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30

패미컴 점프2 최강의 7인


일본의 국민 만화 잡지 <소년 점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만화들의 주인공이 한데 모여 나오는 RPG.

<드래곤볼> - 손오공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 - 료츠
<정글의 왕자 타짱> - 타짱
<로쿠데나시 블루스> - 타이손
<죠죠의 기묘한 모험> - 죠타로
<돌격! 남자 훈련소> - 모모
<매지컬 타루루토군> - 타루루토

위 캐릭터들이 어벤저스처럼 힘을 합쳐 악의 무리와 싸운다. 이런 크로스오버 작품에 기대하는 건 원작의 요소가 얼마나 들어가면서 서로 잘 어울리느냐인데, 이 게임은 원작 스토리 재현 같은 건 없다. 주인공들 이외에 각 만화의 조연들이 잠깐 얼굴을 내비칠 뿐, 완전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세계관도 점프 월드라는 가상의 세계로 통일했다. 여기엔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다. 원작 팬들의 눈으로 봤을 땐 이럴 거면 굳이 저 캐릭터들을 왜 쓴 거지?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유명 캐릭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게임성이 뒤로 가서 정작 완성도는 떨어지는 게임이 꽤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제작자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캐릭터를 소품으로 이용했을 뿐, RPG의 완성도는 놓치지 않았다. 아마도 시나리오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호리이 유지의 영향력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드래곤 퀘스트를 만들어낸 그의 역량이면, 캐릭터만 보이는 게임에 만족할 리 없지 않은가. 그는 원작의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가 만든 세계에 캐릭터들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유명 캐릭터들을 다 빼더라도 나쁘지 않은 완성도다. 호리이 유지 특유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드래곤 퀘스트의 소박함과 아기자기함이 있다.


시작할 때 7명의 캐릭터 중 주인공을 선택할 수 있는데, 특별한 변화는 없고 동료를 얻는 순서만 바뀔 뿐이다. 주인공으로 선택한 캐릭터는 대사가 없다고 하길래 제일 마음에 안 드는 타루루토를 주인공으로 했다.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을 다 알긴 하지만, 제대로 본 작품은 드래곤볼이 유일했다. 그래서 게임 중반 이후엔 타루루토를 빼버리고 손오공을 선두에 세워서 진행했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와 거의 흡사한데, 전투만 다르다. 적을 만나면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턴마다 우리 편을 움직여서 진행한다. 각 캐릭터마다 필살기가 하나씩 있다. 손오공은 가메하메파! 전투 한 번에 시간이 걸려서 그렇게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다. 게다가 전투는 딱 3명만 참여할 수 있고, 레벨은 16, 생명력은 5가 최대라서 더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랜덤 인카운터율이 다른 패미컴 RPG보다는 낮은 편이다.


게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명랑하다. 심각한 게 거의 없어서 부담이 없다. 소년 점프의 독차층으로 대상 연령을 낮춘 것 같다. 당시 소년 점프가 연재 만화에 반드시 주입한 것이 '노력, 승리, 우정'이었다. 게임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노력, 승리, 우정 신전도 등장한다. 노력과 우정은 애들 교육에 필요하다고 보지만, '승리'는 승리지상주의가 연상되어서 개인적으론 거부감이 든다. 아무래도 만화 잡지였으니 교육적인 효과보다는 재미와 통쾌함를 위해 승리가 필요했을 테지.

스토리는 평이하고 용사가 악을 물리치는 왕도로 흘러간다. 딱히 인상적인 에피소드도 없고 캐릭터끼리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패미컴 RPG로선 무난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선 게임월드 잡지에서 공략을 해줘서 잠시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난 공략만 잠깐 봤고 일본어를 모르던 시절이라 찾아서 하진 않았다. 그 시절엔 게임월드가 공략을 끝까지 안 해줘서 엔딩을 못 본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중반부 어떤 마을에서 쉘터(대피 시설)를 찾아야 하는데, 알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공략 없이는 여기서 막힌 사람들 많았을 것 같다. 게임월드의 공략은 그 위치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계속 미뤄두기만 했던 작품인데, 디버깅 모드를 작동시키는 게임지니 코드가 있어서 편하게 했다. 에뮬에서 AAEGAENY라고 치트를 쓰면 랜덤 인카운트 제로+걷기 속도 2배(2p컨트롤러 A버튼 누르는 동안)+벽 통과(B버튼 누르는 동안)가 된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30일

