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에어로 블래스터즈 PC엔진판


슈팅 게임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에어로 블래스터즈는 옛날 메가드라이브판으로 여러 번 해봤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메가드라이브와 함께 산 롬팩이라서 본전 뽑을 때까지 했다. 그러나 너무 어려워서 2판도 못 깼던 걸로 기억한다.


그 한을 풀고자 레트로아크 에뮬의 강제 세이브를 이용해 도전했다. 이번엔 메가드라이브판이 아닌 PC엔진판으로 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처음 오프닝 사운드 등이 메가드라이브판이 더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 게임의 음악만큼은 좋아했는데, PC엔진판의 사운드는 박력도 부족하고 일부 삭제된 것 같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기에 PC엔진판으로 끝을 봤다.


이 게임의 원작은 1990년에 에어 버스터(AIR BUSTER)라는 제목으로 오락실에 먼저 선을 보였다고 한다. 그 뒤 1990년 11월에 제목을 에어로 블래스터즈(AERO BLASTERS)라고 바꿔서 PC엔진 휴카드로 이식되었고, 1991년에는 메가드라이브에 이식되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PC엔진판은 성능상 사운드와 스크롤이 단순해졌다고 한다. 아케이드판보다 좋은 점이라면 엔딩 장면에서 탈출 장면 한 컷 추가된 정도...
원작 아케이드판엔 메가드라이브가 더 가깝다고 한다. 두 기종 모두 2인용이 가능하다. 어릴 때 2인용으로 많이 했다.


전부 6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 너무 어렵다. 컨티뉴가 없으면 깨기 거의 어려운 구간이 있다. 안드로이드 기기에 연결된 로지텍 F710 무선패드론 유선패드만큼 세밀한 조작이 어려워서 슈팅 게임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강제 세이브로 겨우 엔딩을 봤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었다면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탭롤 나온 뒤, 다시 1스테이지부터 반복되는 걸 보니 옛날 게임답다고 느꼈다.


엔딩 본 날 - 2018년 11월 13일

2018-11-07

천외마경2 PS2판


천외마경2는 90년대 초반에 PC엔진 듀오로 해봤다. 당시엔 일본어를 잘 몰라서 게임월드 잡지와 PC통신의 공략을 보고 엔딩을 봤다. 세월이 흘러 다시 잡아봤다. 이번엔 PC엔진판이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2판을 에뮬로 시작했다. 참고로 리메이크판은 게임큐브판으로도 있다. 게임큐브판이 로딩이 더 짧다곤 하는데, 난 치트 적용이 쉬운 플레이스테이션2판을 선택했다.


리메이크판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진 않았다. 원작인 PC엔진판은 원색적이고 다소 어두운 느낌이 있는데, 그게 천외마경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리메이크판은 색감이 밝아지고 애니에 가까워져서 이질감이 들었다. 필드 화면이 2D에서 3D로 바뀐 것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그리고 편곡된 음악은 PC엔진판보다 박력이 부족했다. 유명 작곡가인 히사이시 조의 곡이 너무 둥글둥글해졌다. PC엔진판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는 이들은 실망할만하다. 하지만, 그걸 빼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그렇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라고 본다. 출시 당시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줬던 작품이라 리메이크판에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다. 기대 없이 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천외마경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일본풍 세계인 지팡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전편과 스토리가 이어지진 않지만, 불의 일족이 그대로 나오고, 1편에 나온 캐릭터 2명은 2편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1편의 적이었던 대문교, 마사카도 이야기가 대사에서 몇 마디 언급된다. 시간상 1편이 2편의 몇 년 과거임을 알 수 있다.


스토리는 굴곡 없는 왕도 RPG다. 불의 일족인 주인공이 사는 땅에 세계 정복을 꿈꾸는 뿌리 일족이 나타난다. 그들은 7개의 암흑란을 자라게 하여 땅을 황폐하게 하고 인간들의 생기를 빨아들이게 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불의 일족뿐이다. 그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만지마루는 같은 불의 일족 3명을 찾아 뿌리 일족의 야욕을 저지하러 집을 나선다.


