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5

호리 파이팅 커맨더 신형 게임패드

새턴 패드 USB

에뮬 게임용으로 PC에 무선연결해서 쓰던 듀얼쇼크3가 요즘 자꾸 끊어지는 문제가 발생해서 서랍에서 잠자던 USB용 새턴 패드를 꺼냈다. 부드러운 십자키의 조작감은 그 어떤 패드보다 좋다. 정말정말 마음에 쏙 들었는데, 셀렉트 버튼이 없는 게 큰 단점이었다. 플스2 에뮬을 돌리면 버튼이 하나 모자라서 L2, R2까지 쓰는 게임은 모든 조작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셀렉트 버튼까지 추가된 플스2용 새턴패드를 찾아봤다. PC에 연결하는 컨버터를 가지고 있으니 플스2용 패드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씨가 말라서 일본 아마존에서 찾아봤는데 가격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중고 제품 가격이 이렇다.


색상에 따라 14,015엔(블랙)부터 99,650엔(그레이)까지...... 도저히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봤다. 그중에 2015년 12월에 나온 '호리 파이팅 커맨더'가 눈에 들어왔다. 플스4, 플스3, PC 다 호환된다.


일본 아마존에서 3,509엔에 파는데, 국내 쇼핑몰에선 2016년 4월 12일 기준으로 최저가가 48,010원이었다. 그래서 일본 갈 때 사려고 했는데, 11번가에서 M포인트 50% 적용 행사를 하루 하길래 적용하니 24,005원에 살 수 있었다. 잽싸게 구입. EMS로 3일 만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십자키를 만져봤는데, 새턴 패드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반발력이 있어서 누르면 올라오는 힘이 강하다. 격투 게임 등 정확한 조작에 맞다고 한다. 새턴 패드 십자키는 재질이 더 부드럽고 둥굴게 되어 있어 엄지에 더 부담이 없었다. 정확성은 파이팅 커맨더 쪽이 나을지 모르지만, 부드러움에서 새턴 패드 십자키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파이팅 커맨더는 L2, R2 버튼이 있어서 두께도 새턴 패드 2배 이상이다. 진동 모터가 없기 때문에 무게는 새턴 패드만큼은 아니지만 듀얼쇼크에 비해 무척 가볍다.


유선이라는 점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무선은 배터리 무게도 있고 제품에 따라 연결 상태가 불안정할 때도 있다. 또 거실이나 침실은 몰라도 의자에 앉아 PC 앞에서 게임을 한다면 유선도 문제 없겠다 싶었다. 새턴 패드와 파이팅 커맨더의 선 길이를 비교해보니 파이팅 커맨더의 선이 더 길다. 새턴 패드의 선도 긴 편이었으니 무척 긴 것이다. 짧아서 곤란할 일은 전혀 없겠다.


아래에 플스4, 플스3, PC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PC까지 지원해줘서 땡큐다. 별다른 드라이버 깔 필요 없이 윈도우10 PC의 USB 단자에 연결하니 바로 작동된다. 가운데 DP, LS, RS 스위치는 십자키를 디지털패드, 왼쪽 아날로그 스틱,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전환할 때 쓴다.


윗쪽에는 L1, R2, L3, R3 버튼이 있다. 가운데 전환 스위치가 또 있는데 이건 L1, R2, L3, R3 버튼의 배치를 바꾸는 버튼이다. L1-R1 / L2-R2로 해두면 듀얼쇼크와 똑같은 배치인데, 전면 6버튼 쪽의 R1, R2와 윗면의 R1, R2가 똑같은 조작을 공유한다. 즉, 같은 버튼이 두 개 있는 셈이다. 공유하지 말고 버튼을 따로따로 쓰고 싶으면,  R3-L2 / L3-L1으로 스위치를 전환한다. 그러면 에뮬에서 모든 키를 다 따로 맵핑할 수 있다. 남는 두 버튼에다 강제 세이브, 강제 로드, 속도 조정 같은 걸 맵핑하면 편하게 게임 할 수 있다.


뒷면이다. MADE IN CHINA. 일본 제품이지만 만드는 건 역시 중국인가보다. 샤오미 게임패드나 8BITDO 패드의 완성도를 보면 중국의 게임패드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을 해보니 십자키 조작이 정확하고, 잡는 느낌, 버튼 감도가 좋다. 에뮬 게임은 이 패드 하나로 끝이다. 그동안 쓰던 새턴 패드와 듀얼쇼크3는 서랍에서 동면에 들어간다.

2016-04-06

진여신전생1 GBA 한글판 포기


진 여신전생1이 GBA로 한글판이 있어서 NDSiLL의 TEMPGBA와 PC의 VisualBoyAdvance로 번갈아 가면서 해봤다. 두 에뮬의 세이브가 호환되고 완벽히 돌아간다.

주인공의 세계가 파괴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으나 고전RPG답게 플레이어나 등장인물의 감정표현은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 스토리에 어떤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게임 진행에 관한 힌트도 적고 설명이 불친절해서 공략 없이 진행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적들의 조우율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헤매기 쉬운 3D미로라서 암울하기 그지 없다.
슈퍼패미컴 시절 이 게임을 다 깬 사람은 정말 끈기와 인내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치트로 경험치 올리고 해도 길찾기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카테드랄에서 게임을 포기했다. 엔딩까지 간다한들 진여신전생1의 평가를 좋게 매기긴 어려울 것 같다.


악마 합체와 수집은 당시로선 재미난 요소였지만, 지금은 귀찮을 따름. 동료 악마가 있어도 화면에 애니메이션으로 표현이 안 되니 실감이 안 난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RPG다. 다만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분위기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수확. 게임의 배경이나 분위기 자체는 취향을 저격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고 세계가 멸망해도 주인공이 어떤 감정인지, 유리코는 왜 주인공을 좋아하는지, 왜 저 사람은 저런 행동을 하는지에 관해 별다른 설명이 없다. 좋게 보면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지만, 무미건조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진여신전생1, 2보다는 등장인물의 감정표현이나 개성, 스토리가 보강된 요즘 시리즈 쪽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