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3

에뮬용 게임패드들


에뮬게임을 위해선 게임패드가 필수다.
패드를 자주 쓰다 보니 어느새 여러 개를 보유하게 되었다.

① MS 사이드와인더
USB용이 아닌 옛날에 나왔던 게임포트용 사이드와인더다. 당시에는
쓸만한 조이패드가 없었는데, 그나마 이녀석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걸로 피파축구 프랑스월드컵편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 하다 보면 불편한 십자키 때문에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플스 패드들과 달리 L2 R2 버튼이 없다.
디자인은 요즘 제품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② 로지텍 USB 무선 럼블패드2
우리나라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해서 결국 미국에 구매대행으로 샀던 제품.
전에 나왔던 제품보다 훨씬 나은 조작감과 늘어난 무선 거리를 자랑한다.
키 배치도 플스 패드와 같아서 위닝이나 플스 게임을 하기에도 좋다.
다만 무선수신기의 선이 거추장스러웠고, 건전지가 들어가서 무겁다.
두 달 정도 쓰다가 갑자기 인식이 안 되더니 완전히 고장이 나 버렸다.
지금은 책상 서랍에 처박혀 있음.

③ 새턴패드 USB최고의 십자키를 가진 패드. 새턴패드가 조작감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
그게 USB용으로 나온 거다. 가볍고 특히 메가드라이브 게임과 궁합이 잘 맞는다.
플스 버전과 달리 셀렉트 버튼이 없는 게 아쉽다.

④ 호리 무선 패드 USB일본에서 온 제품. 플스 버전의 호리 패드를 그대로 USB 무선으로 옮겼다.
무선수신기가 로지텍 제품과 달리 작아서 좋았다. 현재까지 나온 PC용 무선 패드 중에선 최고.

⑤ X-BOX360 패드
원래 X-BOX360용이지만 USB를 쓰기 때문에 드라이버만 깔면 PC에서도 된다.
처음에는 L, R 버튼 때문에 적응기간이 필요했지만 상당히 쓸만한 패드이다.
하지만 십자키가 플스 패드들보다는 떨어지고, 흰색밖에 없는 게 아쉽다.

⑥ 사미 길티기어 전용 플스 패드플스용 패드라 컨버터를 사용해야 PC에서 쓸 수 있다.
격투게임 길티기어 전용으로 나온 패드인데, 몇 년 전에 쇼핑몰에서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길래 질렀다. 십자키가 부드럽고, 조작감도 좋은 편이다.
가격대 성능비로는 최고.

2006-11-24

한 손 패드


SANWA에서 나온 USB용 한 손 패드.
RPG나 시뮬레이션 게임을 주로 하는 나한테 딱 맞는 것 같아서 지르려고 했는데,
자세히 살펴 보니 버튼이 달랑 4개다.

슈퍼패미콤 게임을 돌려도 스타트, 셀렉트, L R 버튼까지 8개는 있어야 하는데,
4개는 너무했다.

차라리 옛날에 아스키에서 나왔던 슈퍼패미콤용 한 손 패드가 나아 보인다.


이 놈이 USB로 나왔어야 하는데...

2006-11-23

나이트건담 이야기3 전설의 기사단

1992년 10월 23일 반다이 발매
어렸을 때는 건담 프라모델(Plastic Model)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일반 건담을 기사나 사무라이 형태로 귀엽게 디자인한 SD건담을 아주 좋아했다.


당시 아카데미과학에서 나온 SD건담 프라모델의 한 종류가 500원 정도였는데, 일본 타미야에서 나온 정품은 종류도 엄청났고, 가격도 한 개에 4000원이나 했다. 그런 가격에도 결국 타미야 정품을 샀는데, 동네 형한테 비싼 거 샀다고 '너 같은 애 땜에 우리나라가 발전이 안돼'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_-;

어쨌든 그렇게 좋아했던 SD건담의 기사 건담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게임이 바로 반다이사의 나이트건담 시리즈였다.


