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DS로 리메이크된 6편. 슈퍼패미콤을 가지고 있을 때 나오자 마자 롬팩으로 깬 뒤 정말 오랜만에 다시 해보게 되었다.
슈퍼패미콤으로 할 당시는 정석으로 레벨 올리면서 힘들게 깼지만, 이번에는 치트를 써서 이틀만에 쉽게 깨버렸다. 당시에 한이 되었던 게 숨겨진 보스 다크드레암을 20턴 안에 이기지 못했던 것인데, 이번에 그 한을 풀어서 시원하다.
다크드레암을 20턴 안에 쓰러뜨리면 다크드레임이 마지막 보스 앞으로 순간이동한 뒤, 보스를 처참하게 밟아준다. 최종보스보다 숨겨진 보스가 훨씬 강한 것이다. 여지껏 해본 RPG 중에 최종보스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은 처음 봤다.
다시 해보고 느낀 건 역시 드래곤 퀘스트는 걸작이고, 그 중에서도 4편에서 6편으로 이어진 이 <천공의 성 시리즈>가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
게임 안의 에피소드들이 아기자기한 동화 느낌이면서도 예상을 살짝 빗나가면서 진행되는 점, 세계 각지에서 얻는 작은 단서들이 치밀하게 이어져있는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전작들도 좋았지만 6편의 스토리 역시 마음에 들었다. 시작부터 보스가 나오고 주인공 일행이 전멸당하는 충격(?)의 전개,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정체, 사람들의 꿈이 또다른 세계가 된다는 신선한 발상, 이런 것들이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하면서 재미있게 즐겼다. 만족도 120%.
엔딩 본 날 : 2010년 3월 14일 저녁
<나의 드래곤 퀘스트 1~9 플레이>
1편 - MSX판, 슈퍼패미콤판 클리어
2편 - 슈퍼패미콤판 후반부까지 진행 / 게임보이판 클리어
3편 - 패미콤판, 슈퍼패미콤판 클리어
4편 - 패미콤판, 플레이스테이션판 클리어
5편 - 슈퍼패미콤판, 닌텐도DS판 클리어 / 플레이스테이션2판 후반부까지 진행
6편 - 슈퍼패미콤판, 닌텐도DS판 클리어
7편 - 플레이스테이션판 중반까지 하다 지겨워서, 다운 받은 세이브파일로 엔딩만 보고 봉인, 2015년 10월 안드로이드판으로 클리어
8편 - 플레이스테이션2판 클리어
9편 - 닌텐도DS판 클리어
*5편, 6편, 8편, 9편은 실제 게임기로 엔딩 보고 나머지는 에뮬레이터로 플레이.
2010-03-14
2010-03-13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루키 소설 중에 아직 읽지 않은 걸 찾다가 고른 소설이다.
세 여자를 사랑했던 어떤 남자의 이야기, 더 간단히 말하면 불륜 이야기이다. 모든 것을 가진 남자면서도 자신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여자를 잊지 못한다. 그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고 남자는 심하게 흔들린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하루키 소설답게 시종일관 차분하고 고독한 분위기이며, 음악을 깔아놓아 지적인 느낌을 준다. 여자는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거의 대부분 등장하는 여자와 관계를 갖게 된다.
늘 그렇듯이 주인공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에 대해서 단서만 남기고 시원스럽게 자초지종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상상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 이게 <1Q84>에선 너무 심해서 욕을 먹기도 했지.
이야기만 보면 정말 진부하고 이상한 이야기인데,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하루키 소설은 읽는 동안 꽤 재미있다는 것이다. 읽고 나서 비판을 하지만 결국은 마약처럼 그의 책을 또 읽게 된다.
2010-03-01
천외마경2 만마루
1992년 3월 26일 / PC엔진 슈퍼CD-ROM2
다른 게임기와 달리 앞서서 CD를 장착했던 NEC의 게임기 PC엔진은 1991년 메모리를 대폭 늘린 슈퍼CD-ROM2를 출시했다. 이 주변기기의 출시 후, 몇 가지 킬러게임타이틀을 내놓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띤 것이 허드슨이 만든 RPG <천외마경2 만마루>였다.
