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9

메탈 기어2 솔리드 스네이크 MSX2 한글판


1990년 MSX2용으로 코나미가 발매한 게임. 전작보다 스케일이 훨씬 커졌고, 시스템이 향상되었다. MSX2의 황혼을 장식한 최고 걸작.


<메탈 기어1>으로부터 4년이 흐른 1999년, 아시아의 잔지바랜드에 새로운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핵 병기로 무장하며, 세계에 위협을 가한다. 그러던 중 고순도 석유를 정제하는 미생물을 만든 생물학 박사 키오 마르프가 잔지바랜드에 납치되고,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는 마르프 박사를 구출하고 핵 병기를 파괴하기 위해 단신으로 잔지바랜드에 잠입한다.


MSX2 원판은 등장인물의 얼굴을 할리우드 영화배우를 모델로 했다. 스네이크는 멜 깁슨(타이틀 화면)과 실베스타 스텔론(무전 화면), 조지 케슬러는 돌프 룬드그렌, 홀리 화이트는 다이안 레인, 나타샤는 나스타샤 킨스키, 놀턴은 주윤발, 빅 보스는 숀 코너리였다. 적 보스 이름 중엔 프레데터도 있다. 제작자인 코지마 히데오가 할리우드 액션 영화광이라는 게 엿보인다. 이 얼굴들은 저작권 관계상 플스2와 Wii로 나온 복각판에선 다른 그림으로 대체되었다. 복각판보다 MSX2 원판이 가치 있는 이유다. 게다가 능력자분이 한글화해줘서 더 좋다. 글씨체나 행간, 번역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해준 것만 해도 고맙다.


전작과 견주어 그래픽이 향상되었고, 음악도 SCC칩을 추가해서 더 풍부한 음색을 들려준다. 화면에 레이더가 있고, 적이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본다거나 스네이크가 벽을 쳐서 소리를 내 적을 속이는 등 액션이 추가되었다. 다만, 추가된 부분이 많은 탓인지 움직임이 전작보다 다소 느려졌다.


무전기로 주파수를 맞춰서 여러 인물과 대화하며 힌트를 얻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이 참신하고, 메탈 기어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신'이 이 작품에도 나온다.


전작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빅 보스가 일부 기계로 대체된 몸으로 재등장. 메탈 기어를 물리친 뒤, 끝판왕으로 나온다. 빅 보스는 여기서 최후를 맞고 이후 작품에선 그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메탈 기어 시리즈 중 가장 카리스마 넘치고 인기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가 MSX에서 하고 싶었던 모든 걸 구현한 잠입 액션 게임의 명작이다.


엔딩 본 날 - 2020년 7월 28일

2020-07-27

메탈 기어1 MSX2판


1987년 MSX2 컴퓨터로 나온 액션 게임. 당시 무척 하고 싶었지만, MSX1(대우 IQ1000) 유저였던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훗날 패미컴판을 어렵게 구해 해봤지만, 어이없게도 메탈 기어가 나오지 않고, 그걸 조종하는 컴퓨터가 끝판왕이었다. 무선 통신할 때 솔리드 스네이크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

패미컴판 메탈 기어 - 끝판왕이 메탈 기어가 아닌 컴퓨터

패미컴판은 MSX2판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된 이식이어서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세월이 흘러 <폴리스너츠>를 깬 뒤, 같은 제작자(코지마 히데오)가 만든 메탈 기어가 생각나서 MSX2판을 해보게 되었다. 당시 이 게임이 신선했던 점은 적의 눈에 들키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전의 액션 게임에선 볼 수 없었던 설정이었다. 적에게 발견되면, 비상벨이 울리고 적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시종일관 긴장하며 했다. 당시로선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였고, 훗날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시 해봐도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물론 그래픽이야 단순하지만, 난 훗날 나온 3D 그래픽의 메탈 기어보다 MSX의 메탈 기어를 좋아한다. 플스2판 <메탈 기어3>를 잠시 해봤지만, 복잡하고 대사도 쓸데없이 많아서 머리만 아팠다.


적의 기지에 잠입해서 여러 아이템을 찾아 막힌 곳을 뚫고 나가는 게임성이 아주 절묘하다. 다만, 몇몇 부분은 공략 없으면 엄청 헤매지 않을까 싶다. 수상한 벽 찾기나 마지막 메탈 기어의 파괴법 등이 그랬다.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게임 진행 순서에 어느 정도 자유가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에 따라 공략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상관이며, 무선으로 작전을 지시하던 빅 보스가 사실은 진짜 적이라는 반전이 충격적이었다. 당시 게임 월드 잡지에서 스포를 당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생한 것에 비해선 엔딩이 간단했다. 80년대 게임 엔딩들이 그리 길진 않았지. 그래도 잠입 게임의 기본을 만든 전설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20년 7월 27일

2020-07-25

폴리스너츠 3DO판


1994년 PC-9821로 나온 코나미의 어드벤처 게임. 1994년에 3DO로 이식된 뒤, 플스와 새턴으로도 이식되었다.
난 2001년에 플스판으로 하다가 암호 입력하는 부분에서 막혀서 포기했다. 그 암호가 정품 게임CD 매뉴얼에 실려 있었기에 에뮬로 진행하던 나는 암호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은 검색하면 암호를 찾을 수 있다.


