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남자들은 가끔 우리나라하고 저 나라하고 전쟁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부질없는 공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공상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 바로 슈퍼대전략이다.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슈퍼대전략은 실명국가가 등장하고 무기 역시 현대에 쓰이고 있는 것들이다. 처음 슈퍼대전략을 본 것은 컴퓨터학습의 MSX2판 공략이었는데, 미국, 중국, 일본, 소련 등의 모든 병기들이 망라된 리스트를 보면서, F15 전투기와 수호이 전투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상상을 했다.
세월이 지나 결국 해 보게 된 메가드라이브판 슈퍼대전략. 예전에 MSX2가 없어서 못했던 설움을 풀기라도 하듯이 밤을 새며 열심히 게임을 팠다. 확실히 MSX2판보다 훨씬 나은 그래픽을 보여 주었고, 메가드라이브의 빠른 속도 덕에 비교적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턴제 시뮬레이션이라 전략도 한정되어 있고 진행도 단순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재미있게 했던지.
나중에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대전략익스퍼트도 해봤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서 할 맛이 뚝뚝 떨어졌다. 슈퍼패미콤 성능이 메가드라이브보다 뭐든지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는 많이 실망했다.
그 뒤로 잡지에서 최고의 전략게임이라고 떠드는 어드밴스드 대전략(MD판)이 나왔지만,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점이 히틀러의 독일군이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이 만든 게임이라 자기들 편이었던 독일을 택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이 게임은 패스해 버렸다.
나에게는 역시 메가드라이브용 슈퍼대전략이 제일 좋았다.
HERZOG ZWEI
메가드라이브를 살 당시에 함께 샀던 게임이 바로 '헤어초크 쯔바이(HERZOG ZWEI)'였다. 당시 게임월드 분석에는 허족즈바이라고 나왔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허족즈바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독일어이기 때문에 허족은 헤어초크라고 하는 게 원음에 가깝다고 한다.(HERZOG는 두뇌, ZWEI는 둘(2))
사실 이 게임 전까지 전략게임은 해 본 적이 없었지만, 게임월드에서 분석해 주었기 때문에 곧 적응할 수 있었고, 어려운 전략게임을 정복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게임은 덱스터처럼 전투기로 변신할 수 있는 로보트를 조종해서, 탱크 등 여러가지 유니트를 생산한 뒤, 상대편을 공격할 수 있다. 전략게임이지만, 액션성이 강해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게임에 익숙해지면, 패턴 공략법을 알게 되어서 게임이 단순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좀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다면, 더 오래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비슷한 실시간전략게임(RTS)인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보다도 앞서서 나왔는데, 이 게임이 뒤에 RTS게임들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와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도 이 게임이 원조라고 생각했지만, RTS게임의 역사를 다루는 글들을 봐도 이 게임이 언급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일본 게임이기 때문일까?
나한테 전략게임이란 게 뭔지 처음으로 가르쳐 준 작품이었다.
2006-04-16
로맨싱 사가 시리즈
일본식 RPG의 대부분은 스토리가 있고, 그에 따라 진행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이 점 때문에 게임의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단점을 극복하려고 나온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스퀘어의 로맨싱사가이다.
이 로맨싱사가는 기존의 일본RPG와는 세 가지 점에서 차별이 되었는데, 지역 곳곳에 준비된 시나리오를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진행할 수 있는 점, 필드전투를 원치 않으면 피할 수 있는 점, 무기마다 숙련도가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전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레벨막노동을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편리한 요소였고, 시작할 때 고르는 주인공에 따라 초반스토리가 달라지는 점도 좋았다. (주인공을 고를 때 나오는 로맨싱사가의 주제곡은 상당히 명곡)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때문에 게임잡지의 분석기사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일본어를 모를 경우, 게임을 진행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UFO로 즐긴 로맨싱사가2는 전편보다 엄청나게 커진 스케일로 나를 만족시켰다. 2편은 한 나라의 왕이 주인공인데다가, 몇 백년에 걸쳐서 왕위가 계승되므로 RPG대하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이니 당연히 다루는 돈도 엄청났고, 그 돈으로 학교나 연구소 등을 세울 수 있었다.
주인공이 세월에 따라 바뀐다는 점과 그것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한 나라의 역사를 만드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RPG과 스케일면에서 비교할 수 없었다.
뒤이어 나온 로맨싱사가3는 더 나은 그래픽을 보여 주었지만, 단지 한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2편보다는 이야기가 짧다는 느낌이 든다.
