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5

1박 2일 광주여행

허겁지겁 일어나 광주행 무궁화호를 타러 영등포역으로 갔다. 아침 7시 52분 열차였는데 뛰어간 끝에 간신히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4시간 15분을 달린 끝에 광주역에 도착했다. 광주역 주변은 비교적 번화가였지만, 흔하고 특색 없는 인상이었다.


우선 허기를 달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보리밥집 영빈식당으로 향했다. 아내와 나는 파전과 복분자술, 보리밥 정식을 시켜서 여유롭게 먹었다. 특출나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가격에 견주어 반찬이 많고 정갈해서 좋았다.


밥을 먹고, 예약해둔 신양파크호텔로 걸어갔다. 호텔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었지만, 방의 전망은 광주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만족스러웠다. 베란다 근처에 앉아서 밤에 술을 마시면 어울리겠다. 샤워한 뒤 두어시간 쿨쿨 잤다. 저녁 5시 넘어 일어난 뒤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광주 시내로 택시를 타고 갔다.


먼저 예술의 거리로 갔는데, 몇몇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 뿐, 활기가 없는 느낌이었다. 짧게 구경하고 대인시장에 갔다가 충장로로 갔다.


가는 길을 몰라서 어떤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는데, 옛날보다 충장로가 많이 죽었다고 한다. 광주 사람들 느낌은 대체로 서울보다 친절하다는 것이다. 길을 물어봐도 친절히 적극적으로 가르쳐주고 좀더 느긋한 느낌이다.

충장로에는 쇼핑이나 데이트하러 온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는데 광주만의 특별함은 보이지 않았다. 걷다가 은성김밥이란 곳에서 광주에서만 판다는 상추튀김을 먹었다. 상추를 튀긴 것이 상추튀김이라 생각했는데,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게 상추튀김이란다. 우리는 상추튀김, 떡볶이를 시켰다. 당면이 같이 나오는 게 특이했고, 역시 가격 대비 먹을 게 많았다.


걷다가 미용실이 보여서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정처없이 걷다가 일본식 선술집에 들어가 꼬치와 맥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택시 타고 호텔로 가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 10시까지 침대에 뒹굴대다 일어났다. 오늘은 결혼한 지 딱 1년 되는 날이다. 나갈 채비하고 11시쯤 호텔을 체크아웃했다. 무등파크호텔 뒷편에 있는 무등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그다지 기대 안 했는데 거리도 길고 경치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광주에 있는 동안 가장 즐거웠다. 다만 꼭대기 부근에서 뒤를 내려다보니 잠시 아찔했다.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아내는 조금 무서워했다. 리프트 내린 곳에서 100미터 쯤 올라가서 잠깐 구경한 뒤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광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와서 재미있었다.


콜택시를 불러서 담양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간 뒤 죽녹원행 311번 버스를 탔다. 광주는 화창하고 더운 날씨였는데, 담양에 들어간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려서 일단 점심을 먹으려고 떡갈비집에 들어갔다. 담양에서 유명한 떡갈비와 대통밥을 일인분씩 시켰다. 아내가 다른 손님들이 반찬 남긴 걸 보고 맛없는 곳 아니냐고 우려했다. 밥 나오는 데도 한참 걸려서 그냥 갈까 하는 순간에 밥이 나왔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음식이 괜찮았다. 그런데 우리 우산을 누군가 가져가는 바람에 우산을 잃어버렸다. 주인아저씨가 자기 우산을 주었는데 너무 크고 마침 비가 그쳤길래 그냥 나왔다. 그리고 죽녹원으로 향했다. 죽녹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서 줄서있었다. 15분 정도 기다려서 표를 사서 죽녹원으로 들어갔다.


죽녹원은 대나무숲이었는데 여름에도 시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수선했다. 아내가 사람 많은 걸 불편해했다. 운수대통길로 갔다가 알포인트 촬영지를 지나고 추억의 샛길로 다시 출구로 돌아왔다. 다시 비가 오는 바람에 우산을 사서 죽녹원을 나왔다.

원래 일정은 죽녹원 다음에 메타세과이어 길로 갈 생각이었는데 비가 억수로 오고 아내도 그만 있고 싶어 해서 버스를 타고 광주역으로 갔다. 광주역에서 열차 시간을 앞당겨서 표를 바꾸고 모밀냉면과 냉콩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예정보다 빠른 6시 10분 열차를 탔다. 올 때는 KTX특실을 탔는데 넓어서 편하긴 했다. 서비스는 과자와 생수. 짧은 광주여행을 마치고 밤 11시쯤 집에 도착했다.

2011-08-10

마더1 GBA


1989년에 패미콤으로 처음 나왔고 2003년도에 1~2편 합본으로 게임보이어드벤스드에 이식된 RPG이다. 무려 14년만에 이식되었는데도 패미콤판과 차이가 없는 소박한 그래픽이 아쉬웠지만, 적응하고 나니 나름 귀엽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겨운 그래픽으로 느껴졌다.이걸 하기 전에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더 어비스> PS2판을 했는데 그래픽이나 음악이 멋지긴 했지만, 주인공 성격이 정해져 있고 마음대로 대사를 남발해서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마더>는 주인공의 성격도 없고 대사도 없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


보통 RPG라고 하면 중세유럽을 모델로 한 검과 마법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고 특히 1980년대 일본RPG는 더더욱 그러한데,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1988년 미국(다소 가공이 들어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처음 알았을 때는 저 재미없고 지루할 듯한 현대 미국에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하고 다소 의아해하면서 베일에 가려진 RPG로 생각했고, 이 게임을 지금까지 하지 않은 까닭이기도 했다.
나온 지 2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해본 마더는 예상외의 수작이었다. 배경은 생소했지만, 시스템은 드래곤퀘스트와 흡사해서 쉽게 적응했고 현대 미국 배경에 초능력, 외계인의 존재 등을 넣어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줄거리가 좋았다.


8개의 멜로디를 찾는 과정이 꽤 어려운데, 공략을 안 보고 찾으면 상당히 고생하지 않을까 싶다. 단서도 많지 않은 편이고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생각해서 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힌트가 많은 요즘 RPG보다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만, 묘하게 성취감을 줘서 끝을 보게 만든다.
인상적인 부분은 텔레포테이션을 할 때 도움닫기를 하는 장면. 실패하면 숯덩이가 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안드로이드용 에뮬인 Gameboid로 했는데, 터치패드 조작이라 액션이나 스포츠게임은 어려워도 마더 같은 RPG는 비교적 쾌적하게 엔딩까지 볼 수 있다.


엔딩 본 날 : 2011년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