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9
원더보이 시리즈
옛날 오락실(게임센터)에 가면, 어디나 있는 게임이 <원더보이>였다. 깔끔한 그래픽과 단순한 조작으로 인기를 모았던 액션게임이다. 지금 생각하면 <슈퍼 마리오>로부터 영향을 받은 구석도 있지 않나 싶다.
그 다음에 <원더보이2>라는 이름으로 오락실에 나왔던 것이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였다. <원더보이>의 속편이긴 했지만, 원시인이었던 원더보이가 갑옷과 칼을 장착하고, 전혀 다른 판타지 게임 스타일로 돌아온 것이다.이 게임은 RPG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동전을 모아 무기와 마법을 사고 수수께끼가 나오는 등, 오락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쏘고 때리는 게임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게임이었다. 액션RPG가 아직 많지 않았던 80년대에 이 정도로 완벽한 액션RPG가 나왔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놀랍다.
무작정 적들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파워업하는 등, 여러 가지 숨겨진 요소와 뛰어난 음악들은 '이 게임은 수준이 다르다!'고 느끼게 했다. 피라미드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보스 스핑크스의 경우에는 다른 보스와 달리 퀴즈를 풀어야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 점도 당시로서는 무척 특이하게 느껴졌다. 당시 가지고 있던 MSX에는 왜 이런 게임이 없을까 한탄하기도 했다.
다만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50원짜리 동전 하나로 엔딩을 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오락실 주인한테는 별로 좋은 돈벌이 기계가 아니었다. 결국 나중에는 시간제한을 거는 오락실이 많았다.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는 추후에 PC엔진과 세가마크3에도 이식되는데, PC엔진판은 <빅쿠리맨 월드>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등장캐릭터를 모두 바꿔서 냈다. 그것은 원작을 아는 나한테는 이질감을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작권 문제로 원더보이 캐릭터를 그대로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세가마크3용은 하드웨어의 한계로 원작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업소용보다 나은 이식판은 현재로선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원더보이3 몬스터즈 레어>가 오락실에 나왔는데, 전편과 달리 단순한 액션슈팅게임으로 바뀌어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단순했기 때문에 친구와 2인용으로 오락실에서 제일 많이 해봤던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이 게임은 나중에 메가드라이브와 세가마크3에도 이식이 되지만, 하드웨어의 한계로 원작보다는 떨어진다.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의 진짜 속편은 게임잡지 분석기사를 보고 알았다. <드래곤의 함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몬스터랜드2>는 업소용이 아니라 PC엔진용으로 나왔는데,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바로 연결이 되는 시나리오로 시작된다. 하지만 전편보다 떨어지는 그래픽과 밸런스로 전편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우리나라에 PC엔진이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 뒤,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것이 <몬스터월드3>였다. 이 게임은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의 기본구성을 그대로 살린 액션RPG였는데, 깔끔한 그래픽과 완성도로 인기를 모았다. 당시 하이콤이란 국내업체가 정식으로 수입했는데, 용산에서 이 게임팩으로 바꾸려고 하니, 매장 아저씨가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지마라, 이 게임 되게 재미없어서 안 팔린대”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저씨가 아마도 하이콤의 유통방식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이었지만, 순진했던 나는 그 말에 영향을 받아 교환을 하지 않았다.
결국 메가드라이브 말기에나 구해서 하게 되었는데, 막상 해보니 꽤 괜찮은 게임이었다. 물론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를 뛰어넘지 못했지만, RPG가 부족한 메가드라이브에서는 나름대로 고마운 존재였다.
그 뒤로 여자가 주인공인 <몬스터월드4>가 나오고 현재까지 속편 소식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걸작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를 다시 한 번 리메이크했으면 좋겠다.
