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4

드래그 온 드라군 2

전작의 스토리가 인상적이어서 바로 이어서 했다. 2편의 내용은 전작의 18년 후, 전작에서 나왔던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1편에서 공포스러웠던 어린아이 교주는 2편에선 히로인 같은 존재로 나온다. 그리고 전작 주인공 역시 나온다.
액션 장면의 조작감이나 타격감은 전작보다 확실히 발전한 걸 느낄 수 있다.
드래곤의 공중전도 전보다 편해졌다. 단 학살에 쓰는 마법 공격은 전작이 너무 강해서 제한을 둔 것 같다.
스토리는 2편만 놓고 보면 그냥 무난한 수준이지만, 1편의 암울한 분위기나 충격을 이어받진 못했다. 1편만큼 막장으로 치닫지 않고, 엔딩도 해피엔딩에 가깝다. 나는 1편의 그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러면 너무 시시하지 않은가.

1편에서 느낀 공포, 절망은 2편에선 그다지 느낄 수 없었다. 그로테스크함이 덜하다.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를 15세 관람가로 만든 듯한 느낌? 그래서 실망이다. 이벤트 대사에서 동영상이 아닌 정지화상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장면에선 성의 없는 느낌을 받았다. 1편은 처음 작품이니까 그렇다 쳐도 명색이 스퀘어에닉스 이름으로 나온 게임인데 너무 싼 티 나지 않는가.

주인공 역시 1편 주인공과 달리 착한 소년인지라 따분하다. 좀 놀란 인물은 히로인격인 마나. 전작의 그 사악한 꼬맹이인 줄 모르고 봐서 정체가 밝혀졌을 때 놀랐다.
주인공 일행이 그런 일을 하는 이유나 러브 라인이 너무 설명이나 복선 없이 진행되어서 이야기에 빠지진 못했다. 주인공들은 봉인을 푸는 일이 평민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 일인 것으로 믿지만, 사실은 바보 같은 짓이다. 생판 남인 순교자 몇 사람 살리겠다고 봉인을 다 풀어버리는 바람에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걸 알면서도 굳이 그 일을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대책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 대책은 일을 다 저지르고 난 뒤 용이 얘기해서 뒷수습한다. 내참.

엔딩은 모두 3개인데 이걸 다 보려면 처음부터 세 번을 다시 해야 한다. 1편의 경우는 시나리오 선택을 해서 그 부분만 하면 엔딩을 5개 볼 수 있었는데, 이건 굉장히 귀찮다. 처음부터 다시 하기엔 너무 지루하다. 게다가 크게 바뀌는 건 마지막 장 정도라서 더 그렇다. 결국 첫 번째 엔딩을 본 뒤, 일본 웹에 있는 세이브 파일을 받아서 마지막 엔딩을 봐버렸다. 세 엔딩 모두 그저 그렇다. 다 죽든가 그래야지, 쩝.

1편을 생각하지 않고 2편만 보면 나쁜 스토리는 아니다. 모순도 있고 공감은 덜 가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다. 3편도 해보곤 싶지만, 플스3가 없어서 일단 패스~

2015-06-19

드래그 온 드라군 - 꿈도 희망도 없는 충격과 공포의 게임

나이를 먹다 보니 밝은 이야기보다는 어둡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동료들과 힘을 합해 마왕을 무찌르는,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아무래도 수요가 많겠지만, 주인공이 마음 먹은 대로 일이 너무 잘 풀려서 현실감이 떨어지고 전개가 뻔해서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공한 사람 아래, 실패한 사람이 더 많고 암울한 이야기들이 다수 있다.
그래서 센 이야기, 즉, 왕도보다는 사도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드래그 온 드라군>은 오래간만에 그런 욕구를 충족해주었다. 이 게임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가혹한 전개를 보여준다. 음악도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개인적으론 꽤 좋게 들었다.
이 게임의 지상전은 삼국무쌍 같은 액션이고, 공중전은 펜저드래곤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레벨업 등 RPG 요소가 추가된 게임이다. 기존 RPG의 반복적인 노가다 전투가 아닌 시원한 액션이라 전투가 지루하지 않았다. 공중전은 드래곤의 위용이 잘 드러나 있다. 다만 공중전의 조작성이나 시점 등은 다소 불편하다.
지상전에서 떼거리로 나오는 제국군 병사들을 보면 어떤 공포가 느껴지기도 한다. 압도적인 제국의 포스라고 해야 하나.
전투에서 등을 다친 주인공은 레드 드래곤과 계약을 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고 대신 드래곤의 힘을 얻는다. 그리고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알을 출현시키기 위해 봉인을 풀려는 제국군 교주와 맞선다. 주인공이 제국군과 맞서는 건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제국군의 용에게 죽임을 당한 부모의 복수와 봉인을 지닌 여신이자 여동생을 구하기 위함이다.

제국군의 교주는 놀랍게도 여자아이인데, 악신이 강림한 몸이라 목소리가 두 개다. 그 목소리나 동작이 그로테스크하다고 해야 하나 어린아이인데도 혐오스럽다. 라라라라... 그 웃음소리...
이 교주는 미치광이라서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 같은 음모를 꾸미고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한다. 말로는 인류에 재생할 기회를 줘서 구원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냥 멸망이나 다를 바 없다. 다 죽으니까.

