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4

탐정 진구지 DS판 클리어


추리어드벤처 게임으로 유명한 <탐정 진구지 신주쿠 중앙공원 살인사건>은 진구지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다. 어린이용 게임이 많았던 패미콤계에 극화풍의 그래픽과 차분한 음악으로 성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때를 풍미했던 게임이다. 시리즈 전매특허인 '담배를 피운다' 명령도 그런 분위기을 내는 요소 중 하나이다.

원래 패미콤용 디스크카드판으로 발매되었고, 나중에 원작 그대로 플스판으로도 나왔다.


나는 플스판을 하려다 계속 미뤄두고만 있었는데, 마침 닌텐도DS용으로 나온 <과거의 기억>편에 옛날 시리즈가 모두 포함되어 나와서 DS판으로 <신주쿠 중앙공원 살인사건>을 하게 되었다. DS판은 패미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진 리메이크판으로, 플레이를 미룬 덕분에 결국 더 나은 환경에서 하게 된 것이다. 다만 내용도 패미콤판과는 좀 다른 듯하다.


첫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플레이시간은 무척 짧은 편이고, 스토리도 특별한 반전 없이 일방통행이다. 후반부 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그 짐작이 여지없이 맞는다. 요즘 같으면 이리 저리 꼬아서 범인을 알기 어렵게 할 텐데, 굉장히 순수(?)한 수사물라고 할까, 반전이나 범인찾기보다는 수사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 같다.

걸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나름 깔끔한 맛은 있는 게임이었다.

실버사가


<실버사가2>는 게임잡지의 공략기사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RPG인데, 1편의 경우에는 공략도 없고, 패미콤 말기에 나온 작품이라 관심이 뜸했던 것 같다.

이 게임의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와 거의 흡사하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점 정도이다. <드래곤 퀘스트>에 견주면 모든 면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RPG이지만, PDA(액심 X5adv)로 처음 끝을 본 게임이라 기억에 남는다.

1987년에 패미콤용으로 발매된 <미네르바톤 사가>라는 게임이 <실버사가>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미네르바톤'이라는 지명이 이 게임에도 등장한다.


<실버사가1>은 스토리도 무척 평범하고, 인상에 남는 이벤트도 없어 정말 썰렁한 RPG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고 매력 있는 등장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이템 몇 개 찾고 왕 죽이면 끝이다.


중간에 어떤 새의 알을 지키는 시녀(?)들이 나오는데, 이것은 일본괴수영화 <고지라>에 나오는 나방괴수 모스라의 패러디 같다.

엔딩은 매우 소박해서, 마지막 왕을 죽이면 글자로 이후 이야기를 쭉 나열한 뒤 지금까지 나온 장면 몇 컷 보여 주고 끝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임. 정말 심심해서 시간이 남아돌 때나 하시길.

엔딩 본 날 : 2004년 3월 30일

2008-02-23

에스트폴리스 전기


일본어를 몰라 RPG 진행에 어려움을 겪던 차에 게임잡지에서 분석을 내주길래 잡아본 슈퍼패미콤용 RPG. 용량도 얼마 되지 않고,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날 판타지>처럼 지명도 있는 RPG도 아니었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시작했던 게임이다.

하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니, 느낌이 좋았다. 그래픽은 화려하진 않지만 아주 깔끔했고, 전투도 빨리 진행이 되어서 편리했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에 바탕을 두었는데,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는 점이 달랐다. 또한 장면에 따라 장중함과 발랄함을 적절히 오가는 음악들이 매우 듣기 좋았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초반의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알고 보니 주인공의 부모 이야기라는 것이 신선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테마는 '사랑'인데, 그 당시 RPG에선 드문 소재였다고 본다.

당시 게임뉴스 별책부록으로 제공받은 공략집에서 일본어 대사를 번역해주어서 스토리를 잘 알 수 있었는데, 엔딩 장면은 번역이 없어서 내용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엔딩장면에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공략집에서는 프롤로그의 등장인물이 가진 강력한 무기들을 주인공에게 넘길 수 있는 꽁수가 실려 있었기 때문에 게임진행을 아주 쉽게 했다. 엔딩을 보면 한 번 더 할 수 있는 모드가 생기는데, 경험치를 두 배로 주기 때문에 게임이 더 쉬워진다.


훗날 잡지에서 2편 소개를 보고 무척 흥분했다. 1편에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2편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기 때문이다. 2편은 1편의 프롤로그에 나온 주인공 부모들 이야기인데, 대용량과 훨씬 파워업된 그래픽으로 나와 수작으로 꼽히는 게임이다. 동굴에서는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요소가 있는데, 그 점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내가 가진 UFO에서 일본어판이 돌아가지 않았던 관계로 못 하고 있다가 나중에 에뮬로 깼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많이 지난 탓인지 잡지 공략을 너무 본 탓인지 1편만큼 재미있게 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게임보이로 <에스트폴리스 전기 GB - 되살아난 전설>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반갑게 에뮬로 플레이했다. 에스트폴리스1에서 100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인데 여기서도 네 명의 신이 등장이고, 주인공은 전작의 주인공 맥심의 피를 이어받은 듯한 인물이다.


전편과 같은 애절한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전작의 명성에는 못미쳤다. 그래픽은 게임보이이니만큼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루리아의 정체가 너무 갑작스러운데다가 1편에서 이미 울궈먹었던 소재라 신선감도 떨어졌다.

또한 저연령층 유저가 많은 게임보이용이라 그런지, 내용도 유치하고 대사도 뻔했다. 가장 중요한 음악도 전작에 견주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시스템이나 긴 스토리는 게임보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나름 스케일이 큰 RPG였다.

게임이 끝나면 전멸횟수, 얻은 보물 등등을 평가해주고,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모드가 추가되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경험치 두 배로 주는 모드가 아닐까 싶다.

원래 SFC판의 에스트폴리스 전기는 3부작으로 구성되었는데, 중요한 3편은 나오지 않고, 게임보이판과 같은 외전만 나와있는 상태이다. 언젠가는 멋진 그래픽으로 다시 돌아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