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31

Forget me not -파렛트-


제4회 아스키 엔터테이먼트 소프트웨어 컨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파렛트>의 플레이스테이션판. 원래는 <RPG쯔꾸르95>라는 툴로 만들어진 아마추어 작품이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면서 제목에 Forget me not이 붙고, 사운드와 그래픽이 파워업되어서 출시되었다.

신선한 연출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만으로도 90점은 먹고 들어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형식 또한 무척 독특하다. 정신과 의사 시안이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의 정신으로 들어가 퍼즐조각 맞추듯이 기억을 되찾게 만드는 것이 목적으로, 그 과정에서 살인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난다.


소녀는 처음에 '빨간색' 이외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그것은 하나의 방으로 표현되고,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이나 소품들은 실루엣만 나온다. 소품들을 만지면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고 그것을 실마리로 또 다른 기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방과 방 또는 장벽을 통과할 때는 소녀의 정신력이 하나씩 소비되는데, 이것이 다 떨어지면 처음 방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 제약이 이 사이코스릴러물을 게임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픽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음악과 효과음이 긴장감을 조성해서 공포영화 분위기가 난다. 살인사건이 소재라서 분위기도 음침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인상적인데, 깊이가 있으면서도 무척 난해하다. 다르게 말하면 불친절하다고 해야 하나. 끝까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상상하고 추측해야 한다.

거기에 추리를 방해하는 장치가 하나 있고, 마지막에는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도 있어서 이해가 쉽지 않은 게임이라 생각한다. 엔딩 보고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돼서 단서들을 되새김질했다. 영화로 치면 <메멘토>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해석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결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반나절이면 끝낼 수 있는 게임이니 일본어를 아시고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플레이를 권한다.

원작 PC판 다운로드 링크 : http://www.enterbrain.co.jp/gamecon/no4/01.html

2008-05-30

센서블 사커 MEGA-CD

486 컴퓨터 시절에 가장 많이 했던 축구 게임이 바로 센서블 사커이다. DOS용으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정용 게임기판으로도 있어서 놀랐다.

PC, 아미가, 아타리, 슈퍼패미콤, 게임보이, 메가드라이브, 게임기어, 세가마스터시스템.... 등
패미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기용으로 나와 있다.

심지어 메가CD판으로도 있는데, 신기해서 플레이를 해봤다.


오프닝이 동영상으로 처리되는 점이 PC판이나 다른 게임기판과 다르다. 뭐 그리 멋지다고는 할 수 없지만, 메가CD라는 걸 생색내는 듯 하다.


유럽 국가 대표 모드와 클럽팀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커스텀팀 모드에서는 자기만의 팀을 만들 수도 있다. 클럽팀 모드를 고르면 클럽대항전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없어진 컵 위너스컵도 있다. 각각 경기방식이 다르다. 홈앤어웨이 토너먼트도 있고, 리그전도 있다. 옵션에서는 난이도나 날씨변화,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맨체스터를 고르면 전설적인 클래식 선수들이 엔트리에 있다. 웨일즈의 영웅 긱스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선수 이름의 스펠링을 조금씩 바꿔 놨다. 아무래도 저작권  때문에 이렇게 한 것 같은데, 먼저 나온 PC판에서는 실명으로 나온 걸로 기억한다. 뭐, 마음에 안 들면 일일이 에디트해주면 된다.

게임 전에는 포메이션을 고를 수 있으며, 별 표시가 되어 있는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속도가 빠르고 슛이 좋다.


메가CD판 아니랄까봐 게임 시작 전에도 경기장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귀찮다.


센서블 사커의 그래픽은 486 시절에도 좋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점은 메가CD판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도 눈꼽만한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재밌다.
게임이 시작되면, 정신없이 전개된다. 공이 있는 곳이면 우르르 몰려가서 뻥뻥 내지른다. 오프사이드 같은 건 없다. 팀 전술이 무시되는 거의 동네축구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작은 무척 간단해서 슛과 패스 두 개면 끝난다. 그래도 옐로우/레드 카드가 있고 골 나면 리플레이도 보여준다. 헤딩은 다이빙 헤딩슛만 있다.