슈퍼패미콤의 드래곤 퀘스트, 파이날 판타지 그리고 메가드라이브의 판타지스타, 루나 시리즈에 맞설만한 대작 RPG가 드디어 PC엔진에도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 게임의 오프닝을 반포의 한 게임점에서 보게 되었는데, (당시로서는) 엄청난 분량의 사운드와 음성,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고 충격을 먹었다. 주인공 만마루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나 박력 넘치는 배경음악은 내가 가지고 있던 메가드라이브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PC엔진은 패미콤과 같은 8비트 시스템이었지만, CD-ROM의 용량을 최대한 살려서 당시 RPG 중에 가장 많은 음성과 동영상이 들어갔으며, 슈퍼CD-ROM2 게임 중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PC엔진 듀오는 학생인 내가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어서 군침만 삼켰고, 결국 이 게임을 하게 된 것은 몇 년 후 PC엔진 듀오가 내 손에 들어오고 나서였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나였지만, 잡지 게임월드의 분석을 토대로 엔딩을 보았다. 마지막 왕을 아주 가까스로 깨서 엔딩화면을 아주 감명깊게 본 기억이 난다.
기존 RPG와 다른, 독특한 점이라면 배경이 옛날 일본이라는 점이다. Japan의 옛 이름인 '지팡'도 나오고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새나 건물들이 에도 시대 일본과 흡사하다. 일본문화가 개방이 안 되었던 당시로선 이런 왜색이 거부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점들이 묻혀지고 화려한 음성과 그래픽에 매료되었다. 전투화면에서 적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도 놀라웠고, RPG에서 대화가 음성으로 나온다는 점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배경음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등의 음악을 작곡했던 '히사이시 조'가 이 게임음악의 작곡가란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의 느낌이 비슷하다. 클래식하면서도 일본전통음악스러우면서도 그런 느낌?
중간에 아주 잔혹한 장면이 있어서, 이것도 당시 나한텐 충격이었는데, 훗날 나온 PS2판이나 NDS판에선 순화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천외마경3>, <천외마경 제로> 등 후속작이 나왔지만, <천외마경2>가 주었던 충격파와 완성도는 넘어서지 못했으며, 일본게임잡지 <패미통> 1000호 기념 '독자가 고른 미래에 전하고 싶은 게임 순위'에서 6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게임기와 달리 앞서서 CD를 장착했던 NEC의 게임기 PC엔진은 1991년 메모리를 대폭 늘린 슈퍼CD-ROM2를 출시했다. 이 주변기기의 출시 후, 몇 가지 킬러게임타이틀을 내놓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띤 것이 허드슨이 만든 RPG <천외마경2 만마루>였다.
슈퍼패미콤의 드래곤 퀘스트, 파이날 판타지 그리고 메가드라이브의 판타지스타, 루나 시리즈에 맞설만한 대작 RPG가 드디어 PC엔진에도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 게임의 오프닝을 반포의 한 게임점에서 보게 되었는데, (당시로서는) 엄청난 분량의 사운드와 음성,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고 충격을 먹었다. 주인공 만마루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나 박력 넘치는 배경음악은 내가 가지고 있던 메가드라이브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PC엔진은 패미콤과 같은 8비트 시스템이었지만, CD-ROM의 용량을 최대한 살려서 당시 RPG 중에 가장 많은 음성과 동영상이 들어갔으며, 슈퍼CD-ROM2 게임 중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PC엔진 듀오는 학생인 내가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어서 군침만 삼켰고, 결국 이 게임을 하게 된 것은 몇 년 후 PC엔진 듀오가 내 손에 들어오고 나서였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나였지만, 잡지 게임월드의 분석을 토대로 엔딩을 보았다. 마지막 왕을 아주 가까스로 깨서 엔딩화면을 아주 감명깊게 본 기억이 난다.
기존 RPG와 다른, 독특한 점이라면 배경이 옛날 일본이라는 점이다. Japan의 옛 이름인 '지팡'도 나오고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새나 건물들이 에도 시대 일본과 흡사하다. 일본문화가 개방이 안 되었던 당시로선 이런 왜색이 거부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점들이 묻혀지고 화려한 음성과 그래픽에 매료되었다. 전투화면에서 적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도 놀라웠고, RPG에서 대화가 음성으로 나온다는 점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배경음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등의 음악을 작곡했던 '히사이시 조'가 이 게임음악의 작곡가란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의 느낌이 비슷하다. 클래식하면서도 일본전통음악스러우면서도 그런 느낌?
중간에 아주 잔혹한 장면이 있어서, 이것도 당시 나한텐 충격이었는데, 훗날 나온 PS2판이나 NDS판에선 순화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천외마경3>, <천외마경 제로> 등 후속작이 나왔지만, <천외마경2>가 주었던 충격파와 완성도는 넘어서지 못했으며, 일본게임잡지 <패미통> 1000호 기념 '독자가 고른 미래에 전하고 싶은 게임 순위'에서 6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