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마물 헌터 요코 - 멀리서 부르는 소리


1993년 1월에 메사이야에서 낸 디지털코믹.
전편 <마계에서 온 전학생>에 이은 후속작. 주인공이 전학생 쇼마에서 마물 헌터 요코로 바뀌었다. 2편은 SUPER CD-ROM2로 나와서 게임의 길이가 3배 가까이 길어졌고(클리어까지 약 5시간), 그래픽도 조금 나아졌다. 다만, 텍스트 전환 속도는 약간 답답한 감이 있다. 대사가 늘었고, 한 장면에서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아 전작보다 템포는 느리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1편에서 바로 이어진다. 오프닝 영상에서 1편 줄거리를 친절히 요약해준다. 새로운 동료와 함께 전작에 나오지 않았던 환몽계의 나머지 세계를 모험한다.


하면 할수록 원래 RPG로 기획한 흔적이 보인다. 일본 RPG 특유의 클리세, 아이템 모으기, 뺑뺑이 미션, 판타지 세계관에 어울리는 적들 등이 그렇다. 전투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는데, 같은 장면 반복이라 지루하고, 공격 판정은 순전히 운이라서 불합리해 보였다. 전투에서 패한다고 해도 게임오버 없이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몇몇 보스전은 뭘 선택하든 처음엔 고전하다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다.


스토리는 5장 구성이며 전작보다 굴곡이 있긴 하지만, 진부함은 여전하다. 그나마 요코의 변신 과정에서 나오는 알몸 장면이 요즘 가정용 게임기에선 볼 수 없는 수위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는 2편으로 완결이 된다. 이별의 아쉬움을 더 살렸으면 좋지 않았나 싶다.


예산 부족으로 디지털코믹으로 만든 인상인데, 만일 처음 기획대로 RPG로 나왔다면, 당시 기준으로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으로 인정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엔딩 본 날 - 2019년 7월 28일

마물 헌터 요코 - 마계로부터 온 전학생


1992년 3월 메사이야에서 발매한 PC엔진 CD롬용 디지털코믹.
주인공은 요코가 아니고 다른 세계에서 전설의 용자를 찾기 위해 인간계로 온 남학생이다. 이세계의 전학생 쇼마, 요코, 치카코는 초반부터 바로 이세계로 가서 마물의 음모로부터 세계의 위기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평범한 여고생이 갑자기 이세계로 떨어지면 멘붕인 게 보통일 텐데, 별 고민 없이 위험한 임무를 순순히 수행하는 요코 일행.
배경이나 전개 방식이 RPG에 어울리는 느낌이었고, 스토리는 예측 가능해서 진부하다. 저걸 저렇게 해서 이렇게 하겠군 하고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요코가 마물 헌터가 되는 건 거의 후반 말미다. 그때까진 계속 주인공에게 보호받는 여고생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도 별로 존재감이 없다. 참고로 이 게임의 내용은 애니 원작과는 다른 독자 노선이다.


애니는 약간 색기 있는 작품이었는데, 게임은 후반 요코의 변신 장면 말고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살짝 노출 장면마저 없었으면 이 게임의 평가는 더 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마물 헌터가 왜 차이나드레스 차림인지는 설명이 없다.


디지털코믹인지라 그냥 버튼만 꼼꼼하게 잘 누르면 두 시간도 안 걸려 클리어. 제작사 메사이야는 원래 이 한 편으로 이야기를 완결할 계획이었는데, CD-ROM² 용량상 전반부만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서둘러 끝낸 느낌이다.


엔딩은 이제까지 나온 장면과 만든이들 이름 보여주며 보컬이 흘러나온다. 후반부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진다.


엔딩 본 날 - 2019년 7월 28일

2019-07-08

파이널 버블보블


<버블보블>은 80년대 국내 오락실에 <보글보글>이란 이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액션 게임이다. 1986년 타이토에서 만들어 발매한 뒤로 많은 기종으로 이식되었다.
기종마다 원작과는 다른 특색을 보이는데, 1988년 세가마크3(삼성겜보이)용으로 나온 <파이널 버블보블>은 많은 것이 추가되었다. 발매는 세가가 했지만, 개발은 원 제작자인 타이토가 직접 맡아 '파이널'이란 이름에 걸맞은 이식이 되었다.