당시 나는 등장인물도 많고, 스토리가 있는 RPG에 강하게 끌리고 있었지만, 일본어의 압박으로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게임잡지 '게임챔프'에서 별책부록으로 나이트건담이야기3 공략집을 내주었고, 나는 용산으로 가서 팩을 교환해왔다. (당시 용산의 게임전문점에서는 교환비4~5000원 + 팩의 시세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롬팩끼리 교환이 가능했다)


이 공략집은 비교적 자세해서 일본어를 몰라도 따라하기만 하면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 게임이 나왔던 시절에는 이미 슈퍼패미콤이 자리잡고 있었고, 나이트건담 시리즈 역시 슈퍼패미콤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3편까지 이어온 패미콤판 나이트건담 쪽이 완성도면에서 더 나은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게임 안에서 카드더스라는 카드를 모으면 컴퓨터와 카드게임을 할 수도 있었는데, 흥미로웠지만 막상 해보니 썰렁해서 싫증내던 기억이 난다.

게임 시스템은 드래곤퀘스트와 흡사했지만, 명성치나 필살기 같은 나름대로 신선한 요소를 가미했다. 명성치는 전투에서 지거나 도망가면 떨어지는데, 이것이 낮으면 새로운 캐릭터가 우리 편에 들어오려 하지도 않고, 숙박비 등도 비싸진다. 따라서 명성치를 떨어뜨리 않기 위한 보험도 존재하는 등, 새로운 요소도 있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이 있어서 낮과 밤의 몬스터가 각각 다르고, 마을사람들의 대사가 바뀌는 점도 게임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했다.


캐릭터는 마크2, F90, F91, 건탱크, 백식, 짐, 자크 등을 판타지 기사풍으로 디자인했는데, 백식 캐릭터 이름이 '백금(白金-프라치나)'이었던 것이 재미있었다.

중간에 FF6처럼 파티를 둘로 나눠서 스토리를 따로 진행했던 것도 좋았고, 전에 클리어했던 성에 다시 가보니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하는 등 쏠쏠한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 보스는 필살기를 잔뜩 먹여서 간신히 깼다. 그러나 엔딩은 기대했던 것만큼 길거나 멋진 화면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진부해서 걸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래픽이 패미콤 수준에서는 꽤 좋은 편이었고, 나로서는 난생 처음 엔딩을 본 RPG게임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나에게 일본식RPG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게 해주었고, 어렵게만 보였던 RPG에 자신감을 주었던 계기가 되었다.

2006-05-22

바이오 하자드2 XP버전


바이오 하자드2가 은근슬쩍 윈도우XP버전(DVD)으로 2006년 올해 나왔다.
그래픽이 좀더 깨끗해지고, 미국판 어레인지 버전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어레인지 버전에서 EASY모드를 선택하면 처음부터 좋은 총 가지고 시작하니 무적!

그런데!
창모드로밖에 실행이 안 된다!
아무리 찾아도 해상도 변경이나 풀화면 모드가 없다. -_-;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 거냐...
풀화면으로 하게 해줘~~


...아 F8 누르면 되네...

영웅전설4 초반부

영웅전설3가 나름대로 괜찮았기에 4편을 연이어 하기로 했다.
하지만 플스에뮬이 완벽하지 않아서 그래픽도 사운드도 모자른 감이 있다.
게다가 원래 TV로 해야 할 게임을 고해상도 LCD로 하니 화질이 그리 좋지 못하다.

플스판 영웅전설4는 캐릭터가 큼지막해서 시원스럽긴 했지만, 왠지 정이 안 가서
좀처럼 몰입을 할 수 없었다. 캐릭터도 지나치게 아이스럽고, 전투애니메이션도 유치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게 뭐야~ 차라리 9801판으로 하자 하고 돌려봤는데, 9801판은 움직임이 영 시원찮았다.

그래서 윈도우용으로 나온 신 영웅전설4를 부랴부랴 구해서 돌려봤는데,
앞선 두 영웅전설4와는 차원이 다른 고해상도 그래픽을 보여 주어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군데군데 내용이 좀더 보강이 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기종들 것은 초반부가 너무 빨리빨리 진행된 감이 있어서 주인공과 동생이
헤어지는 안타까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윈도우용으로 플레이하기로 결정~

2006-05-11

영웅전설3 하얀 마녀

가정용 게임기에 드퀘와 파판이 있다면 PC에는 영웅전설 시리즈가 있다!
영웅전설 1편은 게임월드에 MSX판 공략이 실렸는데, 엔딩화면이 아주 적나라하게 실려 있어, 김빠지게 만들었다.
나중에 슈퍼패미콤으로 1편을 했는데, 그때 게임월드를 보지 않았더라면 엔딩을 좀더 재미있게 감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슈퍼패미콤판은 상당히 조잡한 느낌이었는데, 이식했던 제작사의 역량 부족 같다. 반면, 허드슨이 만들었던 PC엔진 CD롬판 영웅전설1편은 엄청난 오프닝그래픽과 성우음성으로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1편은 나쁜 작품은 아니었지만, 스포일러성 게임분석과 슈퍼패미콤의 낮은 이식도 탓에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진 못했다.

