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3
용기병단 단잘브
1993년에 나온 슈퍼패미컴의 RPG입니다.
제작에 에반게리온과 나디아로 유명한 가이낙스가 참여했네요.
옛날 슈패 게임이라 그런지 텍스트에 한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RPG지만 마을사람과 대화라든가 그런 부분은 없고 미션이 나오면 그 지역에 가서 적들과 싸우고 클리어하면 끝입니다. 간혹 퍼즐 요소가 있어서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그나마 맨 처음 나온 퍼즐이 제일 어려웠네요).
특이하게도 시작하면 오프닝 따위 없이 바로 본편으로 들어갑니다. 어찌 보면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엔딩도 마찬가지로... 스텝롤도 없습니다.
전투에 시간이 걸리고 조우율도 높아서 좀 짜증 나는 면이 있습니다. 캐릭터들도 호감 가는 캐릭터가 없네요. 시스템이나 RPG로선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스토리만큼은 반전 때문에 재미난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산 RPG들에 견주면 신선하다고 할까요.
이 게임의 반전은 훗날 나온 만화 <클레이모어>와 영화 <트루먼쇼>를 섞어놓은 것 같습니다.
그거 하나 때문에 게임을 할만한 가치가 있었지 않나 싶네요.
2013-05-22
슈퍼 이인도 타도 노부나가
1992년 봄, MSX2도 없으면서 게임월드의 MSX2 게임 공략을 열심히 읽던 중
제 눈을 사로잡은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992년 3월호부터 석 달에 걸쳐서 공략이 실린
이인도 타도 신장(이인도 타도 노부나가)였습니다.
그 전까지 게임 <신장의 야망>과 소설 <대망>에서 신장(오다 노부나가)이라는 인물은 일본에서 되게 영웅시되는 인물이구나 했는데, 이 게임은 그런 신장을 타도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일단 관심이 갔습니다.
그리고 전략 게임만 내는 줄 알았던 코에이가 낸 RPG라는 점, 제가 좋아하는 닌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에 더 흥미로웠습니다.
놀랐던 건 RPG로 쭉 전개되다가 후반부에 코에이 삼국치처럼 시뮬레이션 HEX전으로 장르가 바뀐다는 거였죠.
이 발상이 신선했습니다.
게임월드 1992년 5월호 공략에선 이를 "코에이의 괴변성"이라며 게임 진행에 종종 괴팍한 방법을 사용하는 코에이답게 이 게임도 많은 게이머를 놀라게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글귀를 보고 이 게임이 너무너무 끌렸습니다.
그러나 MSX2가 없던 저로선 게임월드 공략만 보고 상상 플레이하는 게 고작이었죠.
세월이 지나 슈퍼패미컴판으로 드디어 할 수 있었습니다.
슈퍼패미컴판은 1991년 PC-9801과 MSX2로 나왔던 게임을 1992년에 이식하여 발매한 건데, 전 20년이 지나서 했네요.
악의 화신 오다 노부나가는 원래 역사라면 죽었어야 하는 시점에 환생해 요괴의 힘까지 얻어 일본 정복을 노립니다.
닌자 가문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리라 생각한 노부나가는 닌자 가문의 본거지에 쳐들어가 일족을 몰살합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닌자 가문의 소년은 노부나가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고향을 떠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끌렸던 그 부분.
RPG 파트에서 영주들의 신뢰를 얻으면 노부나가와 전쟁을 할 수 있고 여기서 턴제 시뮬레이션으로 바뀝니다.
그러다 마지막은 다시 RPG로 바뀌어서 주인공이 노부나가 성에 잠입해서 암살을 노립니다.
코에이가 원래는 패미컴과 메가드라이브로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왜인지 발매 취소되고, 결국 가정용 게임기용으론 슈퍼패미컴판이 유일합니다.
슈퍼패미컴판이 MSX2판보다 더 나으리라 기대했지만, 글자 표시 속도가 느리고, 시스템이 불편해서 전체적으로 답답한 느낌입니다. 가령 메뉴의 하위 메뉴로 들어갔다 취소하면 처음 선택부터 다시 해야 한다든가요.
찾아보니 슈퍼패미컴판은 일부 적 보스의 그래픽 저하, 집 구매 기능 삭제, 전체 맵 피로도 표시 삭제, 일부 인물 삭제 등등 원판보다 다운그레이드라는 평이더군요.
돌이켜보니 MSX2판에 있던 오프닝도 간략해졌네요. 게임월드 공략에서 봤던 오프닝은 더 비장하고 멋졌는데 말이죠.
엔딩까지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지만,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역사 RPG라는 점, RPG에서 턴제 시뮬레이션으로 변경되는 점 등 당시 파격적인 시도는 높이 살 수 있는 게임입니다.
언젠가 MSX2판이나 X68000판으로 다시 해봐야겠네요.
엔딩 본 날 - 2013년 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