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7

2007년 일본 출장기 첫째 날

2007년 4월 25일

회사에서 집으로 와서 2시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4시 넘어서 김포공항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어머니한테서 잘 갔다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 가는 도중에는 회사 여직원으로부터 문자도 받았다.

짐이 많아서 가방을 끌고 다니는 데 꽤 힘이 들었다. 합정 역까지 끌고 가서 김포공항에 다다른 다음, 선물용 김과 한과를 샀다. 일본말로 말을 걸길래, 내가 일본인 같이 생겼나 했는데, 알고보니 공항 가게는 주로 일본인들이 오기 때문에 일단 일본어로 말을 건다고 한다. 어쨌든 꽤 비싼 가격에 선물을 사고, 푸드코트에 가서 순대곱창을 먹었다. 맛은 있었는데, 아주 매워서 물을 다섯 컵은 들이켰다.

비행기를 탔는데, 제일 뒷자리의 복도 쪽 좌석을 배정받아서 천대받는 기분이었다. 스튜디어스도 안 예쁘고, 간식도 별로였다. ANA항공이었는데, 기내의 디스플레이에 오늘의 날씨 나오면서 한국 지도의 동해를 당당하게 '일본해'로 표기해놓아서 불쾌했다. ANA항공 따위 타지 말 걸.

이윽고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이케부쿠로까지 가면서 특별히 감흥은 없었다. 이미 경험했던 곳이라 그런지, 일본의 풍경이 그다지 새로울 건 없었다. 하지만, 거리는 선진국답게 역시 깔끔했다.

밤이라 한산한 지하철 역 안

이케부쿠로에 도착했는데, 호텔을 찾느라 동네를 한 바퀴 빙빙 돌았다. 지하철 역 계단에서 어떤 여자 둘이 엄청나게 말싸움하는 걸 봤다.
젊은 여자가 계단 내려가는 여자에게 손으로 막 질러대면서 큰 소리로 마구 소리질렀다. 무슨 말 하는 건지 알 수도 없었다. 목소리가 워낙 커서 멀리 떨어졌는 데도 계속 들려왔다. 지나가는 일본사람들은 웃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척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의 형편없는 방향감각 때문에 길을 해매면서 젊은 호객꾼들한테 캬바쿠라(일본 술집) 어떠냐는 얘기를 몇 차례나 들었다. 이케부쿠로는 튀는 젊은이도 많고, 유흥업도 번성하고 있었다. 질이 떨어지는 동네 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이라 그런가...


물어물어서 겨우 하야시 호텔을 찾았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건물도 작고, 방은 좁아터졌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재털이에는 아직 담배꽁초가 있고, 쓰레기도 덜 치웠다. 천정불은 비상용이라 켜지지 않는다. 이딴 호텔에 묵다니... 차라리 전에 묵었던 신주쿠 뉴시티 호텔이 훨씬 낫다. 이번 일본 방문은 첫인상이 영 아니었다. 이케부쿠로라는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07년 일본 출장기 둘째 날

2007년 4월 26일

7시도 안 되어서 눈이 떠져버렸다. 이상한 꿈들을 꿔서 그리 푹 잔 거 같진 않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식사인 빵과 달걀, 샐러드를 먹었다. 다시 방으로 올라와서 거래처에 줄 제품들과 선물용 한과를 비닐봉지에 넣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어제 호텔에 올 때 무척 해멨기 때문에 PDA에 약도를 그리면서 이케부쿠로 역으로 갔다.


메구로 역에서 내린 다음 한 바퀴 돌았다. 근데, 가지고 간 짐들이 너무나 무거워서 금방 지쳐버렸다. 무척 더워서 땀이 쏟아졌다.


메구로는 별로 볼 것도 없는 동네였지만, 시간 떼우려고 돌아다녔다. 출근시간이라 직장인들이 많았다. 비탈길을 내려가서 대충 구경한 다음, 다시 역 쪽으로 올라오는데 짐 때문에 팔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역 안에 짐을 내려놓고 역 주변을 돌다가 거래처에 전화했다. 3분 뒤에 메구로 역의 서쪽 출구로 거래처 사장님이 나타났다. 회사는 역에서 아주 가까웠는데, 아담한 회사였다. 직원은 사장과 아들, 또 한 여자분 빼곤 안 보였다. 사무실은 좀 누추해보이기도 했다.