2편은 메가드라이브판으로 했는데, 역시 세가의 이식답게 캐릭터가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라 좋았다. 다만 색감은 메가드라이브 특유의 어두운 색감이었다.
2편은 1편 주인공 아들이 주인공인데, 스토리가 별로 인상에 남질 않아서 스토리가 어쨌는지 기억도 안 난다.
3편부터는 가가브 3부작으로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품이다.
3편을 처음 해본 것은 PC9801판이었는데, 배 청소하는 부분에서 막혀서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해본 윈도우판 신영웅전설3 한글판은 그래픽과 사운드가 9801보다는 역시 많이 좋아졌는데, 흠을 잡자면 번역이 완전 날림이었다. 오빠를 형이라고 하거나, 존댓말과 반말이 통일되지 않고 섞여서 나온다든가, 기계번역을 한 것 같은, 투박한 문장이었다.

게임은 초반엔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성장드라마라고 해야 하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여행을 하는 느낌이 난다.

전투가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해놓으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다만, 걷는 속도가 느려서 전투 시간이 긴 점은 아쉬웠다. 레벨업을 위한 단순막노동식 전투도 적은 편이다.

다른 일본RPG와는 다르게 이벤트에서 보스전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고, 도보와 대화로 사건을 해결하는 식이 많았던 것이 참 독특했다.
일본게임이나 만화에선 막판에 지금까지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총출연하는 모습을 곧잘 보여주는데, 이 게임도 예외없이 주인공을 도와주겠다며 여기저기서 나와준다.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좀 오버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_-;

이 오버의 극치는 게임 속 어떤 마을에도 나오는데, 주인공이 단검을 잃어버리자 마을사람 모두가 찾아주겠다고 서로 나서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세상사람들이 다 이렇다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엔딩 보는 중에 파일 이상인지 튕겨져 나와서 유감~

2006-05-05

SD건담 디럭스 말판놀이

어렸을 때는 블루마블 같은 말판놀이(=보드게임)가 유행이었고, 문방구에서 쉽게 살 수 있었는데, 그 중 죨리게임이라는 시리즈 제품이 있었다. 일본제품을 대충 번역만 해다가 팔았던 해적판 보드게임이라 생각되는데, 그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것이 바로 SD건담 디럭스이다. 보통의 죨리게임은 1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놈은 박스도 크고 내용물도 많아서 조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 세네 명이서 모여 하면 정말 재미있었고, 승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말싸움까지 난 적도 있다.
패미콤판 SD건담 가챠폰전사 게임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게임이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SD건담 가챠퐁 전사 시리즈

SD건담 가챠퐁 전사2 캡슐 전기 (1989년 패미컴)

이 게임을 제일 처음 본 것은 마이컴 1990년 5월호의 MSX2용 게임소개란에서였다. 당시 프라모델로 건담에 익숙했고,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건담의 모빌슈츠들이 총출동하는 이 게임의 액션신은 날 흥분시켰고, SD(슈퍼데포르메 - 大변형) 형태로 짜리몽땅해진 건담캐릭터가 매우 귀여웠다. 하지만 MSX2가 없어서 그림의 떡.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패미컴에도 이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게임 가게에서 이 게임의 정품팩을 보게 되었는데, 다른 팩을 두 개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데다가 전략 게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지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전투가 액션이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었기 때문에 쏘고 때리고 부수는 게임만 하고 있었던 나한테는 어려워 보였던 것이다. 설정 화면부터 일본어도 보였으니 더. 어린 마음에 거의 1년치에 가까운 용돈으로 저 팩을 사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돈이 또 모일 때까지 몇 달 동안 다른 게임을 살 수 없다는 두려움에 무척 아쉬워하며 포기했다.

