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6
바이오쇼크1
인피니트를 끝낸 뒤, 전작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처음엔 리마스터판으로 했는데, 게임패드의 셀렉트키를 누르면 지도가 한참 있다 나오고, 튕김이 잦아서 도저히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오리지널판으로 했는데, 이건 문제없이 잘 되었다. 리마스터판보다 그래픽이 구리지 않을까 했는데, 별 차이가 없었다. 찾아보니 잘못된 리마스터의 예시로 유명했다.
밝고 멋진 하늘도시에서 시작했던 인피니트와 달리 1편은 칙칙하고 캄캄한 해저 도시 랩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중독성 유전자 조작 물질 ‘아담’ 때문에 사람들은 괴물로 변하고, 도시는 피와 어둠만이 있는 지옥이 되었다. 어두컴컴한 배경이 후반부에선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끝까지 이런 느낌이다. 인피니트는 도시의 전성기를 초반 보여주어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이건 몰락한 모습만 내내 나온다.
미친 인간의 극단적인 사상과 유전자 변형 기술이 만나 비극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주인공이 우연히(?) 떨어져 원흉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데, 단서들이 직접적이지 않아서 스토리를 100%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NPC와 직접 대화는 거의 없고, 무선 통신과 음성 일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단서들이 쌓이면서 그걸 짜 맞추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진행상 여러 의문점은 웹에서 찾아봐야 했다. 소설도 있다고 한다.
더 발전된 후속작인 인피니트를 먼저 해서 그런지 계속 비교가 되었다. 주인공의 정체나 반전 등은 비슷한 느낌이라서 놀라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자도 없고, 어두컴컴하고 끔찍한 배경만 반복되다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인피니트에 견주면, 아이템 모으는 뺑뺑이 미션이 꽤 있어서 성가셨다.
인피니트 이후 기대치가 높아서 그렇지 2007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걸작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만듦새였다.
기억에 남는 대사
“인간과 노예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 줄 아나? 돈, 권력? 아니야.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26일
2019-10-16
옥토패스 트래블러 PC판
이런 게임이 나온 줄도 몰랐는데, 일러스트가 마음에 쏙 들어서 시작했다. 일러스트는 브레이블리 시리즈의 이쿠시마 나오키(生島直樹)가 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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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담당 이쿠시마 나오키 |
성인용인 걸 염두에 두고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어른스러운 그림과 달리 게임 속 그림은 옛날 슈퍼패미컴 RPG의 짜리몽땅 도트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고전 RPG에 추억이 있는 나는 빨려 들어가서 끝까지 달렸다.
스퀘어에닉스의 고전 RPG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 배경은 3D이고, 성우 음성을 넣었다. 배경 음악은 상당히 좋게 들었다.
주인공은 8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고, 각자 스토리가 다르다. 하지만 누굴 선택하든 게임 진행하면서 다른 주인공들 스토리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나 골라도 무방하다. 난 춤꾼 프림로제를 주인공으로 골랐다. 색기 넘치는 몸에 슬픔이 깃든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다.
프림로제의 스토리는 성인 취향이었다. 술집에서 무희로 일하며, 고용주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처지다. 유곽도 등장해서 놀랐다. 물론 원작이 가정용 게임기 스위치용인 관계로 암시만 있을 뿐 노골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주인공들은 옛날 슈퍼패미컴 RPG의 흔한 스토리를 답습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 가능한 전개가 속출해서 전체 스토리엔 다소 실망했다. 어차피 이 게임에 매료되는 사람들은 슈퍼패미컴 RPG 유저였을 텐데, 그 사람들 연령대를 고려해서 더 어른스러운 스토리로 진행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 8명은 모두 개성적이고, 각자의 목적이 확실하다.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잘 진행된다. 대사들이 오글거리긴 한다. 옛날 RPG에선 감동의 클리세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JRPG 대사들이다.