폴리스너츠가 마지막으로 이식된 기종은 세가새턴이다. 새턴판이 성우 연기와 애니 품질이 가장 좋다고 해서 새턴판으로 진행했으나 레트로아크에서 실행 시 불안정했다. 가끔 멈추거나 강제 세이브하면 튕겼다. 포기하고 3DO판을 레트로아크로 실행했다. 새턴판과 달리 강제 세이브도 잘 되고 안정적이었다. 다만, 정식 세이브가 안 되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건 레트로아크 옵션에서 NVRAM Storage를 Per Game에서 Shared로 바꾸면 해결된다.
아쉬운 점은 3DO판이나 새턴판이나 화면의 글자가 저해상도라서 요즘 디스플레이에선 또렷하게 안 나온다는 점이다. 읽는 데는 문제 없지만, 거슬렸다.


서기 2010년, 인류 최초로 스페이스 콜로니 '비욘드 코스트'가 완성되고, 주인공 조나단 잉그램은 비욘드의 치안 유지를 위한 '폴리스너츠' 5명에 선발되어 비욘드로 파견 나간다. 임무 도중 사고로 우주로 튕겨나간 조나단은 25년 동안 동면 상태로 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그 뒤 지구에서 탐정 일로 연명하던 조나단은 사고 전의 아내였던 로레인에게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미국 영화 덕후인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답게 옛날 할리우드 영화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조나단과 에드의 외모부터 영화 <리썰 웨폰>의 두 주인공과 흡사하고, 전개도 옛날 미국 액션 영화 같다.


스페이스 콜로니 '비욘드'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그곳의 문화나 생활상이 흥미로웠다. 태어나서 지구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콜로니 출신들도 있고, 우주에서 작업하는 데 유리한 유전자 조작 인간들도 등장한다.


일본이 만든 게임인데도 주인공이 미국인이고, 악당이 일본인인 점이 재미있다. 할리우드 영화스럽게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일본인이면 맛이 안 났겠지. 물론 곳곳에 일본 문화나 일본인들이 나오긴 한다. 비욘드의 매춘 환락가는 일본의 가부키초가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90년대 일본에서 의약 분업이 이슈였는지 그 논쟁이 게임에도 담겼다. 비욘드에선 의약 분업이 안 되어 있어 병원이 약을 비싸게 팔아 돈 버는 모습이 나온다. 코지마가 은근히 의약 분업을 지지하고 있다.


코나미의 게임인 스네처나 메탈기어 관련된 것도 깨알 같이 숨어 있다. 등장인물 중 메릴은 메탈기어의 폭스하운드 출신이라고 한다. 물론 메탈기어에 나오는 그 메릴과는 설정이 다른 인물이다.


여러 곳을 클릭해서 다 살펴봐야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성우 음성은 모든 대사에 나오진 않고 중요한 장면에서만 나온다. 특별한 점은 총격전 장면이 건 슈팅 방식이라는 것이다. 목표물에 조준해서 사격해야 하는데, 게임 컨트롤러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중요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 작화는 90년대 초반의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싼 티가 난다. 하지만 당시 어드벤처 게임으로선 고용량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하는 몇몇 미녀를 품평하거나 가슴 등을 만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성추행급이다. 옛날 일본 게임은 참 자유로웠다. 지금 이렇게 내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주인공 조나단은 에드와 함께 비욘드를 장악한 도쿠가와 회장의 비리를 캐내 그의 야욕을 무너뜨린다. 폴리스너츠 5명 중 주인공과 에드를 제외한 3명은 결국 악당이 되었다. 과거의 동료가 적이 되는 설정인데, 이게 놀라운 반전은 아니고 예측 가능한 전개로 흘러가는 점이 아쉬웠다.


주인공 조나단의 전 부인 딸인 카렌은 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나중에 밝혀지지만, 부녀 관계였다! 그런데도 원작인 PC-9821판에선 키스까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다른 이식판에선 삭제되었다.

게임기판에서 삭제된 키스 장면

카렌이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나오지 않아서 고백이 느닷없었다.


마지막 챕터는 중간에 세이브도 안 되는데, 총격전이 아주 길다. 엔딩을 보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끝판왕은 주인공이 아니라 에드가 죽이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지금 해보니 예측 가능한 전개, 다소 어려운 총격전과 폭탄 해체 과정 등 아쉬운 점이 있지만, 90년대 발매 당시엔 큰 스케일과 깊이 있는 스토리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기준으론 명작이다.


엔딩 본 날 - 2020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