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최고의 인기 만화는 드래곤볼이었는데, 드래곤볼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기를 얻던 일본 만화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북두의 권'이다. 내가 처음 본 것은 해적판 '북두신권'이었는데. 적을 어렵게 어렵게 이기는 다른 만화들과 달리 압도적인 강함으로 손쉽게 적을 처리하는 켄시로에 매료되어 빠져들게 되었다.
표지에 동경대학 선정 올해의 우수도서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렇게 잔인한 만화가 대학교 우수도서라니 일본은 참 희한한 나라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만화를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게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일 처음 해본 것이 패미콤판 북두의 권2였다. 쉽게 구하기는 힘든 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입수했다.
사실 그래픽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꽤 어려웠지만, 원작의 적들이 터지는 연출은 있어서 나름대로 흥미를 갖고 했다.
그 뒤에 메가드라이브판 북두의 권이 나와서 나를 흥분시켰다. 이 게임은 그때까지 해본 게임 중에 가장 잔인한 연출을 보여주는데, 켄시로가 한 대 치면 적의 머리가 터지고 피가 튀었다. 아들을 둔 아버지가 용산 게임점에 가서 '이렇게 잔인한 게임을 애들한테 팔아도 되는 겁니까!' 하고 항의했다는 게임월드의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나마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게임, 너무 단순하고, 지겨운 게임이다. 비슷한 적들이 계속 나오고, 미궁은 패턴플레이다
그래도 그래픽과 분위기가 원작과 흡사했고, 보스전이 정말 멋졌다. 하지만 그 보스전에서 지면 한참 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다. 보스전에서는 마지막 일격을 반드시 서서 머리를 때려야 숨통을 끊을 수 있는데, 성공하면 원작처럼 켄시로가 엄청난 속도로 적을 마구 가격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쓰던 조이스틱에는 슬로우 기능이 있어서 슬로우모션으로 몇 대를 치는지 확인하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끝에서 두 번째 보스를 내가 처음 만나서 이겨버렸는데, 옆에서 같이 하던 친구가 그것을 보고 대단하다며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열심히 연습해서 엔딩까지 본 뒤, 어느날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다시 해봤다. 옆에서는 초등학교 꼬마가 자기가 오래 하는 방법을 안다며, '그쪽으로 가지 마세요, 왕한테 죽어요' 하고 이래저래 코치했다. 하지만 난 피식 웃으며, 첫번째 보스를 가볍게 눌렀다. 꼬마는 눈의 휘둥그래지며 옆에서 붙어서 내 플레이를 지켜 보았다.
30분 이상 걸려서 마지막 보스 카이오를 물리치고 대망의 엔딩이 흐를 때는 옆에서 오락하던 사람들이 '저게 뭐야?' 하면서 몰려들었다. 그때 참 뿌듯하기도 했고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 인생 최초로 오락실에서 엔딩을 본 게임이었다.
그 뒤, 슈퍼패미콤판으로 북두의 권6을 해봤는데, 당시 스트리트파이터2의 열풍 탓인지 대전격투로 변모해있었다. 나름대로 원작의 맛이 있던 게임이지만, 하루만에 다 깨버리고, 엔딩도 너무 성의가 없어서 별로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북두의 권은 지금까지 많은 게임이 나왔지만, 역시 기억에 남는 것은 메가드라이브판이다.
2007-01-13
대항해시대
1990년대 초 286, 386 IBM PC가 가정에 보급될 무렵이었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공부나 생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가장 관심있던 게임 분야도 예전 애플 게임들을 생각나게 하는 초라한 그래픽과 양키 센스의 게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패미콤이나 MSX의 일본 게임과 견주면 정말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PC에도 코에이사를 필두로 일본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 장만한 PC에 깔려 있던 게임이 바로 대항해시대1 영문판이었는데, 난 이 게임에 빠져서 밤을 샜다.
포르투갈인인 주인공이 배를 타고,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무역을 하는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은 지금 봐도 참신하고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다 한 가운데서 식량과 물이 떨어져서 죽을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어느 곳의 특산물이 무엇이고, 그 물건을 어디에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을지 필기까지 해가며 열심히 했다. 결국 사회과부도의 지도까지 동원해서 세계 곳곳의 지명을 외우기까지 했다. 그런 걸 보면 공부도 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늘 가까운 유럽에서 놀다가, 머나먼 아시아나 중동 쪽으로 떠날 때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돈과 식량을 가득 채우고, 폭풍우와 해적을 피해서 그 머나먼 미지의 땅에 도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도착해도 그곳에서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도 걱정되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 가보고 실망했던 것은 항구도 초라하고, 사람들 복장이나 건물도 조선시대와 거리가 먼, 무슨 일본의 속국처럼 묘사된 점이었다. 아무리 일본 게임이지만, 이웃나라를 이렇게 대충 만든 점 때문에 코에이가 얄밉기도 했다.