게임 진행에 스트레스 받는 요소는 많지 않았다. 이벤트 진행 시 뭘 해야 할지 힌트가 많은 편이고, 복잡한 미로도 없었다. 한 번 가본 곳은 지도상에서 클릭만 하면 바로 갈 수 있기에 먼 길을 두 번 이상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슈퍼패미콤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시스템은 파이널 판타지5와 로맨싱사가를 섞어둔 느낌을 받았다. 파이널 판타지5의 잡 시스템과 로맨싱사가의 프리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잡 포인트를 모아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고, 시나리오는 원하는 주인공의 스토리를 원하는 때에 진행할 수 있다. 게이머에 따라 시나리오 진행 순서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자유도를 좋아한다.
각 주인공의 스토리는 4부로 진행된다. 8명×4부작 스토리=합계 32편의 스토리다. 선택한 주인공의 경우엔 4부까지 완료하면 스탭롤 엔딩이 나온다. 모든 주인공의 스토리를 깨고 마지막에 선택한 주인공의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스탭롤과 지금까지 과정이 함께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미리 깨는 바람에 스탭롤만 봤다. 스탭롤을 봐도 게임이 계속 진행된다. 수많은 서브 스토리와 히든 보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중요 서브 스토리를 완료하면, 히든 보스가 나온다. 주인공 8명 모두에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읽을 수 있고, 그 원흉이 보스다. 이걸 깨도 진엔딩이 따로 나오진 않는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만둬야 끝난다. 진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옛날 JRPG의 추억이 떠올라서 재미나게 했다. 슈퍼패미컴 시절에 같은 스토리와 시스템으로 이 RPG가 나왔다면, 당대 최고의 RPG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RPG 중 하나일 뿐이고, 요즘 세대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본에선 성공을 거뒀는지 스마트폰으로 후속작이 나온다고 한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5일
2019-10-12
그라디우스1 PSP판
PSP용 <그라디우스 포터블>에 수록된 그라디우스 첫 작품.
원작은 1985년 오락실에 처음 나왔으며, 해외판은 ‘네메시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MSX판으로 <그라디우스2>, <고퍼의 야망>, <사라만다>를 다 깼지만, 1편은 해본 적이 없기에 의무감으로 했다.
이식되지 않은 게임기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버전이 나왔는데, 난 비교적 후에 나온 PSP판을 골랐다. PS1판을 이식한 것이고, 중간 세이브와 화면 비율 선택 기능을 지원한다.
아무래도 첫 작품인지라 후속작들보다 단조롭다. 같은 보스가 여러 번 출연해서 더 그렇다. 당시엔 근사했을지 몰라도 지금 해보면 심심한 게임이다. 그라디우스답게 어렵긴 한데, 후속작이 더 어려웠다.
엔딩은 별것 없다. 스탭롤이 전부.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2일
원작은 1985년 오락실에 처음 나왔으며, 해외판은 ‘네메시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MSX판으로 <그라디우스2>, <고퍼의 야망>, <사라만다>를 다 깼지만, 1편은 해본 적이 없기에 의무감으로 했다.
이식되지 않은 게임기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버전이 나왔는데, 난 비교적 후에 나온 PSP판을 골랐다. PS1판을 이식한 것이고, 중간 세이브와 화면 비율 선택 기능을 지원한다.
아무래도 첫 작품인지라 후속작들보다 단조롭다. 같은 보스가 여러 번 출연해서 더 그렇다. 당시엔 근사했을지 몰라도 지금 해보면 심심한 게임이다. 그라디우스답게 어렵긴 한데, 후속작이 더 어려웠다.
엔딩은 별것 없다. 스탭롤이 전부.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2일
2019-10-11
그라디우스 에피소드2 고퍼의 야망 Enhanced 1.03 한글판
코나미가 1989년에 발매한 MSX판 그라디우스의 마지막 작품. <그라디우스2>와 <사라만다>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속편이다. 오락실판 <그라디우스2 고퍼의 야망>에 바탕을 두었다고 하지만, MSX판만의 오리지널 요소가 강해서 거의 다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린 시절, <MSX와의 만남>이란 잡지에서 이 게임의 스토리를 읽고 군침만 흘렸던 기억이 난다. 돈이 없어서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라만다>처럼 양덕들이 Enhanced 패치를 내줬고, 한글 패치까지 있다. 그걸 에뮬로 실행해서 해봤다.