암흑란 7개를 없애는 게 목적이라서 마을에서 정보 얻고 이벤트를 클리어하면 그 지역에 있는 적의 성에 갈 수 있게 되고, 성의 보스를 물리치면 성검을 얻는다. 그 성검이어야만 그 지역에 뿌리내린 암흑란을 잘라버릴 수 있다. 이걸 7번 반복한다. 7개를 다 자르면 최후의 암흑란이 나오고, 끝판왕 요미와 싸우게 된다.


전체적인 전개는 뻔한데, 넓은 지도와 대사량, 개성 있는 캐릭터들, 세세한 곳까지 신경쓴 티가 나서 역시 대작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방대해서 랜덤 인카운트를 치트로 없애고 했는데도 클리어에 20시간 넘게 걸렸다.


천외마경 시리즈는 중세 판타지 배경이 아니라 옛 일본 배경을 무대로 삼고 있는데, 2편은 특히 그 일본 전통색을 게임에 잘 녹아들게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봤던 이세진구, 와카야마성이 게임에도 나와서 반가웠다. 게임에 나오는 일본 신사 등도 실제와 비슷한 느낌으로 표현되어 있다.


게임 스토리는 그리 심오하지 않아서 중학생 정도가 대상이 아닌가 싶은데, 몇몇 부분은 가정용 게임으로선 다소 미묘하다. 주인공과 미녀 벤텐의 잠자리를 의미하는 장면이라든가 여자들을 가둬놓고 번호로 부르며 요일마다 잠자리 상대(그 중 하루는 남자)를 바꾸는 키쿠고지로라든가...... 노골적인 장면은 안 나오지만, 뭘 의미하는지는 성인이라면 알 수 있다.
 또, 여 캐릭터 키누가 적의 사지를 찢어서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PS2판에선 바뀐 심의규정 때문에 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이뿐 아니라 원작의 아슬아슬한 대사도 조금씩 건드린 것 같다.


천외마경2를 다시 해보고 느낀 건 역시 PC엔진의 대작 RPG로 꼽을만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슈퍼 패미컴의 간판 RPG 드래곤 퀘스트5나 파이널 판타지5, 6에 견준다면, 그래픽과 음성 면에선 훨씬 뛰어나고, 스토리 면에선 다소 아쉬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90년대초 가정용 게임기 시절엔 천외마경2만큼 애니메이션과 음성이 나와도 놀라자빠질 정도였지만, 이 게임이 PS2용으로 오면, 평작이 되어 버린다. PS2에선 그게 기본이니까 특별함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PS2에서 탑이 될 수 없을 바엔 옛 유저들을 겨냥해 2D 복고풍으로 디테일만 손질해서 리메이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리메이크인데 추가 요소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아련했던 천외마경2를 다시 해볼 수 있어 며칠 재미있게 보냈다.


엔딩 본 날 - 2018년 11월 7일

2018-11-02

천외마경1 지라이아


천외마경1은 1989년 허드슨이 발매한 PC엔진 CD롬용 RPG다. 패미컴 RPG 대표작으로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메가드라이브에 판타시스타가 있다면, PC엔진에선 천외마경이 간판이었다. 천외마경1은 엄청난 애니메이션 효과로 충격을 주었던 2편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당시 게임잡지 공략도 없어서 이름만 알려졌다.


다른 RPG들과 차별점은 세계관에 일본색을 입혔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일본을 '지팡구(Zipangu-日本国의 중세 중국어 발음)'라고 표기했는데, 이 지팡구가 천외마경의 무대이다.
지팡구는 옛 일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서양인이 바라본 일본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옛 일본 배경인데도 대사에 영어가 나오는 등 묘한 부분이 있다.


줄거리는 진부한 편이다. 지팡구에 '마사카도'라는 존재가 출몰하여 살육과 파괴를 일삼아 인간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그때 불의 일족들이 힘을 모아 마사카도를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세월이 흘러 대문교(大門教)라는 사이비 종교 세력이 마사카도 부활을 목표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서기 위해 불의 일족 지라이아가 모험을 떠난다는 얘기다.