로맨싱사가2는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날판타지에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걸작이며, 리메이크를 꼭 해 주었으면 작품이다.
플스2로 1편이 리메이크된 걸 본 적이 있는데, 대두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플레이할 마음이 싹 가셔 버렸다. 2편도 이렇게 만들면 주거... -_-
이 로맨싱사가는 기존의 일본RPG와는 세 가지 점에서 차별이 되었는데, 지역 곳곳에 준비된 시나리오를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진행할 수 있는 점, 필드전투를 원치 않으면 피할 수 있는 점, 무기마다 숙련도가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전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레벨막노동을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편리한 요소였고, 시작할 때 고르는 주인공에 따라 초반스토리가 달라지는 점도 좋았다. (주인공을 고를 때 나오는 로맨싱사가의 주제곡은 상당히 명곡)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때문에 게임잡지의 분석기사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일본어를 모를 경우, 게임을 진행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UFO로 즐긴 로맨싱사가2는 전편보다 엄청나게 커진 스케일로 나를 만족시켰다. 2편은 한 나라의 왕이 주인공인데다가, 몇 백년에 걸쳐서 왕위가 계승되므로 RPG대하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이니 당연히 다루는 돈도 엄청났고, 그 돈으로 학교나 연구소 등을 세울 수 있었다.
주인공이 세월에 따라 바뀐다는 점과 그것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한 나라의 역사를 만드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RPG과 스케일면에서 비교할 수 없었다.
뒤이어 나온 로맨싱사가3는 더 나은 그래픽을 보여 주었지만, 단지 한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2편보다는 이야기가 짧다는 느낌이 든다.
로맨싱사가2는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날판타지에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걸작이며, 리메이크를 꼭 해 주었으면 작품이다.
플스2로 1편이 리메이크된 걸 본 적이 있는데, 대두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플레이할 마음이 싹 가셔 버렸다. 2편도 이렇게 만들면 주거... -_-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패미콤용 파이날 판타지3는 그래픽이 꽤 괜찮은 편이었다. 경쟁작인 드래곤 퀘스트4보다 확실히 앞서 있었고, 패미콤에서도 최상위에서 속하는 그래픽이었다. 특히 전투화면이 좋았고,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못 해서 초반 부분에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기억이 멀어질 무렵, 슈퍼패미콤에 파이날 판타지5가 등장했는데, 당시 게임챔프에서 제공한 공략집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당장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슈퍼패미콤이 없는 게 한이었다. 그때 게임챔프의 공략은 대화를 몽땅 다 공개해서 오히려 재미를 떨어뜨리는 공략이 아니라 중요 포인트에만 중점을 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이었다. 또, 그래픽이 좋은 명소, 레벨업하기 좋은 곳, 막판왕보다 더 강한 보스 등을 실어 흥미로웠다.
그러다 추후에 일본어를 배운 다음, 파이날 판타지6을 하게 되었다. 이미 잡지의 분석을 통해 내용이 다 까발려진 뒤라 스토리에서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RPG팬이면서 파판의 엔딩을 보지 않는다는 건 찝찝해서 의무적(?)으로 했다. 확실히 지금의 파판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슈패의 한계를 넘는 그래픽을 보여 주었다. 다만, 6편의 경우는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게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도 많았다. 이 6편은 나중에 안드로이드용 한글판으로 깼다. 아무래도 슈퍼패미컴판보단 쾌적했다.
개인적으로도 그래픽은 (당시 수준으로) 감탄할만 했지만, 드퀘만큼 재미있게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서 4편과 5편을 클리어했다. 기대했던 5편은 역시 좋았다. 잡체인지 시스템이 무척 재미있었고, 그 덕에 레벨업 과정이 덜 지루했다. 4편은 5편을 먼저 하고 한지라 흥미가 좀 떨어져서 어떻게 엔딩을 봤는지, 스토리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서 MSX와 패미콤 에뮬로 1편을 클리어했다. 1편도 스토리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드퀘1과 마찬가지로 초보스러운 RPG였지만 스토리는 드퀘처럼 단순치 않았다. 에뮬로 클리어했던 원더스완판 2편은 거의 슈패급의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되어서 즐기기 좋았다. 난이도는 꽤 있어서, 숙련도 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좁은 지도를 반복해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이벤트가 많았다. 스토리도 진부해서 1~2편은 어지간한 팬이 아니면 재미를 느끼긴 힘들지 않을까 싶다.