사장도 이놈이 혹시 여길 작다고 우습게 보지 않을까 일단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나는 바로 우리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간간히 이 회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소개한 제품들은 별로 수입할 의사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그럴 여력이 없는 것 같았다.

얘기하면서 차를 엎지르고 말았다. 미안했지만 크게 이쪽을 부담스럽게 하진 않았다. 12시가 좀 못 되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사장 아들이 맛있다고 하는 돈까스점이 오늘 휴업이라 결국 메구로 역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난 돔부리(덮밥)를 택했다. 한국에 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사장은 이곳 레스토랑에 여자들은 많은데, 전부 못생긴 애들뿐이라고 얘기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 사장과 아들한테 인사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들고 갔던 짐들을 거래처에 모두 줘 버려서 앓던 이가 빠진 거 같았다.

호텔에서 좀 쉬니까 계속 침대에서 뒹굴고 싶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외출 준비를 했다. 거울로 내 얼굴과 몸을 보니 영 못생겼다. 나도 많이 망가졌군. 다소 침울한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하지만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방으로 돌아와 목욕을 했다. 목욕을 해도 갑자기 외모가 바뀌진 않지.

비가 그치자 역으로 다시 향했다. 가는 도중, 배가 고파서 일본라면&돔부리 세트를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서 다 먹긴 하지만 역시 느끼하다. 계속 먹으면 김치 생각이 간절할 것 같다. 전철을 타고 아키하바라로 갔다. 역 앞에서 메이드 복장을 한 여자애들이 광고지를 돌리고 있었다. 저게 그 소문난 메이드 (변태) 카페 애들이구나! 걷다가 어떤 여자가 미술품 전시 광고지를 주면서 저쪽으로 가보라고 했다. 난 재빨리 광고지를 돌려주고 도망갔다.
"에에?~ 왜~ 도망가요?"

소프트웨어 가게에서 일본영화 DVD들을 살펴봤는데, 살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재미없어서 우에노로 갔다. 우에노에서 아메요코 시장으로 갔다. 중간에 발이 아파서 신발을 살까 망설였는데, 사지 않았다. 지나고 생각하니 그냥 사버릴 거 그랬다. 구두로는 걷기가 불편하다. 아메요코 시장에서 다코야키 4개 먹어치우고, 오카치마치역에서 다시 이케부쿠로로 돌아왔다. 밤에 배고플 거 같아서 도시락과 차, 맥주를 사 들고 왔는데, 좀 먹다가 배불러서 남겼다. 그냥 간단한 거 살 걸 그랬다. 라면 먹은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배가 덜 꺼졌다.

2007년 일본 출장기 셋째 날

2007년 4월 27일

아침을 먹고, K 선생님과 만나기로 한 메트로폴리스탄 호텔 쪽으로 갔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케부쿠로 서쪽출구 공원에서 노인들이 헌책들을 팔고 있길래 좀 구경한 뒤, 또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이 이케부쿠로 주변은 별로 볼 게 없는 것 같다. 메트로폴리스탄 플라자 안에서 앉아있다가 11시 10분쯤 호텔로 갔다. 몇 분 기다리니 K 선생님이 나타나서 내가 말을 걸었다. 25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줄을 섰다. 줄을 서는 도중에 K 선생님에게 김을 선물하면서 회사 얘기를 나누었다.

레스토랑은 전망이 매우 좋은 고급 뷔페 식당이었다. 화려하긴 했는데, 음식이 아주 맛있진 않았다. K 선생님은 고기를 한 입 베어물었다 찡그린 표정으로 접시에 내려놓았다. 주위에는 장애인 단체에서 왔는지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었다. K 선생님과 한국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 일본어는 실수가 많았지만,선생님이 잘 이해해주셔서 대화를 진행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중간에 약간 예쁜 여종업원이 그릇을 치우는 데 좀 힘들어하길래 "내가 무거워요?" 라며 들어주었다. 여자는 아니라며 웃어주었다.