슛은 커브가 가능해서 이걸 잘해야 골도 잘 넣을 수 있다. 골키퍼가 귀신 같이 잘해서 강슛이나 커브 슛 아니면 골 넣기 힘들다. 측면 돌파해서 크로스 올리는 등의 전술은 거의 통하지 않아 무의미하다. 난이도가 EXPERT면 아무리 최강팀을 골라도 첫경기에서는 대패 당하기 일쑤다.

오프닝과 시합 전에 질 떨어지는 동영상 추가된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메체가 CD인 만큼 사운드는 훌륭하다. PC판보다 함성소리도 섬세하고, 배경음악도 근사하다. 사실 센서블 사커는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 효과가 인기의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픽을 비롯한 다른 부분에서는 PC판과 큰 차이가 없어서 아쉽다.

요즘 축구 게임과 견주면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게임이지만, 잠깐 시간 때우기에는 지금도 괜찮은 게임이다.

2008-05-25

90년대 초중반 축구 게임들

월드 클래스 사커 이탈리아 90 (1990년 DOS)
잡지 게임월드에서 분석해줬던 DOS용 게임이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똑같은 조편성으로 즐길 수 있으며, 당연히 우리나라도 나온다.

우리 집에는 PC가 없어서 친구네 PC(아마 286)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팀은 참가팀 중 가장 형편없는 능력치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으로 우승하기란 무척 어렵다. 아르헨티나나 독일 등의 강팀들은 선수들 스피드가 빠르고 슛팅도 강하다. 하지만 골이 잘 들어가는 위치가 있어서 그걸 알게 되면 게임이 쉬워진다.
당시 PC에는 축구게임이 많지 않은데다, 월드컵 인기에 힘입어 복사 디스켓이 많이 퍼졌다.

센서블 월드 오브 사커 (1996년 DOS)

줄여서 <센서블 사커>라고 알려졌다. PC통신 시절 1메가가 조금 넘는 이 게임을 내려받는 데 1시간이나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국가대표 중심의 다른 축구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 리그나 UEFA컵에 참가하는 많은 클럽팀들이 실명으로 나온다. 칸토나나 시어러의 이름도 볼 수 있다. 스타 선수는 별 표시가 되어 있으며 다른 선수들보다 스피드나 슛이 좋다.

캐릭터도 작고 조작도 무척 간단하지만,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크고 현장감이 있어서 유럽 축구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골 들어가는 패턴을 알게 되면 게임이 무척 쉬워진다.

이 게임의 장점은 선수나 팀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로스터 편집이 가능한 축구 게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능력치는 바꿀 수 없었지만) 나중에 후속작이 나왔는데, 3등신 캐릭터 보고 실망해서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난다.

GOAL!! (1992년 패미콤)

패미콤에서 뭐 할만한 축구 게임 없을까 찾다가 복사팩을 사서 해본 게임이다. <러싱비트> 시리즈나 B급 스포츠 게임으로 알려진 자레코 사가 만들었다. 특이하게도 쿼터뷰 형식을 채용했고 선수들 움직임도 세밀한 편이다. 옵션에서는 오프사이드 룰 적용여부를 정할 수도 있다.

월드컵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슈퍼컵 모드가 있어서 재미있게 즐겼다. 그런데 한국팀은 안 나오고, 그때까지 월드컵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일본팀은 나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유럽팀을 골라 일본에게 골세례를 퍼부었다.

골 넣는 패턴이 단순하지만, 패미콤 축구 게임 중에서는 그럭저럭 상위권으로 꼽을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테크모 월드컵 (1992년 메가드라이브)

축구 게임이 거의 없던 메가드라이브의 구세주. 반포에 있는 게임점에서 복사팩을 어렵사리 구해서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팀도 나오고 월드컵(24개국)처럼 진행된다. 경기장이 작은 게 흠이지만, 움직임도 괜찮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이다.

슈퍼 포메이션 축구2 (1993년 슈퍼 패미콤)

UFO 디스켓으로 플레이했던 게임이다. 휴먼 사에서 만들었는데, 게임을 참 깔끔하게 만들어서 좋아했던 제작사이기도 하다. 진행이 무척 스피디하며 골도 시원하게 터진다. 팀을 선택해서 한 팀 한 팀 격파하는 모드가 있었는데, 동생과 둘이서 같은 편 먹고 밤새도록 했다.

