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2
아랑전설 스페셜 게임기어판
아랑전설 스페셜을 타카라가 휴대용 게임기어로 이식한 작품. 1994년 11월 발매.
게임보이의 열투 시리즈와 달리 짜리몽땅 SD 타입이 아니라 원래 크기 캐릭터다. 어릴 땐 SD 캐릭터를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유치해져서 그냥 원래 크기가 좋다.
게임기어에 맞춰 버튼 2개만으로 주먹과 발차기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픽은 뭐 당연히 원작보다는 떨어진다. 게임기어의 성능 한계에 맞게 어떻게 이식했는지 궁금했다. 그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이식도라고 생각한다. 당시 발매 게임 수가 적었던 게임기어에는 사무라이 쇼다운과 더불어 킬러 타이틀이 아니었을까 한다.
SNK 원작에 있던 캐릭터들이 다 나오진 않고 9명만 나온다. 게임기어 성능상 모든 캐릭터를 다 내서 질을 떨어뜨리기보단 캐릭터를 줄여서라도 질을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김갑환이 없는 건 너무하다. 대신 원작에서 숨겨진 캐릭터로 있었던 <용호의 권> 주인공 료를 처음부터 쓸 수 있다. 난 료를 골라서 했다.
New 3DS LL의 레트로아크로 실행했다. 3DS의 십자키로 필살기 구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나간다. 아무래도 기술 수가 원작보다 줄었기 때문에 싸움 전략의 폭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나 같은 격투 게임 초보자한텐 단순해서 좋은 면도 있다. 원작이 아닌 이걸 한 이유도 그것이다. 부담이 없다. 딱히 연습하지 않아도 대충 싸울 수 있다. 아마 이렇게 하면 필살기가 나가지 않을까 하고 조작하면 필살기가 나간다.
료로 했을 때, 어려운 캐릭터는 텅푸르 영감하고 기스였다. 몇 번 죽길래 강제세이브를 활용해서 깼다. 최종 보스가 기스인 줄 알았는데, 료다. 같은 캐릭터끼리 해서 엔딩을 봤다. 엔딩은 허접하다. 검은 화면에 스태프롤 나오고 끝. 캐릭터만의 스토리 엔딩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허무하다.
엔딩 본 날 : 2017. 04. 21
2017-04-18
천사의 시2 타천사의 선택
1편 엔딩이 인상 깊어서 바로 2편을 윈도우용 Retroarch로 시작했다. 이 게임은 PC엔진 듀오를 가지고 있던 시절, 일본어도 모르는 주제에 게임점에서 CD를 구해와서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분석도 없어서 초반부 동영상 감상 뒤 더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얼마 하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게임이다. 지금은 일본어를 할 수 있어서 그때의 아쉬움을 풀 수 있다.
2편의 배경은 1편에서 100년 후이다. 그런데 1편의 배경이었던 옛 아일랜드가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 시작한다. 후반부에 1편의 대륙으로 주인공들이 가게 되면서 1편과 연결된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전작과 다르다. <로도스도 전기>로 유명한 유우키 노부테루(結城信輝)가 맡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전작과 너무 그림체가 달라져서 이질감이 들었다. 1편 주인공들이 2편에도 나오는데, 도무지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게 그렸다. 전작은 마이너 느낌이 있었는데, 2편은 메이저를 노린 티가 난다. 색감이 화려해졌고 몬스터 디자인은 그로테스크함이 덜해졌다. 여담으로 이 게임을 만든 핵심 인력들은 발매 직전에 퇴사했고, 그뒤로 이 제작사(일본텔레넷)는 쇠퇴의 길로 빠졌다고 한다.
시스템과 그래픽은 전작보다 좋아졌다. 그림이 더 세밀해지고 전작에서 불편했던 점이 해소되었다. 이야기 길이도 늘어났다. RPG로서 완성도만 따진다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편하게 하려고 치트를 찾아봤는데, 2편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개발자가 숨겨둔 디버그 모드란 게 따로 존재해서 그 모드에 진입하면 레벨99, 벽 통과, 비행선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에 하루 만에 엔딩을 봤다.
