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9

소드 월드1 SFC


1993년 T&E SOFT가 제작해서 슈퍼패미컴용으로 내놓은 RPG입니다. 원래는 보드게임처럼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하는 역할극 놀이(TRPG)였는데, 후에 일본산 컴퓨터 PC98용 RPG로 만들어졌고, 그걸 재구성해서 리메이크한 게 슈퍼패미컴판입니다.
<소드 월드>의 무대는 아레크라스트라는 대륙인데요. 이 대륙은 로도스 섬 북쪽에 있다고 합니다. 다른 판타지물인 <로도스도 전기>와 이야기가 얽히진 않지만, 같은 세계관이란 얘기죠. <로도스도 전기>와 달리 <소드 월드>의 주인공은 흔하고 평범한 모험자이고, 이름부터 종족까지 게이머의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옛날에 실기로 <소드 월드2>를 재밌게 했는데, 1편은 해보지 않아서 에뮬로 해보았습니다. 발매 당시엔 우리나라 게임 잡지에서도 분석을 해줘서 도전해본 분이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맨싱 사가>처럼 시나리오 순서가 일정하지 않아서 일본어를 모르면 막히기 쉬운 RPG이기도 합니다.


<소드 월드1>은 총 20개의 시나리오가 있으며,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점에 누구에게 의뢰를 받느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집니다. 모든 시나리오를 100% 다 깨려면 적어도 세 번은 클리어해야 한다고 합니다. 분기가 있는 시나리오도 있어서 깨는 방법이 하나가 아닙니다. 당시 일본 RPG의 대부분은 시나리오가 일방통행이어서 게이머는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소드 월드>, <로맨싱 사가>, <소울&소드> 같은 RPG는 프리 시나리오 방식을 택해서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이 점이 전 좋았습니다.


<소드 월드1>의 특이한 점은 직업별 최대 레벨이 5로 제한되어 있으며, 다섯 가지 능력치 또한 50이 상한입니다. 적을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경험치(게임에선 '경험점')가 쌓이는 게 아니라 의뢰를 완수하면 경험치를 받아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되도록 전투를 피하는 게 이득입니다. 다만, 적을 피해다니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게임은 마을의 여관 주인, 상점 주인, 종교 지도자 등에게서 의뢰를 받으면, 새로운 지역이 표시되고 그곳에 가서 전투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방식입니다. 전투는 랜덤 인카운트가 아니라 화면 상에 적이 보이고 그 적의 시선이 아군을 향하면, 전투가 시작됩니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움직이면, 전투를 피할 수도 있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돌아다니는 적이 비교적 많진 않아서 부담이 적습니다. 전투는 턴제 시뮬레이션 방식이라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공격력이 강한 전사, 공격과 회복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마법사,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도둑은 꼭 파티에 넣어야 게임 진행이 수월합니다.


시스템은 쓸데없이 현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여관에서 묵을 때 하루에 회복하는 한도가 있어서 여러 번 묵어야 체력이 다 회복된다든가 무거운 무기 장착은 완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든가... 개인적으론 좀 성가시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걸음 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 답답할 땐 에뮬에서 속도 올리는 기능을 썼습니다. 걸음 속도를 2배 정도 올려서 발매했으면 더 쾌적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픽은 아기자기하니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음악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생소한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꽤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속편도 나왔겠지요.


각각의 시나리오는 서로 얽히지 않고 독립된 느낌입니다만, 후반부로 가면, 사신을 부활시키려는 자가 잠깐씩 얼굴을 내비칩니다.. 마지막 시나리오에서 그 자와 결판을 내게 됩니다.


엔딩을 보고 나면, 전체 시나리오 중 몇 %를 클리어했는지 알려줍니다. 전 65% 나왔네요. 100%를 달성하려면 세 번 이상 해야 한다고 합니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의 RPG이지만,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슈퍼패미컴 RPG의 명작으로 꼽고 싶네요.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8일

2019-01-05

로도스도 전기2 PC엔진


1994년 12월 PC엔진 슈퍼CD롬으로 나온 작품. 소설 2~7권 '오색의 마룡' 스토리라고 한다. 메가CD판 1편을 한 뒤, 잡아보았다. 전체적인 게임 진행은 1편과 비슷했다. 마을은 커서 선택 이동 방식이고, 마을 사람들 모습도 그림 몇 장으로 때우는 것도 똑같다. 애니메이션이 나오긴 하는데, 입만 움직이거나 표정만 살짝 바뀌는 수준이다. 전투도 턴제 시뮬레이션이다. 다만, 캐릭터 하나하나 선택해서 직접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파티 전원의 행동을 미리 정하면 알아서 움직이는 방식이다. 전투에 개입할 여지가 더 줄어든 것 같다.