마지막 팀을 깨면 우승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공이 날라오면서 최강팀의 도전을 받게 된다. 그 팀은 선수들 능력치가 최강이라서 이기는 데 무척 애먹었다.

템포도 좋고 액션성도 넘치는 좋은 게임이지만, 선수들 이름이 실명이 아닌 점과 한국팀이 나오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J리그 익사이트 스테이지 96 (1996년 슈퍼패미콤)

94년도에 처음 나왔고 그 다음에 약간 업데이트되어서 96년도판이 나왔다. J리그 선수가 실명으로 등장하며 노정윤도 나온다. 조작성도 좋고 슛도 통쾌해서, 2인용 축구 게임으로서는 당시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축구 게임에는 없는 실내축구 모드가 있다는 점이 무척 이채로웠는데, 주위가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코너킥이나 골킥이 없다. 또 연장전에 들어가면 골든골이 터질 때까지 영원히 계속된다. 진행도 빠르고 골도 멋지게 터져서 접대용으로 아주 좋은 모드이다. 나중에 게임보이판으로도 나왔는데, 슈퍼패미콤판보다는 많이 싱겁다.

에이스 스트라이커 - 사상 최강의 리그 세리에A (1995년 슈퍼패미콤)

당시 미우라 가즈요시라는 일본선수가 세리에A 제노아팀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세리에A의 모든 선수가 실명으로 등장하는 점이 좋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티스투타, 베르캄프, 시뇨리, 보반, 사비체비치, 바죠 등의 선수도 등장한다.

골 세러머니에 공을 많이 들인 게임이다. 골 넣으면 피오렌티나의 바티스투타는 골 깃대 잡으러 가고, 라치오 선수들은 서로의 발을 잡고 기어다니며, 미우라는 춤을 춘다. 그걸 보기 위해 각 팀의 유명 선수로 골을 넣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래픽도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게임이지만, 골 넣을 때 골망이 출렁거리는 모습이 없어서 골의 느낌이 반감되는 점이 아쉽다.

실황 월드 사커 퍼펙트 일레븐 (1994년 슈퍼패미콤)

<위닝 일레븐>의 먼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으로 코나미 사는 당시 가정용 축구 게임 시장을 평정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회사에선 엄두도 못 냈던 음성 실황 중계와 고차원의 그래픽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신기한 음성해설, 응원구호, 날씨변화, 세세한 선수 능력치, 특징을 살린 선수 외모 등, 다른 축구 게임과는 수준 자체가 달랐다. 더욱이 헛다리 집기, 사포, 스루패스 등의 개인기와 세세한 전술 적용도 가능했던 점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실명이 아니라는 점이 옥의 티지만, 편집이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아시아최종예선부터 월드컵까지 할 수 있었으며, 월드컵 예선에서 실제로 있었던 상황을 재현해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모드도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실황 월드 사커2 파이팅 일레븐 (1995년 슈퍼패미콤)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나온 2편. 슈퍼패미콤으로 가장 오래 즐겼던 축구 게임이다. 슈퍼패미콤 최고의 축구 게임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중앙선 근처에서 뻥 찬 것이 가끔 들어가기도 하는 등의 버그가 옥에 티였다. 나중에는 UFO나 에뮬 사용자를 위한 선수 이름 한글 패치도 나와서 우리나라 국가대표축구 선수 이름을 한글 실명으로 볼 수도 있다.

옛날 축구 게임들은 골 나오는 패턴이 비슷해서 얍삽이만 깨우치면 게임이 무척 쉬워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닝이나 피파 시리즈가 있기까지는 앞선 게임들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008-05-12

랑그릿사5 PS


<데어 랑그릿사>를 재밌게 해서 3, 4, 5 중 뭘 할까 고민하다가 악평이 자자한 3편,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드는 4편을 뛰어넘고 5편을 해봤다. 초기작들과 달리 1턴씩 번갈아 진행되는 턴제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초기작들의 시스템이 단순하니 더 좋아 보인다.
처음 시작하면 주인공이 깨어나는데, 그의 시선에 먼저 들어온 것은 여주인공의 가슴. 가정용 게임인데 그림체가 야시시하다. 전투 장면에서도 여자 병사의 비명소리가 굉장히 섹시하게 들린다고 해야 하나,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초반에는 꽤 박진감 있고 기대가 되는 전개였는데,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진다. 클론이었던 주인공이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진부한 스토리. <데어 랑그릿사>처럼 분기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주인공이 뭣 때문에 남의 대륙 일에 끼어들고, 세계평화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랑그릿사의 마지막 작품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등장했던 대륙들이 다 등장하고 4편의 주인공도 출연한다.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닭살 돋는 말 한 마디씩 한다. 우웩.

