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8

판타시스타 제네레이션2

1편에 이어 바로 2편을 잡고 클리어.
2편은 1편보다 여러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까다로운 3D던전이 없어져서 좋았다.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치트와 공략 없으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다.
1편처럼 설명이 부족해서 왜? 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
왜 주인공 집으로 헌터들이 모여드는지, 뭘 위해서 다들 정의감이 불타는지 이유가 없다. 하지만 흔한 판타지 배경이 아닌 SF 배경이라는 점이나 아군이 죽으면 클론으로 재생시키는 등 흥미로운 설정이 있다.
2편은 1편의 1000년 후 이야기인데, 1편에 나왔던 초능력자 루츠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1편 여주인공의 먼 후손이다.
스토리에선 몇 군데서 놀랐다. 1편의 주무대였던 행성 팔마가 우주의 먼지가 되는 부분, 마더브레인을 만든 이들의 정체, 그리고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끝나도 되나 하고 잠깐 멍했다. 1편에서도 나왔던 다크펄스는 2편에서도 어디서 온 건지 정체가 안 나온다.
게임의 주된 교훈은 컴퓨터 마더브레인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걸 다 해주다보니 인간들이 의존적이고 나태해진다는 고전적인 경고이다.
도중에 네이가 죽는데, 플스2 리메이크판에선 부활시킬 수 있는 비기가 있다. 그러나 매우 까다롭다. 1편 세이브를 연동해서 엔딩 본 뒤 2회차에서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살릴 수 있다. 살린다고 시나리오가 달라지지 않는다. 엔딩에 한 컷 추가될 뿐.
1편을 그다지 재미있게 하지 못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2편은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으로 꼽을 수 있겠다. 신선했다.

엔딩 본 날 : 2015년 2월 28일

2015-02-26

판타시스타 제네레이션1

메가드라이브를 가지고 있던 시절, 세가의 간판 RPG 판타시스타는 해본 적이 없다.
판타시스타3의 분석기사를 보고 하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당시 일본어를 못 해서 구태여 찾아서 하려고 하진 않았다.

뒤늦게 판타시스타3를 하기 위해 일단 1편과 2편을 해보기로 했다. 세가마크3로 나온 걸 지금 하기엔 너무 초라해 보여서 플스2로 리메이크된 걸 시작했다.
리메이크되었지만, 그래픽과 사운드만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에 옛날 RPG의 난해함은 그대로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두 번씩 말을 걸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을 깨는 데 중요한 습관이다. 게임을 풀어나갈 힌트가 매우 부족해서 단서를 모아 행동해야 한다. 던전도 미로가 복잡한 편인데, 아틀라스라는 아이템을 써야 오토맵핑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한 번 쓰면 100보까지만 오토맵핑이 지원되어서 꽤 귀찮다. 불친절한 구성이지만, 어렵게 깨는 만큼 보람은 있을 것 같다(물론 지금 게임이 이렇게 나온다면 안 한다).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오빠를 죽인 황제 라시크를 쓰러뜨리려는 게 여주인공의 목적이다. 하지만 여주인공이나 뒤를 따르는 동료들이나 왜 그 고생을 해가면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다. 라시크의 악랄함도 그다지 표현되지 않는다. 각 캐릭터도 별다른 매력이 없다.
옛날 게임이라서 간단히 깰 줄 알았건만 생각 이상으로 길찾기나 전투가 어렵다. 경험치 치트를 쓰고 공략을 보지 않았다면 굉장히 짜증내며 했을 것 같다.

시스템이나 스토리나 당시 기준으로 봐도 훌륭한 게임이라고는 평하기 힘들다. 단지 판타시스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니까 해줬을 뿐.

클리어 날짜 : 2015년 2월 26일

2015-02-16

[아이치현&미에현 3박 여행] 3일째 나고야성, 가마고리, 아츠타진구

2015년 2월 14일(토)
■10:00 사카에역 자동매표기에서 도니치 에코 승차권 구입
어제처럼 일찍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9시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사카에역으로 가서 600엔에 토요일 하루 무제한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는 도니치 에코 승차권(매달 8일, 토일요일 사용 가능)을 샀다. 그리고 나고야성이 있는 시야쿠쇼역으로 갔다.

■10:25 나고야성
나고야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앞의 매점에서 아침을 먹었다. 에비프라이 정식을 시켰다. 시장이 반찬이라 맛나게 먹긴 했지만, 양이나 질에 비해선 다소 비싼 것 같다(980엔).
입장료 500엔을 내고 나고야성으로 들어갔다. 딱히 관심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나고야 왔으니 예의상 봐줬다.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다. 사무라이나 일본 무장들에 그리 좋은 인상이 없는 한국인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나고야에선 한국인들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 몇 명 봤다. 그래도 중국인이나 대만인들이 더 많았다. 후다닥 본 뒤 나왔다.