2018-01-29

라그랑주 포인트


요즘 패미컴 RPG들이 당긴다. 고전 게임은 할 마음이 드는 순간 해야지 그때를 놓치면 영영 못 할 수도 있다. 이번엔 10년 이상 미루기만 했던 라그랑주 포인트다.
1990년 슈퍼패미컴이 발매된 이후, 패미컴은 황혼기를 맞았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그러한 시기에 나온 RPG다. 말기 작품답게 패미컴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음악을 자랑한다. 특히 음악은 코나미의 전용 음원 칩 VRCVII를 롬팩에 탑재하여 패미컴의 스펙을 뛰어넘는 FM음원을 들려준다.


첫인상은 슈퍼패미컴의 웬만한 초기 RPG보다 나아 보였다. 색상수는 패미컴의 한계가 명백하지만, 그 한계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낸 느낌이었다. 캐릭터도 큼지막해서 시원시원하다. 다만 게임을 해보니 비슷한 배경과 건물 디자인이 반복되어 스케일이 작게 느껴진다.
당시 RPG로서는 드문 SF 세계관이다.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란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라그랑주가 위성에 관해 연구하다 발견한 지점이라고 한다. 공전하는 행성과 행성 사이에 중력이 0이 되는 안정적인 지점이며 이곳에 물체가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건담 시리즈를 보면 이 라그랑주 포인트에 코로니를 만들고 다른 행성에서 자원을 캐내 도시를 건설한다. 이 게임도 그 코로니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구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22세기 인류는 지구에서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에 이시스 성단이라는 스페이스 코로니를 건설한다. 인간이 이곳에 정착한 지 24년 뒤, 랜드2에 바이오해저드(생물재해)가 발생한다. 원인 규명을 위해 파견된 조사대들은 차례로 연락이 끊긴다. 주인공 진은 추가로 파견된 조사대의 일원으로 이 사건의 배후를 찾아내야 한다.
바이오해저드라고 하니 캡콤의 좀비 게임이 생각나는데, 여기서 말하는 바이오해저드는 유전자 조작으로 괴물 같은 몸을 갖게 된 인간과 동물의 공격을 말한다. 그들은 코로니 거주민을 말살한 뒤, 지구까지 차지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밝은 분위기의 캐릭터 디자인과 달리 라그랑주 포인트의 세계관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코로니를 건설한 이유가 환경 오염으로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지구를 대체하기 위해서였고, 그 때문에 어떤 과학자는 미친 계획을 짠다. 오염된 지구의 환경에서도 살 수 있도록 유전공학의 힘으로 인간의 육체를 변형하자는 것이다. 이래서 비극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알기 쉽게 진행된다. 바이오 군단을 섬멸하는 것이 다다. 특별한 반전도 없다. 패미컴 RPG들이 대부분 불친절한 편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이야기에 살을 더 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요즘 RPG 같으면 바이오 군단을 택한 이들의 심정이나 과거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을까 싶다.


패미컴 게임에선 흔치 않은데, 중간에 어린애가 죽는 장면이 클로즈업해서 나온다. 어린 시절 이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일본인도 있단다.

길 찾기는 어려운 편이다. 지도가 있긴 하지만, 지형 때문에 빙 돌아가야 하는 구간이 있고, 랜덤 인카운터율이 극악이라서 끈기가 필요하다. 랜덤 인카운터를 없애는 치트가 있긴 한데, 필드에선 안 통하는 반쪽짜리다. 성가신 점은 이벤트를 클리어하고 나서 그곳을 바로 탈출할 수 있는 마법 같은 게 없다는 점이다. 깨고 나서도 같은 길을 걸어나와야 한다. 마을 간의 이동도 중반 이후 워프 아이템을 얻기까지는 일일이 걸어 다녀야 한다. 인카운터율이 높으니 더 고생한다.


