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9

바텐 카이토스 2 - 전작으로부터 20년 전 이야기

1편에 이어 바로 2편을 플레이했다. 에스트폴리스처럼 2편이 1편의 전 세대를 다루는 스토리이다. 그래서 1편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젊거나 어린 모습으로 나온다.

2편에서는 전작에서 전설로 알려진 신들의 전쟁 이야기를 시간여행을 통해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악신 마르페르슈로의 정체도 알 수 있다.
내용을 봐서는 2편을 먼저 하고 1편을 잡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2편이 1편보다 그래픽이나 음악이 크게 나은 것도 없어서 더 그렇다. 특히 음악은 1편 쪽이 더 좋았다고 본다.
이 게임 하나로만 보면 수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1편 스토리에 비해서는 흥미가 좀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1편에서 나왔던 패턴을 되풀이하는 장면도 꽤 있다. 유일하게 1편보다 좋았던 점은 여주인공이 내 취향이었다는 점. 1편의 여주인공은 영...

2014-09-05

바텐 카이토스 1 - 게임큐브의 걸작 RPG

게임큐브는 다뤄본 적이 없고 내 취향도 아니라서 제대로 즐긴 게임이 없었다. 돌핀 에뮬이 꽤 고스펙을 요구한 탓도 있었다. 그러다 i5 린필드로 CPU를 교체한 뒤, 몇 가지 돌핀 게임을 돌려봤다. 아주 쾌적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게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가자 게임큐브 게임들을 찾아봤는데, 의외로 바텐 카이토스라는 RPG가 눈에 띄어서 플레이했다.
게임의 첫 인상은 일본RPG스럽지 않아서 생소했다. 오프닝도 헐리우드 영화 보는 듯한 예고편이었고 일러스트도 일본 애니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투도 생소한 카드 배틀이라서 처음에는 몰입이 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거부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1시간 넘게 해보니 그래픽과 음악이 상당히 고급스럽고 스토리가 궁금하게 시작되어서 엔딩까지 보게 되었다.   
이 게임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모든 대륙은 하늘에 떠있고, 바다가 없다. 날개 달린 인간들이 라퓨타처럼 하늘에 떠있는 대륙에서 사는 것이다. 대륙은 다섯 개가 있고 각각 사는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옛날에 바다가 있었다는 건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처음에 플레이어 이름을 적는데, 남자 주인공 이름을 적는 줄 알았더니 남자 주인공에게만 보이는 정령의 이름을 적는 것이었다. 등장인물들이 화면 밖에 있는 플레이어의 존재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화면 밖에 있는 정령(플레이어)에게 선택지가 나올 때마다 말을 건다. 이런 방식은 처음 봤다.
스토리는 모든 이가 힘을 합쳐서 악을 물리친다는 일본 RPG의 왕도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후반부에 꽤 큰 반전이 있다. 그 부분은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후는 해피엔딩 식으로 흘러서 좀 실망했다. 좀 더 막 나갔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닌텐도 게임기에서는 있을 수 없겠지.
주인공 카라스는 남의 일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부분이 좀 특이하긴 했지만, 뒤로 가면 그냥 평범한 정의의 사도가 된다. 왜 고난의 길을 굳이 택하려 할까. 신념이 자신의 안락마저 지배한다.

전체적으로는 세계관, 그래픽, 음악이 아주 좋아서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정도 수준의 RPG가 게임큐브에만 나온 게 신기할 정도다. 꽤 괜찮은 게임인데, 게임큐브가 제대로 보급이 안 되어서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은 그런 RP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