오락실에서 이 게임에 관한 기억은 아주 쉬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쉬워서 50원(당시 오락실 게임 한 판값)으로 온종일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진득하게 해보지도 않고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파이널 버블보블>을 해보고 그게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초반에나 쉽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임이다. 머리도 써야 하고, 보스전이 무척 어렵다. 귀여운 캐릭터 보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오락실판 원작은 100판으로 끝나지만, 이건 200판이나 된다. 세가마크3의 성능상 그래픽과 음악은 원작보다 좋을 순 없지만, 내용이 더 세밀하고 추가된 것이 많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며 적을 퇴치하는 요정 아이템, 더 많아진 보석방 비밀문, 추가된 중간 보스, 더 길고 구체적으로 묘사된 엔딩 등 내용 면에선 원작을 뛰어넘는다. 스테이지가 길기 때문에 이어서 할 수 있는 패스워드를 제공한다.


<파이널 버블보블>은 100판까지 가기 전에 적색, 청색, 녹색 구슬을 모아야 한다. 다 못 모은 채로 100판 보스를 이기면, 베드 엔딩이 나온다. 베드 엔딩 메시지에 3개의 구슬은 각각 스테이지 10, 50, 90에 있다고 알려준다. 한 번 클리어했던 스테이지는 컨티뉴 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그나마 편하다.


3개의 구슬이 있으면, 100판 보스를 쓰러뜨린 뒤, 주인공의 여자친구와 강제로 결혼식을 거행하는 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원작과 달리 대사까지 나오며 세밀하게 묘사된다. 적은 여자친구를 데리고 다시 도망간다. 또 100판을 깨야 한다. 헉헉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끝판왕이 도사리고 있는 200판에 가려면, 몇 가지 아이템을 또 모아야 한다. 스테이지 115, 135, 145, 155, 195에 출연하는 비밀문에 꼭 들어가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스테이지 145에 있는 양초는 꼭 얻어야 편하다. 얻지 못하면 이후 스테이지를 암흑 속에서 클리어해야 한다.


나는 모르고 지나치는 바람에 몇몇 아이템을 얻지 못했는데, 컨티뉴로 해당 스테이지로 갔더니 비밀문이 나오지 않아서 낭패였다. 결국 200판 갈 수 있는 패스워드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끝판왕을 깨고 엔딩을 봤다.


공룡 모습이 되는 저주에 걸렸던 주인공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여자친구와 포옹을 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귀엽고 유아스러운 첫인상과 달리 아주 길고 험난한 게임이었다.


엔딩 본 날 - 2019년 7월 8일

2019-07-07

다운타운 열혈 이야기 SP


1989년에 패미컴으로 나온 <다운타운 열혈 이야기>를 2016년에 3DS용으로 대폭 리메이크한 액션 게임. 쿠니오 시리즈 30주년 기념 작품으로 발매되었다.


리메이크라고 해도 원작을 거의 재구축한 수준이라서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토리엔 살이 붙었고, 기술이 더 다채로워졌으며, 캐릭터의 표정도 풍부해졌다.


일본의 전국 고교를 지배하려는 레이호 학원의 야망에 맞서 열혈 고교의 쿠니오가 맞서는, 4일간의 이야기다. RPG처럼 레벨이 있으며, 싸울수록 경험치와 돈을 얻어 강해진다. 돈으로 격투 기술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 원작보다 다양한 기술들을 볼 수 있다.



스토리는 프리시나리오로 진행된다. 4일이란 시간 동안, 어디를 가든 뭘 먼저 하든 플레이어 마음이다. 그러나 진엔딩을 보려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곳을 순서대로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특별한 게 없어서 좀 지루하고, 대사의 글씨가 작아서 눈이 좀 아팠다. 격투는 시원시원하고 타격감 있어서 좋다.


1회차 엔딩을 보면, 성장한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어서 난이도가 하락한다. 정석대로 한다면, 1회차엔 쿠니오 성장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진엔딩 보기가 힘들다.


엔딩을 보긴 했는데, 진엔딩까지 하긴 귀찮아서 그대로 끝내버렸다. 진엔딩 루트에선 레이호 학원의 더블드래곤 형제 뒤에 있는 야마다라는 최종 보스가 등장한다. 야마다를 물리치면, 야마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나리오가 또 나온다.


3DS로 나온 열혈 시리즈 전작들을 해봤기에 신선함이 떨어졌고, 여러 귀찮은 요소가 있어서 막 재미나게 즐기진 못했다. 하지만 꽤 잘 만든 작품이고, 패미컴의 열혈 시리즈를 즐겼던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다.


엔딩 본 날 - 2019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