볼륨은 메가CD 1편의 2~3배는 되는 것 같다. 마을도 더 많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길다. 주인공은 1편의 판이 아니라 스파크다. 판과 디드리트는 후반부에 합류한다.


로도스도 전기의 소설 원작은 일본 판타지물의 시초가 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원작자 미즈노 료가 '반지의 제왕'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다만, 난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게임은 심리 묘사가 거의 없고 이야기 진행이 수박 겉 핥기 같아서 원작의 명성을 확인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분위기는 대략 알 수 있었는데, 전형적인 왕도물이라서 소설까지 읽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다.


게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미로도 단순하고, 이동도 텔레포트 마법이 있어서 편했다. 랜덤 인카운터이지만, 도망이 거의 100% 성공이라서 필요 없는 전투는 넘길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게임 진행은 쾌적하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지루했을 뿐이었다. 전투 그래픽도 소박해서 적의 위용 같은 건 느낄 수 없었다. 메가CD판 1편보다 이야기가 길 뿐, 단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2편의 주인공은 스파크이지만, 후반부에 합류하는 1편 주인공 판이 사실상 진짜 주인공이다. 판은 엘프 디드리트와 애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스파크는 존재감이 너무 없다. 엔딩마저 스파크가 아니라 판과 디드리트를 비추며 끝난다. 스파크의 동료들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전무하다.


진행에 짜증 나는 부분이 적어서 끝은 봤지만, 게임 자체엔 그리 좋은 점수를 못 주겠다.


엔딩 본 날 - 2019년 1월 5일

2019-01-01

로도스도 전기 영웅전쟁 메가CD판


로도스도 전기는 일본산 판타지 소설이며,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게임 잡지에서 PC엔진판 게임 화면을 봤을 땐, 멋진 비주얼에 혹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애니메이션을 볼까 게임을 볼까 고민하다가 게임을 선택했다.


로도스도 전기는 PC엔진판도 있지만, 그보다 하드웨어 스펙이 좋은 메가CD판을 골랐다. 오프닝은 OVA 애니메이션을 재현한 것 같다. 주제곡을 비롯해 CD음원을 쓴 음악이 상당히 좋다. 하지만 게임 진행 중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해상도가 낮고, 칙칙해서 못 봐주겠다.


OVA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은데, 옛날 브라운관 화면에 맞게 나온 것이라고 쳐도 너무 깔끔치 못하다. 차라리 정지화면으로 새로 그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RPG치고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마을은 건물이나 NPC의 묘사 없이 그냥 정지화면으로 표현되며 마을 안 이동도 커서만 움직이면 된다. 대사량도 꽤 적은 편이다. 간단해서 편하긴 하지만, 성의 없다는 느낌도 받는다.


마을 들어갈 때 로딩이 조금 있는 편이다. 무기 상점에선 이 무기가 누구용인지 사서 장착해보기 전까진 알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 디테일이 많이 약하다.


전투는 파이어엠블렘이나 샤이닝포스 같은 턴제 시뮬레이션이다. 단, 공격받았을 때 반격하는 것도 없고, 마법이 다양한 것도 아니라서 꽤 단순하다. 어렵지만, 전략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투기장에서 레벨 많이 올려놓는 게 장땡이다.


게임위저드로 능력치를 올려서 하루 만에 깼다. 전투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전체 내용이 길지 않다. 이야기에 살을 너무 빼서, 애니메이션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에겐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메가CD판은 PC엔진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줄 알았는데, 엔딩을 보고 찾아보니 PC엔진판이 더 꼼꼼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미리 알았으면 PC엔진판을 선택했을 것이다.
메가CD판 로도스도 전기는 졸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18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