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6

고전 콘솔 게임 카탈로그 책자들

우리나라에는 시장 크기상 나오기 힘든 책들이지만, 역시 일본은 게임의 나라답게 이미 흘러간 게임들을 정리한 책자가 다수 나와 있다. 보고 있으면 이런 게임도 있었구나, 아! 이 게임! 하고 그리운 기분이 드는 책들이다.

패미콤플리트 (산사이북스  2003년 11월)
상하권 구성으로 패미콤으로 발매되었던 모든 게임들이 오십음도순으로 정리된 책이다. 가격은 무려 4381엔... 그러나 일본에서 발매되자 금새 절판이 되었고, 재판예정도 없는 듯하다.
현재는 일본에서도 구하기 힘든데, 일본 중고 시장에선 가격이 15000엔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돈이 궁하면 일본옥션 쪽에 올려서 팔아도 배는 남는 장사....

83년에 패미콤 롬팩 제1호로 발매된 동킹콩부터 1994년 마지막 고교명인의 모험도4까지 무려 1249개의 모든 패미콤 게임이 디스크드라이브용까지 포함해 실려 있다.

대부분의 페이지가 올컬러이며, 게임은 한 페이지에 4개씩, 종이케이스 표지와 롬팩의 그림, 타이틀화면, 게임화면 간단한 게임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권말에는 패미콤 게임의 모든 묘수와 주변기기들이 잘 정리되었다.
패미콤 게임을 정리하는데 최강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GB1236 타이틀 완전 카탈로그 (아스펙트무크 2005년 5월)
게임보이만을 다룬 책자는 구하기 힘들었는데, 그나마 나와줘서 기뻤다. 게임보이로 발매된 1236개의 게임타이틀이 발매년도별로 실려 있다. 패미콤프리트와 견주면, 판형이 작고 글씨도 작아 가독성은 떨어진다. 케이스 사진도 볼 수 없는 것이 좀 아쉽다.


세가 컨슈머 히스토리 (엔터브레인 2002년 2월)
세가가 발매했던 게임기의 역사와 주요 게임들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책이다. 8비트 게임기인 SG1000부터 세가마크3, 게임기어, 메가드라이브, 메가시디, 드림캐스트까지 게임기 사진과 주변기기, 주요 게임들이 실려 있다.

특히 하드웨어 사진들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어 게임기 자체에 흥미가 있는 사람한테는 좋다. 하지만 한 권에 세가 게임기 게임의 모든것을 담기에는 모자랐는지. 모든 게임들이 다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개발자 인터뷰도 상세하게 수록.


ALL GAME CATALOG '93 (제우미디어 93년 8월)
게임챔프를 발간했던 제우미디어에서 나온 책. 90년 11월 21일부터 1993년 8월까지 나온 슈퍼패미콤용 게임 400여종이 게임 사진과 함께 장르별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 소개글들이 일본어 번역냄새가 팍팍 풍긴다. 아마도 일본 것을 그대로 번역만 해서 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에는 일본 잡지사들의 허락도 안 받고 번역해서 기사나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도 그런 쪽에 속한다.

각 게임에는 명인의 평가점수가 매겨져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수도 있었다. 제본도 참 그지 같아서 금방 너덜너덜해진다.


'93 슈퍼패미콤 게임연감 (미래시대 게임월드 93년 9월호 부록)

게임월드 9월호 별책부록. 부록이라 두께가 얇고 게임수도 제우미디어 것보다 적다.
역시 일본 것 그대로 낸 것 같다.


슈퍼패미콤 1432 에뮬레이터 완전가이드 (마이웨이출판 2005년 4월)
슈퍼패미콤 에뮬레이터가 CD로 제공된다. 책표지의 죽을 때까지 놀 수 있는 고문적 볼륨!! 이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_-;
에뮬레이터 사용법이 실려 있으며, 슈퍼패미콤의 게임 1432개가 년도별로 정리되어 있다. 젤다의 전설, 파이날 판타지 같은 명작은 한 페이지를 다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권말에는 게임의 버그 모음과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야한 게임들이 소개되어 있다.