2007-10-18
블로그에 우리바탕체 적용
날마다 보는 돋움체나 굴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터넷용으로 나온 <우리바탕체>로 바꿔보았다. 운좋게도 한글날 기념 선착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평생무료이용권을 받았다. 돋움체와 굴림체에 눈이 익숙해진 탓인지 처음에는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계속 보다 보니 전보다 글읽기가 편해졌다. 나처럼 시력이 떨어지고, 웹에서 글을 많이 읽는 사람한테는 이런 점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 글꼴과 차이점은 글자의 크기에 따라 획의 굵기도 점진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자크기가 커져도 돋움체처럼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다른 나라 글꼴이 아닌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한글 글꼴이라 더 마음에 든다. 한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잘 알 텐데, MS사가 제공하는 글꼴만을 인터넷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다만, 이런 웹폰트는 아직 익스플로러에서만 적용된다는 점이 아쉽다. 파이어폭스 등에서는 돋움체 그대로 나와버린다. 앞으로 파이어폭스에서도 웹폰트를 지원할 계획이라니 좀더 사용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기존 글꼴과 차이점은 글자의 크기에 따라 획의 굵기도 점진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자크기가 커져도 돋움체처럼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다른 나라 글꼴이 아닌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한글 글꼴이라 더 마음에 든다. 한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잘 알 텐데, MS사가 제공하는 글꼴만을 인터넷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다만, 이런 웹폰트는 아직 익스플로러에서만 적용된다는 점이 아쉽다. 파이어폭스 등에서는 돋움체 그대로 나와버린다. 앞으로 파이어폭스에서도 웹폰트를 지원할 계획이라니 좀더 사용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2007-10-15
슈퍼패미컴 의사 UFO
슈퍼패미컴이 전성기를 맞던 시절, 메가드라이브를 처분하고 슈퍼패미컴을 샀지만, 팩 가격이 장난 아니어서 군침만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인기 있는 게임의 경우는 거의 7~8만원까지 올라갔으니, 그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살인적인 가격이었다.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스트리트파이터2> 롬팩의 경우는 처음 국내에 나왔을 때 용산에서 10만원에 팔기도 했다.
돈 때문에 게임을 많이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PC통신에서 UFO라는 장비를 알게 되었다. UFO는 슈퍼패미컴 롬팩 끼는 곳에 합체시켜서 쓸 수 있는 백업장치였는데, 롬팩 내용을 플로피디스크로 복사한 뒤, 디스켓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장비였다. 자주 가던 안양지하상가 게임점에서 이것을 입수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큰맘 먹고 UFO를 질렀다. 가격은 17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은 슈퍼패미컴 본체 1대 사고 게임도 한 두 개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으로 기억한다.
UFO도 하이퍼, 패왕, 가마스 등 여러 가지 모델이 존재했는데, 내가 산 것은 초기모델로 16메가 짜리 UFO였다. 따라서 16메가비트(=2메가바이트)가 넘어가는 롬팩들은 복사가 되지 않았다. 16메가비트 이하 게임이라도 몇몇 게임은 돌아가지 않았다. 당시 가장 하고 싶었던 RPG인 <파이날 판타지5>가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롬팩을 많이 가진 친구가 있었다면 빌려서 디스켓에 저장했을 텐데, 주위에는 그런 친구가 없어서 결국 게임점에서 디스켓 한 장 당 5천원을 주고 복사했던 기억이 난다. 가게 주인 아저씨는 불법기기라서 혹시 단속에 걸리지 않을까 주위 눈치를 보면서 복사를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보통 12메가 롬팩이 디스켓 한 장에 들어가니까 16메가 롬팩들은 두 장이 필요했다. 나중에는 PC통신 자료실에 친절하게 게임 파일들을 올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통신비 이외에는 돈이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슈퍼패미컴 게임들을 굉장히 많이 해봤는데, <드래곤 퀘스트5>도 UFO로 엔딩을 봤다.
UFO는 롬팩과 견주면 몇 가지 장단점이 있었다. 우선은 디스켓으로 게임을 하려면 디스켓 내용을 UFO의 메모리 안에 로딩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따라서 1분 정도였나 꽤 기다린 다음에 게임이 실행이 되었다. 두 장인 경우는 중간에 갈아줘야 하니까 더 귀찮았다. 또한 디스켓이라서 뻑이 나거나 로딩중 에러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 3~4시간 정도하면 기기가 굉장히 뜨거워져서 게임이 가끔 다운되기도 했다. 그래서 디스켓을 UFO 안에 넣은 채로 플레이하면 디스켓도 뜨거워져서 데이터가 파괴되기도 했다. 요즘 기술 같으면 분명 쿨러까지 장착해서 만들었으리라.