다크 교단의 만행으로 마을이 파괴되지만, 어떤 마을의 주민들은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고, 어떤 마을의 주민들은 절망하며 모든 걸 포기한다. 이게 묘하게 대비된다. 천사 리아나는 주인공 페이트와 함께 여행하며 인간의 여러 모습을 보고 마지막 판단을 내린다.
후반부엔 주인공들이 1편의 세계로 튕겨져 간다. 1편의 마을과 인물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다만 1편에서 100년이 흐른 시점이다. 1편의 여자애가 할머니로 나와서 놀랐다. 전작의 개도 또 나와서 반가웠다. 1편의 주인공은 늙지 않았다. 1편 마지막에서 저주에 걸리는 바람에 불노불사가 되었다. 그의 소원은 죽어서 연인의 곁으로 가는 것이다.
허망하게 끝났던 1편과 달리 2편은 1편의 복선까지 마무리하며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마친다. 2편의 엔딩을 보면 1편 처음이 연상된다. 속시원하지만, 1편만한 감동은 없었다. 1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고치려는 의도였겠지만, 그러다보니 개성적인 부분이 사라져서 평이해졌다. 캐릭터는 개인적으론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녀 주인공에게 매력을 못 느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1편과 별개로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RPG이다. 숨겨진 아이템 찾는 재미도 있고,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1편에서 감동받았던 팬들에게는 강도가 약하지 않았나 싶다.
엔딩 본 날 - 2017년 4월 18일
천사의 시 PC엔진
1991년, 슈퍼CD-ROM2 전용 게임 첫 작품으로 발매된 RPG.
발매 당시에는 함께 나온 <드래곤슬레이어 영웅전설>에 가렸다고 한다. 그림체나 애니메이션이 심심해 보여서 더 그랬을 것 같다.
New 3DS LL에 레트로아크를 깔고 이것저것 해보던 중에 이게 눈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켈트 신화가 바탕이라 독특한 느낌이 있다. 종교적이고 소박하다고 해야 하나. 게임의 분위기가 차분하다. 배경은 옛 아일랜드 땅이라고 한다.
주제곡은 아주 아름답다. 듀오를 가지고 있을 때 이 게임의 2편을 잠시 해본 적 있는데, 그때도 주제곡에 빠져서 몇 번이고 오프닝을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일단 음악으로 먹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그냥 묻힐 수 있었던 게임을 음악이 살려 주었다.
필드 그래픽을 보면 캐릭터가 매우 작다. 당시 유행하던 짜리몽땅 SD타입도 아니다. 표정도 없다. 그런데 그게 이 게임 분위기와는 잘 맞는다. 캐릭터가 작아서 그런지 건물이 크고 필드가 넓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II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빨리 움직여서 편하다.
주인공이 성인 남성이고 곧 결혼할 신랑이다. 주인공 케알과 그의 신부 크레아는 결혼 세례를 받기 위해 코크 성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들에겐 예상치 못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시스템은 별다른 게 없고, 흔한 드래곤 퀘스트 스타일이다. 그래서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적 캐릭터가 공격할 때 움직이는데, 당시 RPG에선 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몬스터 디자인들이 기괴하다. 불편한 점이라면 아이템과 마법에 관한 설명이 없어서 메뉴얼이나 공략을 보고 쓰임새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게임 시간대는 밤과 낮으로 계속 바뀌는데, 마을에서도 밤에만 볼 수 있는 대사와 이벤트가 있다. 대사량은 당시 RPG치고는 많은 편이다.
돈과 능력치는 GameWiz로 쉽게 올렸다. 하지만 랜덤 인카운터 방지 치트는 레트로아크에서 먹지를 않아서 그냥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은 적을 자주 만나는 편이라 치트가 먹었으면 아주 편하게 했을 것이다. 다행히 게임이 너무 길지 않아서 그럭저럭 참고 할 수 있었다.
PC엔진 CD게임답게 중간중간에 애니메이션도 나온다. 퀄리티가 막 높고 그렇진 않다. 짧게짧게 지나간다. 90년대초 일본 만화영화 보는 느낌이다.