초패미 1445 타이틀 완전망라 에뮬레이터북 (아스팩트무크 2004년 9월)

위의 책과 비슷한 구성이다. 에뮬CD가 부록이고, 좀더 많은 슈퍼패미콤 게임 1445개가 소개되어 있다. 글씨가 작아서 읽기가 좀 피곤하다.

2006-03-25

캡틴츠바사 시리즈 by TECMO

캡틴츠바사2 슈퍼스트라이커 (패미콤 1990년)
80년대 일본의 초등학교 축구부를 10배로 늘렸다는 인기만화가 원작인 축구시뮬레이션게임. 슛, 패스, 태클 등의 커맨드를 골라서 진행하는 독특한 축구게임으로 모든 행동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주요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필살슛들은 골키퍼를 날려 버리고 그물을 뚫고 나갈 정도로 막강했다. 슛뿐 아니라 드리블, 패스, 블로킹, 태클, 펀칭 등에도 각각 필살기가 있었는데, 츠바사의 힐리프트로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는 것이 체력소모도 적고 효과도 좋아서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인상적인 필살기는 이시자키의 안면블로킹... 이걸 써서 상대팀의 필살슛을 경기당 한 골 정도는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게임 중반에는 츠바사가 속해 있는 상파울루청소년팀과 일본청소년대표팀의 평가전이 있었는데, 이 시리즈를 통털어 가장 좋아했던 시합이기도 했다. 왜냐면 아무리 게임이어도 일본팀을 누르는 것이 기분 좋았기 때문이다. 이 뒤로는 츠바사가 일본대표가 되어서 한국팀도 상대하게 되는데, 한국팀의 전력이 시원치 않아서 불만이었다.

막판으로 갈수록 사이클론 같은 초필살슛 이외에는 거의 막아내는 골키퍼들이 등장해서 골 넣기가 무척 어려웠고, 모처럼 쓴 초필살슛이 재수없게 골대를 맞거나 공이 펑크가 나서 노골이 되면, 체력이 바닥나서 그 시합은 거의 포기해야만 했다.

결승전은 브라질이었는데, 카를로스 등 필살기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엄청 고전했다. 특히 브라질 골키퍼가 구사하는 다크니스일루젼에 필살슛이 막혀 버리면 절망적이었다.

당시 나는 방에서 브라질과 결승전에서 하고 있었고, 동네 꼬마애가 놀러 와서 신기한 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종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스코어는 2대2.. 그러나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 연장전으로 가는 것은 곧 패배를 뜻했다. 그나마 미사키가 체력이 좀 남아 있어서 필살 발리슛을 쓰기로 했는데, 사실 이 정도 필살슛은 상대 골키퍼가 거의 막아냈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골이 들어갔고, 승리가 확정된 나는 기뻐 날뛰었다. 그리고 엔딩이 시작되는 순간! 그 동네 꼬마애가 패미콤의 리셋버튼을 건드려서 초기화면으로.... OTL  내 인생에서 가장 허탈한 순간 중 하나였을 것이다.

캡틴츠바사VS (게임보이 1992년)
2편을 재밌게 했던 나는 1편도 하고 싶었는데, 1편 복사팩이 용산에 아직 풀리지 않아서 결국 게임보이로 나와 있던 캡틴츠바사VS 정품을 구입했다. 내용은 2편의 전작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흑백이었지만, 모든 요소를 대부분 가지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즐겼다.
중간에 미스기가 속해 있는 팀과 대결하는데, 이 미스기라는 선수는 주인공 츠바사와 비슷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심장병이 있어서 45분 정도밖에 뛸 수 없는 비운의 선수였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과 냉정함으로 이를 극복하고 짧고 굵게 뛰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보다 더 좋아했던 캐릭터이기도 했다.