하지만 롬팩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는 게 UFO였다. 한글패치를 적용한 파일을 UFO에 돌리면 한글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즐겼던 당시에는 RPG게임을 100% 한글화한 경우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코나미의 <실황월드사커2 파이팅일레븐>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 이름을 모두 한글 실명으로 만든 파일이 있었기 때문에 무척 좋았다. 그리고 디스켓에 저장된 세이브 파일을 HE 같은 DOS용 에디터로 건드리면 데이터조작이 가능했다. 그래서 RPG게임의 경우에는 레벨을 처음부터 99로 만들어서 하기도 했다.
문제는 게임을 쉽게 구해서 하다보니 한 게임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전에는 몇 달 동안 돈을 모아서 힘들게 롬팩을 샀기 때문에, 재미가 있든 없든 꽤 오래 즐겼는데, UFO를 사고 나서는 조금만 재미없으면 다른 게임을 집어들었다. 그것이 이른바 <게임불감증>이었다.
결국 그것이 슈퍼패미컴+UFO를 PC엔진DUO로 바꾸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결국 자금압박&새로운 SFC게임들의 유혹 때문에 몇 달만에 슈퍼패미컴+UFO로 다시 교환했는데, 이때 손에 넣은 UFO는 전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종으로 24메가 롬팩까지 실행할 수 있었다. 또 전주인이 게임 디스켓도 함께 잔뜩 보내줘서 게임을 원없이 할 수 있었다.
그때도 UFO는 완전치 않아서 <에스트폴리스전기2 일본어판>이 실행되지 않았고, <캡틴츠바사5>의 경우는 한 게임 끝나면 세이브가 날라가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UFO 안의 백업배터리가 다 되어서 세이브파일을 살리려면 반드시 1초 안에 전원을 껐다 킨 다음에 디스켓에 저장해야 했다. 1초가 넘어가면 세이브는 사라져버렸다. 사실 UFO를 뜯어서 백업배터리도 바꾸고, 메모리도 늘리고 싶었지만, 정교한 납땜질이 필요해서 포기했다.
슈퍼패미컴이 서서히 지고, PC게임을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새턴 같은 차세대기들이 뜨는 시절이 되자, 슈퍼패미컴과 UFO는 내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결정적으로 PC에서 돌아가는 슈퍼패미컴 에뮬레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용량 문제로 UFO에서 돌아가지 않았던 <로맨싱사가3>가 PC에서 거의 완벽하게 실행되는 것을 보고, 나는 슈퍼패미컴과 UFO를 PC통신 장터에 내놓기로 했다.
단돈 9만원에 슈퍼패미컴과 UFO를 떠나보낸 난 그렇게 16비트 게임기 인생을 정리했다.
돈 때문에 게임을 많이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PC통신에서 UFO라는 장비를 알게 되었다. UFO는 슈퍼패미컴 롬팩 끼는 곳에 합체시켜서 쓸 수 있는 백업장치였는데, 롬팩 내용을 플로피디스크로 복사한 뒤, 디스켓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장비였다. 자주 가던 안양지하상가 게임점에서 이것을 입수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큰맘 먹고 UFO를 질렀다. 가격은 17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은 슈퍼패미컴 본체 1대 사고 게임도 한 두 개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으로 기억한다.