<랑그릿사1>이나 <데어 랑그릿사>에서는 보젤이라는 카리스마 있는 적 캐릭터가 있었지만, 5에서는 멋진 인물이 없다. 그러면 미소녀들과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대사 선택 몇 번에 쉽게 사랑에 빠진다. 개연성 떨어지는 러브 라인.


EPSXE로 했는데, 거의 완벽하게 실행되지만, 왠일인지 엔딩송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5편을 끝으로 랑그릿사 시리즈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4편은 분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언젠가 건드려봐야겠다.

2008-05-10

메탈기어2 스네이크의 복수 FC


<스네이크의 복수(Snake's Revenge)>는 1990년, 영문판으로 북미에서만 발매되었던 패미콤용 메탈기어의 속편이다. 이 게임은 지금도 걸작으로 꼽히는 MSX2판의 <메탈기어2 솔리드 스네이크>의 패미콤 이식판……은 아니고, 원작자인 코지마 히데오가 관여하지 않은 패미콤만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패미콤으로 나왔던 <메탈기어>가 일본에서는 반응이 그냥 그랬지만, 해외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 팬을 위한 패미콤만의 속편이 나온 것이다.

이 게임의 제작 당시, 코지마 히데오는 퇴근길 전철에서 제작자에게 "실은 메탈기어 속편을 만들고 있다. 근데 코지마 당신이 만든 진짜 속편도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거기에 자극을 받은 코지마가 하루만에 속편의 줄거리를 쓰고 그것이 바로 MSX2판 <메탈기어2 솔리드 스네이크>가 된다. 배다른 형제라고 해야 하나.


패미콤의 <스네이크의 복수>는 정통 속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 팬으로부터도 번외편으로 취급받고 있다. 또 해외판매용이라 그런지 캐릭터나 그래픽도 양키 센스가 넘친다. 등장인물이 다 우락부락하고, 솔리드 스네이크의 모습도 위의 그림처럼 짧은 머리의 근육남이다.


잠입액션게임이란 게임진행방식은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헬리콥터가 공격해오고, 적의 증원도 많아서 무척 어렵다. 또한 전작과 같은 퍼즐 요소가 많지 않고, 자백가스, 조명탄, X선탐지기, 도청 마이크 등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아이템이 추가되어 있다.
이 게임의 프로그래머 중에는 패미콤판 <혼두라>나 <악마성 전설>을 담당했던 사람들도 있는데, 그 탓인지 게임 내에서도 스네이크가 마치 혼두라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중간에 위와 같은 횡스크롤 화면이 나오는데, 영락없이 <혼두라> 느낌이다. 횡스크롤 채용은 메탈기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는 전작들에 견주어 심심한 편이지만, '배신자'는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왕은 스네이크의 숙적 빅보스……"3년전 넌 메탈기어1을 파괴하고 나를 사이보그가 되게 했지. 지금 그 앙갚음을 해주마!"
빅보스가 거대 사이보그가 되는 충격의 전개를 볼 수 있다. 뭐, 공식 스토리로 인정받지는 못하겠지만.


전작들과 견주면 걸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 게임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외주 업체나 해외 스탭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코나미 스탭들이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플레이 전개가 빨라 쾌적하고, 무엇보다 기쁜 점은 패미콤판 <메탈기어1>과 달리 메탈기어가 나온다는 점이다.

2008-05-05

메탈기어 FC

MSX1 유저로서 MSX2 게임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메탈기어>였다. 월간 컴퓨터학습에서 분석기사와 광고를 보고 늘 군침을 흘리던 게임이었다. 잠입액션게임이라는 세계 최초의 특이한 장르, 군사전문가 뺨치는 사실적이고 세세한 설정들이 흥미를 더했다.
액션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적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으면서 몰래몰래 행동해야 하는 게임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러나 MSX2가 없던 나로서는 그림의 떡.