캡틴츠바사3 황제의 도전 (슈퍼패미콤 1992년)
그래픽, 사운드 모든 면에서 파워업된 작품이다. 내용은 일본청소년대표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해외 명문 클럽팀에 나가 활약하고, 나중에 대표팀으로 들어와 세계대회에 나가는 내용이다. 모든 면에서 2편보다 나은 작품이지만, 대표팀 경기 스코어보드에 일장기가 보여서 거슬렸다. 2편처럼 그냥 텍스트로 국가명을 표기하는 편이 거부감이 덜했다.

캡틴츠바사4 프로의 라이벌들 (슈퍼패미콤 1993년)
시합결과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고, 엔딩이 바뀌는 멀티 시나리오를 채용하였다.또한 다른 나라 선수들의 스토리도 즐길 수 있는 점이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일러스트 작가가 바뀌었는지 캐릭터들의 폼이 상당히 어색했고, 애니메이션의 박진감도 떨어졌다. 특히 골인 시에 공이 그물을 뚫을 듯이 들어갔던 전편에 비해, 힘없이 들어가는 골 장면이 아주 불만이었다. 3편의 그래픽을 그대로 유지만 했어도 걸작 소리를 들었을 텐데... 시리즈 최고의 졸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AC밀란의 네덜란드 선수 환베르그... 평범한 슛이 필살슛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최강의 캐릭터였다. 반바스텐을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이지 않나 싶다.

캡틴츠바사5 패자의 칭호 캄피오네 (슈퍼패미콤 1994년)
지금까지 시리즈와 달리 운동장 전체가 보인다. 조금 뿌연 그래픽이 약간 걸리긴 했지만, 시스템면에서는 최고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이제까지 2류 캐릭터였던 츠바사의 후배 닛타가 갑자기 파워업하여 무서운 선수가 되어서 나타난다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일본대표가 아시안컵에 참가하는데, 휴우가 등 핵심선수가 다 빠진 2진급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이 그렇게 만만하냐...

난 백업머신 UFO(하이퍼)로 즐겼는데, 유독 캡틴츠바사5에서만 호환성 문제인지 한 시합 끝나면 세이브가 날라가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캡틴츠바사 MEGA CD (메가시디 1994년)
최고의 그래픽에 음성까지 추가되었지만, 메가시디가 없던 나는 분석기사를 보며 침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캡틴츠바사 시리즈는 아주 재미있게 즐겼던 작품이지만, 옵사이드가 없는 점과 일본팀을 우승시켜야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일본에서 만든 게임이니 어쩔 수 없지만, 누군가 패치를 해서 한국 캐릭터로 바꿔 주면 좋겠다. ^^

2006-03-24

열혈고교 시리즈

패미콤을 즐겼던 세대라면 누구나 해봤을 열혈고교 시리즈. 지금은 없어진 테크노스저팬의 작품으로 그 유명한 더블드래곤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모든 시리즈에 열혈고교의 불량 청소년인 구니오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패미콤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액션&스포츠 게임이었다.

열혈고교 피구부 축구편 (1990년)
열혈시리즈 중 처음 해봤던 게임이다. 오락실에서 열혈피구가 이미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에는 친근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축구를 소재로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열혈고교의 축구부가 식중독으로 다 드러눕는 바람에 구니오의 피구부가 대신 전국대회에 나간다는 스토리이다.
보통의 축구 게임이 팀 전체를 조정하는 데 반해, 열혈축구는 단 한 사람만 조정할 수 있었고, 대신 다른 선수에게는 슛, 패스, 태클 등을 지시할 수 있었다.
축구라고 해도 팔꿈치 치기나 백태클 같은 반칙이 예사로 허용되고, 시합을 무슨 땅바닥이나 모래판에서 하는 등, 전혀 엉뚱한 경기장면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도 웃곤 했다. 상대팀 또한 기상천외해서 중, 사냥꾼, 사무라이 등이 상대였다.
가장 재밌는 점은 플레이어가 조정하는 캐릭터가 오버헤드킥이나 다이빙헤딩슛을 하면, 필살슛이 나갔는데 이 필살슛은 캐릭터마다 전부 달라서, 골라 쓰는 재미가 있었고 바나나 슛, 물고기 슛 등 황당한 슛도 많았다.
하지만 이 필살슛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우리편 골대 부근에서 슛을 해도 거의 골인이 될 정도였다. 그러니 패스게임 같은 건 할 필요도 없었고, 잡아서 바로 오버헤드킥이나 다이빙헤딩슛을 하는 것이 최고의 전술이었다.
나중에 나온 메가드라이브판은 기력게이지가 채용되고, 지금까지 상대했던 팀들의 주장들로 구성된 팀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등 추가요소가 있었다. PC엔진판이나 X68000판(일본의 옛날PC)으로도 나왔지만, 지금 한다면 메가드라이브판이 제일 낫지 않나 싶다.