UFO도 하이퍼, 패왕, 가마스 등 여러 가지 모델이 존재했는데, 내가 산 것은 초기모델로 16메가 짜리 UFO였다. 따라서 16메가비트(=2메가바이트)가 넘어가는 롬팩들은 복사가 되지 않았다. 16메가비트 이하 게임이라도 몇몇 게임은 돌아가지 않았다. 당시 가장 하고 싶었던 RPG인 <파이날 판타지5>가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롬팩을 많이 가진 친구가 있었다면 빌려서 디스켓에 저장했을 텐데, 주위에는 그런 친구가 없어서 결국 게임점에서 디스켓 한 장 당 5천원을 주고 복사했던 기억이 난다. 가게 주인 아저씨는 불법기기라서 혹시 단속에 걸리지 않을까 주위 눈치를 보면서 복사를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보통 12메가 롬팩이 디스켓 한 장에 들어가니까 16메가 롬팩들은 두 장이 필요했다. 나중에는 PC통신 자료실에 친절하게 게임 파일들을 올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통신비 이외에는 돈이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슈퍼패미컴 게임들을 굉장히 많이 해봤는데, <드래곤 퀘스트5>도 UFO로 엔딩을 봤다.
UFO는 롬팩과 견주면 몇 가지 장단점이 있었다. 우선은 디스켓으로 게임을 하려면 디스켓 내용을 UFO의 메모리 안에 로딩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따라서 1분 정도였나 꽤 기다린 다음에 게임이 실행이 되었다. 두 장인 경우는 중간에 갈아줘야 하니까 더 귀찮았다. 또한 디스켓이라서 뻑이 나거나 로딩중 에러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 3~4시간 정도하면 기기가 굉장히 뜨거워져서 게임이 가끔 다운되기도 했다. 그래서 디스켓을 UFO 안에 넣은 채로 플레이하면 디스켓도 뜨거워져서 데이터가 파괴되기도 했다. 요즘 기술 같으면 분명 쿨러까지 장착해서 만들었으리라.
하지만 롬팩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는 게 UFO였다. 한글패치를 적용한 파일을 UFO에 돌리면 한글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즐겼던 당시에는 RPG게임을 100% 한글화한 경우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코나미의 <실황월드사커2 파이팅일레븐>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 이름을 모두 한글 실명으로 만든 파일이 있었기 때문에 무척 좋았다. 그리고 디스켓에 저장된 세이브 파일을 HE 같은 DOS용 에디터로 건드리면 데이터조작이 가능했다. 그래서 RPG게임의 경우에는 레벨을 처음부터 99로 만들어서 하기도 했다.
문제는 게임을 쉽게 구해서 하다보니 한 게임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전에는 몇 달 동안 돈을 모아서 힘들게 롬팩을 샀기 때문에, 재미가 있든 없든 꽤 오래 즐겼는데, UFO를 사고 나서는 조금만 재미없으면 다른 게임을 집어들었다. 그것이 이른바 <게임불감증>이었다.
결국 그것이 슈퍼패미컴+UFO를 PC엔진DUO로 바꾸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결국 자금압박&새로운 SFC게임들의 유혹 때문에 몇 달만에 슈퍼패미컴+UFO로 다시 교환했는데, 이때 손에 넣은 UFO는 전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종으로 24메가 롬팩까지 실행할 수 있었다. 또 전주인이 게임 디스켓도 함께 잔뜩 보내줘서 게임을 원없이 할 수 있었다.
그때도 UFO는 완전치 않아서 <에스트폴리스전기2 일본어판>이 실행되지 않았고, <캡틴츠바사5>의 경우는 한 게임 끝나면 세이브가 날라가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UFO 안의 백업배터리가 다 되어서 세이브파일을 살리려면 반드시 1초 안에 전원을 껐다 킨 다음에 디스켓에 저장해야 했다. 1초가 넘어가면 세이브는 사라져버렸다. 사실 UFO를 뜯어서 백업배터리도 바꾸고, 메모리도 늘리고 싶었지만, 정교한 납땜질이 필요해서 포기했다.
슈퍼패미컴이 서서히 지고, PC게임을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새턴 같은 차세대기들이 뜨는 시절이 되자, 슈퍼패미컴과 UFO는 내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결정적으로 PC에서 돌아가는 슈퍼패미컴 에뮬레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용량 문제로 UFO에서 돌아가지 않았던 <로맨싱사가3>가 PC에서 거의 완벽하게 실행되는 것을 보고, 나는 슈퍼패미컴과 UFO를 PC통신 장터에 내놓기로 했다.