세월이 흘러 패미콤을 한창 즐기고 있을 무렵, 월간 게임월드에서 패미콤용 메탈기어 분석을 내보냈다. 회가 동한 나는 용산 만트라에서 메탈기어 정품팩을 힘들게 구했다. 메탈기어의 경우는 값싼 대만산 복제팩이 눈에 안 띄어서 할 수 없이 비싼 일본 원본 롬팩을 구한 것이다. 정품팩이 많지 않았던 나로서는 가장 아꼈던 패미콤 롬팩이었다.


길찾기가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고, 처음에는 패스워드로 이어서 하는 방법을 몰라서 초반부만 반복하기도 했다. 게임월드 분석은 막히는 곳을 정작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 더 고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그 분석기사에서 보스의 정체를 알게 되는 스포일러까지 당했다.

보스의 정체는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었고, 일본어를 아는 상태에서 게임 플레이 중에 알았다면 더 놀라웠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다.


후반부의 박사 구하는 곳까지 갔는데, 함정 통과가 너무 어려워서 늘 같은 곳에서 죽기 일쑤였다. 결국 엔딩을 못 보고 다른 팩으로 교환했고, 그 한을 푼 것은 패미콤 에뮬이 나온 몇 년 후였다. 에뮬의 강제세이브 기능으로 그 어려웠던 함정을 통과했고, 끝을 보고야 말았다. 엔딩을 많이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MSX판을 잠깐 해보고 느낀 거지만, 패미콤판은 MSX판보다 그래픽이 떨어진다. 무전기 화면에서 MSX판은 위의 사진처럼 스네이크 얼굴을 볼 수 있는데, 패미콤은 안 보이고, 그밖에도 패미콤판 쪽이 성의없이 만든 듯한 부분이 많다. 원 제작자인 고지마 히데오가 참여를 안 해서 그렇다나.


가장 아쉬운 것은 패미콤판에는 메탈기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메탈기어> 게임에 메탈기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패미콤과 IBM PC판에서는 메탈기어 대신 초대형 컴퓨터를 파괴하고 끝이 난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패미콤판으로 엔딩을 보진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원조 메탈기어가 리메이크된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

데어 랑그릿사 SFC

메가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을 때, 잡지에서 <랑그릿사>의 짤막한 소개를 보고 온 용산을 뒤졌지만 구하지 못했다. 나중에 PC엔진용 CD를 손에 넣었는데, 어쩐 일인지 클리어하지 않고, 떠나 보냈던 게임이다.

결국 2002년에서야 PC엔진판을 에뮬로 클리어했다. 메가드라이브판과 PC엔진판을 견주자면 PC엔진판의 압승. 그래픽, 음악 전부 비교가 안 된다. 또 PC엔진판의 좋은 점은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는 거.


나중에 <랑그릿사2>를 에뮬로 잠깐 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데어 랑그릿사>가 땡겨서 이틀 동안 불타올랐다. <랑그릿사2>와 <데어 랑그릿사>는 다른 게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데어 랑그릿사>가 <랑그릿사2>의 업그레이드판이란다.
개인적으로는 MD 특유의 중후한 색감과 캐릭터가 큼지막하게 나오는 <랑그릿사2>가 더 좋아 보이긴 했지만, <데어 랑그릿사>는 스토리 분기가 있어서 도중의 답변내용에 따라 시나리오와 엔딩이 바뀌는 점이 장점이었다.


나는 빛의 세력도 어둠의 세력도 아닌 자기만의 길을 걷는 '패왕의 길'편으로 빠졌다. 이기적인 시나리오인데, 정의가 이긴다는 진부한 내용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패왕의 길로 빠진 뒤의 주인공 엘윈은 처음보다 말투도 건방져지고 웃음도 음흉(?)하게 변한다.