1~6편에서 느낀 파판은 5편이 좀 좋았을 뿐 나머지는 그다지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플스 에뮬로 해 본 7편은 많이 달랐다.
3차원 그래픽으로 돌아 온 7편은 어린애 같은 캐릭터와는 달리 내용이 매우 진지하고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었다. 큰 칼을 휘두르는 주인공 클라우드는 파판 시리즈 주인공들 중에서 최고로 멋졌다. 스토리는 어둡고 난해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 비극의 여주인공 에어리스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뒤로 8~10편을 해 봤지만, 그래픽만 향상이 있을 뿐 7편보다 재미있게 하지 못했다. 8편부터 10편까지 주인공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06-04-15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드래곤퀘스트를 처음 본 것은 게임월드라는 잡지였다. 일본게임순위1위라는데 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하고 봤더니 팩의 그림체가 다름 아닌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였다. 일러스트만 봤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평소 RPG를 무척 하고 싶었지만 일본어가 안 돼서 멀리하고 있었는데, 게임월드에서 분석을 해 주어서 과감하게 용산에서 복사팩을 구해 왔다. 하지만 게임월드의 분석은 너무나 정보가 부족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진행이 안 되면 레벨업에서 재미를 느껴보자 하면서 전투를 주로 했지만, 반복되는 전투에 싫증을 느끼고 결국 팩을 떠나 보내고 말았다.
사실 패미콤판 드래곤퀘스트4의 그래픽수준은 그 당시 관점에서 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워서 친구한테서 '그래픽이 이게 뭐냐, 빨랑 꺼라'라는 말까지 들었다.
드래곤퀘스트를 다시 만난 건 슈퍼패미콤에서였다. 4편 이후 2년 넘게 끌다가 슈퍼패미콤으로 나오게 된 5편은 출시전부터 게임월드와 게임챔프에서 요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당시에는 슈퍼패미콤이 없어서 군침만 삼켰는데, 분석을 보면서 스토리가 참 좋구나 했다.
결국 나중에 슈퍼패미콤과 백업머신인 UFO를 사고, 드래곤퀘스트5를 디스켓으로 복사해서 즐기게 되었다. 어린 주인공과 아버지가 배를 타고 항구마을에 갈 때 나오는 음악에서 나는 감명을 받았고, 이것이 드래곤퀘스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는 계기가 된다.
5편의 그래픽은 슈퍼패미콤 게임으로서 좀 아쉽지만, 스토리만큼은 역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어린 꼬마 주인공이 나이를 먹으며, 갖은 고생 끝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RPG는 그렇게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도 드퀘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5편의 엔딩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나는 MSX에뮬로 1편을 해 보기도 했는데, 그래픽이나 스토리나 많이 부족한 감이 있었다. 1편의 경우는 완전 일본RPG초심자를 위한 게임이었다. 짧고 내용도 간단하다.
추후에 좀더 나은 그래픽으로 나온 슈패판 1&2편 리메이크를 한 뒤, 패미콤 에뮬로 3편을 잡았다.
3편도 굉장히 재미있게 해서, 나중에 훨씬 나은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된 슈패판 3편마저 엔딩을 봐 버렸다. 3편은 게임보이판으로도 중반부까지 해봤다. 같은 게임을 세 기종으로 플레이한 것도 이 게임이 유일하다.
그리고 그 옛날 떠나 보냈던 4편을 에뮬로 다시 시작하여 엔딩을 보았다. 4편은 각 장의 주인공과 스토리가 다 다르고 마지막 장에서 모두 만나는 옴니버스 형식이었는데, 이 점이 참 신선했다.
6편은 나오자 마자 복사팩으로 구해서 잡지 분석도 나오기 전에 끝을 내 버렸다. 6편의 스토리도 5편만큼은 아니지만 걸작 소리는 들을만한 작품이었다.
7편은 플스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가 EPSXE라는 에뮬이 나온 뒤, 돌릴 수 있었는데, 드퀘 시리즈 중 제일 지겨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자체가 너무나 길고, 주인공 꼬마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도에 포기한 것은 드퀘 시리즈 중 이것이 유일하다. 나중에 한가해지면, 천천히 해 볼 요량이다.
플스2로 나온 8편은 엄청나게 그래픽이 파워업되었다. 사실 7편까지 드퀘는 그래픽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8편은 카툰랜더링 기법을 써서 토리야마 아키라의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이는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 주었다.
다만, 스토리면에서 5편이나 6편 같은 찡한 맛이 덜해서 아쉬웠다.
드퀘는 아직까지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유일하게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이다.