SF RPG인데도 중세 판타지처럼 동굴을 등장시키는 게임이 많은데, 이 게임은 그건 없다. 던전이 다 환한 건물 내부다. 미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본편의 진행과 상관없는 이벤트가 꽤 있다. 안 깨도 엔딩 보는 데는 문제 없지만,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난 반쯤 했다.


비교적 화려한 오프닝과 달리 엔딩은 소박한 편이다. 높은 인카운터율과 이야기에 살이 덜 붙은 느낌 때문에 걸작으로까지 꼽을 순 없지만,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음악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29일

2018-01-28

헤라클레스의 영광2 타이탄의 멸망


헤라클레스의 영광3는 막판 반전 때문에 슈퍼패미컴 최고의 RPG로 나는 꼽는다. 갑자기 2편이 떠올라서 바로 해봤다. 전형적인 드래곤 퀘스트 형식의 RPG라서 시스템이 별로 어려울 게 없었다. 그래픽은 8비트 시절의 향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당시 관점으로 보면 아주 깔끔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래픽 스타일이다.


작은 마을에서 노모와 단둘이 살던 청년이 마왕을 무찌를 용사를 구한다는 여왕의 편지를 받는다. 청년은 만류하는 노모와 자신을 사모하는 여인을 두고 여행을 떠난다. 이렇다 할 고민 같은 건 묘사되지 않는다. 여행 도중에 주인공은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로스 소년과 청동 여인을 동료로 맞는다. 여행을 통해 켄타우로스 소년은 용기를, 청동 여인은 인간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얘기 같다.
시스템에선 별로 특별날 것이 없지만, 판타지RPG에서 보기 드문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친숙한 그리스 신들이 나온다.


난이도는 어려운 편이다. 미로나 전투는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닌데, 이벤트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힌트가 너무 적다. 옛날 RPG답게 공략이 없으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막히지 않을까 싶다. RPG의 진정한 재미는 공략 안 보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깨나가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 공략과 치트에 의존해서 속공으로 엔딩을 봤다.


3편의 감동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뜻밖의 전개를 원했다. 그러나 밋밋해서 실망했다. 이 시리즈 특유의 비극적인 전개가 조금 있긴 하지만,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어떤 감정의 교류가 느껴지지 않아서 감정이입은 되지 않는다. 이가 빠진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야 한다. 이야기의 길이도 짧은 편이다.


헤라클레스는 마지막에 얻는 동료로 잠깐 나온다. 엔딩은 지금까지 나왔던 장면을 흑백으로 보여주는 게 다다.
마을 사람 중 이런 대사를 하는 노인이 있다.
"너는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을 거야.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을 잃겠지. 인생이란 그런 거야."
어떤 일본인이 쓴 리뷰를 보니 이 대사를 빗대서 이렇게 썼다.
"난 이 게임을 통해 리뷰는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을 잃었어..."

호기심에 엔딩을 봤지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평작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28일

2018-01-25

천지를 먹다2 제갈공명전


패미컴 게임에 빠져 있을 무렵, 일본어도 모르면서 일본 패미컴 잡지를 사서 봤다. 거기 실린 게임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게 <천지를 먹다>였다. 아마 1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래 삼국지를 좋아한데다가 모토미야 히로시의 인물 그림이 너무나 멋져서 혹했다. 그러나 복사팩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절에도 일본어를 몰라서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뒤늦게 2010년에 PDA로 게임보이판 <천지를 먹다>를 클리어했고, 패미컴판 2편은 8년 가까이 지난 2018년에 플레이했다. S905X 안드로이드 스틱에 짝퉁 듀얼쇼크2를 무선으로 연결해 NES.emu로 돌렸다. 편하게 하려고 레벨 최고로 만들고 필드와 던전에서 적이 나오지 않는 치트를 썼다.