이야기 진행은 평이하다.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뭔가 요란한 부분이 없다. 옛날 RPG답게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설명이 그리 많지 않아서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도 받는다.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공략을 보지 않으면 헤맬 곳이 군데군데 있다.
이 게임이 높이 평가받았던 이유는 엔딩에 있다. 세상 전체로 보면 해피엔딩인데, 주인공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이 남자라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될 것이다.
엔딩 이후에 비기를 쓰면 라디오 드라마를 들을 수 있다. 결혼 이후 이야기인데, 내용이 충격적이다.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PC엔진 CD게임은 슈퍼패미컴 게임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 시절 PC엔진의 색감과 CD음성에 나는 매료되었다. 그 감흥을 이 게임으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즐거웠다.
엔딩 본 날 : 2017년 4월 18일
2017-04-14
NEW 3DS에서 레트로아크 실행기
레트로아크(RetroArch)는 거의 모든 종류의 과거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다. 윈도우즈, 안드로이드, 리눅스, OS X 등은 물론이고, 각종 게임기 플랫폼에서도 돌아간다.
다만 3DS, PSP, XBOX, Wii 같은 게임기에서 레트로아크를 돌리려면, 해킹이 필요하다. 에뮬레이터는 게임기들이 인식하는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그렇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해킹된 NEW 3DS LL에 레트로아크를 깔아보았다.
■3DS에서 레트로아크 설치법
www.retroarch.com에 가서 DOWNLOADS를 누르면 레트로아크가 기종별 버전으로 올라가 있다. stable 폴더에 있는 건 정식 버전이고, nightly 폴더에 있는 건 베타 버전이다. nightly 버전이 더 최신이기 때문에 나는 nightly 버전을 골랐다.
3DS용은 nintendo/3ds 폴더에 있다. RetroArch_3dsx.7z와 RetroArch_3dsx.cia.7z가 있는데, 3dsx는 3dsx 홈브류 툴에서 실행하도록 된 파일이고, cia는 FBI를 통해 코어별로 각각 설치하게 만든 파일이다. 편의상 난 cia 파일을 내려받았다.
압축을 풀면 cia 폴더와 retroarch 폴더가 있다. cia 폴더에서 필요한 에뮬 코어 파일만 골라서 해킹된 3DS의 Micro SD카드에 있는 cias 폴더에 넣는다. retroarch 폴더는 Micro SD카드 루트에 그대로 복사하면 된다. 각종 설정 파일과 세이브 파일이 retroarch의 하위 폴더로 저장된다. cia 에뮬 코어 파일들은 3DS에서 FBI를 실행시켜 각각 설치하면 된다.
genesis_plus_gx_libretro 메가드라이브, 메가CD, 세가마크3, 게임기어, SG-1000
mame2003_libretro 과거 오락실 게임
mednafen_ngp_libretro 네오지오 포켓
mednafen_pce_fast_libretro PC엔진 휴카드, PC엔진CD
mednafen_wswan_libretro 원더스완
nestopia_libretro 패미컴
pcsx_rearmed_libretro 플레이스테이션1
snes9x2010_libretro 슈퍼패미컴
gpsp_libretro 게임보이 어드벤스드
난 위의 에뮬 코어를 골라서 설치했다. MSX나 DOSBOX 게임도 끌리긴 했는데, 화면이 작은 3DS에는 키보드 입력 문제 등으로 불편할 것 같아 이번엔 안 깔았다.
그리고 Micro SD카드에 에뮬 게임 롬파일들을 넣어준다. 롬파일들은 한 폴더를 만들어서 그 안에 게임기별로 분류하는 게 좋다. 내 경우는 루트에 EMULROM 폴더를 만든 뒤 그 아래에 FC, SFC, PCE... 등으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에뮬 설정의 디렉토리 항목에서 EMULROM을 지정해주면 롬파일 실행할 때 찾는 시간을 줄여준다.
에뮬 코어 cia 파일들을 깔면 게임기 에뮬별로 아이콘이 만들어지는데, 각각 따로 노는 것 같아도 설정 파일은 Micro SD카드의 retroarch의 하위 폴더에 저장된다. 그래서 한 에뮬 코어에서 공통 설정을 바꾸면 다른 에뮬 코어에서도 동일하게 바뀐다.