평소 RPG를 무척 하고 싶었지만 일본어가 안 돼서 멀리하고 있었는데, 게임월드에서 분석을 해 주어서 과감하게 용산에서 복사팩을 구해 왔다. 하지만 게임월드의 분석은 너무나 정보가 부족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진행이 안 되면 레벨업에서 재미를 느껴보자 하면서 전투를 주로 했지만, 반복되는 전투에 싫증을 느끼고 결국 팩을 떠나 보내고 말았다.
사실 패미콤판 드래곤퀘스트4의 그래픽수준은 그 당시 관점에서 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워서 친구한테서 '그래픽이 이게 뭐냐, 빨랑 꺼라'라는 말까지 들었다.
드래곤퀘스트를 다시 만난 건 슈퍼패미콤에서였다. 4편 이후 2년 넘게 끌다가 슈퍼패미콤으로 나오게 된 5편은 출시전부터 게임월드와 게임챔프에서 요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당시에는 슈퍼패미콤이 없어서 군침만 삼켰는데, 분석을 보면서 스토리가 참 좋구나 했다.
5편의 그래픽은 슈퍼패미콤 게임으로서 좀 아쉽지만, 스토리만큼은 역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어린 꼬마 주인공이 나이를 먹으며, 갖은 고생 끝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RPG는 그렇게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도 드퀘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5편의 엔딩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나는 MSX에뮬로 1편을 해 보기도 했는데, 그래픽이나 스토리나 많이 부족한 감이 있었다. 1편의 경우는 완전 일본RPG초심자를 위한 게임이었다. 짧고 내용도 간단하다.
추후에 좀더 나은 그래픽으로 나온 슈패판 1&2편 리메이크를 한 뒤, 패미콤 에뮬로 3편을 잡았다.
7편은 플스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가 EPSXE라는 에뮬이 나온 뒤, 돌릴 수 있었는데, 드퀘 시리즈 중 제일 지겨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게임 자체가 너무나 길고, 주인공 꼬마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도에 포기한 것은 드퀘 시리즈 중 이것이 유일하다. 나중에 한가해지면, 천천히 해 볼 요량이다.
플스1에서는 4편이, 플스2에서는 5편이 리메이크되었는데, 4편은 스토리의 맨 앞과 뒤를 약간 보강하여 원작팬들을 기쁘게 하였다. 7편보다도 리메이크된 4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플스2판 5편은 캐릭터들이 커다랗게 3D화되어서, 원작을 즐긴 나에겐 좀 이질감이 주었다.

다만, 스토리면에서 5편이나 6편 같은 찡한 맛이 덜해서 아쉬웠다.
드퀘는 아직까지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유일하게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이다.
2006-04-13
RPG와 나
게임(당시에는 '오락'이라고 했다)이라면 슈팅게임이나 액션게임처럼 캐릭터를 움직여서 쏘고 부수고 점프하는 게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 컴퓨터학습에서 간간히 볼 수 있었던 울티마나 위저드리 같은 롤플레잉(이하 RPG) 게임은 나한테 굉장히 신비롭고 생소한 세계였다.
당시 애플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네 집에 놀러가 2400AD이라는 RPG를 해 본 적이 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진행이 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게임이었다.
당시 게임이라면 깨고 부수고 하다 보면 보스가 나오고 한 판이 끝나는 식이 많았는데, 이 게임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말도 걸고, 끝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게임의 목적이 뭔지는 당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런 알 수 없는 점이 신비롭게 느껴졌고, 게임의 등장인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다 MSX판 블랙오닉스를 테이프로 구하게 되었는데, 이때가 RPG와 제대로 된 첫 만남이었다. 사실 별다른 스토리도 없고, 그래픽도 초라하기 그지 없고, 배경음도 없이 삑삑 소리가 효과음의 전부인 게임이었지만, 이상하게 빠져 들어서 지도까지 손수 그려 가면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패미콤을 산 뒤에도 RPG 쪽에 관심은 있었지만,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관계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싼 돈 주고 사는 게임팩인데, 괜히 샀다가 진행도 못하면 낭패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다 큰맘 먹고 드래곤퀘스트4를 용산에 구해 왔는데, 일본어 사전까지 보면서 대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엄청난 대사량에 좌절하고 한 달만에 교환하고 말았다.
게임잡지가 생기고, 어느 정도 지나자 RPG게임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게임챔프에서 별책부록으로 "나이트건담이야기3 공략본"을 제공하자, 나는 이때다 싶어 나이트건담이야기3를 구해 왔다.