PC엔진판-음성이 추가되고 게임이 좀 빨라졌다. 
X68000판-음악이 좀더 듣기 좋고 음성이 추가되었다.
메가드라이브판-음성 추가, 음악뿐 아니라 게임시스템도 개량되었다.
나중에 2편도 나오는데, 2편은 스케일이 커져서 일본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상대팀에 한국이 있어서 이기고 싶지 않았다.


다운타운 열혈 이야기(1989년)
가장 열혈 시리즈다운 게임이다. 사실 열혈 시리즈는 열혈경파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경파는 리얼한 캐릭터로 다른 불량학생들과 싸움을 하는 학원 폭력물이었다. 하지만 열혈물어는 비슷한 소재이면서도 캐릭터를 짜리몽땅하게 만들어서 불량함을 귀엽고 코믹하게 승화(?)시켰다. 캐릭터는 귀엽지만, 하는 짓은 완전 조폭 수준이어서 각목이든 브래스너클이든 짱돌이든 가리지 않고 무기로 쓰며, 사람을 들어 사람을 패는 극악무도한 짓도 할 수 있었다. 또 액션게임이면서도 스토리가 있었고, 다른 학교 불량학생을 쥐어 패서 나오는 돈으로 필살기를 사는 등, RPG요소도 있어서 나름대로 수준은 있는 게임이었다.
후반에 길찾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일본어를 모르는 유저들은 대부분 그 부분에서 좌절하였다. 나 역시 중도에 포기했지만, 먼 훗날에 공략집을 보고 PC엔진판으로 간신히 엔딩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막판에 등장하는 최대 적수 류이치&류지 형제는 더블드래곤의 주인공인 지미와 빌리의 제자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들이 등장할 때 나오는 테마곡이 바로 더블드래곤의 배경음이었다.

다운타운 열혈행진곡 (1990년) & 깜짝! 열혈신기록 (1992년)
장애물 달리기, 투포환 던지기, 수영, 유도, 격투, 마라톤.. 등등 여러 가지 종목으로 겨루는 학교대항 운동회 시리즈. 말이 운동회지, 열혈시리즈답게 반칙과 주먹이 난무한다. 올림픽 정신은커녕,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격언을 몸으로 일깨워 주는 교훈적인 게임이다. 크로스컨트리에서는 코스가 요상해서 남의 집 안방을 통과한다든가, 하수도를 수영한다든가 황당한 장면이 연출된다.
캐릭터는 저마다 특색이 있어서 달리기가 빠른 녀석, 맷집이 강한 녀석, 필살기가 무서운 녀석 등 각기 재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종목에 따라 취향에 맞는 선수를 내보낼 수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열혈행진곡에는 4명이 나와서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종목이 있는데, 레이호 고교의 쌍둥이 형제는 더블드래곤에서 볼 수 있었던 용권선풍각과 승룡권을 보여주며 화려한 기술을 자랑했다.
하지만 가장 강했던 것은 손으로 내려치는 속도가 무지 빠른 칼날손 캐릭터였다. 이놈으로 다운된 상대를 계속 몰아붙이면 아무것도 못하고 게임끝이었다. 그래서 2인용 이상을 할 경우에는 이런 사기 캐릭터를 선택하지 말아야 공평하게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싸우는 것이 좋아서 행진곡의 서바이벌격투와 신기록의 유도가 가장 재미있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게임이었다.