■에뮬 코어별 소감
패미컴
3DS에서 되는 패미컴 에뮬 코어는 nestopia와 fceumm 두 가지다. nestopia는 PC에서도 주력으로 쓰고 있는 에뮬이고, 정확도면에서도 fceumm를 앞서서 당연히 nestopia를 골랐다. 다만 몇몇 해적판 게임들은 fceumm에서 구동력이 더 좋다고 한다. nestopia는 패미컴 디스크 게임도 지원한다. 그러려면 Micro SD카드의 retroarch/cores/system 폴더에 디스크 바이오스(disksys.rom)를 넣어줘야 한다.
8비트 게임기이니 쌩쌩 잘 돌아간다.
슈퍼패미컴
snes9x2010으로 잘 돌아가는데 지웠다. SNES9X 3DS라는 에뮬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성능은 비슷하지만, 편의성에서 SNES9X 3DS가 더 낫다.
PC엔진
휴카드 게임은 잘 돌아간다. 원래 mednafen_pce_fast는 정확도가 좋다는 평이다. CD게임들은 바이오스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처음엔 실행을 못 했다. 패미컴 디스크 바이오스와 마찬가지로 retroarch/cores/system 폴더에 PC엔진 CD 바이오스인 system3.pce 파일을 넣으면 된다.
다만 파일이 iso+MP3(wav) 조합은 실행이 잘 안 되고, cue+iso, cue+bin 조합이 실행이 잘 된다.
메가드라이브, 메가CD, 세가마크3, 게임기어, SG-1000
잘 된다. Genesis Plus GX는 평이 좋은 에뮬이다. 메가드라이브 게임뿐 아니라 세가마크3, SG-1000, 게임기어도 돌아간다. 메가드라이브 32X 게임은 안 돌아간다. 메가CD 게임은 PC엔진CD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스(bios_cd_j.bin) 넣어주고 파일 조합도 신경써야 한다. 게임기어 게임을 해봤는데, 강제 세이브 저장&로드할 때 시간이 3초 이상 걸린다. SD카드 저장 속도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액션 게임에선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원더스완 & 네오지오 포켓
특별히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 된다. 원더스완은 안드로이드나 PC에서 다른 에뮬로 돌릴 때 편의성이나 음질에서 다소 불만족스러웠는데, 레트로아크는 그보다는 나아 보인다. 다만 두 게임기 모두 재미있는 게임이 그리 많지는 않다.
플레이스테이션1
pcsx_rearmed_libretro인데 바이오스가 필요하다. 돌아가긴 돌아가는데, 느리다. New 3DS 성능이 딸려서 그런 건지 에뮬 성능이 딸려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이 속도라면 그냥 안드로이드나 PC 에뮬로 하는 게 낫겠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gpsp_libretro로 돌린다. 많은 게임을 해보진 않았지만, 무난하게 돌아가는 편. 바이오스가 필요하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게임만 돌아간다. 게임보이 게임은 gambatte_libretro로 돌릴 수 있는데, 난 다른 에뮬로 깔았다.
MAME 오락실 게임
mame2003_libretro로 돌아간다. 주의할 점은 롬파일 버전이 0.78 버전이어야 한다는 점. 최신 mame 코어도 있을 텐데 3DS용은 조금 옛날 버전이다. 게임에 따라 잘 돌아가는 것도 있지만, 느리거나 음악이 끊기는 것도 있다. 잘 되는 게임만 선별해서 한다.
PC엔진CD와 메가CD 게임이 돌아간다는 걸 알고 내 3DS에 게임을 마구 집어넣었는데, 게임 불감증에 빠지기 딱 좋은 것 같다. 많이 집어넣어봐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굳이 PC와 연결된 대형TV 놔두고 3DS의 작은 화면으로 눈 아프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든다. PC엔진이나 메가드라이브 게임이 원래 휴대용에 맞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게임 플레이보다는 그냥 3DS에서 에뮬을 돌릴 수 있다는 데 만족하는 게 아닌가 싶다. ㅋ
다만 3DS, PSP, XBOX, Wii 같은 게임기에서 레트로아크를 돌리려면, 해킹이 필요하다. 에뮬레이터는 게임기들이 인식하는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그렇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해킹된 NEW 3DS LL에 레트로아크를 깔아보았다.