나중에 슈퍼대전략, 헤어초크 츠바이, 삼국지 등으로 전략 게임에 익숙해진 뒤에 뒤늦게 이 게임을 찾아나섰지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SD건담 가챠퐁 전사3 영웅전기 (1990년 패미컴)

용산에서 복제팩으로 샀던 가챠퐁 전사3는 SD건담 캐릭터에 열광했던 나의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주었다. 나이트 건담, 우주세기 건담, 무사 건담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었고, 슈퍼대전략과 거의 비슷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가 2편처럼 액션이 아니라 사실상 컴퓨터에게 맡기는 RPG식 턴제 전투라서 지루한 맛이 있었다. 또한 시나리오도 한판한판 깨나가는 캠페인 방식이 아니라 그냥 한판 깨고 끝나는 점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이렇다 할 엔딩 화면 같은 건 없었다.


이 게임은 후에 SD건담G제네레이션 시리즈의 기틀이 된다.


SD건담X 슈퍼 가챠퐁 전사 (1992년 슈퍼패미컴)

2편의 액션 전투를 그대로 이어받은 슈퍼패미콤판 가챠퐁 전사. 패미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래픽이 파워업되었고, 사이코건담 같은 거대 모빌슈츠도 나와서 박력이 넘쳤다.

시스템도 대폭 파워업되어 모빌슈츠 다수가 참여하는 액션 전투도 가능해지고 레벨업 개념이 있는 등 전략성도 향상되었다.


한동안 재미있게 즐겼으나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바보라서 너무 쉬운 점이 단점이었다. 사람과 대전하면 좀 나았는데, 턴제 시뮬레이션의 특성상 상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이 서로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후속작 GX는 전작의 시스템에서 나왔던 단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시스템 면에서는 뒤이어 나왔던 NEXT보다 더 낫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쉬운 난이도는 여전해서 금방 싫증이 났다. 저연령층을 겨냥한 느낌이었다.
이 게임은 특수한 칩을 썼기 때문에 에뮬레이터로 구현되는 데 세월이 좀 걸렸다.


SD건담 가챠퐁 전사4 뉴타입 스토리 (1991년 패미컴)

슈패판 SD건담의 액션배틀에 싫증을 느낄 무렵, 다시 패미콤으로 돌아가서 4편을 플레이했다. 이 게임은 3편처럼 액션배틀이 없는 완벽한 시뮬레이션게임이었는데, 초창기 건담부터 뉴건담 스토리까지 시간순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캠페인 모드가 있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다만 0080 건담 스토리는 캠페인 모드에 없고 따로 한 판만 플레이하게 되어 있었다.


총 캐릭터수 230종, 캠페인 시나리오 35편, 외전 시나리오 30편으로 패미컴 전략게임치고는 상당히 방대하고, 건담팬에게는 감동의 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패미컴 최고의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SD건담 가챠퐁 전사5 배틀 오브 유니버셜 센츄리 (1992년 패미컴)

용산 게임 가게에서 우연히 첫 화면을 보고, 메가드라이브 게임이 아니냐고 착각했을 정도로 패미컴치고는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패미컴 말기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즉시 복제팩을 집으로 들고 왔는데, 매뉴얼도 공략도 없었고, 전작과 전혀 다른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헤매면서 했던 걸로 기억한다.


5편의 시스템은 함대를 편성해서 상대국과 전쟁을 하는 방식으로 삼국지처럼 대규모 전략 게임이 되었는데, 이 시스템이 훗날 <기렌의 야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기대했던 모빌슈츠끼리 1대1전투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세대가 다른 모빌슈츠끼리 시대를 초월해서 맞붙을 수 있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웠지만, 전투 화면과 주고받는 데미지가 따로 노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서 실망했기 때문에 게임이 전체적으로 싫어지는 요인이 되었다. 밸런스면에서도 실패한 게임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게임챔프에서 공략을 해줬는데, 이미 팩은 떠나보내서 아웃오브안중.


훗날 게임큐브와 Wii로 가챠퐁 워즈가 나왔을 때 반가웠지만, 뭔가 디자인이 동글동글 저연령층 겨냥이라서 내 마음엔 안 들었다.

그나마 원더스완으로 나온 SD건담 가샤퐁 전기 에피소드 1는 흑백이었지만, 초기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본다.

2006-04-18

슈퍼 대전략

전쟁이란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남자들은 가끔 우리나라하고 저 나라하고 전쟁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부질없는 공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공상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 바로 슈퍼대전략이다.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슈퍼대전략은 실명국가가 등장하고 무기 역시 현대에 쓰이고 있는 것들이다. 처음 슈퍼대전략을 본 것은 컴퓨터학습의 MSX2판 공략이었는데, 미국, 중국, 일본, 소련 등의 모든 병기들이 망라된 리스트를 보면서, F15 전투기와 수호이 전투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상상을 했다.