Enhanced 버전을 실행하면, 몇 가지 기능 화면이 나온다. I 버튼을 누르고 시작하면, 기체가 무적이 되어서 엔딩을 수월하게 볼 수 있다.
MSX 게임에서 한글을 보다니 감개무량하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게임만 해선 알기가 어렵고, 메뉴얼이나 설정 자료집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전작 <그라디우스2>의 메탈리온 조종사이자 훗날 통치자가 된 제임스 버튼이 사망한 뒤, 그의 손자 데이비드 버튼이 새 전투기 빅센을 타고, 박테리안 군과 싸운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전작의 무대로 가기도 한다.
Enhanced 버전와 FMSX 에뮬의 궁합이 별로인지 음성과 음악이 간혹 깨지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플레이엔 지장이 없었다.
그라디우스 시리즈답게 어렵다. 끝판왕에게 가려면 숨어 있는 지도 세 개를 무조건 찾아야 한다. 세 개 중 하나라도 없으면, 찾을 때까지 해당 스테이지로 돌아가서 무한 루프되어 버린다. 적의 공격 피하는 것도 어려운데, 무슨 지도까지 찾아야 하나. 공략을 보고 위치를 알아냈다.
적색 지도 - 스테이지5 후반, 등지고 있는 모아이 사이
청색 지도 - 스테이지7의 모래 지대 통과한 뒤 부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감
녹색 지도 - 스테이지8의 세포 지대에서 부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감
다 모으면 마지막 스테이지로 워프할 수 있다.
<사라만다>처럼 이것도 굿엔딩과 배드엔딩이 있다. 굿엔딩의 조건은 빅센의 실드 장착 여부다. 실드 장치는 스테이지10 초반 어떤 지형 안에서 구할 수 있다. 끝판왕을 물리치고 시간을 뛰어넘는 도중, 베놈이 공격해오는데, 실드가 있으면 굿엔딩, 없으면 배드엔딩이다.
MSX판 그라디우스 시리즈를 종결하는 작품이다. 전작 <사라만다>보단 볼륨이 있긴 하지만, 딱히 참신한 요소가 없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시리즈 중 MSX판만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것으로 MSX판 그라디우스 시리즈는 아듀~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1일
2019-10-10
사라만다 MSX판 enhanced 버전
국산 8비트 MSX 호환 기종인 대우 IQ1000을 가지고 있을 때, 메가램팩을 구입한 뒤 즐겼던 게임은 그라디우스2와 사라만다였다. 램을 늘려주는 팩인 메가램팩을 IQ1000에 꼽은 뒤, 연결된 카세트테이프에 메가롬 게임 테이프를 넣고 돌리면, 무려 20분 넘게 로딩 후 게임 하나가 실행되었다.
사라만다는 그라디우스 시리즈 속편이며, 원래 오락실용으로 나왔던 게임을 1987년에 MSX용으로 이식한 슈팅 게임이다. 당시 횡스크롤로 진행되다가 중간중간 종스크롤로 진행되는 부분이 주목을 끌었다. 어린 시절 열심히 해봤지만, 초반 집게손 두 개가 나오는 부분에서 늘 죽었다. 아무리 쏴도 그 집게손을 파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디 중간의 파란색 부분을 쏴야 없앨 수 있단 사실을 그땐 몰랐다. TV가 아니라 흑백 모니터에 연결해서 했기에 그 파란 부분을 구분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당시의 한을 풀고자 MSX판 사라만다를 다시 잡았다. 양덕들이 패치한 enhanced 버전이 있길래 이번엔 그걸로 했다. enhanced 버전은 스크롤, 스프라이트, 컬러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움직임이 MSX 게임답지 않게 부드럽고 음질도 좋았다. 무엇보다 MSX판 사라만다는 그라디우스2 팩을 같이 꼽아야 굿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제약이 있는데, 이 버전은 그라디우스2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좀 해보고 살인적인 난이도에 좌절했다. 내 실력으로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인간이 깨라고 만든 건가. 결국 치트를 썼다. enhanced 버전은 부팅할 때 키보드 I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무적 치트가 적용된다. 이렇게라도 엔딩을 보고 싶었다.