■3DS에서 레트로아크 설치법
www.retroarch.com에 가서 DOWNLOADS를 누르면 레트로아크가 기종별 버전으로 올라가 있다. stable 폴더에 있는 건 정식 버전이고, nightly 폴더에 있는 건 베타 버전이다. nightly 버전이 더 최신이기 때문에 나는 nightly 버전을 골랐다.
3DS용은 nintendo/3ds 폴더에 있다. RetroArch_3dsx.7z와 RetroArch_3dsx.cia.7z가 있는데, 3dsx는 3dsx 홈브류 툴에서 실행하도록 된 파일이고, cia는 FBI를 통해 코어별로 각각 설치하게 만든 파일이다. 편의상 난 cia 파일을 내려받았다.
압축을 풀면 cia 폴더와 retroarch 폴더가 있다. cia 폴더에서 필요한 에뮬 코어 파일만 골라서 해킹된 3DS의 Micro SD카드에 있는 cias 폴더에 넣는다. retroarch 폴더는 Micro SD카드 루트에 그대로 복사하면 된다. 각종 설정 파일과 세이브 파일이 retroarch의 하위 폴더로 저장된다. cia 에뮬 코어 파일들은 3DS에서 FBI를 실행시켜 각각 설치하면 된다.
genesis_plus_gx_libretro 메가드라이브, 메가CD, 세가마크3, 게임기어, SG-1000
mame2003_libretro 과거 오락실 게임
mednafen_ngp_libretro 네오지오 포켓
mednafen_pce_fast_libretro PC엔진 휴카드, PC엔진CD
mednafen_wswan_libretro 원더스완
nestopia_libretro 패미컴
pcsx_rearmed_libretro 플레이스테이션1
snes9x2010_libretro 슈퍼패미컴
gpsp_libretro 게임보이 어드벤스드
난 위의 에뮬 코어를 골라서 설치했다. MSX나 DOSBOX 게임도 끌리긴 했는데, 화면이 작은 3DS에는 키보드 입력 문제 등으로 불편할 것 같아 이번엔 안 깔았다.
그리고 Micro SD카드에 에뮬 게임 롬파일들을 넣어준다. 롬파일들은 한 폴더를 만들어서 그 안에 게임기별로 분류하는 게 좋다. 내 경우는 루트에 EMULROM 폴더를 만든 뒤 그 아래에 FC, SFC, PCE... 등으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에뮬 설정의 디렉토리 항목에서 EMULROM을 지정해주면 롬파일 실행할 때 찾는 시간을 줄여준다.
에뮬 코어 cia 파일들을 깔면 게임기 에뮬별로 아이콘이 만들어지는데, 각각 따로 노는 것 같아도 설정 파일은 Micro SD카드의 retroarch의 하위 폴더에 저장된다. 그래서 한 에뮬 코어에서 공통 설정을 바꾸면 다른 에뮬 코어에서도 동일하게 바뀐다.
■에뮬 코어별 소감
패미컴
3DS에서 되는 패미컴 에뮬 코어는 nestopia와 fceumm 두 가지다. nestopia는 PC에서도 주력으로 쓰고 있는 에뮬이고, 정확도면에서도 fceumm를 앞서서 당연히 nestopia를 골랐다. 다만 몇몇 해적판 게임들은 fceumm에서 구동력이 더 좋다고 한다. nestopia는 패미컴 디스크 게임도 지원한다. 그러려면 Micro SD카드의 retroarch/cores/system 폴더에 디스크 바이오스(disksys.rom)를 넣어줘야 한다.
8비트 게임기이니 쌩쌩 잘 돌아간다.
슈퍼패미컴
snes9x2010으로 잘 돌아가는데 지웠다. SNES9X 3DS라는 에뮬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성능은 비슷하지만, 편의성에서 SNES9X 3DS가 더 낫다.