이 게임의 걸림돌은 삼국지 등장인물 이름이 일본식 한자음으로 나온다는 점이었다. 장비를 '쵸-히', 조운을 '쵸-운'식으로 발음한다. 전투 화면에선 이름이 한자로 나와서 알아볼 수 있지만, 일반 대화창에선 패미컴의 용량 한계 탓인지 히라가나로 나와서 일본어를 알아도 누가 누군지 헷갈렸다. 그런데 고맙게도 누가 한글 패치를 만들어줘서 고민이 해결되었다.


<천지를 먹다2>는 동탁을 암살한 뒤부터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 삼국지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듯 하지만, 각색이 되어서 뒤로 갈수록 내용이 다르다. 모토미야 히로시의 만화 <천지를 먹다>에서 가져온 것은 일러스트와 제목뿐이다. 게임은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 가령 원작대로라면 이미 죽었어야 할 여포가 형주 쟁탈전에 난입한다거나 유비군이 삼국 통일한다거나 정사나 소설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풍향을 바꾸는 비법을 얻기 위해 옛 일본까지 갔다 오는 부분은 파격이었다.


옛날 RPG라서 시스템이 불편한 부분은 있다. 대화하거나 조사할 때 메뉴창을 열어야 한다는 점이 성가시다. 요즘 RPG처럼 앞으로 가야 할 곳을 표시해주거나 힌트를 많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이벤트는 방법을 모르면 막히기 쉽다. 특히 제갈량 삼고초려 이벤트에서 많이 막히지 않을까 싶다. 언어를 알아도 공략 없이 엔딩 보기가 쉽지는 않다.

당시 유행했던 드래곤 퀘스트와 흡사한 시스템이지만, 나름 특이한 점은 있다. 배경이 삼국지이다보니 몬스터 같은 건 안 나온다. 일본 땅의 뱀들을 제외하면 인간이 적이다. HP가 병사 수인 점도 그럴 듯하다. 판타지RPG의 마법에 해당하는 것은 책략이다. 화계, 수계 등 삼국지에 등장했던 전술이 나온다. 파이널 판타지 초창기 시리즈와 반대로 전투 화면에서 왼쪽이 우리 편이고 오른쪽이 적인 점도 차별이 된다. 다만 RPG에서 빠지지 않는 던전은 있다. 삼국지에 무슨 동굴이 나온다고.

소설로 친숙한 이벤트가 몇 가지 나오는데, 그걸 제외하면 스토리가 세밀하지는 않다. 등장인물의 개성이나 성격도 대화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스토리보다는 전투 비중이 높은 RPG다. 막판엔 이벤트보다는 전투가 길게 길게 반복된다.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 관우, 장비이지만, 유비는 도중에 멤버에서 영구 이탈하고, 관우, 장비는 후반부엔 자기 아들에게 역할을 맡기고 다른 일을 하러 간다. 그래서 끝판왕인 사마의하고는 조운, 마초, 황충, 강유, 장포, 관색, 제갈량으로 싸웠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아쉬운 RPG다. 그나마 삼국지이니까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성취감을 들게 하는 뭔가가 있다. 거기에 박력 있는 그림체, 훌륭한 음악이 가치를 더한다.


엔딩은 길지도 않고 소박한 편이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25일

2018-01-16

브레이블리 디폴트 포 시퀄


그림체와 시스템이 옛날 파이널 판타지3 닌텐도DS판을 생각나게 하는 복고풍 RPG다. 7편을 제외하고 파판을 아주 재미있게 한 기억이 없는 나로선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 평가가 좋길래 해봤다.
게임은 꽤 잘 만들었다. 그래픽이야 3DS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음악이 참 좋아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동작도 섬세한 편이고, 주인공 일행의 성격과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등장인물 중에 레스터가 나오는데, 엔 라이이의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그 레스터에서 따온 모양이다.


게임 플레이는 쾌적하다. 난이도와 적 조우율을 아무 때나 바꿀 수 있고 어디로 갈지 친절하게 표시해주니 이동이 쉽다.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대신,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많이 덜어냈다.