열혈격투전설 (1992년)
2명을 골라 적 캐릭터 2명과 격투를 벌이는 액션물. 전작 열혈행진곡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격투종목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구성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 모든 열혈팬들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캐릭터마다 필살기와 기본 무술이 있었으며, 원하는 이름을 넣어서 캐릭터를 키울 수도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싸우는 곳에 따라 지뢰나 전기망이 있고, 바닥이 얼음으로 되어 있는 등, 격투 이외에 변수를 주어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압권은 2인 합체 공격. 친구와 함께 팀을 이루어서 엔딩을 보면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가라 가라! 열혈하키부 (1992년)
피구와 축구를 섭렵한 구니오가 이젠 하키까지 진출한다. 하지만 상대팀도 검도부, 야구부 등 황당한 상대 일색이다.(첫판팀과 막판팀이 그래도 가장 정상에 가깝다) 검도부는 죽도로, 야구부는 배트로 퍽을 치는데, 당연히 사람도 친다. 상대팀 중에는 여자로만 구성된 팀이 있었는데, 슛이 압권이었다. (곰돌이슛..)
상대팀을 이기면, 그 팀의 필살슛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중 회오리슛을 쓰면 공중에서 돌아서 슛을 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필살슛을 때릴 수 있었다. 이 기술로 결국 마지막 최강팀도 이길 수 있었다. 조작이 어려워서 답답한 감은 있었지만, 노력과 끈기로 엔딩을 봐서 기억에 남는 게임.



열혈경파 구니오군 (게임보이 1990년)
SD로 돌아온 열혈경파. 악덕기업 무나카나 공업의 회장 아들에게 납치된 열혈고교의 마돈나 미호코를 구하기 위해 구니오가 나선다는 스토리이다.
더블드래곤과 비슷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타격감이 좋아서 재미있게 하였다. 게임보이의 격투액션게임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했던 작품이다. 기술도 더블드래곤과 유사하다

2006-03-23

드래곤볼Z RPG 시리즈

학생 때 최고로 인기있었던 만화는 아이큐점프라는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제공되었던 일본만화 드래곤볼이었다. 이 만화의 인기는 엄청나서, 이걸 보지 않으면 친구끼리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코믹터치로 그려지던 이 만화는 대마왕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진지(?)한 격투만화로 변모하는데, 손오공의 형이 등장하면서 더욱더 흥미를 끌게 되었다.
이러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나온 게임이 반다이사의 드래곤볼Z 시리즈이다.

드래곤볼Z - 강습! 사이야인 (1990년 패미콤)
당시 생소한 장르인 RPG인데다가 일본어가 난무해서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만화가 인기를 끌고, 게임월드라는 잡지에서 분석을 내보내자 게임도 인기가 치솟았다.

1편의 내용은 손오공의 형이 나오고, 베지타와 결투하는 부분까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게임이 너무 짧다고 생각했는지 중간중간에 원작에 없던 내용이 추가되어 게임플레이 시간을 크게 늘렸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원작에 없던 캐릭터들은 모두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었다)
그 스테이지의 보스와 싸우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거치고 레벨을 올린 다음 보스와 싸우는 방식으로, 지금 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성의 RPG였지만, 손오공과 그 일행을 내가 직접 조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한 게임이었다.

게임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골라서 내면 그 카드의 별수에 따라 공격우선권과 공격력, 수비력이 정해지고, 애니메이션으로 격투가 펼쳐졌다. 당시 게임기로서는 놀라운 그래픽이었기 때문에 이 점이 인기의 요인이기도 했다.

마지막 베지타와 전투는 압권이었는데, 베지타가 킹콩으로 변하면 전투력이 대폭 상승해서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야지로베 카드를 사용하면 원작처럼 꼬리를 잘라 버릴 수가 있어서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수가 있었다.