PC엔진
휴카드 게임은 잘 돌아간다. 원래 mednafen_pce_fast는 정확도가 좋다는 평이다. CD게임들은 바이오스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처음엔 실행을 못 했다. 패미컴 디스크 바이오스와 마찬가지로 retroarch/cores/system 폴더에 PC엔진 CD 바이오스인 system3.pce 파일을 넣으면 된다.
다만 파일이 iso+MP3(wav) 조합은 실행이 잘 안 되고, cue+iso, cue+bin 조합이 실행이 잘 된다.
메가드라이브, 메가CD, 세가마크3, 게임기어, SG-1000
잘 된다. Genesis Plus GX는 평이 좋은 에뮬이다. 메가드라이브 게임뿐 아니라 세가마크3, SG-1000, 게임기어도 돌아간다. 메가드라이브 32X 게임은 안 돌아간다. 메가CD 게임은 PC엔진CD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스(bios_cd_j.bin) 넣어주고 파일 조합도 신경써야 한다. 게임기어 게임을 해봤는데, 강제 세이브 저장&로드할 때 시간이 3초 이상 걸린다. SD카드 저장 속도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액션 게임에선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원더스완 & 네오지오 포켓
특별히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 된다. 원더스완은 안드로이드나 PC에서 다른 에뮬로 돌릴 때 편의성이나 음질에서 다소 불만족스러웠는데, 레트로아크는 그보다는 나아 보인다. 다만 두 게임기 모두 재미있는 게임이 그리 많지는 않다.
플레이스테이션1
pcsx_rearmed_libretro인데 바이오스가 필요하다. 돌아가긴 돌아가는데, 느리다. New 3DS 성능이 딸려서 그런 건지 에뮬 성능이 딸려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이 속도라면 그냥 안드로이드나 PC 에뮬로 하는 게 낫겠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gpsp_libretro로 돌린다. 많은 게임을 해보진 않았지만, 무난하게 돌아가는 편. 바이오스가 필요하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게임만 돌아간다. 게임보이 게임은 gambatte_libretro로 돌릴 수 있는데, 난 다른 에뮬로 깔았다.
MAME 오락실 게임
mame2003_libretro로 돌아간다. 주의할 점은 롬파일 버전이 0.78 버전이어야 한다는 점. 최신 mame 코어도 있을 텐데 3DS용은 조금 옛날 버전이다. 게임에 따라 잘 돌아가는 것도 있지만, 느리거나 음악이 끊기는 것도 있다. 잘 되는 게임만 선별해서 한다.
PC엔진CD와 메가CD 게임이 돌아간다는 걸 알고 내 3DS에 게임을 마구 집어넣었는데, 게임 불감증에 빠지기 딱 좋은 것 같다. 많이 집어넣어봐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굳이 PC와 연결된 대형TV 놔두고 3DS의 작은 화면으로 눈 아프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든다. PC엔진이나 메가드라이브 게임이 원래 휴대용에 맞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게임 플레이보다는 그냥 3DS에서 에뮬을 돌릴 수 있다는 데 만족하는 게 아닌가 싶다. ㅋ
2017-04-12
파이어 엠블렘 에코즈
관심이 없었는데,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중 가장 재미나게 했던 <파이어 엠블렘 외전>의 리메이크작이라는 걸 알고 급하게 구해서 했다.
1992년 3월 14일에 나온 패미컴용 <파이어 엠블렘 외전>은 게임잡지 부록 공략집을 보고 군침만 삼키다가 몇 년 뒤 에뮬로 끝을 봤다. 외전이 처음 엔딩을 본 파이어 엠블렘이었다. 전작과 달리 자유도가 높고 간편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당시는 일본어판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비공식 한글판도 나와 있다.
그 외전을 닌텐도에서 25년 만에 <파이어 엠블렘 에코즈>란 이름으로 리메이크했다.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보일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그래픽과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스토리에 살을 붙이고 던전 탐색까지 추가되었다. 패미컴판과 견주면 어마어마한 발전이다.