굿엔딩을 보는 데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스테이지 어딘가에 숨어 있는 크리스탈 브리즈라는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 중반에 선택 가능한 세 스테이지 중 어딘가에 있다. 문제는 할 때마다 숨겨진 위치가 랜덤이라서 다 들쑤셔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게임인데, 굿엔딩 보는 것마저 너무 어렵다. 크리스탈 브리즈를 얻지 못하면, 배놈이 등장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도 안 나오고, 깨도 베드 엔딩으로 끝난다고 한다.
일본 웹의 공략을 보고 숨겨진 구멍들에 다 들어가봤다. 화산 스테이지에서 운 좋게 크리스탈 브리즈를 얻었고, 그 뒤엔 마음 놓고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치곤 엔딩이 짧다. 굿엔딩은 그냥 그림 한두 개 추가되는 정도고 그 그림도 오프닝에 나왔던 것 재활용이다. 아, 허무하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한을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0일
사라만다는 그라디우스 시리즈 속편이며, 원래 오락실용으로 나왔던 게임을 1987년에 MSX용으로 이식한 슈팅 게임이다. 당시 횡스크롤로 진행되다가 중간중간 종스크롤로 진행되는 부분이 주목을 끌었다. 어린 시절 열심히 해봤지만, 초반 집게손 두 개가 나오는 부분에서 늘 죽었다. 아무리 쏴도 그 집게손을 파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디 중간의 파란색 부분을 쏴야 없앨 수 있단 사실을 그땐 몰랐다. TV가 아니라 흑백 모니터에 연결해서 했기에 그 파란 부분을 구분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당시의 한을 풀고자 MSX판 사라만다를 다시 잡았다. 양덕들이 패치한 enhanced 버전이 있길래 이번엔 그걸로 했다. enhanced 버전은 스크롤, 스프라이트, 컬러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움직임이 MSX 게임답지 않게 부드럽고 음질도 좋았다. 무엇보다 MSX판 사라만다는 그라디우스2 팩을 같이 꼽아야 굿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제약이 있는데, 이 버전은 그라디우스2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좀 해보고 살인적인 난이도에 좌절했다. 내 실력으로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인간이 깨라고 만든 건가. 결국 치트를 썼다. enhanced 버전은 부팅할 때 키보드 I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무적 치트가 적용된다. 이렇게라도 엔딩을 보고 싶었다.
굿엔딩을 보는 데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스테이지 어딘가에 숨어 있는 크리스탈 브리즈라는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 중반에 선택 가능한 세 스테이지 중 어딘가에 있다. 문제는 할 때마다 숨겨진 위치가 랜덤이라서 다 들쑤셔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게임인데, 굿엔딩 보는 것마저 너무 어렵다. 크리스탈 브리즈를 얻지 못하면, 배놈이 등장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도 안 나오고, 깨도 베드 엔딩으로 끝난다고 한다.