또, 보름달 카드를 쓰면, 손오반이 킹콩으로 변해 엄청나게 전투력이 상승했는데, 그때 우연하게 이걸 발견해서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드래곤볼Z2 - 격신 프리저! (1991년 패미콤)
손오공 일행이 나메크별의 드래곤볼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프리저(일본식 발음으론 후리자)와 대결까지를 게임화했다.

1편보다 향상된 그래픽과 더욱 다채로워진 내용으로 시리즈 중 재미로 치자면 최고로 생각한다. 역시 플레이시간을 늘리기 위해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게임월드의 공략기사가 있었기에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막판 프리저와 대결은 원작의 3단 변신장면이 충실히 재현되어서 감동이었다. 다만 손오공이 원기옥으로 프리저를 쓰러뜨리는 부분에서 엔딩인데, 이점이 대단히 아쉬웠다.
왜냐면 바로 그 다음에 죽은 줄만 알았던 프리저가 나타나고, 손오공이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하는, 그 엄청난 장면을 플레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감질맛 나게, 엔딩 이후 초사이야인이 된 손오공을 잠깐 보여주고 3편을 예고하며 끝나 버린다.

재미있는 건 스카우터 카드를 쓰면 적의 전투력을 측정할 수 있었는데, 프리저처럼 전투력이 엄청난 상대에게 쓰면, 원작과 똑같이 전투력이 계속 올라가다가 스카우터가 파괴되었다.

드래곤볼Z3 - 열전 인조인간 (1992년 패미콤)
용산에 복제팩이 나온 걸 보자 마자 눈이 돌아가서 마침 가지고 있던 샤이닝포스 정품을 주고 교환해 왔다. (엄청 손해)

2편에 바로 이어져서 초사이야인 손오공과 프리저가 대결하는 곳부터 시작하여, 셀이 출현하는 부분까지 진행된다.

프리저의 형 쿨러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내용이 중간에 삽입되어 초사이야인 손오공과 쿨러의 대결을 즐길 수 있다.

손오공이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너무나 좋아해서 전투에서 고전하다가 초사이야인 변신 커맨드를 사용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당시 잡지 공략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마지막에 인조인간을 찾아내는 스테이지에서는 일본어를 알아야 공략이 가능했다. 일본어를 몰랐던 나는 일본어사전까지 뒤져가면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인조인간을 찾아냈다.

그래픽은 2편보다 향상되었지만, 게임의 내용 자체는 앞선 1, 2편보다 훨씬 허접했다. 플레이시간이 전편보다 비교도 안 되게 짧았고, 이야기를 완결짓지 못하고 도중에 끝내 버리는 전편의 우를 또 범해버린 것이다.
더욱이 인조인간과 대결에서는 손오공이 심장병으로 누워버린 시점이라 중요한 주인공이 전투에 없어서 맥이 빠졌다. 덕분에 엔딩도 허접하고, 중요한 장면들을 글로 조잡하게 설명하고 끝이 나 버린다.

또한 반다이사에서 장점으로 내세웠던 필드형식 전투는 기존의 애니메이션 전투보다 지루하기만 해서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필드형식 전투를 안 할 수 있는 방법과 손오공의 심장병을 고쳐서 인조인간과 대결할 수 있도록 하는 꽁수를 잡지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땐 게임에 실망해서 이미 팩을 팔아치운 뒤였다.

3편은 셀과 대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게임을 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패미콤이 저물고 있는 시기라 반다이가 원작의 연재를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낸 것 같다.

드래곤볼Z - 초사이야 전설 (1992년 슈퍼패미콤)
슈퍼패미콤으로 첫등장! 내용은 손오공 형의 등장부터 초사이야인이 된 손오공이 프리저와 대결하는 부분까지로, 스토리가 딱 완결되게끔 되어 있어 좋았다.

패미콤판처럼 지도에서 카드뽑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좀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배경음악도 상당히 괜찮았다.