주인공의 과거, 여동생이 여신이 된 이유, 여자아이에게 악신이 강림한 이유, 제국군의 진짜 목적, 세계관 등은 세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사 등으로 유추할 뿐. 소설을 읽으면 좀 더 자세히 나온다는데 게임 자체에서 다 보여주지 않아서 불친절한 느낌을 받는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 주인공조차 복수심에 가득 차 있고 학살하는 데 쾌감마저 느낀다. 그나마 정상인 같았던 여동생도 친오빠를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다.

엔딩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엔딩을 본 뒤, 과거 시나리오로 가서 특정 조건을 클리어하면 새로운 시나리오가 생기고 그걸 깨면 새로운 엔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해피엔딩은 하나도 없다. 데빌맨 엔딩이 생각나는 것도 있고 맨 마지막에 남은 엔딩이 제일 허무하다. 대부분이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이다.
분위기나 스토리가 강렬해서 그런지 나름 호평을 받아 이 게임은 3편까지 나왔다. 1편 마지막 엔딩과 조금 관련이 있는 <니어 레플리칸트>라는 외전격 RPG도 나왔다.

재미나게 한 게임이다. 밝고 명랑한 RPG인 그란디아를 하고 난 뒤 해서 그런지 가차없이 우울함의 끝으로 가는 스토리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p.s. PCSX2 에뮬에서 와이드 치트를 쓰면 기존 4:3 화면이 아닌 16:9 화면으로 할 수 있다. 양쪽으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여서 전투에서 시야가 더 넓어진다. 다만 동영상은 원래 4:3 비율로 만들어진 거라 살짝 눌린다는 게 단점.

2015-06-14

그란디아 - 명불허전의 걸작 RPG

 

그란디아는 평판이 좋은 RPG지만, 5분 해본 첫인상은 애들이 나와서 유치하다는 느낌이었다. 어느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진득하게 해보게 되었는데, 하면 할수록 빠져들어서 결국 플스1판 엔딩을 보게 되었다.


모험한다는 느낌을 이렇게 잘 표현한 RPG는 드물다. 스토리가 뻔한데도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은 주인공과 일체감,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의 개성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나 '라퓨타' 같은 애니를 본 느낌이라고 할까. 감동적인 장면이 많다.


자연스럽게 촉촉히 젖어드는 러브 스토리, 소년 만화 같은 밝은 분위기, 멋진 음악, 경쾌하고 통쾌한 전투... 이런 것들이 아주 잘 어울려서 걸작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엔딩 스탭롤 이후, 10년 뒤 에필로그가 나오는데, 내가 본 RPG 엔딩 중 손꼽을 정도로 감동적인 엔딩으로 꼽겠다. 왜 새턴 최고의 RPG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2015-06-06

슈퍼로봇대전 알파 for Dreamcast 에뮬 구동기

드림캐스트판 슈퍼로봇대전 알파는 플레이스테이션판의 2D 전투 화면을 3D로 바꾸고 추가 시나리오가 들어간 완전판이다. 3D 전투 화면이 플스판과 달리 너무 밋밋해서 혹평이 난무했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많이 봐온 슈로대의 2D보다 3D 쪽이 신선했다.

게다가 시나리오가 추가되어 알파 스토리를 보강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꼭 하고 싶었지만, 드림캐스트가 없어서 그나마 잘 돌아간다는 MakaronEX 4.1 드림캐스트 에뮬로 슈로대 알파 풀버전을 실행했다.
MakaronEX는 2013년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그래서 에뮬 자체 기능도 많지 않고 불안정하다. Demul이라는 드림캐스트 에뮬이 또 있긴 하지만, 복잡한 설정 끝에 슈로대 알파를 돌려보니 음악이 끊기고 종종 다운이 되어서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걸 참고 하더라도 세이브가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이 에뮬로 돌리는 건 포기했다.
MakaronEX로 슈로대 알파를 실행하면, 제목이 위와 같이 깨진다. 그러나 Demul과 달리 음악이 전혀 끊기지 않고 게임 플레이도 무척 쾌적하다. 그러나 종종 다운되는 문제는 Demul과 다를 바 없다. 주로 필드 화면에서 게임 중에 튕겨버리는데, 이게 무척 짜증이 난다. 그래서 드림캐스트 실기를 구입해서 클리어할까도 생각했으나 관심 가는 타이틀이 많지 않아서 그만뒀다.
할 수 없이 턴마다 세이브를 하면서 튕기면 다시 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세이브하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 그 동안에 튕겨버리면 세이브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션 전 세이브로 돌아가서 그 미션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 짜증이 배가 된다. 빠른 강제 세이브 기능이라도 있으면 좀 더 편하겠는데, MakaronEX는 강제 세이브 기능이 없다.
그냥 보살처럼 튕기면 튕기는 대로 굴하지 않고 다시 하는 방법으로 천천히 클리어해보기로 했다.
요즘 나오는 슈퍼로봇대전보다 알파는 초창기 제2~4차 슈퍼로봇대전 다음으로 애착이 간다.
16화까진 다운되어도 굴하지 않고 플레이했으나 결국 에디트를 사용해서 몇몇 중요한 판(사랑, 기억하십니까? 등)만 하고 엔딩을 봤다. DC판의 숨겨진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끝판왕 슈우는 고레벨로 올려도 상대하기 극악이었다.

로봇대전 시리즈의 문제점은 스토리가 너무 산만한데, 대사는 엄청나게 많아서 그걸 다 읽는 게 어느 시점에는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스토리보다는 전투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플레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