일본 웹의 공략을 보고 숨겨진 구멍들에 다 들어가봤다. 화산 스테이지에서 운 좋게 크리스탈 브리즈를 얻었고, 그 뒤엔 마음 놓고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치곤 엔딩이 짧다. 굿엔딩은 그냥 그림 한두 개 추가되는 정도고 그 그림도 오프닝에 나왔던 것 재활용이다. 아, 허무하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한을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10일
2019-10-06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2013년에 미국의 제작사 이래셔널 게임즈가 내놓은 FPS 게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바이오쇼크1, 2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룬 프리퀄이다. 게임 속 시간은 1912년이지만, 과학기술이 진보한 공중도시 컬럼비아(Columbia)가 배경이라 현실의 역사와는 다른 스팀펑크 세계관이다. 여기서 ‘컬럼비아(Columbia)’는 남미 국가 ‘콜롬비아(Colombia)’와는 철자가 하나 다른, 미국 여러 곳에서 널리 쓰이는 지명이다. 컬럼비아(Columbia)는 신대륙을 발견한 컬럼부스에서 파생된 단어이며, ‘신세계의 유럽 식민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게임이 인종 말살과 차별을 다룬 만큼, 어울리는 국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부거 트윗은 최소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군인 출신 남성이며, 도박에 빠져 지내 빛만 많은 사설 탐정이다. 공중 도시 컬럼비아에 있는 어떤 여자를 구출해오면, 빚을 모두 탕감해준다는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그는 공중 도시 컬럼비아에 잠입한다.
컬럼비아는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이면에는 독재, 인종 차별이 만연한, 부조리의 도시였다. 컬럼비아의 통치자 컴스탁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으로 자신을 김정은처럼 신격화했으며, 독재와 인종 차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인물이다. 그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엘리자베스를 거대 동상 안에 가두고 있었는데, 그 엘리자베스가 바로 주인공이 구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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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콤스톡 |
1인칭 3D 배경의 FPS 게임은 진득하게 해본 적이 없는데, 나온 지 몇 년 지난 게임인데도 세밀한 묘사와 음악에 감탄했다. 1인칭 3D 시점은 실제 사람의 시야와 같아서 실감이 났다. 세밀하게 묘사된 도시와 그 소품들은 하나도 섣부르게 만든 게 없었다. 굳이 여기까지 신경 쓸까 하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표현이 되어서 현실감이 넘쳤다.
대화 중에도 시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다른 음성 대사가 동시에 들리는 등, 현세대 서양 게임들이 구현하는 세계는 놀랍다. 산업혁명 당시의 미국 복고풍 세계관이 잘 녹아 있는데, 그게 매우 독특했다.
난이도를 쉽게 해서 그런지 깨는 데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3D 게임들은 길 찾기가 짜증 난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십자키 위를 누르면, 친절하게 화살표로 갈 곳을 표시해주어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꼭 화살표대로 안 가도 중간중간 들러서 구경할 곳이 많다. 클리어 뒤 나중에 진득하게 살피면서 감상하고 싶은 충동도 들었다.
세이브는 따로 할 수가 없었는데, 챕터마다 자동 세이브가 있어서 오히려 편리했다. 세이브를 신경 안 쓰고 할 수 있었다. 난이도 쉬움이어도 여러 번 죽었는데, 그때마다 되살아나서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로드되었다. 다만, 선로에서 스카이후크로 이동하는 부분은 길 찾는 데 좀 헤맸다.
적을 죽일 때 피가 튀고 몸이 분해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고, 내용 자체도 애들용은 아니다. 애니스러운 일본 게임 대다수와 확연히 구분되는 분위기다.
스토리는 처음엔 이해가 어려웠다. 특별한 설명 없이 느닷없이 하늘 도시로 올라가는 장면부터 궁금한 점투성이였고, 도시 사람들의 대사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복잡해 보여서 이 게임은 나랑 안 맞나보다 하고 포기 직전이었는데, 엘리자베스 등장부터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져서 끝까지 달렸다. 생소하거나 의미 불명으로 여겼던 장면들도 게임 안의 단서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토리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병렬 세계를 다뤘단 점이다. 흔한 소재이기도 하고 같은 인물이 여러 차원의 세계에 다수 존재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반칙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엔딩 후 여러 생각과 궁금증이 교차하게 하고, 선도 악도 없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게임의 만듦새를 보면, 도저히 몇 사람이 만들 수준이 아니다. 5년 동안 2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게임이다.
왜 많은 이가 걸작으로 인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엔딩 본 날 - 2019년 10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