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9

드래곤 나이트2 PC엔진판


PC엔진판 1편을 끝내고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레트로아크로 PC엔진판 2편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PC엔진판 2편은 1편보다 일찍 나와서 그런지 글자 가독성, 로딩 속도, 그래픽 등이 약간 떨어져 보였다. 그것은 금세 익숙해졌는데, 또 하나 망설인 점이 있었다. 원작인 PC9801판을 할지 리메이크판인 PC엔진판을 할지였다.

PC9801판
PC엔진판
성우 음성과 그래픽 면에서 PC엔진판이 단연 앞서지만, 원작의 성행위 장면이 모두 삭제가 된 게 흠이었다. 하지만 속도가 답답하고 색 수가 부족한 원작이 불편할 것 같아서 PC엔진판을 선택했다.

 
먼 옛날, 어느 마을에서 마녀 일족과 드래곤 나이트(남성) 일족이 싸움을 벌여 두 종족 모두 멸망한다. 300년 후 인간만이 남은 마을에 마녀 메사니아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메사니아는 동족을 멸망시킨 드래곤 나이트가 단지 남성이었다는 이유로 마을의 젊은 남자를 모두 몰아내고 늙은 남자와 처녀만이 사는 마을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어떤 여자도 남자와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규칙을 강요한다. 어느 날 피닉스 마을에 찾아온 젊은 남자가 촌장 딸과 사랑에 빠지고, 이에 분노한 메사니아는 마을의 처녀들을 탑으로 납치하고 몬스터가 되는 저주를 내린다. 때마침 이 마을에 심부름을 온 주인공 타케루는 뜻하지 않게 이 사건에 휘말려들어서 마녀의 탑으로 향하게 된다.



마을 하나에 3D 미로의 6층 탑이 등장하는 건 전작과 같다. 여기에 무덤의 지하 미로가 추가되었을 뿐 행동 범위는 그리 넓어지지 않았다. 향상된 요소로는 파티가 1인에서 3인으로 늘어났고, 등장하는 적 캐릭터 모두가 미소녀라는 점이다.


몬스터가 된 처녀를 이기면 옷이 벗겨지거나 찢어져서 노출신이 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경전으로 저주를 풀면 인간으로 돌아와서 마을로 돌려보낼 수 있다. 그러면 주인공이 머무는 숙소에 해당 처녀가 찾아오고 감사의 표시로 밤을 같이 보내준다. 이런 처녀가 28명+1명이나 되고 각각 노출신이 있다. PC엔진판에선 성행위 장면은 다 편집되었다. 모든 걸 보고 싶다면 그래픽이 떨어지고 음성이 없어도 PC9801판이나 X68000판을 권한다.
저주를 풀면 해당 몬스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적 조유율이 그만큼 줄어들고, 저주를 다 푼 막판에는 돌아다녀도 몬스터가 하나도 나오지 않게 된다. 레벨은 30이 상한이고 30까지 올리면 아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1편보다 미소녀도 다양하게 나오고 대화 장면도 대폭 늘었다. 마을에 젊은 남자는 나뿐이고, 미소녀들은 다 나 좋다고 밤마다 찾아오고... 모든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하는 설정이다.


성인 RPG는 노출신에 치중한 나머지 게임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양쪽을 절묘하게 결합한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도 좋고 디테일도 좋았다. 특히 저주를 풀면 노출신이란 보상을 주는 덕에 책 페이지를 더 열심히 찾게 된다.


엔딩 본 날 - 2019년 3월 29일

2019-03-28

드래곤 나이트&그래피티


드래곤 나이트는 1989년 여러 일본산 PC로 발매되어 엘프사의 이름을 널리 알린 성인용 RPG다.
PC엔진판은 이 드래곤 나이트 1편을 1995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호화 성우진, 향상된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었다. 같은 기종으로 이식된 2, 3편보다 늦게 나와서 더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다.


PC엔진판은 후기에 나온 작품답게 원작보다 쾌적하다. 개인적으로 위저드리 같은 3D 필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게임은 오토맵핑 기능이 있고, RPG치곤 쉬운 편이라 쉽게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레벨은 최대가 25밖에 안 되지만, 거기까지 올리면 엔딩을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적 조우율도 참을만한 수준이다. 마을은 딱 하나만 나오고 대화는 어드벤처 게임처럼 진행한다.


주인공 야마토 타케루는 여행 중, 여자들만 사는 나라 스트로베리 필즈에 당도하는데, '드래곤 나이트'라는 마물 종족이 이 나라의 여신을 봉인하고 힘의 원천인 6개의 보옥을 빼앗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트로벨리 필즈의 여왕에게 그들을 물리쳐달라고 의뢰를 받은 타케루는 드래곤 나이트들이 점령한 6층 탑으로 향한다.


주인공 타케루는 만화 <시티헌터>의 사에바 료처럼 호색한이다. 성인 RPG에 맞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탑에 들어가서 마물들에게 능욕당하는 여자들을 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출신이 나온다. 1편의 경우는 원작도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없다고 하지만, 가정용 게임기인 PC엔진에선 꽤 높은 수위라고 할 수 있다.