중반부까진 평범한 왕도RPG처럼 진행된다. 그림체는 애들 느낌인데, 죽음도 묘사되고 내용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내용이 심오하다고 생각한다.
반전이 뭐일지 기대했는데, 평행세계 이야기여서 아쉬웠다. 같은 인물이 사는 세계가 여러 개 있는 설정은 과거 다른 일본RPG나 애니에도 있어서 새롭지 않고, 뭔가 반칙 같아서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배경에서 비슷한 과정을 2번 이상 거쳐야 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좀 지겨웠다. 드래곤 퀘스트11, 니어오토마타에서도 이랬는데, 제작비를 아끼면서 플레이 시간을 늘리려는 꼼수 같다. 물론 이야기 전개상 그럴듯하게 포장되긴 한다. 이 점 때문에 엔딩만 보고 진엔딩까지 진행은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듯 끝내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이 있어서 진엔딩까지 진행했다. 치트가 없었다면 짜증나서 안 했을 것이다.


6장 이후는 생각 없이 하던 대로 하면 같은 내용이 되풀이되고 종장에 들어갈 수 없다. 하던 패턴을 그만두고 다르게 해봐야 종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 점은 참 신선했다. 자기 생각 없이 세상이 시키는 대로, 남이 하라는 대로 살면 안 되며, 뭐가 옳고그른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게임 내용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엔딩이 아닌 진엔딩 진입조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진엔딩은 미련하게 하던 대로 해야 볼 수 있다. 같은 과정을 참고 되풀이하는 이가 진엔딩을 볼 수 있다. 게임 내내 '거부하는 용기'를 강조해놓고 진엔딩 조건을 이렇게 해놓은 건 어불성설 아닌가. 일반 엔딩과 조건이 바뀌었어야 했다. 


같은 걸 반복하는 플레이가 지겹긴 했지만, 여러 모로 따져봤을 땐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흔한 전개의 왕도RPG는 아니었다. 그러나 후속작은 안 하련다.


엔딩 본 날 - 2018년 1월 16일

2018-01-06

듀얼쇼크2 짝퉁 2.4Ghz 게임패드 리뷰

안드로이드TV 스틱(S905X)으로 에뮬 게임을 가끔 하는데, 블루투스 게임패드는 딜레이가 있어서 은근히 답답했다. 그래서 Kodi 리모컨 겸해서 쓰려고 2.4Ghz 무선 연결 패드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찾아봤다.


막 쓸 거라서 젤 싸구려를 골랐다. 여러 가지 색깔이 있지만, 빨간색이 제일 싸길래 빨간색으로 샀다. 8.26달러에 무료배송.


알리답지 않게 열흘 만에 도착. 케이스고 뭐고 없이 그냥 비닐봉지에 벌크처럼 담겨 왔다.
게임패드 본체, USB수신기, OTG 컨버터로 구성되어 있다.



겉모습은 듀얼쇼크2와 거의 비슷하다. 듀얼쇼크2(검은색)와 비교해보니 LED 위치나 ON OFF 스위치 유무만 다르다. 부품이 호환되지 않을까 싶어서 분해해봤는데, 십자키 뒷쪽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 점, 가이드가 없는 점이 듀얼쇼크2와 달랐다. 그 작은 차이 탓에 바꿔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버튼은 크기가 비슷해서 바꿔끼워도 된다. 십자키와 버튼 아래의 고무판은 짝퉁 쪽이 오히려 좋아 보였다. 십자키와 버튼 질감도 오리지널과 별 차이가 없다.


AAA건전지 두 개로 작동된다. 듀얼쇼크2와 달리 진동 모터는 없다. 덕분에 가볍다.


아래엔 전원 스위치도 있다. 이걸로 안 꺼도 몇십분 사용 안 하면 자동으로 꺼져서 편하다.

안드로이드TV 스틱(S905X)에 무선연결해보니 잘 된다. 다만, 십자키가 좀 이상했다. 아래를 누르면 가끔 왼쪽으로 작동하는 문제가 있었다. 분해했다가 십자키를 다시 뺐다 끼우니 그 증상은 사라졌다.

2.4Ghz라도 유선보다는 딜레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전에 쓰던 8bitdo 블루투스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짝퉁이라서 돈 버릴 각오하고 주문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은 패드다. 조작감은 듀얼쇼크2에 가깝다. 가성비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