2시간이 넘게 선생님과 이야기한 뒤, 이케부쿠로 역에서 헤어졌다. 발이 아파서 신발을 사려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신발은 8만원이 넘어서 너무 비쌌다.결국 2만5천원 정도 하는 신발을 찾아서 샀다. 이 신발은 지퍼로 되어 있어 신기가 편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다녀본 결과, 발이 아픈 건 똑같았다.

금방 피곤해져서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를 보니 한국 여자애 둘이서 호텔직원의 일본어를 못 알아듣길래, 뭐라고 했는지 내가 통역해주었다. 갑자기 한국말이 나오니까 여자애가 "깜짝이야" 했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가 이곳 방이 좁고, 아침에 일식 먹으려면 200엔 더 줘야 한다는 얘길 해줬다. 8층에서 내렸더니 그 두 여자애들이 감사하다는 얘길 했다.

방에서 좀 쉬다가 옷을 갈아입고, 스가모로 갔다.


스가모에는 잘 정돈된 시장이 있었는데, 일본스러운 정취를 볼 수 있었다. 주로 노인들이 많았다. 절도 있어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직원들 선물도 사야 하는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 고르고 찾는 것도 귀찮다. 그냥 구경만 한 뒤에 스가모 역 주변에 있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 뒤, 신주쿠로 갔다. 신주쿠는 전에도 갔었기 때문에 별로 가고 싶진 않았는데, 기노쿠니야 서점을 가기 위해 갔다.

신주쿠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타임스퀘어 빌딩 주변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저녁을 소바와 텐돈돔부리로 때운 뒤, 여기저기 빙빙 돌다가 기노쿠니야 서점을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갔다. 어학책이 있는 7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꽤 힘들었다.

교보문고보다 책을 보는 데 별로 좋다는 느낌은 없다. 한 층이 너무 좁다. 영어책을 주로 봤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없었다. 책 몇 권을 사면서 도쿄의 여행정보를 담은 작은 책도 샀다. 내일은 이걸 보면서 갈 곳을 정하려 한다.

금방 지쳐서 호텔로 다시 향했다. 가는 도중 포장마차에서 다코야키 8개, 편의점에서 포테이토와 마실것 좀 샀다. 호텔 방에서 먹어치운 다음, 누워서 쉬었다. 잠도 이상하게 잘 안 오고, 텔레비전은 재미없었다. 몸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다.

2007년 일본 출장기 넷째 날

2007년 4월 28일

아침도 거르고 침대위에서 늦장을 부렸다. 11시나 되어서 밖으로 갔다. 일단 신주쿠로 가서 돌아다니다가 역 안의 카레 가게 C&C에서 카레라이스 식권을 샀다. 종업원에게 주면 주문 끝인 줄 알았는데,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를 말했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몰라 "하이"만 했는데, 알고 보니 안 매운 거, 좀 매운 거, 되게 매운 거를 고르는 거였다. 젤 매운 거로 골라 먹었는데, 하나도 맵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매운맛이란 한국인들한테 전혀 매운 게 아니다. 카레는 굉장히 맛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파는 카레 소스를 나중에 사버렸다.


지하철역에서 해메다가 약속장소 근처인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갔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편의점에서 미리 우산을 사서, 주택 쪽을 산책했다. 이곳의 정원과 나무들이 집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일본 특유의 주택이란 느낌을 받았다.


돌아다니다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갔다. 대부분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끼리 온 경우가 많았다. 좀 외로워졌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경치도 좋고, 강에선 큰 잉어와 오리가 돌아다녔으며, 보트와 배들도 탈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엄청 오기 시작했다. 어두워지고, 최악의 날씨였다. 발도 아파 오는데, 날씨도 이러니 여기 온 걸 후회했다.