먼저 그래픽을 보자면, 외전은 당시 수준으로 봐도 그래픽이 밋밋했고 등장인물에도 개성이 없었다. 얼굴은 거의 똑같이 생겼는데, 색깔만 다르게 한 캐릭터가 많았고, 모션도 별 차이가 없었다. 에코즈는 꽤 괜찮은 일러스크를 써서 그런 부분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중간중간 애니메이션도 나온다. 전투 애니메이션은 박력이 있다. 외전과 달리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빨리 넘기기 가능한 것도 무척 편했다.
음악은 외전의 경우, 무거운 스토리와 달리 다소 경쾌한 느낌이었지만, 에코즈는 장엄한 오케스트라 느낌이다.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걸 들으면 알 수 있다. 시리즈 역대급이라는 평이다. 요즘은 기본이지만, 주요 대사에 성우도 기용되었다.
시스템은 원래 외전이 독특한 편이었다.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맵을 자유롭게 다니다 적과 만나면 싸우고, 두 주인공을 원할 때 번갈아서 조종할 수 있다. 그래서 클리어 순서는 플레이어 마음이다. 이 점이 나에겐 다른 파이어 엠블렘보다 좋아 보였다. 그런 외전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RPG처럼 던전 탐색을 추가한 것도 좋았다. 던전이 너무 어렵지 않고 적당한 난이도다. 모든 캐릭터는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직업을 바꿀 수 있다. 전사, 마도사, 신관 등 다양하고 능력치와 모습이 바뀌어서 육성 게임으로서도 중독성이 높다.
디테일도 외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무기가 바뀌면 전투 애니메이션에도 무기의 모습이 나오는 점, 캐릭터끼리 대화를 하는 점, 캐릭터가 죽으면 관련 캐릭터가 울부짖는 점 등등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
세이브 데이터를 조작해서 능력치와 돈을 뻥튀기할 방법을 구글링해봤지만, 최신 게임이라 그런지 에디터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오랜만에 제대로 진행했다. 따로 레벨 올리려고 뺑뺑이 돌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올린 레벨만으로 게임 클리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강한 적에겐 약간의 전술과 인내심이 필요할 뿐이었다. 나는 난이도를 캐릭터가 죽어도 다음 전투 때 되살아나는 '캐주얼 모드'로 해서 쉬웠지만, 만일 외전과 같은 '클래식 모드'(캐릭터가 죽으면 진짜로 사망)로 했다면, 훨씬 어려웠으리라 본다.
스토리를 보자면, 오래된 원작이라 출생의 비밀, 신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인간 등 일본RPG에서 자주 우려먹었던 소재가 나온다. 예측하는 게 거의 그대로 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원작에 살을 많이 붙여서 이야기의 무게가 늘었다.
왕이 되는 데는 핏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리더의 소양과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나오지만, 결국 두 주인공은 왕가의 핏줄이다. 평민이 암만 노력해봐야 핏줄이 아니면 왕이 될 수도 없었겠지. 그래서 메시지가 애매하다.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감정이입하긴 좋지만, 나름 상상할 수 있던 부분들이 한 가지로 명확해진 점은 아쉽기도 하다.
악역 중 하나는 만화 <베르세르크>가 연상되었다. 악마가 되는 데 소중한 무언가를 바쳐야 하는 장면. 등장할 때부터 그렇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를 용서하는 '재물'이 비현실적이었다. 그 부분에서 공포스런 최후를 맞이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역시 닌텐도 게임인가.
초반에 악당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하려고 한다든가 어린애 목을 자르려고 한다든가 하는 부분이 나오긴 하는데, 당연히 결정적인 장면은 안 나온다. 성인용 파이어 엠블렘을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중 마음에 들었던 셋이다. 크레아, 세리카(주인공), 메이. 다들 일본 만화 특유의 색기가 있는 것 같다. 이 셋을 중점적으로 키웠다.
5장의 마지막 판은 조금 어려워서 한 번 전멸했다가 다시 도전해서 엔딩을 봤다. 파이어 엠블렘 전통의 엔딩이 나온다. 등장인물들의 훗날 이야기를 한 명씩 글로 보여준다. 못 얻은 동료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스태프롤 올라갈 때 박종훈이라는 우리나라 사람 이름도 보인다.