공략을 안 보면 탑 4층부터 다소 헤맬 부분이 있긴 하지만, 너무 길지도 않고 깔끔한 RPG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별 것 없지만, 버블기의 일본을 풍자하는 내용도 있고, 저연령층이 즐길 게임은 아니다. 높은 수준의 미소녀 그래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대사 중에 간혹 멈추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에뮬의 문제가 아니고 게임 자체의 버그라고 한다. 한 3번쯤 겪은 것 같다.


PC엔진판은 1, 2, 3편의 미소녀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는 그래피티 모드가 추가되었다.


엔딩 본 날 - 2019년 3월 28일

2019-03-25

엘리멘탈 마스터


엘리멘탈 마스터는 선더포스 시리즈로 유명한 테크노 소프트에서 1990년에 메가드라이브용으로 발매한 슈팅 게임이다.
어릴 때 실기로 어렵게 엔딩을 봤는데, 당시엔 흑백 모니터로 해서 적이 쏘는 빔이 잘 안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용케 깼다. 엔딩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학교 가기 전 헤드폰 끼고 여러 번 감상한 기억이 난다.


주인공의 의상은 공작왕이 생각나기도 했다. 손으로 마법 공격을 하여 적을 물리친다. 종스크롤 진행인데, MSX용 마성전설과 거의 비슷한 방식이다.


옛날에 할 땐 일본어를 전혀 몰라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비공식 한글판도 있어서 누구나 내용을 알고 즐길 수 있다. 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주인공 라딘은 악의 마왕 가이라 왕과 대면하는데, 그의 정체는 라딘의 형 로키였다. 로키는 자신을 막아보라며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진다. 주인공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로키를 쓰러뜨리기 위해 여행에 나선다.


시작하면 네 스테이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할 수 있다. 보스를 물리치고 한 스테이지를 깨면 새로운 공격 마법을 얻을 수 있다. 록맨처럼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쏘는 차지샷도 가능하다.


슈팅 게임은 내 실력으로 끝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게임은 실기로 엔딩을 봐서 애착이 깊다. 가정용 16비트 게임기 시절의 슈팅 게임 중엔 최상위 클래스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슈팅 게임의 강자 메가드라이브로 나왔기 때문에 더 박진감이 넘친다.


레트로아크로 다시 해보니 어릴 적으로 잠시 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2019-03-15

페다1 새턴판


1994년 슈퍼패미컴으로 처음 나왔고, 1996년에 새턴으로 리메이크되어 나온 게임. 턴제 시뮬레이션 형식의 전투가 중심인 RPG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초중반쯤 난 메가드라이브의 샤이닝 포스를 여러 번 깨며 즐겼는데, 이 게임이 슈퍼패미컴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배신감(?)도 느꼈다. 샤이닝 포스는 메가드라이브를 상징하는 게임이니 다른 기종으로 내는 건 반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도 같은 사람이 그렸고, 게임 형식도 샤이닝 포스랑 흡사하다. 하지만, B급 제작사 야노만이 만들어서 그런지, 다소 칙칙한 느낌이 있었다.


90년대 중반쯤 슈퍼패미컴+UFO 조합으로 실행해봤다가 초반이 지루해서 그만둔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새턴으로 나온 리메이크판을 레트로아크로 실행해보았다. 동영상 나올 때 음성과 영상이 잘 안 맞거나 가끔 느려지는 현상이 있긴 했지만, 진행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샤이닝 포스보다 분위기는 더 어른스럽다. 샤이닝 포스의 그래픽은 밝고 원색적이었는데, 페다는 다소 어두운 편이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인간과 동물 모습의 여러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 주인공 브라이안은 제국군 소속이었으나 민간인 학살 작전에 환멸을 느껴 뜻이 맞는 늑대족 전사 아인과 함께 제국군에서 도망친다. 현상금이 걸린 탈주병 신세가 된 주인공이 제국군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
스토리의 시작은 역동적이었으나 왕도물로 딱히 반전이나 굴곡은 없다. 예측한 대로 흘러가서 지루해진다.


초반엔 몰입해서 했는데, 에어리어 5를 지난 시점에서 게임을 그만두었다. 이야기가 재미없는 것도 이유지만, 이 게임 전투 한 번이 너무너무 길다. 로딩도 있고 게임 템포가 느리다. 전투 애니메이션도 느린데 이걸 스킵하는 옵션이 없어서 더 괴롭다. 꽤 오래 한 것 같은데, 반도 안 지난 걸 보고 진이 빠졌다.


플스용으로 2편도 나와 있는데, 스크린샷을 살짝 보니 1편과 너무 달라져서 이질감이 들었다. 플레이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이 게임은 나와 안 맞는다고 보고, 접는다. 차라리 샤이닝 포스 1편을 다시 해보는 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