불의 일족 후손은 주인공을 포함해 3명이다. 지라이아(두꺼비족), 츠나데(달팽이족), 오로치마루(뱀족). 아직 미숙한 주인공 지라이아는 츠나데, 오로치마루와 힘을 합쳐야만 대문교를 물리칠 수 있다.


대문교(大門教)의 대문(大門)은 일본어로 '다이몬'으로 발음되는데, 일부러 데몬(demon)이 연상되는 이름으로 지었다. 사실 대문교의 정체는 '악마교'이기 때문이다. 대문교를 이끄는 요괴는 전부 13마리인데, 이집트 투탄카멘왕 등 외래 악마도 있다.

이 게임은 XBOX360으로 3D 리메이크된 바 있다. 이왕이면 리메이크판으로 하려고 했으나 중고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그냥 오리지널 PC엔진판을 에뮬로 돌리기로 했다.
처음엔 PCE.emu이라는 안드로이드 에뮬로 했는데, 치트 기능도 없고 게임도 지루해서 레벨 13 정도 되었을 때 그만두었다. 한 1년 넘게 잊고 있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재도전했다. 고전 게임은 할 마음 들었을 때 해야지 안 그럼 언제 또 할지 모른다.

PC엔진 에뮬은 레트로아크 mednafen 코어를 쓰는 게 가장 좋지만, 치트가 잘 먹질 않는다. 시간 절약을 위해 적 안 나오는 치트는 꼭 필요해서 치트가 잘 먹는 PC엔진 에뮬 Ootake로 했다. CPU 메뉴의 Write Memory에 치트를 넣어 Set 버튼 누르면 작동한다. 경험치는 GameWiz32로 수치를 찾아 올렸다. 레벨을 89로 올린 다음, 랜덤 인카운터 없애니 빠르게 깰 수 있었다.


게임 자체 기능으로 Ⅱ버튼 누르면 이동속도가 2배가 되어 쾌적했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 방식이라 익숙하다. 스토리는 이렇다 할 반전 없는 왕도물이다. 사랑, 용기, 우정... 이런 오글오글한 걸 주제로 삼는다. 마을과 집의 모습은 복사해서 붙여넣기한 것처럼 반복되어서 지루해 보인다.

그나마 묘하게 뒤틀어놓은 일본 배경이라는 점, 음악 3곡을 담당한 사람이 세계적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담당한 천외마경의 BGM은 일본 특유의 느낌이 나서 독특하면서도 좋다.


일본 배경답게 익숙한 일본 지명도 등장하고 신사도 곳곳에 있다. 신사에선 그 지역의 동물을 신으로 받들고 있다. 대문교에 패해 돌이 된 동물들을 주인공이 봉인을 풀어주면 뭔가 보상받는 전개다.


대문교의 사신재 '루시페라'는 결국 마사카도를 부활시킨다.
"인간은 왜 고민하고 괴로워할까? 그건 인간의 마음이 나약하기 때문이다. 난 그런 약해빠진 인간을 강한 생명체로 바꿀 것이다. 그게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새로운 이상향의 시작이다!! 그를 위해선 낡은 것들은 모두 없애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
RPG 보스의 전형적인 대사다. 마사카도는 불의 일족 3명이 각각 구슬을 써야만 이길 수 있다. 이걸 몰라서 못 깨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공략을 봐야 한다.


천외마경의 첫 작품이 궁금해서 해봤다. 지금 보면 주인공이 멋 없고 줄거리가 평이해서 인상적이진 않지만, PC엔진 CD-ROM으로 나온 최초의 RPG였고, 이 정도 음성과 애니메이션은 당시엔 파격이었다. 게다가 슈퍼CD-ROM도 아닌 초창기 CD-ROM 시스템이었다.
천외마경 특유의 분위기는 이 작품에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18년 1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