그래픽은 하드웨어 성능에 힘입어 패미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전투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의 폼이나 그림들이 왠지 어색해 보였다. 그림은 패미콤판 쪽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좀더 RPG스러워져서 뺑뺑이도 많고, 판타지RPG에서 흔한 던전까지 등장하는데, SF물인 드래곤볼이 판타지RPG의 배경까지 굳이 따라할 것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던전에서는 전투도 많고, 미로도 있어서 좀 짜증내면서 진행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원작과 똑같이 크리닝을 프리저가 죽이면, 손오공이 초사이야인으로 변신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상태로 엔딩을 보면, 엔딩 후에 베지타가 초사이야인이 되어 도전해 와서 흥분이 됐다.
불만도 있는 작품이지만, 패미콤 때 아쉬웠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된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드래곤볼Z 격투 천하제일무도회 바코드배틀러 (1992년 패미콤)
입력된 바코드에 따라 캐릭터와 전투력이 바뀌는 게임. 당시 잡지 기사를 보고 혹해서 하드웨어를 사고 말았는데, 처음 제품은 바코드가 입력이 잘 되지 않아서, 바로 교환했다.
문제는 바코드를 생각보다 구하기 쉽지 않아서 집에 있는 책 표지 뒤를 오리거나 일부러 종이로 포장된 과자를 사서 바코드를 잘라내곤 했다. 근데, 대개 전투력이 형편없는 것이 많았다.
게임은 스토리 같은 건 없고, 그냥 바코드로 천하제일무도회를 무대로 대결하는 것이 다였다.
사고 나서 많이 후회했던 게임.


드래곤볼Z 외전 - 사이야인 절멸 계획 (1993년 패미콤)
이미 패미콤을 팔아 치우고 슈퍼패미콤을 즐기고 있던 나는 외전이 나와도 시큰둥했다.
더욱이 외전의 내용은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없었다.
이걸 만들 여력이 있었으면 4편이나 만들 것이지...

이것을 해 본 것은 나중에 패미콤을 다시 손에 넣었던 훗날이었다.

일찌기 사이야인에게 멸망당한 쓰울인이 지구에 살아 남아 있는 사이야인들을 죽여서 복수하려 한다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 중간에는 프리저나 쿨러 등 전편에서 해치웠던 적들이 유령으로 나타나 다시 대결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반가운 기분 반, 황당한 기분 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투력과 레벨의 개념이 없어지고, 진화된 카드배틀 형식이 된 것이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레벨업이 존재하지 않으니, 보스전 이외의 전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_-;
전투는 카드의 한자 조합에 따라 좋은 필살기가 나오는데, 베지타의 경우, 우리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필살기를 보려면 상당히 애를 먹어야 했다.

마지막 왕은 라이치 박사였는데, 10턴안에 물리치면 진짜 보스 해치학이 나타나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런 숨겨진 요소가 그나마 이 게임을 살려 주었다.

오리지널 스토리이고, 적캐릭터도 그리 멋지지 못해서 아쉽지만, 허접한 3편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도와 노력한 흔적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드래곤볼Z 전설의 초전사들 (2002년 게임보이)
2004년도 6월에 에뮬로 클리어.
게임보이 말기에 나온 드래곤볼 게임. 옛날 패미콤과 비슷한 애니메이션 카드배틀로 전투를 하는데 박력이 부족하다. 캐릭터들이 짜리몽땅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카드배틀 시스템도 패미콤과는 다르고 전략적으로 큰 재미를 주지도 못한다.
대부분 전투중심이라 알피지 요소는 거의 없다. 내용은 원작에 충실한데 오공의 형 등장부터 마인 부우까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엔딩을 보면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는데 원작과 다른 내용으로 빠질 수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다시 할 맘은 별로 들지 않음. -_-

드래곤볼 게임은 패미콤의 Z2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차세대기로 드래곤볼 원작의 내용을 모두 담고 추가요소를 넣어서, 다시 RPG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