그래도 절 등을 구경하다가 기치죠지 역으로 걸어갔다. 일본 사람과 기치죠지 역의 이노카시라 공원 쪽 출구에서 보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인 7시까진 아직도 4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다. 구두를 신고 있어서 발이 무척 아프고 피곤했다. 북오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 뒤 역 주변을 서너번 돌았다. 그러다 쉬려고 앉을 곳을 찾던 중, 역 안의 백화점 지하출구 쪽에서 피아노 미니 콘서트를 하길래 30분 동안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피아노 곡은 많이 들어봤던 클래식곡들이었는데, 피곤함을 잠시 잊게해주었다. 앉아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피아노 연주자는 주변 피아노 학원의 여선생이었는데, 연주가 끝나자 자기 학원 광고를 했다.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서 서점과 백화점 구경, 앉아있기를 반복했다. 이게 너무 힘들어서 호텔 생각이 간절했고, 너무 빨리 나온 걸 후회했다. 앉아서 좀 존 뒤에 약속시간 10분전에 M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M 선생님은 내가 만든 책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근데, 첫인상은 생각과 달랐다. 복장이 캐주얼하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메일의 문체로 봐서는 좀 인텔리하면서도 차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얼굴은 개그맨 같았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내가 아는 척하자 굉장히 반가운 표정을 지어주셨다.

M 선생님은 나를 구석진 술집으로 데려갔다. 엄청 좁고 너저분해 보이는 곳이었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곳이었다. M 선생님과 이 술집은 분위기가 맞아 보였다. 처음엔 윽... 했지만 이런 것도 나름대로 경험이라 생각하니 재미도 있었다.


선생님은 말이 많아서 도중에 침묵이 흐를 걱정은 없었다. 난 그저 선생님 말을 반복하거나 수긍하면 되니 대화하는 게 아주 쉬웠다. 이 술집은 모든 손님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단골이었고, 주인과도 친했다. 우리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 손님은 우리가 주문한 걸, 손님인데도 가져다 주었다.


선생님은 이곳이 일본의 옛날 따뜻한 정서가 남아있는 곳이라 했다. 하루종일 혼자 돌아다니느라 마음이 괴로웠는데, 이 술집의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실수를 해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선생님은 고코로노 유토리(마음의 여유)라는 표현을 썼다.


마음이 편안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는 술집 사람들과 원래 알고 있었는지 인사하고 돌아갔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서글서글하니 웃음이 마음에 드는 여자였다. 선생님과는 일본 출판사의 분위기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돈 같은 건 별로 중요치 않다며 자신은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꿈이라고 했다. 돈에서 벗어나 저런 신념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좀 지저분했다. 반찬도 손으로 먹고, 손도 그리 깨끗해보이진 않았다. 음식은 참치, 생선회, 두부, 통째로 익힌 생선, 계란말이 등이었다. 맛은 그냥 그랬지만 양은 많았다. 선생님은 술을 무척 잘 마셨다.

10시가 넘어서야 술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술값은 내가 내기로 했다. 근데 내가 7000엔을 700엔으로 잘못 듣고 1000엔 짜리를 꺼냈더니 주인은 어리둥절해하고, 앞에 있던 여자와 할머니 손님이 웃었다. 어쩐지 너무 싸더라... 난 일본 돈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변명하고 인사하고 나왔다. M 선생님과 역에서 해어지고 바로 이케부쿠로 호텔로 돌아왔다. 자판기에서 야채주스 꺼내서 먹고 잠을 청했다.

2007년 일본 출장기 다섯 여섯째 날

2007년 4월 29일

특별한 예정이 없는 날이다. 아침식사는 카레라이스였는데, 맛있었다. 그리곤 이케부쿠로 역 동쪽에 있는 선샤인 시티로 가서 아이쇼핑을 했다.


영화를 볼까 생각도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고 줄 선 사람도 많아서 패스했다. 돌아다니다가 라면집에 가서 파 라면 곱배기를 주문했다. 주문받는 여자는 발음이나 외모로 봐선 동남아쪽 사람 같았다. 생각보다 무척 라면의 양이 많았다. 국물맛이 무척 느끼했는데, 단무지나 김치도 없으니 더 느끼했다. 한 80% 먹고 남겼다.


지하쇼핑몰에 지브리 인형 파는 곳이 있었는데, <마녀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 인형 지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비싸서 사진 않았다. 주변을 보니 헌책과 옛날 게임들을 파는 곳이 있어서 한참 구경했다. 옛날 게임기 팩도 있었고, 플스게임CD도 있었다. 인터넷으로 ROM파일을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사진 않았다. 만화책들은 볼만한 것들이 있었지만, 부피가 꽤 되어서 사진 않았다. 집이 가까웠다면 바로 샀을런지도 모르겠다.