술집에서는 카드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이걸로 푼돈은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하다 보면 본업인 무역은 팽개치고, 한탕주의에 빠질 수도 있었다.
나중에 돈이 모이고, 좋은 배와 선원들이 많아지면, 해적질 또는 해적소탕일을 해서 큰돈을 벌어들였다. 이쯤 되면 더이상 무역일은 하지 않게 된다. 명성이 오르면 공주를 구하는 이벤트가 생기고, 그 이벤트를 끝내면 감동의 엔딩이 펼쳐진다.
이 게임의 매력은 역시 높은 자유도에 있다. 돈을 모으는 방법도 여러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래픽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볼품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요즘 게임들은 그래픽이 너무 세밀해져서 상상력의 여지를 모두 없애버린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2편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때는 영문판이 아닌 일본DOS 기반의 일본판만이 돌아다녔다. 떨어지는 PC 사양 때문에 당장은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슈퍼패미콤판으로 하게 되었는데, 전작보다 모든 편에서 파워업되었고, 주인공을 선택할 수도 있어 걸작으로 꼽히는 게임이다. 아마도 2편을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2편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작곡가 칸노요코의 음악이었다. 특히 오프닝 음악이 무척 좋다.
대항해시대는 이후 4편에, 온라인 게임까지 나왔지만, 1편과 2편의 감동은 많이 사그런 진 듯 하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옛날 대항해시대를 하면서 망망대해를 다시 누비고 싶다.
포르투갈인인 주인공이 배를 타고,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무역을 하는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은 지금 봐도 참신하고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다 한 가운데서 식량과 물이 떨어져서 죽을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어느 곳의 특산물이 무엇이고, 그 물건을 어디에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을지 필기까지 해가며 열심히 했다. 결국 사회과부도의 지도까지 동원해서 세계 곳곳의 지명을 외우기까지 했다. 그런 걸 보면 공부도 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늘 가까운 유럽에서 놀다가, 머나먼 아시아나 중동 쪽으로 떠날 때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돈과 식량을 가득 채우고, 폭풍우와 해적을 피해서 그 머나먼 미지의 땅에 도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도착해도 그곳에서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도 걱정되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 가보고 실망했던 것은 항구도 초라하고, 사람들 복장이나 건물도 조선시대와 거리가 먼, 무슨 일본의 속국처럼 묘사된 점이었다. 아무리 일본 게임이지만, 이웃나라를 이렇게 대충 만든 점 때문에 코에이가 얄밉기도 했다.
술집에서는 카드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이걸로 푼돈은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하다 보면 본업인 무역은 팽개치고, 한탕주의에 빠질 수도 있었다.
나중에 돈이 모이고, 좋은 배와 선원들이 많아지면, 해적질 또는 해적소탕일을 해서 큰돈을 벌어들였다. 이쯤 되면 더이상 무역일은 하지 않게 된다. 명성이 오르면 공주를 구하는 이벤트가 생기고, 그 이벤트를 끝내면 감동의 엔딩이 펼쳐진다.
이 게임의 매력은 역시 높은 자유도에 있다. 돈을 모으는 방법도 여러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래픽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볼품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요즘 게임들은 그래픽이 너무 세밀해져서 상상력의 여지를 모두 없애버린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2편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때는 영문판이 아닌 일본DOS 기반의 일본판만이 돌아다녔다. 떨어지는 PC 사양 때문에 당장은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슈퍼패미콤판으로 하게 되었는데, 전작보다 모든 편에서 파워업되었고, 주인공을 선택할 수도 있어 걸작으로 꼽히는 게임이다. 아마도 2편을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2편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작곡가 칸노요코의 음악이었다. 특히 오프닝 음악이 무척 좋다.
대항해시대는 이후 4편에, 온라인 게임까지 나왔지만, 1편과 2편의 감동은 많이 사그런 진 듯 하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옛날 대항해시대를 하면서 망망대해를 다시 누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