그 당시 나이트건담이야기3의 공략본은 일본어를 몰라도 진행이 가능할 정도로 친절해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었다. 또, 원래 SD건담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더더욱 기뻐하며 진행했다.
결국 이 공략본 덕분에 엔딩을 볼 수 있었고 이것이 난생처음 엔딩을 본 RPG였다. 그 뒤로는 자신이 생겨서 RPG에 자신있게 도전하게 되었고, 일본어를 배운 뒤로는 더더욱 빠지게 되었다.
당시 애플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네 집에 놀러가 2400AD이라는 RPG를 해 본 적이 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진행이 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게임이었다.
당시 게임이라면 깨고 부수고 하다 보면 보스가 나오고 한 판이 끝나는 식이 많았는데, 이 게임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말도 걸고, 끝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게임의 목적이 뭔지는 당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런 알 수 없는 점이 신비롭게 느껴졌고, 게임의 등장인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다 MSX판 블랙오닉스를 테이프로 구하게 되었는데, 이때가 RPG와 제대로 된 첫 만남이었다. 사실 별다른 스토리도 없고, 그래픽도 초라하기 그지 없고, 배경음도 없이 삑삑 소리가 효과음의 전부인 게임이었지만, 이상하게 빠져 들어서 지도까지 손수 그려 가면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패미콤을 산 뒤에도 RPG 쪽에 관심은 있었지만,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관계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싼 돈 주고 사는 게임팩인데, 괜히 샀다가 진행도 못하면 낭패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다 큰맘 먹고 드래곤퀘스트4를 용산에 구해 왔는데, 일본어 사전까지 보면서 대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엄청난 대사량에 좌절하고 한 달만에 교환하고 말았다.
게임잡지가 생기고, 어느 정도 지나자 RPG게임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게임챔프에서 별책부록으로 "나이트건담이야기3 공략본"을 제공하자, 나는 이때다 싶어 나이트건담이야기3를 구해 왔다.
그 당시 나이트건담이야기3의 공략본은 일본어를 몰라도 진행이 가능할 정도로 친절해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었다. 또, 원래 SD건담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더더욱 기뻐하며 진행했다.
결국 이 공략본 덕분에 엔딩을 볼 수 있었고 이것이 난생처음 엔딩을 본 RPG였다. 그 뒤로는 자신이 생겨서 RPG에 자신있게 도전하게 되었고, 일본어를 배운 뒤로는 더더욱 빠지게 되었다.
삼국지 시리즈
옛날 용산의 어느 게임점에서 삼국지1 패미콤판 정품팩을 손에 넣었다.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은 난생 처음이었는데, 일본어가 난무해서 언어의 장벽이 무척 높아 보였다.
하지만 게임월드의 MSX판 삼국지 공략과 일본어사전을 참조로 하나하나 게임 진행법을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패미콤판은 MSX판과 달리 명령어가 히라가나로 되어 있어서 익히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명령어를 누르면 나오는 소박하고 느린 그래픽은 그때도 참 고풍스럽다고 느꼈다.
내가 직접 나라를 세우고 군비를 확장해 다른 나라를 쳐들어 가는 게임 방식은 나를 흥분시켰으며, 결국 이 게임 때문에 정비석의 삼국지 소설을 두 번이나 독파하게 된다. 당시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100명의 이름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소설에서 몇 줄 나오고 마는 '무안국' 같은 장수까지 알고 있었다.
어느 지방에 데려올만한 장수가 있다든가, 어디가 전력이 약하다든가 하는 것을 메모까지 해 가면서 열심히 했고, 한자로 된 등장인물들 이름을 옥편을 찾아 가며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자공부도 되었다.
삼국지1이 질려 갈 무렵, 메가드라이브판 삼국지2로 넘어갔는데, 패미콤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명령어가 한자로 되어 있어서 삼국지1 때보다는 적응하기가 편했다.
슈퍼패미콤판으로 나온 삼국지3는 더 막강해진 그래픽과 사운드로 더욱더 삼국지에 중독되게 만들었으며, 이때가 삼국지 시리즈를 가장 재미있게 했던 시기로 생각된다.
"넌 이거 어려워서 못해"라는 나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우리집에서 삼국지3를 하나하나 배워 나갔던 내 친구는 완전히 삼국지폐인이 되어서 급기야 삼국지3를 하기 위해 486 IBM PC를 구입하기도 하였다.
