니라 다른 팀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했는데, 마침 카를로스 패치라는 걸 발견했다. 

패치 다운로드 - http://cap2a.ninja-web.net/CAP2a.zip (압축 푸는 패스워드 よういち)

카를로스는 이 게임 최강팀, 브라질의 에이스인데, 이 패치를 IPSwin.exe로 롬에 적용하면, 츠바사가 아니라 카를로스가 주인공이 되고, 브라질 대표팀으로 세계 대회에 나가게 된다.


●패치하면 바뀌는 것 

1. 주인공이 카를로스로 바뀐다.

카를로스의 소속팀은 플라멩구이므로 플라멩구로 시작한다. 카를로스의 라이벌은 상파울루의 츠바사. 시나리오는 카를로스 시점이 되고 대사도 그에 맞게 살짝 바뀐다.

주인공 카를로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츠바사


2. 시나리오 변경

상파울루(브라질 히우컵)→난카츠 고교(일본 고교선수권)→상파울루(재팬컵)→일본 청소년 대표팀(아시아, 세계 대회) 순으로 진행되던 시나리오가 아래처럼 바뀐다.

플라멩구(브라질 히우컵)→토호 고교(일본 고교선수권)→플라멩구(재팬컵)→브라질 청소년 대표팀(원정, 세계 대회)

토호 고교편에선 휴우가 시점으로 진행한다. 결승전은 카를로스의 플라멩구 vs 휴우가의 일본 대표팀.

3. 카를로스가 속한 플라멩구나 브라질 팀은 선수들 능력치가 좋아서 게임이 쉬워진다. 그러나 비기인 최강 패스워드를 쓰면 오히려 어려워지니 주의. 츠바사 팀의 능력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마지막 경기는 브라질 vs 일본인데, 일본의 능력치가 너무 강력해져서 이기기 힘들다.

4. 일본 골키퍼 와카시마즈의 기술인 삼각차기를 쓸 수 없다고 한다.


●엔딩 감상

마지막 결승 상대는 일본이다. 필살기 쓰는 선수가 많아서 고전한다. 겨우 이기고 엔딩을 봤다. 뭐가 바뀌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겼다! 우리가 해냈어! 브라질 우승이다!!

힘든 경기였지만 이겼어... 우리가 우승이다!

이런 멤버가 모였는데, 우승 못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더구나 우린 전 국민의 기대를 받고 이 대회에 참가했어. 책임감이 다르다구.

우승하면, 브라질 대표팀의 주요 선수들이 한 마디씩 한다. 단순히 주인공만 바꾼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대사도 수정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완성도 높은 패치다.

츠바사 - 브라질 팀, 너무나 버거운 상대였어... 내 축구가 이 정도까지 통하지 않은 상대는 처음이야.

일본 감독 - 다들 수고했다. 졌지만 우리는 준우승을 달성했다. 가슴을 펴고 돌아가자.


엔딩 뒷부분은 원본과 똑같다. 츠바사와 여자친구 대화 후, 그동안의 명장면 나오며 끝~

2020-09-21

베알파레스

2000년에 플레이스테이션1으로 나온 액션 RPG. 기획과 개발은 질소프트가 했고, 발매는 소니가 했다. 플레이스테이션2를 보유하고 있을 때 호환 모드로 돌려봤던 게임이지만, 14년이 지나서 제대로 해봤다.

두 강대국 사이에 1만 년 전의 유적이 발견되고, 온갖 보물과 함께 마물들이 출몰한다. 두 나라는 군대를 보내 마물들을 토벌하고, 유적 주위에 성벽을 쌓아 세상과 격리한다. 몇 년 뒤 성벽 안에는 작은 마을이 생겼고, 세계 각지의 모험가들이 유적의 보물을 노리고 몰려들었다.

주인공은 시작 시 성별, 출신, 직업, 목적을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변에 따라 무기와 능력치가 달라진다. 주인공 이외에 조작할 수 있는 인물이 13명 나오고, 주인공 포함 3명까지 데리고 다닐 수 있다. 각자 공격 방식과 마법이 다르고 필요할 때 교체하며 쓸 수 있다. 동료는 미션마다 교체가 가능하고, 누구와 오래 지냈느냐에 따라 엔딩이 바뀐다. 캐릭터 엔딩이 무려 26가지 있다고 한다.

게임은 굉장히 잘 만들었다. 2D이지만 캐릭터의 동작이 아기자기하고 세밀하다. 당시 플스 유명 메이커의 RPG와 견줘도 꿀릴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 게임이 잘 안 알려진 까닭은 무명 제작사가 만들었고, 홍보도 거의 안 해서라고 한다. 게임CD 표지도 캐릭터 없이 칙칙한 배경에 제목만 달랑 있어서 팔려는 의욕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홍보가 잘 안 된 이유도 있지만, 기존 RPG팬이 익숙해지는 데 허들이 높은 것도 이유이지 않았나 싶다. RPG로선 흔치 않은 쿼터뷰 화면이라 대각선 조작이 필요하고, 액션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그리 쉽지 않았다. 던전의 미션은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중도 포기 직전까지 갔다. 유튜브 공략을 보지 않았으면 아마 포기했을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진행 방식이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기존 RPG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는 난해한 면이 있긴 하지만, 꽤 좋았다. 왕도물과는 거리가 있다.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달리 전반적인 분위기가 암울하며 비극적인 전개도 나온다. 유적을 둘러싼 비밀에 반전이 있다.

고대인이 갈구한 세계는 살면서 괴로움을 맞본 사람들이 생각해낸 이상향 아니었을까. 세상의 비극은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나오니 그걸 다 융합시켜서 하나로 만들면 괴로움도 싸움도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주인공은 그걸 막기 위해 싸우지만, 엔딩을 보면 그게 꼭 나쁜 것이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플스1의 묻히기 아까운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20년 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