■13:00 가마고리 라구나시아 유원지
북쪽의 이누야마성을 가느냐, 남쪽의 가마고리를 가느냐로 잠시 고민했다. 오늘 하루에 두 군데 다 가기에는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누야마성은 많이 가는데 가마고리는 많이 안 간다는 점, 나고야에 와서 바닷가를 아직 안 갔다는 점 때문에 가마고리를 선택했다.
12시 2분에 나고야역에서 가마고리역으로 가는 JR쾌속 열차를 탔다(970엔). 자리가 남아돌아서 편히 앉아갔다. 40분 뒤 가마고리역에 도착했다.
가마고리역 남쪽 출구 7번 정류장에는 라구나시아행 무료셔틀버스가 30분마다 온다. 1시 버스를 타고 15분 걸려서 라구나시아 유원지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 한국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라구나시아에는 '라구나텐보스'라는 테마파크가 있다. 애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라 가족 단위로 차를 끌고 많이 온다. 하지만 나는 혼자 와서 관심이 없었다. 여기 온 가장 큰 목적은 해물 식당들이 모여있는 생선 시장이었다.

생선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것들이 많이 보여서 눈이 돌아갔다. 초밥, 새우구이, 오징어구이, 해산물덮밥 등등 싱싱한 해물 요리가 즐비했다. 먹고 싶은 게 많아서 하루 종일 여기서 세 끼 다 먹고 싶을 정도였다.
뭘 먹을까 궁리하다가 문어와 새우가 같이 들어간 덮밥(820엔)을 시켰다. 아주아주 맛나게 먹었다.
식사 후, 타코야키와 붕어빵을 사서 관람차 안에서 먹었다. 관람차 전망은 무척 좋았지만 혼자라서 재미가 덜했다. 관람차 안에서 해변의 위치를 확인한 뒤, 내려서 해변으로 갔다. 개 데리고 산책하는 일본인들이 몇몇 보였다. 우리 개도 여기서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2시 40분에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가마고리역으로 돌아간 뒤, 아츠타진구로 향했다.

■16:10 아츠타진구
가마고리역에서 신쾌속 열차 타고 카나야마역에서 내린 뒤, 메이조센으로 갈아타고 진구니시역으로 갔다. 300미터 정도 걸어가니 아츠타진구가 있었다.
여기도 이세진구만큼은 아니지만 나무가 많아 공기가 좋았다. 신사 자체는 이세진구보다 근사했다. 나고야에 왔다면 한 번쯤 들러봄직한 곳이다.

■16:40 치쿠사 쇼분칸 서점 & 변태(?)
치쿠사역으로 가서 치쿠사 쇼분칸이라는 서점에 갔다. 작지만 역사가 깊은 곳이라서 가봤다. 동네서점 규모지만 그래도 손님이 제법 있었다. 앞 진열대에 나고야 서점답게 나고야 관련서로 쭉 진열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고야역으로 갔는데, 가는 도중 전철 안에서 어떤 아저씨가 마스크를 쓴 남자 보고 뭘 찍고 있느냐며 윽박질렀다. 추정하건대 마스크를 쓴 남자는 도촬범인 듯했다. 의협심 많아 보이는 아저씨는 그 마스크 남자를 경찰에 넘기려고 붙잡고 있었다. 근데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 마스크 남자가 아저씨를 뿌리치고 도망갔다. 그때 역무원이 막아서며 레슬링이 펼쳐졌다. 아저씨는 쫓아가며 잡으라고 했다. 마스크 남자는 역무원까지 뿌리치고 도망갔는데, 다시 잡혀서 실랑이하는 부분까지 봤다. 잡혔는지 어땠는지 내 시야에서 사라져서 알 수 없었다.

■18:00 빅카메라 나고야점
나고야역이 워낙 넓어서 한참 헤매다가 빅카메라를 찾았다. 쓱 둘러봤지만, 전자제품은 살 게 없었다. 결국, 그 건물에 있던 드럭스토어에서 약을 면세 범위(5,000엔 이상)로 잔뜩 샀다. 드럭스토어에서는 약 종류 푯말에 한글도 같이 표기해놨는데 엉뚱하게도 태블릿 액세사리라고 쓰여있길래 직원에게 표기가 틀렸다고 지적해줬다. 알려줘서 고맙단다.
나고야에 온 뒤, 너무 걸어서 발바닥이 아프고 몸이 무거웠다.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다. 피곤함이 이날 극에 달했다.
6시 40분쯤 나고야역 지하에서 쿠시아게 세트(1,200엔)을 먹고, 7시 30분이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23:00 돈키호테 쇼핑 / 24:12 돼지 곱창 라면
호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쉬다가 밤 11시가 되어서 돈키호테로 갔다. 24시간 영업해서 편리하다. 여기서도 면세범위로 이것저것 샀다. 라면, 카레, 일본 술 등등... 마지막 쇼핑이다. 돈키호테는 전에 사가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이곳 사카에점은 사가점보다 식료품들이 다양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정이 넘은 시각에 호텔 근처 라면집에서 돼지 곱창 라면(부타 호르몬 라면)을 먹고 이번 여행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3일 동안 다녀온 곳 하늘색으로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