세월이 지나 결국 해 보게 된 메가드라이브판 슈퍼대전략. 예전에 MSX2가 없어서 못했던 설움을 풀기라도 하듯이 밤을 새며 열심히 게임을 팠다. 확실히 MSX2판보다 훨씬 나은 그래픽을 보여 주었고, 메가드라이브의 빠른 속도 덕에 비교적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턴제 시뮬레이션이라 전략도 한정되어 있고 진행도 단순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재미있게 했던지.


나중에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대전략익스퍼트도 해봤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서 할 맛이 뚝뚝 떨어졌다. 슈퍼패미콤 성능이 메가드라이브보다 뭐든지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는 많이 실망했다.

그 뒤로 잡지에서 최고의 전략게임이라고 떠드는 어드밴스드 대전략(MD판)이 나왔지만,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점이 히틀러의 독일군이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이 만든 게임이라 자기들 편이었던 독일을 택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이 게임은 패스해 버렸다.

나에게는 역시 메가드라이브용 슈퍼대전략이 제일 좋았다.

HERZOG ZWEI


메가드라이브를 살 당시에 함께 샀던 게임이 바로 '헤어초크 쯔바이(HERZOG ZWEI)'였다. 당시 게임월드 분석에는 허족즈바이라고 나왔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허족즈바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독일어이기 때문에 허족은 헤어초크라고 하는 게 원음에 가깝다고 한다.(HERZOG는 두뇌, ZWEI는 둘(2))
사실 이 게임 전까지 전략게임은 해 본 적이 없었지만, 게임월드에서 분석해 주었기 때문에 곧 적응할 수 있었고, 어려운 전략게임을 정복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게임은 덱스터처럼 전투기로 변신할 수 있는 로보트를 조종해서, 탱크 등 여러가지 유니트를 생산한 뒤, 상대편을 공격할 수 있다. 전략게임이지만, 액션성이 강해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게임에 익숙해지면, 패턴 공략법을 알게 되어서 게임이 단순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좀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다면, 더 오래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비슷한 실시간전략게임(RTS)인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보다도 앞서서 나왔는데, 이 게임이 뒤에 RTS게임들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와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도 이 게임이 원조라고 생각했지만, RTS게임의 역사를 다루는 글들을 봐도 이 게임이 언급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일본 게임이기 때문일까?
나한테 전략게임이란 게 뭔지 처음으로 가르쳐 준 작품이었다.

2006-04-16

로맨싱 사가 시리즈

일본식 RPG의 대부분은 스토리가 있고, 그에 따라 진행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이 점 때문에 게임의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단점을 극복하려고 나온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스퀘어의 로맨싱사가이다.


이 로맨싱사가는 기존의 일본RPG와는 세 가지 점에서 차별이 되었는데, 지역 곳곳에 준비된 시나리오를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진행할 수 있는 점, 필드전투를 원치 않으면 피할 수 있는 점, 무기마다 숙련도가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전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레벨막노동을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편리한 요소였고, 시작할 때 고르는 주인공에 따라 초반스토리가 달라지는 점도 좋았다. (주인공을 고를 때 나오는 로맨싱사가의 주제곡은 상당히 명곡)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때문에 게임잡지의 분석기사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일본어를 모를 경우, 게임을 진행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UFO로 즐긴 로맨싱사가2는 전편보다 엄청나게 커진 스케일로 나를 만족시켰다. 2편은 한 나라의 왕이 주인공인데다가, 몇 백년에 걸쳐서 왕위가 계승되므로 RPG대하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이니 당연히 다루는 돈도 엄청났고, 그 돈으로 학교나 연구소 등을 세울 수 있었다.


주인공이 세월에 따라 바뀐다는 점과 그것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한 나라의 역사를 만드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RPG과 스케일면에서 비교할 수 없었다.

뒤이어 나온 로맨싱사가3는 더 나은 그래픽을 보여 주었지만, 단지 한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2편보다는 이야기가 짧다는 느낌이 든다.


로맨싱사가2는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날판타지에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걸작이며, 리메이크를 꼭 해 주었으면 작품이다.

플스2로 1편이 리메이크된 걸 본 적이 있는데, 대두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플레이할 마음이 싹 가셔 버렸다. 2편도 이렇게 만들면 주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