단돈 9만원에 슈퍼패미컴과 UFO를 떠나보낸 난 그렇게 16비트 게임기 인생을 정리했다.
2007-10-07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SFC
슈퍼로봇대전을 처음 본 것은 <게임뉴스>라는 잡지의 컬럼에 살짝 나온 게임화면과 한두줄짜리 소개였다. 그건 최초의 슈퍼로봇대전이었는데, 게임보이용이라 그래픽은 형편없었지만, 마징가Z, 건담 등 내가 좋아하던 로보트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 게임보이도 없었고, 국내에선 그 게임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슈퍼패미콤용으로 <제3차 슈퍼로봇대전>이 출시되었고, 각 게임잡지마다 요란한 분석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퍼패미콤이 없어서 군침만 흘리다가 나중에 슈퍼패미콤과 복사머신 UFO가 생기고 나서 플로피디스크로 구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는 슈퍼패미콤보다 PC엔진 DUO를 더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PC통신 장터에다 DUO와 슈퍼패미콤+UFO를 맞교환하고 싶다고 광고를 내었고, 곧 슈퍼패미콤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교환하기 전에 지금까지 못해본 게임을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고른 게임이 <제3차 슈퍼로봇대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미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들에 싫증이 나 있던 터라 별로 기대를 안 하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한판 한판 깨면서도 시큰둥했는데, 콤바트라V가 합체하는 장면에서 놀라자빠지고 말았다. 합체장면이 만화영화 같은 풀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었던 것이다. 지금 보면 참 유치한 그래픽이지만, 당시 슈패 게임에선 꽤 신선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제3차 슈퍼로봇대전>은 전투장면이 애니메이션과 원작의 주제곡, 열혈대사들로 구성된 점이 좋았고, 무엇보다 원작의 스토리가 절묘하게 녹아들어 향수를 자극했다. 그래서 당시 밤새도록 그 많은 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엔딩을 보았다.
3차의 인기에 힘입어 게임보이용으로 <제2차 슈퍼로봇대전>이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 패미콤판보다 향상된 시스템과 추가된 스토리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나는 GB에뮬로 끝을 봤는데, 만일 지금 다시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플스판을 권장한다.
몇 달 뒤, DUO를 다시 슈퍼패미콤+UFO와 교환한 다음, 내 손에 들어왔던 게임은 바로 <제4차 슈퍼로봇대전>이었다. 전편이 인기를 많이 끌어서 게이머들한테도 주목의 대상이었는데, 전편보다 향상된 시스템과 새로운 로보트들을 보여주지만, 세간의 평가는 난이도나 밸런스면에서 전편보다 못하다는 게 대세였다.
그 뒤로 한 것이 3차와 4차의 중간 이야기를 다룬 <슈퍼로봇대전EX>였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슈퍼로봇대전이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슈우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다는 점과 중간의 선택에 따라 다른 시나리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선택에 따라서는 이 게임 최강의 적 네오그랑존과 붙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악의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슈우의 네오그랑존를 직접 몰고 다니며 적들을 몰살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물론 네오그랑존을 몰려면 타이틀화면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슈퍼로봇대전EX>는 등장하는 캐릭터가 적긴 했지만, 시나리오가 무척 잘 짜여있어서 완성도는 높았던 게임이다. 나중에 플스판으로 다시 해보기도 했다.