삼국지3는 무엇보다 전쟁 음악이 좋았고, 지금도 가장 사랑받고 있는 고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뒤로 4편이 나왔지만, 난이도 조절 실패로 악평이 난무해서 결국 하지는 않았다. 삼국지3에 이미 도사가 되어서 좀더 어려워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코에이의 삼국지는 재미있게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일기토 장면이 액션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세가가 만든 '삼국지열전'(메가드라이브용)이었다.
코에이의 삼국지와는 달리 전투가 리얼타임이었는데, 일기토 장면에서는 액션게임이 되어서 무력이 좀 낮더라도 조작에 능숙하면 강한 장수도 이길 수 있었다.
삼국지열전은 독특하고 재미있었지만, 코에이의 삼국지보다 등장인물수가 적고,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떨어져서 난이도가 낮은 점은 아쉬웠다.
또, 대륙통일했을 때의 해피엔딩 이외에 플레이어의 나라가 망했을 때도 배드엔딩이 나오는데, 난 이 배드엔딩 쪽이 비장해 보여서 더 좋아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거의 통일에 가까워지면, 일부러 장수들을 죽게 해서 배드엔딩으로 끝을 맺기도 했다.
그 뒤로 삼국지5를 PC로 했는데, 삼국지3만큼 재미있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삼국지 시리즈는 나에게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재미를 처음으로 알게 해 준 명작이었다.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은 난생 처음이었는데, 일본어가 난무해서 언어의 장벽이 무척 높아 보였다.
하지만 게임월드의 MSX판 삼국지 공략과 일본어사전을 참조로 하나하나 게임 진행법을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패미콤판은 MSX판과 달리 명령어가 히라가나로 되어 있어서 익히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명령어를 누르면 나오는 소박하고 느린 그래픽은 그때도 참 고풍스럽다고 느꼈다.
내가 직접 나라를 세우고 군비를 확장해 다른 나라를 쳐들어 가는 게임 방식은 나를 흥분시켰으며, 결국 이 게임 때문에 정비석의 삼국지 소설을 두 번이나 독파하게 된다. 당시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100명의 이름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소설에서 몇 줄 나오고 마는 '무안국' 같은 장수까지 알고 있었다.
어느 지방에 데려올만한 장수가 있다든가, 어디가 전력이 약하다든가 하는 것을 메모까지 해 가면서 열심히 했고, 한자로 된 등장인물들 이름을 옥편을 찾아 가며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자공부도 되었다.
삼국지1이 질려 갈 무렵, 메가드라이브판 삼국지2로 넘어갔는데, 패미콤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명령어가 한자로 되어 있어서 삼국지1 때보다는 적응하기가 편했다.
슈퍼패미콤판으로 나온 삼국지3는 더 막강해진 그래픽과 사운드로 더욱더 삼국지에 중독되게 만들었으며, 이때가 삼국지 시리즈를 가장 재미있게 했던 시기로 생각된다.
"넌 이거 어려워서 못해"라는 나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우리집에서 삼국지3를 하나하나 배워 나갔던 내 친구는 완전히 삼국지폐인이 되어서 급기야 삼국지3를 하기 위해 486 IBM PC를 구입하기도 하였다.
삼국지3는 무엇보다 전쟁 음악이 좋았고, 지금도 가장 사랑받고 있는 고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뒤로 4편이 나왔지만, 난이도 조절 실패로 악평이 난무해서 결국 하지는 않았다. 삼국지3에 이미 도사가 되어서 좀더 어려워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코에이의 삼국지는 재미있게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일기토 장면이 액션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세가가 만든 '삼국지열전'(메가드라이브용)이었다.
코에이의 삼국지와는 달리 전투가 리얼타임이었는데, 일기토 장면에서는 액션게임이 되어서 무력이 좀 낮더라도 조작에 능숙하면 강한 장수도 이길 수 있었다.
삼국지열전은 독특하고 재미있었지만, 코에이의 삼국지보다 등장인물수가 적고,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떨어져서 난이도가 낮은 점은 아쉬웠다.
또, 대륙통일했을 때의 해피엔딩 이외에 플레이어의 나라가 망했을 때도 배드엔딩이 나오는데, 난 이 배드엔딩 쪽이 비장해 보여서 더 좋아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가 거의 통일에 가까워지면, 일부러 장수들을 죽게 해서 배드엔딩으로 끝을 맺기도 했다.
그 뒤로 삼국지5를 PC로 했는데, 삼국지3만큼 재미있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삼국지 시리즈는 나에게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재미를 처음으로 알게 해 준 명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