밖으로 나와 마트로 가서 딸기, 카레, 선물용 센베와 사탕, 음료수 등을 샀다. 좀 헤매다가 호텔로 돌아와서 2시간 정도 쉬었다. 그러다 그 고양이 인형이 자꾸 생각이 나서 다시 인형 파는 곳으로 가서 고양이 인형을 사고 말았다. 2만4천원 정도 하는 비싼 가격이었다. 욕심 같아선 제일 큰 녀석을 사고 싶었는데, 가지고 갈 짐들이 걱정되어서 중간 크기로 만족했다.

이 인형은 결국 회사 여직원에게 빼앗기고 만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으로 가서 꼬치 4개 사고, 호텔 근처의 돈까스 가게에서 햄버거스테이크와 밥, 된장을 먹고, 편의점에서 포테이토와 음료수, 빵을 샀다. 이제 나가지 말고 쉬어야지. 짐을 다 챙기고, 저녁부터 잘 때까지 텔레비전을 봤다. 밤에는 최홍만이 나오는 K1 경기를 틀어줘서 아주 재밌게 보고 새벽 1시가 되어서 잠이 들었다.


2007년 4월 30일

5시 알람을 듣고 깼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침 8시 20분이니까 6시에는 나가야 한다. 6시까지 목욕을 한 뒤, 짐을 들고 호텔을 나섰다. 하게마츠쵸 역으로 간 다음,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에서 내렸다. 공항에서 버스 타는 곳 때문에 좀 헤맨 다음, 탑승권 받는 곳으로 갔다. 벌써 7시 50분이 다 되었다. 줄을 잘못 서서 JAL 쪽에 있는 바람에 시간을 더 허비했다. ANA항공 직원이 급히 내 짐을 비행기로 실어주고, 수속을 마쳐주었다. 서두르라고 해서 난 조급하게 탑승홀로 갔다.

비행기를 탔는데, 이번엔 큰 짐을 기내로 들고 오지 않아서 오히려 더 편했다. 끝 쪽 통로에 앉았는데, 내 옆자리에는 일본인 젊은 커플이 타고 있었다. 기내식을 먹고, 스포츠신문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2시간 쯤 걸려서 10시 45분 정도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고 합정 역에서 내려서 마포만두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사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집에 도착하니 일본에 있었던 지난 며칠이 꿈과 같았다.

2007년 4월에 일본 가서 느낀 점~

일본은 94년도에 처음 가보고 몇 달 살아본 뒤, 그 뒤로 2~3년 주기로 갔는데요.
94년도에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고, 한국이 언제 따라잡나... 하고 한탄도 했습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10여년 전에는 한국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는 일본인도 꽤 많았는데, 지금은 한류 덕택에 한국을 모르는 일본인은 거의 없더군요.

이번에 도쿄에서 일주일 있어 보고 느낀 점입니다.
* 일본은 물가 상승이 거의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좀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일본라면 값은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자장면은 내가 초등학교 때 500원이었는데, 지금은 3500원씩이나 한다. 일본은 몇 년이 지나더라도 2배 이상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일본 가서 본 첫 뉴스가 오렌지주스 값이 오른다는 거였다. 왜 오르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뤘다. 우리나라는 오르는 게 하도 많아서 저런 건 뉴스 거리도 안 되는데, 고작 한 품목의 인상 가지고 크게 보도하는 게 상당히 이채로웠다.

* 일본도 애 키우는 문제로 고생하는 거 같다.
소프트뱅크사에서 아이 3명째에 300만엔, 4명째에 400만엔, 5명째에 500만엔을 여사원에게 주는 출산장려제도가 일본에서 화제였음. (현재 일본은 출산하면 나라에서 35만엔을 줌)

*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외형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
10여년전엔 확실히 일본이 모든 면에서 나아보였는데, 지금의 서울과 도쿄는 그렇게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일본이 아직 좀 낫긴 하다. 지역 전체가 고루 발전되어 있고, 깔끔한 거리... 하지만, 갈 때마다 변화와 발전의 폭이 크지 않다. 반면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발전속도가 무척 빠르다. 일부분에선 이미 대등하거나 앞선 면도 있는 것 같다.

