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오락실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대전 게임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가 다른 장르도 아닌 RPG로 나온다는 게임잡지 기사를 봤을 때 상당히 놀랐다. 당시 네오지오란 게임기에는 액션이나 슈팅게임만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의외였다.(지금 생각하면 부르주아의 전유물이었던 네오지오가 CD머신으로 거듭나면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도 인기 캐릭터가 등장하는 RPG라는 점 때문에 무척 끌렸고, 지면으로 공개된 그래픽도 100메가 쇼크 네오지오답게 훌륭했다. 하지만 당시 네오지오는 게임팩 가격만 해도 20만원이 넘는 비싼 게임기였기 때문에 군침만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네오지오가 망하자 <무사도 열전>은 네오지오 처음이자 마지막인 RPG로 남게 되었고, 나는 이 게임을 까맣게 잊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판으로도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기대와 달리 악평이 자자해서 미루고 있다가 틈 날 때 해봤다.
이 게임의 그래픽은 RPG로서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동시대를 주름잡았던 슈퍼패미콤의 RPG들보다 더 뛰어난 대용량 그래픽을 보여준다. 또한 일본RPG에 많이 나오는 짜리몽땅 캐릭터들이 아니라 필드와 전투장면에서 모습이 동일한 어른스런 캐릭터들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마을이나 인물들도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고 음악도 좋으며, 캐릭터들의 음성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은 전투이다.
그리고 마을이나 집을 출입할 때 왜 <나갑니까? 예/아니오>로 물어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은근히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