<데어 랑그릿사>의 시스템은 <대전략>이나 <슈퍼로봇대전>처럼 일본식 턴제 시뮬레이션인데, 다른 점이라면 레벨이 올라가면 각 캐릭터마다 여러 번의 클래스체인지할 수 있고, 용병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점이다. <슈퍼로봇대전>은 전투가 반복되면 지겨운 감이 있는데, <데어 랑그릿사>는 전투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쾌적하게 즐겼다. 전략성이나 난이도도 <슈퍼로봇대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2008-05-03

32인치 LCD TV와 무선 패드로 에뮬게임 즐기기

90년대 8비트~16비트 게임기의 전성기 때는 게임팩을 사는 데 큰 돈이 들었다. 거의 두세달 걸려서 하나 살 수 있었으니 게임 하나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요즘은 그 당시 게임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물론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들은 옛날 게임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게임기를 구형TV에 연결해서 하던 그 느낌을 똑같이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LCD TV로 에뮬 게임들을 해보며 그 시절을 되새김질하곤 한다.


XEVA 3SD-32ALK2006
독일월드컵을 HD로 보려고 샀던 32인치 와이드 LCD TV이다.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화질도 괜찮은 편이고 고장도 없었다. 컴퓨터에 연결해놓고 제2모니터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할 때 주로 쓴다.

TV는 와이드지만, 옛날 게임들은 와이드 비율이 아니기 때문에 창모드로 해놓고 원본 비율에 맞춰서 하고 있다.


호리 무선 아날진 패드
물 건너 온 PC용 무선 패드. 플스용은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데, PC용은 파는 곳이 없어서 구매대행으로 지른 제품이다. 진동도 되고, 버튼도 많아 에뮬게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무선이니 침대에서 편한 자세로 할 수 있으니 좋다. 단점은 건전지 2개가 들어가서 좀 무겁다는 거.


슈퍼패미콤 에뮬 ZSNES가 내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어서 SNESGT로 쓰고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실행되고 그래픽도 플러그인을 쓸 수 있어 좋다. 강제세이브/로드를 패드의 L1 R1 버튼에다 설정해놔서 아무리 어려운 액션게임도 쉽게 클리어. ㅎㅎㅎ

패미콤 에뮬 VirtualNes
패미콤 에뮬은 상당히 많은데, VirtualNes가 단순하고 사용법이 편해서 무난하다. 어떤 분이 옛날TV로 보던 색감하고 에뮬 실행시의 색감이 다르다며 색상 파일을 만들었는데, 나도 그걸 VirtualNes에 적용해서 쓰고 있다.

메가드라이브 에뮬 Fusion
MD에뮬 중 사운드가 그나마 가장 좋은 에뮬.
플스1 에뮬 ePSXe왠만한 게임 다 잘 돌아가는 편. 현재로선 최고의 플스 에뮬. 요즘 나오는 닌텐도DS나 PSP에 견주어 떨어질 것도 없는 게임들이 주류.

2008-05-01

B급 RPG 맛보기 - 듀얼오브 / SD건담 외전2 원탁의 기사

갑자기 일본식 옛날 RPG가 하고 싶어서 슈퍼패미콤 게임 중에 듀얼오브를 실행했다. 듀얼오브2는 옛날 UFO를 가지고 있던 시절에 중반까지 하다가 세이브파일이 날라가서 포기했던 게임인데, 걸작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 그 전작은 어떨까. 그럭저럭 깔끔한 그래픽이지만, 2와는 격차가 크고, 옛날 게임이라 대사에 한자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이 YS의 아돌처럼 아무 말도 없다. 또 용사의 핏줄이니 뭐니 하는 진부한 RPG 설정이 나오면서 드래곤에게 계시를 받는다.


이야기 진행도 밋밋하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전혀 없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데다가 할수록 X게임이란 느낌이 들어서 결국 지워버렸다. 일본사이트에서 이 게임평을 보니 '왜 2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밸런스가 엉망이다'라고 혹평일색. 그나마 엔딩은 감동적이라고 하는데, 그거 하나만 보고 끝까지 하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할 듯하다.


다음에 해본 게임은 SD건담 외전2-원탁의기사다. 패미콤 시절 SD건담 나이트건담이야기3를 재밌게 했기 때문에 골랐다. 첫인상은 좋았다. 듀얼오브와 견주면 그래픽도 좋고, 이동속도도 빨라서 플레이가 쾌적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동료로 끌어들이는 시스템도 신선했다. 레벨업 개념이 없이 동료가 생기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특이한 시스템을 채용했다.


스토리가 진부해서 일단 손을 놓았는데, 나중에 시간되면 계속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