* 일본 물가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물가가 올라가 버렸다.
원화 가치도 올라가고 일본물가는 옛날과 별 차이가 없어서 한국보다 약간 부담되는 정도이다.

* 거리에 의외로 담배꽁초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선진국이니까 무조건 깨끗하겠지 하는 것도 이젠 아닌 거 같다.

* 역 앞에서 담배 피는 여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여자들은 대개 화장실이나 개인적인 장소에서 피는데, 여긴 스스럼이 없다.

* 한국과 다른 일본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자들의 스타일
화장하는 스타일이 우리나라 여자들하고 다르다는 점 이외에 뭔가 또 달라 보이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 가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걸음걸이가 다르다. 일본 젊은 여자애들 걸음걸이는 어째 좀 불안정하다. 약간 자포자기 걸음걸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지만, 어색해보이는 걸음걸이...
어떤 여자애는 얼굴을 흑인처럼 완전히 새까맣게 화장하고, 눈에는 별무늬.... 머리는 샛노랗게...
한국에선 아무리 튀는 애라도 저렇게 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텐데, 이 일본에선 가끔 볼 수 있었다.

* 거지나 집없는 사람이 역 주변에 눈에 띈다. 하지만, 전철 안이나 역 주변에서 물건을 팔거나 동냥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다.

* 한국 방송국들이 일본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것이 많다.
방송내용이 분위기나 포맷이 너무나 흡사하다. 솔로몬의 선택이나 두뇌의 벽도 똑같구... 
자막으로 연애인의 말을 강조하는 거... 어떤 장면을 보여줄 때 연애인 얼굴을 작은 화면에 따로 보여주는 것도 똑같다. 말만 다를 뿐, 방송내용이나 분위기가 흡사해서,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몇몇 스타 MC가 이 프로 저 프로 나오는 것도 비슷.

*영화개봉전에 토크 프로그램 등에 출연진이 나와서 영화 홍보이런 건 일본도 똑같았다. <게게게의 귀태랑>의 영화 홍보을 주연남여배우가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겹치기 출연하면서 영화홍보에 열을 올렸다.

* 일본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야한 것이 많았다. 변태적인 것도 많아서 저런 건 굳이 우리나라 공중파에서 따라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야하고 자극적인 것은 한국영화에서도 충분히 시도하고 있으니 공중파에선 굳이 보여줄 필요 없다고 본다.

*TV의 일본CF와 우리나라CF 수준이 거의 대등해진 거 같다.
옛날에 한국 것은 촌스럽고, 일본 것은 많이 세련되어 보였는데, 지금 보니 외형상으론 우리나라CF가 뒤질 게 별로 없는 거 같다. 예쁜 사람도 더 많이 나오고 더 화려하고... 취향의 차이겠지만, 보기에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가수들의 댄스는 난이도가 낮은 것이 많다.
우리나라 댄스가수들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비교적 높은 난이도의 춤을 구사하는데,
여기 가수들은 파워풀하거나 섹시한 춤보다는 귀엽고 쉬운 춤을 추구하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하기도.... 
춤 실력이나 가창력이 한국 가수들보다 특별히 나아보이진 않았다.

* 연휴 때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서울'이었다. 아무래도 가깝고, 비용도 일본의 다른 지방 가는 것보다 오히려 싸서 그런 거 같다.

* 한류는 이미 일본에서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겨울연가를 능가하는 컨텐츠가 나오지 않는 한, 한류는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사그러질 것 같다.

* 일본라면은 전반적으로 느끼의 극치였다. 취향 차이겠지만, 한국사람이라면 김치 생각이 간절하게 만든다.  반면 카레라이스는 우리나라보다 맛있는 곳이 많았다.