<마장기신>은 훗날 에뮬로 해봤는데, <슈퍼로봇대전EX>의 뒷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뒤로 나온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들은 1~4차, EX, 마장기신 스토리를 완전히 리셋해버리고, 새 게임이 되고 말아서 아쉬움을 준다. 물론 원작의 명장면 시나리오를 이미 다 써버렸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나 같이 처음부터 즐겼던 사람한테는 '왜 5차는 없는 걸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있는 것은 <제3차 슈퍼로봇대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007-10-06
헤라클레스의 영광3 신들의 침묵
슈퍼패미콤의 RPG게임 하면 <파이날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 <헤라클레스의 영광>은 숨어있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패미콤으로 1, 2편, 슈퍼패미콤으로 3, 4편, 게임보이로 외전이 나와있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로 평가받는 것이 1992년도에 DATA EAST에서 나온 3편이다.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파이날 판타지7>의 각본가 노지마 씨가 담당했는데, 자신을 찾는 여행이란 점에서 FF7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실려 있는, 매우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헤라클레스의 영광> 시리즈에는 그 제목대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헤라클레스가 마왕을 무찌르러 간다!'는 흔한 영웅담은 아니다. 헤라클레스가 주인공이었던 것은 1편과 게임보이판뿐이고 후속편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는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3편의 주인공은 기억을 잃어버린 불사신이다. 불사신이기에 아무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
신이 불사신 인간을 세상에 딱 3명 만들었는데, 모험 중에 알게 된 불사신 인간은 4명이다. 도대체 왜? 그리고 주인공의 꿈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장소는 어디인가? 잃어버린 기억은 대체 무엇인가?
이 게임에는 이러한 미스터리가 몇 가지 존재하고, 갈수록 추리소설 같은 전개를 보여준다.
전반부는 여타 일본RPG처럼 평범하게 진행되지만, 막판에는 반전이 있어서 게임을 즐겼을 당시,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반전은 어떤 영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모든 미스터리가 밝혀진 후의 엔딩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이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는 국내에 슈퍼패미콤 유저도 많지 않았고, 공략도 없었기에 매장에서 롬팩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래서 더 안 알려지지 않았나 싶다.
국내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한 이 게임을 개인적으론 슈패 최고의 RPG라고 치켜세우고 싶다. 시스템은 <드래곤 퀘스트>를 모방했고, 그래픽은 당시 상황을 감안해도 좋다고만 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밝고 즐겁기만 한 당시 RPG에서 몇 안 되는 진지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4편은 그나마 게임잡지에서 공략을 했기에 그나마 좀 알려졌는데, 4편은 그 게임 하나만 놓고 보면 괜찮았지만, 3편의 시나리오와 견주면 힘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헤라클레스의 영광> 시리즈의 명맥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샤이닝포스 MD
더욱이 20명이 넘는 캐릭터마다 각각 애니메이션이 달랐고, 나중에 전직하면, 모습이 바뀌는 점도 좋았으며, 특정 무기를 장착했을 경우, 그래픽에도 반영이 되는 점도 흥미로웠다.
일본어는 거의 모르는 상태였지만, 잡지공략을 통해 엔딩을 보았고, 두 번째 할 때는 대화집을 근거로 숨어있던 캐릭터인 사무라이와 닌자까지 찾아서 다시 감동의 엔딩을 보았다.
또한, 주인공 맥스로 막판 왕의 숨통을 끊으면 멋진 포즈가 나오는 등 몇 가지 숨겨진 요소도 좋았다.
다만, 이동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은 레벨업 기회도 그만큼 떨어져서 거의 안 쓰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으며, 지금 생각하면 스토리면에서는 그리 높은 평점을 주긴 힘들 것 같다. 너무 진부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문제점은 후속작인 2편에서도 고쳐지지 않아서 아쉬움을 준다.
게임기어판으로 나온 것을 메가CD판으로 리메이크한 샤이닝포스CD를 나중에 해봤는데, 이것도 역시 스토리는 일직선이고, 샤이닝포스1~2와 달리 아예 마을 대화가 없어서 완전한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샤이닝포스CD는 본편보다 1과 2를 다 클리어했을 때 생기는 최종화 <새로운 시련>이 더 재미있었다. 최종화는 1편 주인공 왕자의 왕위즉위식에 벌어진 시련이 주된 이야기인데, 자신들과 레벨도 똑같은 분신들과 싸우기 때문에 이기려면 머리 꽤나 써야 한다.
황당한 건 이걸 깨면 박물관이란 게 또 나와서 역대 보스하고 또 싸워야 한다.
샤이닝포스 시리즈는 스토리나 밸런스보다는 화려한 전투 그래픽이 강점이었던 게임이란 느낌이다. 그래도 이 게임이 메가드라이브의 부족한 RPG라인에 꽤나 힘을 실어주었던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