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4

새턴 짝퉁 패드로 오리지널 새턴 패드(USB)를 고치다.

새턴패드는 십자키가 무척 편해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패드죠. 6버튼의 배치도 좋아서 대전 격투 게임에 많이 쓰입니다. 나중에 USB용으로 복각판이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모셔둔 USB 새턴 패드의 십자키가 안 먹는 증상이 생겨서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사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안 파네요. 그러던 중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새턴 짝퉁 패드(Retrolink)를 봤습니다. 우리 돈으로 7500원 정도에 무료배송이라 부담 없이 질렀어요. 40일 걸려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잊어버릴만 하니 오더군요.
 중고 산 것도 아닌데, 종이박스는 구겨지고 낡았습니다. ㅋ
다행히 안의 제품은 깔끔합니다. 만져보니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색깔은 맘에 안 들지만.
테스트 삼아 PC에 꼽아서 조작해봤습니다. 잘 되네요. 이 정도 조작감이면 무난합니다.
 
고장난 새턴 패드(왼쪽)와 비교입니다. 짝퉁이니만큼, 크기나 구조가 거의 똑같습니다. 차이점은 십자키가 오리지널 쪽이 더 좋습니다. 오리지널은 약간 고무 느낌이 있는데, 짝퉁은 그냥 플라스틱입니다.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하는 느낌은 오리지널을 따라올 수가 없네요. 그리고 L, R 버튼도 짝퉁 쪽이 약간 뻑뻑하고 누를 때 소리도 큽니다.
저는 오리지널 패드 쪽의 검은색 디자인과 십자키가 더 마음에 들어서 짝퉁 패드의 기판을 꺼내서 오리지널의 고장난 기판과 교체하려고 했습니다. 짝퉁을 이용해서 오리지널을 고치는 거죠.
분해해보니 두 패드의 구조가 흡사합니다. 나사 위치도 같습니다. 기판의 모양이 약간 다르지만, 짝퉁 기판을 오리지널 케이스에 장착해도 잘 끼워집니다.
십자키가 고장난 오리지널 패드의 기판을 버리고, 분해한 짝퉁의 기판을 옮겨서 끼웠습니다. 잘 맞네요.
테스트해보니 잘 됩니다. 역시 오리지널 쪽 십자키가 더 부드럽습니다. 다만 L, R키 누를 때 짝퉁 기판 쪽에서 소리 큰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짝퉁 사서 오리지널을 고쳤네요. 남은 짝퉁 부품들은 또 고장났을 때 예비용 부품으로 쓸 예정입니다.

2015-04-08

영웅전설4 주홍 물방울 PSP

가가브 3부작 중 시간순으로 가장 처음 이야기.
오래 전에 윈도우판으로 초반만 잠깐 해보다 진행하지 않았던 게임인데, PSP판으로 나온 게 있길래 다시 시작했다.
그래픽도 깔끔하고 시스템이 편하게 되어 있어서 쾌적하게 플레이했다. 적들을 피해다닐 수 있어서 원하는 때만 전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완성도는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재미나게 하진 못했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너무나 지루했다. 이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그대로 전개되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처음 나올 당시 했다면 이런 스토리에도 감동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에 와선 매우 식상하다. 중도에 그만둘까 하다가 별 기대 안 하고 조금씩 한 게 엔딩까지 보게 되었다.
스토리는 세상을 파괴하고 다시 만들려는 어둠의 신과 그를 막으려는 빛의 신에 관해서다. 두 가지 종교를 각각 믿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어느 종교도 믿지 않고 단지 헤어진 여동생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는 느낌은 전편 하얀 마녀와 마찬가지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이 게임은 다른 일본 RPG와 달리 워프 마법이나 아이템이 없어서 다 걸어다녀야 하는데 불편했지만 그 점이 여행의 느낌을 살려준 것 같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하는 뺑뺑이 돌리기가 많은데, 그나마 맵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플레이 타임은 긴 편이다. 억지로 늘린 플레이 타임이 아니라 이벤트와 대사가 많아서 그렇다. 전투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각각 개성과 과거가 있다. 그 중에 주인공의 절친 마일을 스토킹하는 소녀 섀넌은 종종 나와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개인적으론 내 취향도 아니고 하는 짓도 마음에 안 들어서 짜증이 났다.

PSP판은 전편의 세이브 파일이 있으면 전편 등장인물들을 임시 동료로 데리고 싸울 수 있는 스테이지가 제공된다. 전투뿐이니 스토리에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싸움으로 세상에 신이 사라진다. 신이 없으니 그동안 믿던 종교도 사라지고, 인간이 신에 의존하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전편은 걸작은 아니더라도 수작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주홍 물방울은 스토리가 재미없어서 좋은 점수는 못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