* 도쿄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 만한 도시 같다. 쇼핑할 곳도 많고, 음식 파는 곳도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 살 게 적어졌다.
13년전에 일본에 갔을 땐 살 게 많았다. 전자제품이 특히 그랬다. 그땐 용산이나 세운상가보다 많이 쌌고, 일본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제품도 있었기 때문에 일본 가면 꼭 전자제품 하나씩 들고 왔다. 근데, 지금은 일본회사들이 한국에 지사를 내고 직접 팔고 있기 때문에, 약간 싸다는 이유만으로 AS도 안 되는 일본내수제품을 살 이유가 없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DVD 등도 한국 인터넷에 너무 널려있어서 굳이 일본에서 돈 주고 살 필요성을 못 느낀다. -_-

2007-09-26

괴기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어린 시절에 어린이용 SF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봤던 책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E-Book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무명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1951년도 영국 SF작가 존 윈담의 소설로, 발표와 동시에 히트를 쳐서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느날 지구의 밤하늘에 녹색 혜성들이 나타난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일생일대의 우주쇼라며 혜성들을 보게 되는데, 그 혜성의 광선이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런던은 순식간에 장님들의 아수라장이 되고, 이미 지구상에 번식하고 있던 걷는 식물 '트리피드'들은 머리 꼭대기에 달린 독채찍으로 무력해진 사람들을 공격한다.

주인공 빌 메이슨은 눈을 치료하고 있던 차라 장님이 되는 화를 면해, 살아남기 위한 모험을 하게 되는데...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장님이 되어 버려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고, 그 틈을 노린 트리피드들이 인간들을 공격한다는 재난SF소설이다.

"장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임금님이라는 속담이 있어요. 분명히 우린 임금님이오.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지고 제멋대로 살 수가 있소."

소설에 나오는 위의 대사처럼,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질 수 있었다는 상황 때문에 어린 시절 끌렸던 것 같다. 그 시절엔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들이 무척 많았으니까. ^^;

사회규범이 무너지고, 통제가 풀린 세상... 한 번쯤 일탈을 꿈꾸는 사람에겐 매력적이기도 한 아수라장이다.

이 소설은 80년대 계림문고에서 발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도 어린이용이었고, 옹기장이 출판사에서 나온 것도 어린이 명작소설 쪽으로 나와 있다. 특별히 아이들한테 해가 되는 장면은 없지만, 내용이나 소재의 깊이로 봤을 때는 성인용 소설이라고 본다.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괴기식물 트리피드의 등장에만 관심이 쏠려서, 이 소설의 메세지나 여운을 남기는 끝맺음 방식은 거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좋은 소설인데, 애들만 대상으로 한 오른쪽의 저 유치한 표지는 소설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아쉽다.

2007-09-25

환상의 여인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유일하게 읽지 못한 소설이라 읽게 되었다. 주인공의 누명을 벗기려고 친구와 애인이 자기 일도 포기하고 수사에 매달린다. 먹고는 살아야 할 텐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하나~ 했다.

범인이 확실히 의외이긴 한데, 소설이 나왔을 당시는 몰라도 반전영화가 판을 치는 지금으로선 좀 진부한 느낌이다.

주인공의 애인 캐롤이 주인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있었다면 왜 그렇게 헌신적인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3대 추리소설인 'Y의 비극'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보다는 별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추리물이다.

다른 두 소설보다 유명하지 않은 까닭도 그 재미의 농도에 있는 것 같다.
<읽은 날 : 2004/09/05>

Y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에 속하는 작품.

뉴욕 앞바다에서 어선에 의해 시체 하나가 걸려 나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시체는 미국의 미치광이 백만장자 집안의 주인 요크 해터로서, 그의 주머니에는 '나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자살한다'라는 유서가 들어 있는데...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유명한 작품.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추천하는 버전이 해문출판사판이길래 구입했는데 읽어 보니, 원서가 아닌 일본어 번역판을 중역한 냄새가 나는 데다가, 맞춤법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서 결국 참으면서 끝까지 읽었다. (해문출판사판은 피해주길 바란다)

예전에 SBS에서 드라마로 방영했을 때, 결말 부분을 본 적이 있어서 범인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었다.(모르고 읽었으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범인을 알고 보는 추리소설은 맥이 빠지지만 이 소설은 정말 잘 된 이야기라 주인공 드루리 레인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무언가 비정상적인 가족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70여 년 전의 소설인데 범인의 정체가 그 당시로서는 아주 충격이 아닐까 싶다. 범인을 맞춘 사람이 있을까?