엔딩을 보고 클리어 세이브를 다시 로드했더니 원작에 없던 6장이 새로 시작되었다. 특별한 스토리는 아니고 해적의 보물을 찾는 내용 같다. 그걸로 다시 육성하며 즐기라는 것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시나리오 같다. 일단은 세이브 파일 보관하고 여기서 에코즈를 마친다. 간만에 불타오르며 했다.
엔딩 본 날 - 2017년 4월 11일
2017-04-03
천외마경 ZERO
1995년 12월 22일에 허드슨에서 발매한 작품. PC엔진용으로 유명했던 시리즈의 후속작이며, 슈퍼패미컴용으론 유일한 천외마경이다. 허드슨 스태프들 왈 "내 아이가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는 하는데, 우리가 만든 천외마경은 안 한다는 게 안타까워서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PC엔진용 천외마경보다는 수위가 낮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친숙한 중세 판타지 배경이 아닌 일본 신화를 배경으로 한 탓인지 다소 마이너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자국의 문화를 RPG에 활용했다는 부분에서 가치가 있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시리즈로는 ONI가 있다.
천외마경은 2가 가장 유명하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수준의 동영상과 음성으로 보는 이들을 경악시켰다. 그런데, ZERO는 음성도 동영상도 없어서 심심하다. 대신 PLGS(Personal Live Game System)이란 걸 탑재했는데, 이 시스템은 롬팩 안에 시계를 내장해서 게임 내의 이벤트가 실제 시간과 연동되도록 한 것이다. 특정 기간에 일본 전통 축제가 열린다든가 상점이 생긴다든가 하는 이벤트가 있다. 일본 전통 축제는 일본의 마쓰리를 참고로 재현한 것 같다. 난 공작국에서 4월에 열리는 벚꽃 축제만 볼 수 있었다.
ZERO는 전작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지팡구, 불의 일족 등이 또 등장한다. 전작의 등장인물이 카메오로 나오기도 한다, ZERO에선 천외마경2에 나온 가부키가 모습을 드러낸다.
ZERO는 불의 용사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이 지팡구를 지배하는 지옥왕 니니기를 동료들과 함께 무찌르는 이야기다. 스토리에 특별한 반전 같은 건 없다. 충실한 왕도다.
어린이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곤 하지만, 야시시한 장면도 있다. 어느 마을의 芸 업소에 가면, 게이샤를 빙글빙글 돌려서 옷을 내려오게 하는 놀이가 있다. 물론 슈퍼패미컴은 온가족의 게임기이므로 결정적인 장면은 禁 표시로 가린다.
빠르고 쉽게 클리어하기 위해 돈 최대, 능력치 최대, 적 출현 없음 치트를 사용했다. 덕분에 끝판왕만 다소 까다로웠을 뿐 별 어려움 없이 클리어할 수 있었다.
엔딩은 두 종류이다. 세상을 구한 주인공이 지팡의 왕이 되는 엔딩과 왕이 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엔딩이다. 두 엔딩에 까다로운 조건은 없고, 단지 왕이 되겠느냐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엔딩 내용은 크게 다르다.
평가를 하자면, 원래 천외마경에 매료되었던 까닭은 강렬한 애니메이션과 높은 수준의 음악, 성우 연기 때문이었는데, ZERO는 그게 없어서 밋밋했다. 원색적인 PC엔진 천외마경 그래픽과 달리 슈퍼패미컴 특유의 엷은 색감 때문에 이질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다.1995년 당시, 13일 먼저 발매된 드래곤 퀘스트6 탓에 판매에 고전한 비운의 작품이라고 한다. 나중에 해본 사람들이 명작으로 재평가하기도 했지만, 드래곤 퀘스트6과 비교하기엔 모자라지 않나 싶다. 이벤트는 다채로우나 정작 본편의 내용이 단조롭다. 적들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 꽝인 작품은 아니다. 실제 시간과 연동되어 숨겨진 이벤트가 많았던 점은 신선했다. 물론 난 귀찮아서 다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말이다. 만듦새는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으로 봐줄 수 있는 RPG이다.
엔딩 본 날 - 2017.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