스노우캣(snowcat.co.kr)이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에는 한국실정에 맞추느라 구렁이 담 넘어가 듯 지나간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게 뭘까 궁금했다.
그것은 blunt instrument(둔기)를 해석하는 방법이었는데, 드라마 제작진이 꽤나 고심했을 것 같다.

끝장면도 강한 여운이 남는다.
과연 3대 추리소설에 들어갈 만한 소설이다. 아직 안 읽은 사람은 어서~

부끄러움의 심리

원제: はずかしさの心理
저자: 가토 다이조
출판사: 미카사 쇼보
분량: 246 페이지
출간: 1990년 7월
분류: 실용서/처세술



1. 작가 프로필
가토 다이조 (加藤諦三)
사회 심리학자. 1938년 도쿄 출생. 도쿄 대학 교양학부 졸업, 도쿄 대학원 수료.
하버드 대학 연구원을 거쳐 데라사르 대학 교환교수를 지냄. 현재 와세다 대학 교수. 심리적 측면에서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일러주는 그의 저술서들은 많은 독자에게 살아갈 용기와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 차례
1장 마음이 더욱 넓어지는 삶의 방식
2장「자기가 있는」사람 「자기가 없는」사람
3장 본인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을 알고 있는가
4장「좋은 사람」컴플렉스
5장 자신과 잘 지내는 법
6장 자신감이야말로 최강의「인생 파트너」

3. 내용 요약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은 크게 4가지를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박적으로 명예를 얻으려 하는 사람이다. 보통 이상으로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은 심리적 건강의 조건인「자기존중」이 부족한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서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심리학자 Zimbardo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거절을 두려워하느냐 하면 한 없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사람이 그렇다. 이런 사람은 우울병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허영심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신경증적 자존심」이다. 거절당해서 상처받는 것은 그 사람의 허영심이다. 자신의 허영심이 상처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남한테 부탁을 하거나 설득을 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생각만해도 울적해지고 마음에 걸리는 약점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거의 문제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저걸 못하니까 저 사람이 나를 가벼이 여긴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거의 잊고 있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은 쉽게 상처받는다. 보통 사람은 체험에서 상처를 받지만, 이러한 사람은 잘못된 생각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4. 내용 일부 번역
<남과 같이 있으면 불안한 까닭은.... 중에서>
사람이 무섭다는 사람은 자신의 현실도 상대방의 현실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이 무섭다는 사람은 상대방한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 앞에서 어색해한다. 어색해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낀다는 증거이다.
 다시말해, 남이 무섭다는 사람은 상대방 앞에서 자신을 억누른다. 상대방은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마음을 억누른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미워한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거절해서 미워하는 게 아니라, 자기 혼자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워한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더라도 본인은 거절당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상대를 존경해야 비로소 그 사람과 같이 있더라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면 그 사람 앞에서 자신을 확실한 존재로 느낀다.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과 상대방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닐까.

5. 읽고 나서
이 책은 남들과 살아가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이다.
다소 생소한 심리학 용어가 간혹 나오지만 보통 사람이 보더라도 어렵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생각을 너무 깊게 하거나, 남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만연된 강박관념의 원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누구든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패나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며 남들이 어떻게 보든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마음편히 살아가라는 것이다.

2007-09-23

MD판 록맨1 클리어


패미콤 시절에 롬팩으로 해봤는데, 너무 어려운 난이도에 좌절해서 포기했던 게임이다. 뒤이어 나온 속편들의 난이도가 더 쉬울 정도. 마지막판 연이은 보스전은 너무 어려워서 강제세이브를 쓰고 말았다. 게임의 길이는 1편이라 그런지 길진 않지만, 마지막판의 어려운 난이도는 사람을 진빠지게 한다.


다시 해본 MD판 록맨메가월드의 록맨1은 패미콤보다 훨씬 깔끔해진 그래픽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에뮬 롬파일의 문제인지 강제세이브가 아닌 정상세이브를 인식 못하는 것 같다. 록맨1, 2, 3를 모두 깬 클리어 세이브 데이터가 있어야 오리지널 스테이지가 등장한다고 하는데, 나중에 세이브 데이터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